All Chapters of 식물인간 회장님에게 아이가 생겼다: Chapter 71 - Chapter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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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온은수의 약속을 받아낸 유예린은 곧바로 운전 기사에게 S시에서 최로고 비싼 쇼핑몰로 자신을 태워다 달라고 했다.카드에 무려 1억이라는 돈, 그것도 마음껏 써도 되는 돈이라는 사실에 유예린은 불 타오르는 구매 욕구를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었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이는 대로 무작정 카드를 긁었다.사치스러운 쇼핑을 마음껏 즐기며 유예린은 살면서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VVIP 대접을 받았고 마치 상류 사회에 입성이라도 한 듯한 그 느낌이 너무 짜릿하고 좋았다.결국 유예린은 그동안 상상도 못 해봤던 최고급 명품들을 잔뜩 쓸어담고 크고 작은 쇼핑백을 한 가득 품에 안고 집에 돌아갔다.집에 도착한 그녀는 고급진 명품 박스를 어루만지며 하늘을 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자기도 모르게 불안감이 밀려오고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돈의 맛을 제대로 본 사람은 한 번 그 속에 빠지면 절대 헤어나올 수 없게된다.하지만 그녀는 결국엔 누군가를 사칭한 가짜이기에 시간이 갈 수록 변수는 생기기 마련인데 그때가서 들통이라도 나면 어떡하지? 이런저런 생각이 든 그녀는 덜컥 겁이 났다.그 날 거기 있었던 여자는 대체 누구였을까? 자신이 온은수라는 거물급 인물과 잤다는 사실을 그녀는 과연 알고 있을까? 어느날 갑자기 그녀가 덜컥 찾아오면 어떻게 되는 거지?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부귀영화를 다 뺏겨야 한단 말인가?생각할 수록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던 유예린은 더 이상 명품들을 보며 좋아할 겨를이 없었다.한참 생각을 하던 유예린은 얼른 차를 불러 호텔로 향했다. 그날 밤 온은수랑 같이 있었던 여자가 대체 누구인지 확실히 알아봐야 했다.호텔에 도착한 유예린은 괜히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평소대로 태연하게 작업복을 갈아입었다.그리고 남들이 보지 않는 틈을 타서 호텔 시스템을 관리하는 컴퓨터를 켜고 그 날의 투숙객 기록을 찾아봤다.하지만 하루 종일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날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의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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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차수현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안해요, 실수로 물을 쏟아서, 저 화장실 가서 좀 닦고 올게요.”유예진이 반응도 채 하기 전에 차수현은 부랴부랴 화장실로 향했고 그녀에겐 옷이 젖고 말고가 중요한게 아니였다. 너무 놀란 나머지 두 손은 덜덜 떨렸고 얼굴은 백지장처럼 순간 창백해졌다.유예진의 말을 들어보면 누군가 그날의 일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는게 분명했다.심지어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 찾아낸 것 같은데, 대체 누구일까? 온은수? 아니면 그날 그 남자?설마 그 남자,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걸까? 이렇게 집요하게 자신을 찾아내려는 이유가 대체 뭘까?이미 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차수현은 덜컥 겁부터났고 불안감이 몰려왔다. 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묵을 수 있는 남자라면 분명 돈과 권력을 다 가진 사람일텐데 만에 하나 그 사람이 차수현 뱃속의 아이를 인정하지 않거나 혹은 아이를 뺏어가려 한다면 그에 맞서 싸울 힘조차 없는 차수현은 그저 순순히 당할 수밖에 없다.생각할 수록 초조하고 무서운 생각만 더해지는 그녀, 지금 이 상황에 유예진과 차분히 마주 앉아 얘기를 할 기분이 전혀 아니였던 그녀는 휴지를 대충 감아 젖은 옷을 대충 닦고 나가서 유예진에게 회사에 급한 일이 있는 핑계로 가방을 챙겨 커피숍을 나왔다.차수현한테서 더 많은 걸 캐내려고 했지만 전혀 기회를 주지 않는 그녀, 심지어 대답조차 제대로 안 하고 이대로 가버렸다.도망치듯 자리를 뜨는 차수현의 뒷모습을 보며 유예진은 뭔가 께름칙한 생각이 들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회사에 그렇게까지 급한 일이 있다고?무엇보다 지나치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차수현이 수상하게 느껴진 유예진. 하지만 유예진도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이내 휴대폰을 꺼내 같이 호텔에서 일했던 다른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그날 다른 층 알바생들 중에 차수현 말고 누가 또 있었는지 알아봐줘요.”“어제 이미 확인했잖아요, 그 층에서 일했던 사람은 차수현 한 명 뿐이라고... 아 참, 그러고보니 차수현 인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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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병원에서 나와 회사로 복귀한 차수현은 뱃속의 아이가 건강하다는 사실에 착잡하고 불안했던 마음이 잠시 가라앉는 듯 싶었다.