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식물인간 회장님에게 아이가 생겼다: Chapter 61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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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온은수는 운전대를 꽈악 잡았다. “왜? 누가 널 알아 볼 까봐 무서워 ? 혹시라도 내가 당신이 남자들한테 작업거는데 방해가 될 까봐?”대체 어떤 뇌 구조를 가지면 저런 기막힌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차수현은 괜히 트집을 잡는 은수에게 대답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부끄러워 우리 사이를 비밀로 하자고 한건 당신이잖아요! 온은수 씨, 대체 당신 그 머리속 엔 뭐가 들었길래 사사건건 나한테 시비인거죠?”백미러에 비친 토라진 차수현의 모습이 온은수 눈에는 그저 귀엽게만 느껴졌다, 평소와 다르게 차갑고 냉소적인 면이 없어서일까?그런 모습에도 온은수는 오늘따라 차수현의 투덜대는 모습에 화가 나지 않았다. “시비거는게 아니라 조언하는거 잖아, 괜히 이 놈 저 놈 건드리며 다니지 말란 얘기잖아.” 차수현은 대꾸 한마디 하지 않고 고개를 홱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차수현은 그제서야 온은수가 어르신의 말을 고분고분 들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녀가 밖에서 일을 하다 행여나 바람이라도 날까봐 24시간 그녀를 감시하려 했던 것이다.허나 이제 홀몸도 아닌 그녀가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차수현이 바라는 건 딱 하나, 별 탈 없이 무사히 온 씨네 집에서 나가는 것, 엄마와 함께 조용한 곳에서 둘만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회사에 도착했고 온은수는 차수현을 자신의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보고서를 손에 들고 업무 보고를 하려던 윤찬은 온은수와 함께 온 차수현을 보고 깜짝 놀랐다.대표님은 억지로 끌려오다시피 한 차수현 을 아주 싫어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그녀를 회사에 데리고 온 것도 모자라 비서라니? 제일 가까운 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을 보며 일을 해야 하는 비서 일을 시킨다고?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일이 아닐 수 없다.차수현은 윤찬을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적어도 윤찬은 그녀를 난처하게 구는 일이 없었기에 그런 윤찬한테서 일을 배운다면 재수없는 온은수의 눈치를 보는 것보다 마음이 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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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차수현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저더러 잘 좀 얘기해달라고요? 좋아요, 그런데 제가 좀 속물이라서 그런지 뭔가 얻는게 있어야 하는 타입이거든요.”차수현이 노골적으로 그에게서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걸 차한명은 이내 눈치챘다.안 그래도 요새 차수현이 차 씨네 집에서 돈을 하도 뜯어간 탓에 집안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수현아, 가족끼리 돈을 너무 따지는 건 좀 아니지 않냐...”차수현은 그런 차한명을 보며 슬슬 인내심이 바닥이 나기 시작했다. “저 오늘 몸도 기분도 너무 안 좋거든요, 싫으면 관 둬요, 제 기분이 좋아지면 그때 다시 생각해볼게요.”차수현이 더 이상 타협할 의지가 없어보이자 조급해진 차한명은 부랴부랴 그녀의 말에 승낙을 하고 부하에게 빨리 그녀에게 1억원을 입금하라고 지시했다.점심을 먹고있던 차수현은 핸드폰 문자에 돈이 입금된 것을 확인했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기쁜 내색이 전혀 없었다.차한명이 바람을 피웠을 때 엄마는 재산의 반을 나눠가질 수 있었지만 차한명 그 못된 인간이 그걸 원치 않았고 적반하장으로 바람피웠던 모녀 이미애와 차예진 을 집으로 끌어 들여 엄마에게 온갖 모욕을 줬었다.결국 그들의 못된 짓과 갖을 굴욕을 견딜 수 없었던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말도 안돼는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고 그녀를 데리고 빈 몸으로 쪼겨나듯이 집을 나왔던 것이다.그 당시엔, 집도 차도 없고 돈도 얼마 없었던 모녀는 자칫 길바닥에서 떠돌이 생활을 할 뻔했었다. 어렵던 생활에도 그녀의 대학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밤 낮없이 일을 하던 엄마는 결국 무리한 탓에 몸져 눕기까지 했다.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자 원망과 분노가 차 오른 차수현의 눈빛은 독기로 가득했다.차한명한테서 받은 돈은 고작 몇 십억, 당시 차 씨 집 재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돈이였다.그런데 차한명은 대체 무슨 염치로 그녀에게 불쌍한 척을 하고 있는걸까? 