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연이 김성진의 집을 나서자마자 당지석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시연아, 성진이가 너희 싸웠다고 하던데 네가 좀 양보해. 실험실 일도 바쁜데 무슨 말이든 앉아서 차분히 해결하면 되지, 네가 원래 남들과 싸우는 성격도 아니잖아. 어떻게 그렇게 참지 못해.”당시연은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해지며 더는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아빠, 이건 우리 젊은 사람들 문제예요. 아빠는 그냥 신경 쓰지 마세요. 나도 남들과 싸우는 성격이 아니니까, 문제는 그쪽에 있다는 뜻이잖아요.”“성진이가 무슨 문제를 일으키겠니? 그 애는 우리랑도 몇 년을 알고 지냈는데 네가 너무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거야.”당시연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그러니까 내가 뭘 말하지 않아도 제 잘못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렇죠?”당지석은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말했다.“성진이 공부도 내가 봐줬잖니. 예전에 내가 과외해 줄 때도 성진이는 말 잘 듣는 아이였어. 그 애가 어떤 성격인지 내가 잘 아니까, 네가 조금만 양보해.”당시연은 곧장 전화를 끊었다. 처음으로 부모님 전화를 먼저 끊어버린 순간이었다.자취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두통이 심해졌다.그 편지는 여전히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당시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 편지를 찍어 김성진에게 보냈다.[우리 동아리에서 오산 마을에 실습 하러 갔을 때 만난 그 아이 기억나? 그 애가 조금 어려움을 겪고 있나 봐.]두 사람이 싸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당시연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며 화해하려는 뜻을 내비친 것이었다.굳이 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김성진은 소유진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했으니, 만약 나중에 그 선을 넘게 되면 그때 가서 헤어지면 되는 일이었다. 지금 의심할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김성진은 금방 답장을 보냈다.[오산 마을에서 나왔을 때 우리 동아리 실습은 끝났잖아. 너 혼자 그 아이를 후원하고 있잖아. 시연아, 가끔 너는 너무 착한 척을 해. 네 형편도 그리 넉넉한 것도 아닌데, 6개월에 400만 원을 후원하고 솔직히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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