어떤 일이든 너무 조급해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니니까, 억지로 밀어 붙일 경우 오히려 자신과 뱃속의 아이한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온은수를 본 차수현, 겨우 차분해졌던 그녀의 마음이 또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얼른 구석에 위치한 자신의 자리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안 그래도 요 며칠 차수현은 감히 온은수에게 말을 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설령 말 실수를 해서 그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흐린 날씨의 먹구름처럼 도통 종잡을 수 없는 온은수의 까다로운 성격, 그 시각 온은수는 잔뜩 긴장해있는 차수현의 모습을 그저 지켜보며 사인펜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자신만 보면 부랴부랴 피하는 그녀, 괜히 기분이 잡친 온은수는 손에 들고 있던 펜을 한 쪽으로 툭 던졌고 그 소리에 차수현은 조심스레 눈치를 살피며 온은수를 쳐다보았다.분명 온은수 눈에 안 띄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하고 있는데 차라리 도망이라도 가야 하나?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해야 저 남자가 만족할까?계속 이렇게 잘난 온대표의 심기를 건드릴 바에 차라리 여기서 나가는게 낫겠다 싶었던 차수현은 체념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때 마침 그때 남자의 냉철하고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거기서.”차수현은 흠칫하며 제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피곤하니까 가서 커피나 타 와.” 소름돋게 차분한 중저음 목소리엔 아무 감정도 없는듯 했다. 커피를 타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녀는 온은수가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거라 믿어의심치 않았다.“제가 회사의 커피 머신을 다룰 줄 몰라서 그러는데 혹시...”“내가 당신한테 월급을 주면서 이런 작은 일도 시키지 못 해? 당장 가서 타 와.”잔뜩 화가 난 듯 심하게 찌푸려진 그의 미간, 우물쭈물하는 차수현의 모습이 많이 거슬리는 눈치였다.어느새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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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화들짝 놀란 차수현은 반사하듯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지만 몸을 일으키는 순간 두피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그제서야 그녀는 방금 전에 넘어지면서 하필이면 머릿카락이 온은수의 셔츠 단추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녀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단추에 얽힌 머릿카락이 당겨지면서 통증은 심해졌고 당장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미, 미안해요, 머릿카락이 단추에 걸린 것 같은데 제가 바로 풀게요...” 창피해서 어쩔 줄 모르는 차수현, 그렇다고 이 난감한 자세를 계속 유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온은수의 허벅지에 앉아버린 그녀, 만에 하나 누가 들어와서 업무 보고라도 하는 날엔 분명 그녀가 대표에게 끼를 부린다고 생각할 것이며 급기야 회사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될게 뻔했다.온은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우왕좌왕하는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기만 했고 도저히 기분을 읽을 수 없을 만큼 눈빛은 오묘했다. 차수현은 손을 뻗어 어떻게든 얽힌 머릿카락을 풀어보려 했지만 지금의 자세로는 도저히 머릿카락 부분을 볼 수 없었기에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손을 조물딱거릴 수밖에 없었다.앙상한 나무가지처럼 삐쩍 마른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여기저기 터치하는 그녀, 한 참을 애를 써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고 그럴수록 머릿카락은 더 팽팽하게 감겼다.설마 이 여자, 일부러 이러는 걸까?“대체 머리를 풀겠다는 거야, 스킨쉽을 하겠다는 거야?” 굵직한 중저음에 허스키한 보이스, 이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너무 섹시하고 매혹적인 이 남자.그 시각, 누구보다 조급한 차수현의 얼굴은 어느새 잘 익은 토마토마냥 빨갛게 달아올랐고 온은수의 조롱 섞인 말에 그녀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당장 들어가서 숨고 싶었다.“아니, 그게 아니라, 이 자세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아서요...”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이 난감한 상황에 차수현은 그저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책상위에 가위가 있던 것 같은데 그냥 잘라야겠어요.”