차수현은 휴대폰을 꺼내 차한명에게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돈은 잘 받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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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그 뒤로 한 동안은 참 조용했다.차수현이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평온하고 조용했던 일상, 차한명의 성격대로라면 그녀한테 농락 당한 것도 모자라 1억이라는 돈 까지 뜯겼는데 절대 가만 있을리가 없었다. 차수현한테 찾아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행패를 부려도 모자랄 인간인데 지금은 소름끼칠 정도로 너무 조용해서 마치 폭풍 전야인양 불안한 느낌까지 든다.착잡한 마음에 불안불안해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차수현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니나 다를까 차한명에게서 온 전화였다. 며칠 동안 꾹 참고만 있던 차한명이 이제와서 어떤 리액션을 보일지 궁금했던 차수현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그러자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수현아, 지난 번 일은 내가 어른으로서 양보하고 더 이상 따지지 않을게, 그러니까 너는 이번 주말에 어떻게든 온은수를 우리 집에 불러들여, 내가 긴히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차수현은 심기가 불편해졌다, 대체 차한명 이 인간은 뭘 믿고 이리 당당한 거지? 차수현이 그의 말대로 할 거라는 자신감은 또 어디서 나온 걸까?차수현이 거부 의사를 밝히려던 찰나 차한명은 한 마디 덧붙였다. “네가 온은수를 집에 데려온다면 결혼 당시 네 엄마가 가져왔던 예단은 다 돌려주마.”엄마의 예단 얘기가 나오자 차수현은 손에 들고 있던 전화를 꽉 쥐었다.이혼 당시 엄마는 그의 핍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맨 몸으로 나왔고 모든 재산은 차한명이 혼자 꿀꺼했던 것이다, 심지어 외 할머니, 외 할아버지께서 주신 패물마저 엄마는 다 빼앗기고 말았다. 비록 고가의 물건은 아니지만 돌아가신 외 할머니, 외 할아버지께서 엄마에게 남겨주신 유일한 유품이였는데 뻔뻔하게도 차한명은 그 유품을 미끼로 내걸고 그녀를 위협하고 회유하고 있다. “차한명 씨, 이런 야비한 수단으로 날 협박하다니, 당신은 염치라는게 전혀 없는 사람이였네, 돌아가신 외 할머니, 외 할아버지의 원혼이 밤에 당신을 찾아가서 복수할까봐 두렵지도 않아? 하늘이 무섭지 않냐고!”차수현은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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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저...커피 한 잔 하시라고요!”온은수를 찾아온 진짜 목적에 대해서 차수현은 그저 얼버무리기만 할 뿐 도무지 입을 열 수가 없었다.그러나 온은수의 뛰어난 통찰력을 결코 피할 수는 없었고 그녀가 분명 찾아온 목적이 있다는 걸 온은수는 귀신 같이 알아차렸다. “말해, 무슨 일이야?”평소 본인 앞에만 서면 고양이를 만난 쥐처럼 벌벌 떠는 이 여자, 되도록이면 눈에 안 띄게 피해다니려 하더니 오늘은 웬 일로 먼저 다가와서 관심을 준다? 이건 무조건 진짜 목적이 따로 있는 것이 분명했다.온은수가 어느 정도 눈치를 챘을 거라는 걸 인지한 차수현은 더 이상 숨길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게, 내일 일요일이잖아요, 저랑 같이 저희 집에 다녀오실래요?”온은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한참 쳐다보았다. 우리 집이라… 얼마전 까지만 해도 그 집 식구들 때문에 된 통 당하고 지하실에서 꽁꽁 얼어죽을 뻔했지 않았던가?온은수는 그 집 식구들에게 좋은 인상이라곤 1도 없었다. “그 집이라면 내가 방문할 가치가 전혀 없지 않나? 별 일 없으면 그만 나가봐.”감정이라곤 1도 없이 딱딱한 그의 말투, 이건 분명 거절 의사였다.온은수의 의지가 확고한 것을 보고 조바심이 난 차수현은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 “커피 맛있었죠? 그거 제가 탄 거에요, 그러니까 저희 집에 같이 가 주면 제가 직접 맛있는 요리 해드릴게요.”차수현은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사실은 간곡히 부탁하는 것이였다.엄마의 물건들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간절한 그녀였다. 차수현이 직접 탄 커피라는 말에 그제서야 그녀에게 눈길을 주는 온은수, 초조한 듯 옷깃을 여미는 그녀의 손과 손에 남아있는 뜨거운 물에 데어서 생긴 물집이 눈에 들어왔다.나에게 커피 한 잔 타주려고 이렇게까지?무척이나 초조한 그녀의 모습을 본 온은수의 눈 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나가봐.”끝까지 자신의 부탁을 거절한 온은수가 야속하기만 한 차수현, 그러나 더 말해봤자 본전도 못 찾을 거라는 걸 잘 아는 차수현은 어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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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차예진은 이미애를 향해 눈 짓을 했고 이미애는 이내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린 채 차수현을 끌고 자리를 비켰다.