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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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강우석의 이모
“월급이라면, 그냥 내가 준 카드 쓰면 돼요.”심지안은 탁자 위에 놓인 프랑스어 문서를 보고 약간 멍해졌지만 가지런하고 흰 이빨을 살짝 드러내며 유난히 달콤하게 싱긋 웃었다.“연신 씨, 고마워요.”‘이젠 연신 씨 카드 쓸 때마다 눈치 볼 필요 없게 됐네! 어쩌면 연신 씨가 주는 돈을 쓰면서 내가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마음의 짐을 덜어주려고 일거리를 구해줬을 수도 있어. 자세히 보면... 연신 씨는 섬세하고 다정한 면이 있단 말이야.’성연신은 눈썹을 들썩이며 따뜻한 미소를 보였다.“고마운 거 보답하려면 괴상한 요리 좀 만들지 말아줘요.”“요리 학원이라도 등록해야겠어요!”‘연신 씨 돈으로요!’심지안은 성연신이 갖고 온 문서에 금융과 관련된 전문 용어가 적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이 문서를 다 번역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두 페이지 정도 번역하고 나서 심지안은 책상에 엎드려 잠깐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갑자기 보송보송한 털 뭉치 같은 것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다. 삐쭉 나온 잔머리가 바람에 날린 줄 알고 머리를 귀 뒤로 넘기려던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심지안은 눈을 뜨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러자 작고 부드러운 아이의 얼굴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심지안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잔뜩 경계하며 그 아이를 쳐다보았다.“너 누구야?”“저는 성연신의 사촌 동생이에요.”오정연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심지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바로 당신이 사촌 오빠랑 결혼한 여자인가요?”‘사촌 오빠? 강우석의 이모란 말이잖아!’심지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너 몇 살이야?”“저는 다섯 살이에요.”“아이고, 좀 더 크면 숙녀가 되겠는걸.”“그럼요!”오정연은 머리를 끄덕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더니 또박또박 당돌하게 말을 이었다.“몇 년만 더 기다려서 어른이 되면 사촌 오빠한테 시집갈 거예요. 그러니까 그쪽을 언니라고 불러줄 수 없어요!”“성연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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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사람
30분 후, 심지안이 오정연의 손을 잡고 사람들의 앞에 나타났다.이를 본 성연신의 눈에 의아함이 스쳤다. 오정연은 어려서부터 응석받이로 자라다 보니 유난히 낯선 사람들 앞에만 서면 착한 본성과 달리 버릇없이 굴 때가 많았기 때문이었다.‘그러고 보니, 지안 씨도 보면 볼수록 대단하네... 달래기 어려운 아이를 순한 양으로 만든 걸 보면...’곧이어 오정연은 여러 사람 앞에서 한 바퀴 빙 돌며 그녀의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자랑했다. 오정연은 사극에서나 볼법한 양 갈래로 틀어 올린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가르마를 따라 머리를 두 갈래로 반듯하게 나누어 정수리 양쪽에 대칭되게 고리를 만든 다음 댕기 머리처럼 땋은 아랫부분을 돌돌 말아 올린 헤어스타일이었다. 이렇게 머리를 묶으니, 오정연은 앙증맞은 인형 같았고 매우 사랑스러웠다.“정연이 머리 좀 봐, 내 손자며느리한테 이런 솜씨도 있었어? 손이 아주 야무져!”성수광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러네요, 연신이 마누라는 손재주도 좋네요!”“손이 야무지니, 요리도 잘할 것 같습니다.”“연신이는 앞으로 좋겠어요, 복덩이를 만나서!”사람들은 성수광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그의 체면을 세워줬다.칭찬을 들은 심지안은 얼굴이 발그레 달아올랐고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성연신의 옆자리에 바짝 붙어 앉아 현모양처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성연신은 연거푸 술 몇 잔을 들이켰다. 술상 위에 놓인 술잔을 또다시 비우고 나서 성연신은 위가 불편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물 한 잔 따르려고 했다. 이때 심지안이 흔들림 없는 자세로 빨대가 꽂힌 요구르트 한 병을 그의 입가에 갖다 대며 자상하게 말했다.“요구르트 좀 마셔요, 위 점막을 보호할 수 있어요.”실내조명이 환하게 그녀를 비추었다. 성연신은 코끝을 은은하게 감도는 그녀의 향기에 흠뻑 취했다. 이어서 그의 깊고 그윽한 눈에 그녀의 눈동자가 비쳤다. 그 순간, 얼음장같이 차갑던 성연신의 얼굴은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심지안은 고장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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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약혼