차수현은 손을 뻗어 가위를 잡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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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그 말을 들은 온은수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워낙 입맛이 까다롭기로 소문이 난 온은수는 최고의 미슐랭 쉐프 몇 명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은 아예 입에 대지도 않는데 말이다온은수는 이미 별장에 최고급 쉐프들을 고용했으니 유예린더러 괜히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난 날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속으론 싫었지만 겉으론 승낙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요, 오늘 저녁에 갈게요.”온은수가 온다고 하자 유예린은 너무 기뻤다. “그럼 집에서 기다릴게요.”온은수는 전화를 끊었고 차수현도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안 그래도 찌푸렸던 온은수의 눈살이 더욱 깊에 일그러졌다. 사무실 밖으로 나간 차수현은 그 자리에 앉은 채 입술을 꽈악 깨물었다.방금 전 무척이나 부드럽고 상냥했던 온은수의 말투, 그녀는 여태 한 번도 들어본적 없는 애정이 듬뿍 담긴 말투, 통화 상대는 분명 사랑하는 여자겠지?그런 온은수의 모습을 보며 차수현은 방금전에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상황이 너무 나도부끄럽게 느껴졌다.대체 이 남자는 뭘 하자는 걸까? 밖에서는 딴 여자랑 사랑을 나누면서 한 편으로는 자신을 조롱하다니. 온은수 눈에는 내가 정말 그렇게 헤픈 여자인 걸까? 돈 몇푼 쥐어주면 함부로 막 해도 되는 그런 여자?생각할 수록 차수현은 가슴 한 구석이 답답했고 잠시나마 온은수가 겉으론 차갑게보여도 실은 좋은 사람이라고 여겼었는데, 지금 보니 그는 그저 여자를 심심풀이 상대, 노리개로 아는 바람둥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던 것이다.차수현은 주먹을 불끈 쥐며 속으로 다짐을 했다, 앞으로는 각별히 조심해야 겠다고, 오늘 같은 일이 또 다시 일어나게 해서는 절대 안된다고.......퇴근 시간이 곧 다가왔고 오늘따라 웬 일인지 온은수는 야근을 하지 않고 제 시간에 퇴근을 했다.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차수현은 이 시각 자신이 너무 초라해보였다. 저것 봐, 퇴근하자마자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러 가는 저 남자, 일 밖에 모르던 일 중독자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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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차수현의 체력이 점점 바닥이 난 채 막무가내로 오토바이 한테 끌려가고 있을 때, 길을 지나 가던 행인 몇 몇이 이 상황을 목격하게 되었다.“거 뭐하는 짓이요? 얼른 손 놔요!” 한 행인이 오토바이를 탄 사람을 향해 큰 소리로 호통을 쳤고 누군가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당황했는지 그 사람은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질주를 하더니 그만 길 옆 화단을 그대로 들이박았다.드디어 오토바이가 멈추고 차수현도 관성에 의해 끌려가다가 넘어지고 말았다.지켜보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차수현을 부축였고 오토바이를 탄 사람을 제압하려 할 때 그 사람은 정신없이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우고 부랴부랴 도망을 갔다.바닥에 주저앉은 차수현, 불행중 다행인 것은 딱딱한 길 바닥이 아닌 화단에 넘어진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수현은 배가 이따금씩 아파왔고 통증은 점점 심해졌는데 급기야 끈적한 액체가 밑으로 흘러나오는 걸 느꼈다. 차수현은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고 너무 무서웠던 나머지 자신을 부축여줬던 행인의 팔목을 꽉 부여잡은 채 사정했다. “빨리요, 저 병원으로 좀 옮겨주세요... 제가 임신을 했는데... 제발 뱃속의 아이를 살려주세요...”차수현이 임신중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행인들은 부랴부랴 그녀를 업고 병원으로 향했다.......그 시각 차를 몰고 유예린이 살고 있는 별장에 도착한 온은수, 하지만 이상하게 착잡한 기분이 든다, 곧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불길한 예감까지 들며 괜히 불안해졌다.온은수는 눈살을 찌푸리고 알수 없는 알수없는 기분으로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생각 정리가 채 되기도 전에 온은수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유예린은 마당에 주차한 온은수의 차를 보고 냉큼 달려나와 그를 반겼다. “은수 씨, 왔어요? 식사 준비 다 됐는데 어서 들어가요.”유예린의 뒤를 따라 별장안으로 들어간 온은수의 눈에 띄인 건 풍성하게 차려진 서양식 밥상과 그 옆에 놓여진 창고에서 금방 꺼내온 와인이였다.분위기를 위해 유예린은 일부러 불도 켜지 않고 촛불만 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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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온은수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서며 다급히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차수현 씨가 길에서 소매치기를 당해서 한참 멀리 끌려갔었거든요, 아무래도 뱃속의 아이를 살리기 힘들거니까 보호자분께서 오셔서 사인을 하시고 바로 수술에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온은수의 낯색이 급 어두워졌다.