얼떨결에 이미애한테 끌려간 차수현은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되었고 온은수가 온 것을 보고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그러나 절대 안 올 것 같던 온은수가 왜 자기발로 여기까지 찾아왔는지 차수현은 좀 의아했다.이미애는 차수현을 밖으로 데리고 나갔고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 “차수현, 말 안 해도 알지? 네가 온은수 씨랑 결혼할 수 있었던 건 그때 예진이가 원치 않았기에 네가 운 좋게 대신 간 거야, 이제 온은수 씨도 깨어났으니 눈치가 있으면 알아서 빠져.”차수현은 차씨네 식구들이 어떤 꿍꿍이인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당당하게 나오는 그 사람들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상종 못할 만큼 파렴치한 인간들. “제가 뺏은게 아니라 그때 예진이가 자기 입으로 싫다고 했거든요, 말은 똑바로 하시죠.”“그래서 뭐? 네가 예진이보다 잘난 게 뭔데? 온은수가 어떤 사람인데 감히 너 같은게 가당키나 해?”차수현은 이미애의 말에 반박을 하려 했지만 순간 뱃속에 있는 어린 생명이 생각났다. 그래, 차예진과 온은수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떠나서 이제 그 둘은 영원히 함께 할 수 없게 되었다. 차수현이 대꾸 한 마디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침묵으로 일관하자 이미애는 자신의 말이 잘 통한 것으로 여기고 내심 기뻐하며 미리 준비해 둔 수표 한 장을 건넸다. “지금이라도 알아서 꺼져주면 이 돈은 네꺼야, 예진이가 결혼하게 되면 그때 한 몫 더 챙겨줄게, 그러니까 네가 선택해.”차수현은 수표를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옛날 같았으면 이 돈을 넙죽 받고 차예진을 온씨 부인 자리에 앉히고 좋아서 덩실덩실 춤을 췄을텐데 지금 이 시각 그녀는 왠지 모르게 망설여졌다.그러나 결국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정신을 다잡으며 차수현은 이내 수표를 건네받았다. “네, 그럴게요.”차수현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주방으로 갔고 그 시각 온은수와 차예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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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차예진은 피아노를 치며 맞은 켠에 앉아있는 온은수를 보고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매력을 과시하기 위해 차예진은 특별히 화이트 원피스를 입었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정성스럽게 관리를 받고 왔다, 그녀는 현란한 손 놀림으로 자신이 제일 잘하는 곡을 연주했는데 누가 봐도 우아하고 기품있는 공주님의 모습이였다.차한명은 자신이 곱게 키운 딸이 이렇듯 대견한 모습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내 딸이 저렇게 아름다운데 남자라면 당연히 반하지 않겠는가?옆에서 연주를 듣던 온은수는 이내 듣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고 자기도 모르게 차수현이 생각났다. 차씨 집 딸이 둘인데 자매가 누구는 공주님인양 폼 나게 피아노 연주나 하고 있고 누구는 주방에서 음식이나 준비해야 하는 처지라니, 참 우습다.비록 여태 직접 음식을 해본 적은 없지만 적어도 주방의 기름 냄새가 얼마나 견디기 힘든지 온은수는 알고 있다, 게다가 홀몸도 아닌 차수현이 주방에서 음식 준비로 바삐 돌아다니며 온 가족이 먹을 식사를 챙겨야 한다는게 참 어이가 없다.온은수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고 그는 언짢은 듯 코웃음을 쳤다.마침 피아노 연주를 마친 차예진이 온은수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씨익 웃었다, 이 남자 볼수록 매력적인데? 안 그래도 잘생긴 외모가 더 빛이 나다니, 차예진은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온 대표님, 별 볼 것 없는 피아노 연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조언 해주실 말이께 있으시다면 기쁘게 듣겠습니다.”수줍게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차예진을 보고 그제서야 그녀의 연주가 끝났음을 알게 된 온은수는 그녀를 위 아래로 쭉 스캔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예진씨는 피아노도 잘 치시네요, 부모님께서 참 잘 키우신 것 같네요.”온은수의 말에 차예진은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둘 째 따님께서 우아하고 기품있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동안 다른 따님은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주방에서 음식 준비하느라 정신없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차예진의 장끼 자랑에 온은수가 홀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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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얼떨결에 벌어진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진 차수현, 온은수가 화가 난 이유가 이것 때문이였다니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다.