“번거롭게 할 순 없어요, 택시 타면 돼요.”심지안이 그를 향해 싱긋 웃었다.“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진현수도 더 말하지 않았고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수요일에 만나요.”수요일은 다음 수업 시간이었다.“수요일에 뵙겠습니다.”심지안은 그가 멀어지고 나서야 들고 있던 짐을 내려놓고 택시를 잡았다.진현수는 지하 주차장 입구에서 강우석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외삼촌, 저 연아랑 다음 달 약혼하려고 합니다. 꼭 와주세요.”“연아 씨가 대학 때부터 사귀었던 여자친구인 거야?”강우석은 잠시 주춤하더니 천천히 말했다.“그게 아니라... 외삼촌, 걔랑은 이미 헤어졌어요.”청춘 남녀가 뜨겁게 사랑하다가 헤어지는 것은 흔하디흔한 일이니, 진현수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그저 약혼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강우석은 통화를 마치고 옆에 있던 심연아를 보고 말했다.“외삼촌이 무조건 올 거라고 약속했어. 그날 외삼촌한테 너를 소개할 거야. 금융업계에서 아주 유명한 분이시거든!”심연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경에 찬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나도 너의 외삼촌의 명성을 들어본 적이 있어. 드디어 직접 만나 뵐 기회가 생긴 거네. 너무 긴장되고 설렌다! 하지만 약혼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아있잖아...”“응? 어떤 일?”심연아가 그의 귀에 대고 몇 마디 하자, 강우석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일은 확실히 처리하기 쉽지 않았다.심연아는 그의 손을 꼭 쥐며 가늘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니면 내가 아버지한테 말씀드려 볼게. 네가 나서지 않아도 돼. 지난번에 지안이가 집을 나간 이후로 우린 모두 걔가 어디에서 지내는지 모르는 상황이야...”“찾아낼 거야! 꼭 찾아내야 해! 그건 강씨 집안의 물건이야. 심지안은 이젠 나랑 상관없는 여자가 됐으니, 반드시 그 물건을 찾아와야 해!”강우석이 그녀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그리고 너에게 성대하고 완벽한 약혼식을 선물할 거라고 했잖아,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야.”“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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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X새끼는 바로 당신의 지질한 조카
성연신은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심지안이 부엌에서 식칼을 들고 감자를 썰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는 감자와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듯, 감자로 채를 썬기보다는 으깬 감자로 만들기 직전이었다.“누가 심기를 건드린 거예요?”심지안은 식칼을 쥔 손을 잠시 내려놓으며 성연신을 돌아보며 찡그린 얼굴로 대답했다.“어떤 X새끼요.”‘맞아요, X새끼는 바로 당신의 지질한 조카에요!’성연신은 영문도 모른 채,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손을 씻으러 위층으로 올라갔다.오늘 식사 메뉴는 돼지고기 감자조림, 샐러리 고기볶음, 오이무침이었다.“오늘 요리 학원에 등록하고 배운 요리에요. 학원에 다녀오길 잘했는지, 어떤지 한 번 맛보시겠어요?”성연신은 돼지고기 한 점 집어먹었다.“며칠 전과 다르지 않네요...”“고작 하루 다녀온 거라고요!”심지안이 말을 이었다.“한 달만 기다려봐요, 깜짝 놀라게 되실 거예요.”“지켜볼게요.”성연신은 말로는 맛없다고 투덜댔지만 실제로는 밥을 두 공기나 비웠다.심지안은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서 일했다.노트북을 켠 지 얼마 되지 않아 진유진에게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는데, 그녀는 강우석이 그녀의 집으로 찾아왔다고 했다.“지안아, 아직도 우리 집 문 앞을 가로막고 안 가고 있어. 네가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비취 팔찌를 우리 집에 뒀을 거라면서 안가고 있어.”심지안은 눈가가 파르르 떨려왔다.“강우석한테 전화받으라고 해.”“심지안, 네가 돌려주기 싫어서 숨기고 있는 거 알아! 물론 돌려주기 아쉽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어, 그건 강씨 집안에서 대대로 며느리한테 물려주는 거니까.”강우석은 마치 자기도 마지못해 돌려달라고 하는 것처럼 애걸복걸했다.“그만해, 한 시간 뒤에 부용로 센터에 있는 카페로 와. 돌려줄 테니까.”심지안은 심호흡하면서 최선을 다해 화를 억누르며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실었다.“그리고 유진이네 집에서 당장 꺼져, 그렇지 않으면 주거침입으로 경찰에 신고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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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성연신의 질투
성연신이 차 키를 가지고 돌아왔지만, 심지안은 여전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뭐해요?”성연신은 눈썹을 들썩이며 물었다.“왜 안 가요?”심지안은 지퍼 단추를 올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귀찮지 않으세요? 밤중에 운전을 부탁드리는 건 민폐 아닐까요?”심지안은 지금 당장 패를 보여줄 각오가 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기세등등한 강우석이 뜻밖의 장소에서 자기와 함께 있는 외삼촌을 보게 된다면 기세가 확 꺾이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며 속이 시원해졌고 입꼬리가 올라갔다.하지만 성연신은 그녀의 뜻을 오해하고 눈을 내리깔며 가볍게 피식 웃었다.“걱정하지 말아요, 회사 가는 길에 내려주는 것일 뿐, 지안 씨가 애인이랑 데이트하는 걸 방해할 생각 없으니까요.”“애인이라니요?”심지안은 어리둥절해하다가 뒤늦게 그의 말뜻을 알아챘고 활짝 웃으며 몇 걸음 가까이 다가가서 그를 노려보았다.“질투하는 거예요?”‘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비꼬며 말할 필요가 없지 않아?’성연신은 그녀의 눈을 마주 보며 가볍게 웃었다.“자신감 있는 건 좋지만, 선을 넘으면 자만이죠.”심지안은 못마땅하게 콧방귀를 뀌었다.