차수현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온은수는 유예진과의 저녁 식사 따윈 안중에도 없었고 곧바로 병원에 가기위해 서둘렀다.유예진은 얼른 손을 뻗어 온은수를 말리며 말했다. “은수 씨, 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 급한거에요? 저도 같이 갈까요?”갑작스런 소식에 조바심이 난 온은수는 유예린에게 사사건건 설명할 겨를이 없었던지라 대충 둘러대며 옷을 입기에 급급했다. “걱정 안 해도 되니까 오늘은 그냥 쉬어요, 난 가봐야겠어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온은수는 황급히 자리를 떴고 유예린은 그런 온은수의 뒤를 쫓아갔지만 그는 이미 쏜살같이 사라져 그녀의 시선속에서 사라졌다.열심히 공 들여 준비한 멋진 저녁 식사가 시작도 안 했는데 허무하게 끝나버리자 화가 난 유예린은 그저 발만 동동 굴렀다.그러나 방금 전 휴대폰 통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는데 상대는 분명 차씨 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차 씨 성을 가진 여자, 현 시각 유예린에게 그보다 더 지뢰밭 같은 이름은 없었다.설마 다쳤다는 여자가 차수현은 아니겠지?아니야, 절대 그런 우연이 있을 수 없어, 유예린은 놀란 가슴을 스스로 억누르면서도 여전히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잠시 망설이는 듯 싶더니 그녀는 이내 차수현에게 전화를 걸어 슬쩍 떠보기로 마음 먹었다.신호음이 한참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받지 않는 차수현,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 옆에 있던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차수현 씨 가족분 되시죠? 빨리 와서 사인하세요, 한시가 급합니다!”유예린은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 같았지만 애써 이성의 끈을 붙잡고 진정하려 했다. “혹시 어느 병원입니까? 제가 곧 가겠습니다.”의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전 연락한 사람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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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그러나 온은수는 이내 들고 있던 펜을 멈추었다.누구의 핏줄인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아이인데다 자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아이가 아닌가? 이럴거면 차라리 없애는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문득 데자뷰처럼 떠오르는 생각 하나, 지난 번 강제적으로 차수현의 아이를 떼려 했을때 그녀는 발악에 가까운 반항을 했고 급기야 온은수랑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눈에 뵈는게 없었었다. 그런 그녀가 아이를 잃게 된다면 과연 그 아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세상을 다 잃은듯한 차수현의 절망어린 눈빛이 자꾸만 떠올라 온은수는 차마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할 수가 없었다.“선생님?”한참을 머뭇거리는 온은수에게 의사는 서명을 재촉했고 온은수는 급기야 손에 들고 있던 펜을 집어 던졌다. “살릴 수 있는데까지 어떻게든 살려보십시오, 나머진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온은수는 자리를 떴고 곧바로 육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육무진은 의사 집안 아들이고 특히 그의 어머니는 한 때 국내 최고의 산부인과 의사였다.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라 다급하게 자신의 엄마에게 부탁드릴 일이 있다는 온은수의 말을 듣고 육무진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이내 차수현이 입원한 병원으로 사람을 보냈다.육무진이 보낸 사람들이 병원에 도착하자 온은수는 육무진의 엄마가 직접 수술실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밖에서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술실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온은수를 보며 육무진은 문득 호기심이 발동했다. “은수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저 안에 있는 여자가 영감님이 안배로 맞이한 네 아내 맞지? 너 그 여자한테 전혀 관심없다며? 그런데 그새 애가 생겼어? 쥐도 새도 모르게?”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육무진의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에 온은수의 낯 색은 급기야 새파랗게 질렸고 불끈 움켜쥔 주먹은 어찌나 힘을 주었는지 당장이라도 관절뼈가 살을 뚫고 나올 기세였다. 