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병실 안.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예수진의 시선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가웠다.그에 대한 미움과 증오가 눈에 보일 정도였다.그녀는 정말 그가 너무 미웠다.이 모든 비극이 마치 그에게서부터 시작된 것 같았다.그가 대역 배우를 찾아주지 않았다면, 촬영장에서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육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렇게 갑자기 들통나지 않았을 것이다.계지원, 이 사람이 바로 재앙이 아닐까?그를 만난 뒤로, 그녀는 정말 좋았던 적이 없었다.“몸 잘 챙겨.” 계지원이 평온하게 말했다.이마의 상처에도 마치 아픔을 못 느낀다는 듯,그녀를 위로할 뿐이었다.그녀는 정말 그의 갑작스러운 호의가 싫었다.그녀는 그가 아닌 모든 사람의 동정심은 받아들일 수 있었다.계지원은 병실을 떠났다.문을 나서자마자 그는 갑자기 뒤로 쓰러졌다.육현경은 그를 부축하며 물었다.“괜찮겠어?”계지원은 어지러운 듯 한참 뒤에야 진정한 뒤 말했다. “괜찮아.”“어제 수혈 얼마나 했어?” 육현경이 물었다.“얼마 안 돼.”육현경도 더 이상 묻지 않고 말했다. “일단 다친데부터 해결하자.”“그래.”두 사람은 진찰실로 들어갔다.의사 선생님은 계지원의 이마에 난 상처를 치료해 주셨고, 육현경은 옆에서 말했다. “수진이한테 이런 일이 생겼으니, 나는 도리상 고모 편에 설 수밖에 없어.”계지원은 말이 없었다.침묵은 묵인하는 것이 아니라, 반박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이번 일은 수진이의 잘못이 아닌, 윗사람의 원한이야.어쨌든 수진이는 이번 사건의 가장 핵심 인물이니까 죄가 없더라도 관계를 이어갈 순 없어. 우리 고모가 잔인하다고 할 수도 없고.다른 사람이었어도 자기 친딸은 밖에서 그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남의 자식이 당연하게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으면 받아들일 수 없었을 거야.중요한 건, 그 애가 자기 남편이랑 바람난 여자의 딸이라는 거지. 그러니까, 배신의 산물이야.”계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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