최근 몇 년간 차씨 집안에서 차예진과 자신에 대한 차별 대우가 그녀에겐 이미 익숙해졌고 아무렇지 않았는데, 그녀 본인 역시 이에 대해 한 번도 불평을 한 적이 없었고 말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이 모든걸 목격한 온은수가 이 일로 화를 내다니…차수현은 순간 왼 쪽 가슴이 뭔가에 심하게 쿵 부딪힌 듯 저려왔고 씁쓸한 마음과 함께 약간의 알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어쨌든 고마워요.”아주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다시피 한 말이지만 온은수는 그녀가 뭐라고 하는지 정확히 들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봉투를 품에 안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잘못을 한 어린 아이 같았다. 온은수는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듯 싶더니 이내 뭔가 깨달은 듯 이성을 되찾고 재빠르게 그녀한테서 시선을 피했다. “집에 가.”차수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온은수의 눈치만 살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순순히 조수석에 탔다. 달리는 차 안은 너무나 평온했고 차수현은 너무 졸린 나머지 고개를 이따금씩 떨구다가 결국엔 잠이 들었다.온은수는 잠이 든 그녀를 보자 에어콘을 끄고 속도를 줄이며 평소 그의 운전 속도 보다 천천히 운전을 했다.어느새 그들은 온씨 집 문 앞에 도착해고 온은수는 차수현을 깨우려다가 잠에 든 그녀에 모습을 바라보니 이미 깊은 잠에 든 듯 했다. 마침 따스한 햇살이 차창을 뚫고 비추어 들어오면서 그녀의 우유빛갈 피부를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뽀얀 살결과 얼굴의 솜털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유독 빛이났고 과즙미 팡팡 인간 복숭아를 방불케 했다. 살짝 벌린 그녀의 입술, 선분홍 빛 속살이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는데 숨을 쉴 때마다 심지어 그녀만의 은은한 향기가 풍기는 것 같다.한 동안 넋이 나간 듯 그녀의 미모를 지켜보고 있는 온은수, 마치 뭔가에 홀린 듯 그의 입술은 어느새 그녀한테 바짝 다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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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유예린은 버벅거리며 겨우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거 아닌가요? 처음 뵙는 얼굴인데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네요.”온은수는 곧바로 윤찬에게 눈 길을 돌렸고 윤찬은 얼른 사진 한 장을 꺼내 유예린에게 보여주었다. “아가씨, 이 시계 보신 적 있으시죠?”이런 저런 생각을 떠올리며 대략 추측은 했으나 윤찬이 건넨 사진 속 시계를 보더니 화들짝 놀란 유예린은 두 다리가 덜덜 떨리며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녀가 제일 두려워하던 일이 결국엔 터지고 만 것이다.안 그래도 요새 길에서 그 시계를 줏은 뒤로 불안에 떨려 입 맛도 없고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힘들었던 그녀, 행여나 누가 찾아올 까봐 매일과 같이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는데 안 좋던 예감이 전부 현실이 되어버렸다.딱 봐도 1억은 될만한 고가의 명품 시계인데 만에 하나 절도죄로 신고를 당하기라도 하는 날엔 정말 콩 밥을 먹는 수가 있었으니 말이다.유예린은 너무 놀라고 무서운 나머지 눈물을 줄줄 흘렸다. “저기… 제가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전 그저 일개 호텔 알바생이에요, 그러니까 제발 용서해주세요!”갑자기 눈물을 보인 유예린을 보며 온은수는 당황한 얼굴이였고 당장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날 밤 자신의 행동이 너무 거칠고 난폭해서 그녀가 겁을 먹은 걸까?그날 밤, 온은수는 그녀의 신분을 오해했지만 그저 자신의 약성을 해소하기에만 급했던 나머지 그녀에 대해 추호의 동정과 연민도 없었다.여자들은 첫 경험이 무척 아프다고 하던데, 그녀가 이렇게까지 겁을 먹는것도 어찌보면 정상이였다. 온은수는 잠시 머뭇거리는 듯 싶더니 이내 그녀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 “당신한테 책임을 물을 생각 없습니다, 그 날은 제가 너무 섣불리 행동을 했고 당신은 아무 잘 못이 없습니다.”살면서 여자를 달래본 적이라곤 없는 온은수였는데, 그런 그가 어색한 표현으로 유예린을 달래고 있다.