방금 전 행동은 그저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에 불과했다, 정신을 차리고 돌이켜보니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고 우습다는 생각이 드는 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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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차수현은 결코 깰 수 없는 긴 악몽을 꾼 것만 같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늘 한결같은 꿈 속의 전개, 오늘 그녀가 길에서 만난 오토바이 소매치기의 정황과 짜여맞춘듯 잘 들어맞는다, 소매치기에 의해 끌려가다가 자칫 뱃속 태아와 함께 죽을뻔했던 상황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그런 꿈.꿈속에서 그녀는 죽을 힘을 다 해 악착같이 버티며 발버둥을 치지만 결코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꿈속의 그녀가 몸의 중심을 잃고 넘어지려할 때 차수현은 드디어 눈을 번쩍 떴고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병원의 하얀 색 천장이였다, 이게 뭐지 싶어 잠깐 멈칫하던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손이 아랫배로 향했고 급기야 손등에 이따금씩 욱씬거리는 통증이 밀려왔다.그제서야 손등에 꽂혀있는 정맥주사 바늘을 본 그녀, 통증에 정신을 차린 그녀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고 했지만 움직이기도 전에 아랫배의 한 쪽이 찢어지듯이 아파왔다.인기척을 들은 간호사가 그녀한테 다가왔고 차수현이 깬 것을 보자 상태를 물었다. “깨셨어요? 움직이지 마시고 가만히 계세요, 뱃속의 아이가 아직 불안정한 상태라 절대적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안 그래도 뱃속 아이의 상태가 궁금해서 간호사에게 물어보려던 참이였는데 마침 간호사가 먼저 말을 꺼내자 그녀는 그제서야 마음이 놓였고 팽팽했던 긴장감도 조금은 풀리는 듯 싶었다.어찌됐든 아이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어디 불편한데는 없어요? 의사 선생님 불러드릴까요?”차수현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고마워요.”혼자 병실에 외롭게 누워있는 그녀에게 간호사는 측은지심이 들었다. “홀몸도 아니신데 혼자 뭘 어떻게 하려고요? 얼른 남편분한테 오라고 하세요.”깨고보니 병실에 아무도 없음을 비로소 인지한 차수현, 아무렇지 않은 척 내색은 안 했지만 사실은 아무렇지 않은게 아니였다, 여자의 몸으로 이렇게 큰 일을 겪었는데 당연히 누군가의 품에 안겨 마을껏 울고 싶고 기대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였다.그러나 남편을 불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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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차수현은 어색하게 웃기만 할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자신한테까지 사실을 숨긴 차수현이 야속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모든걸 스스로 감당하려하며 무작정 참고만 사는 그녀의 답답한 성격에 더욱 화가난 한가연. “수현아, 네가 정말 이 아이를 유산하고 싶은 생각이라면 하루 빨리 네 남편이랑 이혼해야 돼, 여기서 시간을 더 끌었다간 배가 점점 불러온다니까.”친구의 말에 공감하듯 차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도 같은 생각이였으니까.한 편으론 홀몸이 아닌 상태로 온씨 집에 계속 있어봤자 들키는 건 시간문제일 테고, 또 한 편으로는 오늘 그녀가 당한 일이 절대 우연이 아니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연 치고는 너무 소름돋을 정도로 잘 짜여진듯한 이 상황, 누군가 그날 밤 일에 대해 조사를 하기 시작했고 하필이면 이 시점에 차수현은 소매치기를 당한 것이다.그날도 그 거리에는 퇴근 후 귀가중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소매치기는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이면 차수현을 타깃으로 삼았다, 별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자신한테 그런 일이 생기다니, 차수현은 이는 절대 우연이 아닐 거라는 예감이 거의 확신으로 바뀌었다.불현듯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어쩌면 그날밤 그 남자는 차수현의 신분을 이미 알아냈고 그래서 쥐도 새도 모르게 증거를 인멸하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아직까지 확실한 물증은 없지만 이미 의심이 들기 시작한 이상 절대 그 무서운 예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그녀는 더 이상 그 집에 남아 불안에 떨며 심장을 졸이고 싶지 않았다. “걱정마, 곧 남편이랑 얘기해서 이혼 서두를 거야, 그리고 그 집에서도 하루빨리 나갈 거야.”한가연은 그래도 이성적인 판단은 할 수 있는 차수현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럼 푹 쉬어, 오늘은 내가 같이 있어줄게.”차수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의 호의를 받아드렸다. 한가연이 옆에 있어준다면 불안과 공포감도 없을 것이며 무엇보다 한 숨 푹 잘 수 있었기때문이다.......꿈 하나 없이 평온했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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