안 그래도 겁에 질려 반 넋이 나간 상태였던 유예린은 온은수의 부드러운 말투에서 그가 자신의 죄를 물을 의도가 전혀 없음을 알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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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그 시각 유예린은 어떻게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사칭한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면 가능한 많은 정보를 캐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유예린은 옆에 있는 윤찬을 슬쩍 쳐다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방금 전 카드랑 이 집, 이거 다 저한테 주시는 거 맞죠? 그런데 뭘 한 것도 없는 제가 이런걸 덥석 받기엔 너무 부끄럽네요.”그녀의 말에 윤찬은 연한 미소를 지었다. “한게 왜 없어요? 당신은 대표님을 살렸잖아요, 대표님은 본인의 여자한테 절대 인색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이 모든걸 충분히 받을 자격이 된단 말씀입니다.”그를 살렸다고?유예린은 대충 이 상황이 짐작이 갔지만 여전히 질문을 이어갔다. “그, 그럼 그 시계는 뭔데요?윤찬은 자꾸만 질문을 하는 그녀가 귀찮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계는 대표님이 그녀한테 선물로 준 물건인데 굳이 왜 또 묻는 거지?윤찬이 약간 의심하는 눈치를 보이자 유예린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난 당신들이 정말 사기꾼일 까봐, 혹시라도 마음이 변해서 날 감방에 처 넣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물어본거에요.”“그럴리 없습니다, 그 시계는 대표님이 당신에게 준 증표이고 우린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습니다.”“알겠어요, 다만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제가 좀 상황 파악이 안 돼서요, 시간이 필요하니까 좀 혼자 있게 해줘요.”사건의 대략적인 실마리를 파악한 유예린은 얼른 윤찬을 쫓다싶이 내보냈다. 그런 그녀를 보며서도 윤찬은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 오늘 처음 발견한 그녀이고 이 상황을 전부 받아들이기엔 감당이 안됀다는 것을 윤찬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럼 무슨 일이 있으면 저에게 연락 주세요."윤천은 공손하게 말하고는 곧 떠났다.유예린은 윤찬을 보내고 곧바로 설레는 마음으로 안방에 있는 킹 사이즈의 커다란 침대에 털석 드러누웠다.윤찬이 모든 상황을 디테일하게 설명하진 않았지만 유예린은 대략 어떤 일인지 짐작이 갔다. 아마 그날 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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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온은수는 검은 눈동자로 차수현을 보며 되물었다. “그래서 뭐?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이혼하기 싫다고?”차수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요, 다만 그게 사실이라면 저한테 직접 말하셔도 돼요, 이혼 도장 바로 찍어드릴테니까, 절대 당신을 잡고 늘어질 생각 없거든요.”“그리고 이혼하면 저한테 위자료 챙겨준다던 약속이요.”“왜? 그 정도로 부족해? 금액을 더 오려달라고?” 온은수는 실처럼 가늘게 눈을 뜨고 조롱하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역시 이 여자는 예나 지금이나 돈 밖에 모르는 속물이였어.“아니요.” 차수현은 약간 난감한 듯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대체 온은수는 그녀를 얼마나 속물로 보였길래 이런 말을 하는 걸까?돈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돈에 눈이 멀어 양심을 버릴 정도까진 아닌데.“요 며칠 저 많이 도와주셨잖아요, 이번엔 제 목숨까지 구해주고, 그래서 저도 보답을 할 겸 위자료 없이 맨 몸으로 나갈게요.”차수여현은 또박또박 진지하게 말했다.그동안 그녀가 차씨네 집에서 야금야금 뜯어낸 돈만 해도 이미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기에 충분했기에 더 이상 온은수한테서 돈을 받고 싶지 않았다. 계약 결혼 기간동안 그녀 본인도 계약 조건에 어긋나는 일을 여러번 했으니까, 심지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니 마지막까지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단지 깔끔하게 이 도시를 떠나 평온한 생활을 하고 싶었을 뿐이였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조롱섞인 눈으로 그녀를 보던 온은수의 표정에 웃음기가 곧 사라졌다. “진심이야?"“그럼요.” 차수현은 담담하면서도 확고하게 대답했다.무척이나 차분한 얼굴로 이런 말을 하는 그녀를 보며 온은수는 믿겨지지 않았다, 한 때 어떻게든 자신한테서 돈을 뜯어내려던 모습과 지금의 그녀는 사뭇 다른 모습이였다.그가 약속한 위자료는 그녀가 평생 호의호식하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기에 충분했지만 그걸 과감히 포기하다니?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일까?“그래, 지금 당장 변호사를 불러서 이혼 서류를 작성할게." 의아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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