성연신은 시간을 확인하고 나서 서둘러 뚜벅뚜벅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데려다줄 필요 없으면 먼저 갈게요.”“가요, 가요! 당연히 같이 가야죠, 연신 씨가 처음으로 바래다주는 건데요.”그녀는 작은 나비처럼 그의 뒤를 졸졸 따라 내려왔다.성연신은 핸들을 돌리며 곁눈질로 심지안을 살폈다. 그녀는 조수석에 앉아 전방을 주시하며 때때로 차선을 가리키기까지 했는데, 마치 남편의 운전에 훈수를 두는 아내 같았다.“아니에요! 신호 아직 안 바뀌었어요!”심지안의 다급한 목소리에 성연신은 깜짝 놀라며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그는 횡단보도 앞까지 들어갈 뻔하다가, 바로 핸들을 돌려 방향을 바꾸었다.심지안은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무슨 생각 하면서 운전하는 거예요, 몇 번이나 주의를 줬는데도 그대로 가면 어떡해요...”성연신은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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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허무한 지난날
눈 깜빡하지 않고 위선을 떠는 심연아의 재주는 여전했다.심지안은 그녀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았고 갖고 온 쇼핑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선물했던 모든 장신구야. 옷이랑 인형은 심씨 저택에 두고 나왔어.”심연아는 그녀를 끌어당기며 걱정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물었다.“너 요즘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었던 거야?”“너랑 무슨 상관이야?”“진유진한테도 물었더니 걔네 집에서 지내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심연아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집으로 돌아와, 여자 혼자 밖에서 지내는 건 너무 위험해.”강우석은 심지안이 늙은 남자에게 꼬리 치고 있다는 사실을 대충 알고 있었기에 지금 마음이 복잡하면서도 그녀가 경멸스러웠다.한편으로 그는 심지안이 이 지경으로 망가진 것이 자기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 실연의 아픔을 겪더라도 이렇게 자포자기하는 것은 그녀 스스로를 문제라고 생각했다.강우석은 훈계하는 듯한 말투로 심지안을 보고 말했다.“연아의 말이 맞아, 넌 여자애가 며칠째 집에 들어가지 않았단 말이야? 말도 안 돼, 얼른 집으로 돌아가.”심지안은 어이가 없고 말문이 막혔다.“너희 둘, 제정신이지?”‘연기 실력이 아주 나날이 발전하는 것 같구나...’“우린 네가 걱정돼서 하는 말인데, 넌 어쩜 그렇게 삐뚤어진 반응을 보일 수 있니?”강우석이 다그쳤다.“걱정해달라고 한 적 없는데.”그녀는 눈을 깜박이며 ‘오지랖 떨지 마'라고 일침을 날릴 뻔했다.심연아는 계속해서 위선을 떨려고 했지만 심지안은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네가 줬던 것까지 다 돌려줬으니까, 이제 두 번 다시 연락하지 말아줘.”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리에서 떠나려 했다.“심지안, 너한테 정말 실망이야!”강우석이 노발대발하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하지만 심지안은 못 들은 척하며 카페에서 나왔다. 그녀는 성연신이 곧 데리러 올 것으로 생각하고 정처 없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시간 맞춰 카페 쪽으로 걸어갔다.그러다가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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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굿나잇
심지안은 잠시 멈칫하더니 착잡한 표정으로 물었다.“다 봤어요?”성연신이 동문서답했다.“뭘 봐요?”“제가 카페에서 만난 사람 말이에요...”‘당신의 쓰레기 같은 조카 말이에요!’성연신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아니요, 못 봤어요.”그는 그저 반쯤 넋을 잃고 길가에 서 있던 심지안만 보았을 뿐이었다.심지안은 그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나서야 그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정말로 강우석과 심연아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심지안은 이유 모를 약간의 허탈함과 실망을 느꼈다.성연신은 그녀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고 그렇게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선 심지안은 그에게 잘 자라는 말만 남기고 방으로 걸어갔다.성연신은 생각에 잠긴 듯 위층으로 올라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쳐다보며 입을 벙긋댔다.“굿나잇.”심지안은 강우석에게 화가 났고 조금 전에 있었던 일에 정신이 팔려 성연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고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다음날, 성연신은 침대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가 식탁 위에 준비된 도시락을 보고 눈동자가 약간 흔들렸다.심지안이 주방에서 나왔는데, 아침 햇살 때문인지 오늘따라 그녀의 작은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아침 식사 대용으로 만두와 호박죽 좀 만들어 봤어요. 도시락 갖고 출근해서 회사에서 간단하게 식사하세요.”성연신은 아침을 거르지 않는 습관이 있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밖에서 사 먹느니, 차라리 심지안이 집에서 만든 음식을 갖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맛있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외부 식자재보다 신선하고 조미료도 덜 첨가되어 건강한 한 끼가 될 것이니까.그는 알겠다고 하고 도시락을 들고나갔다.오전 9시 30분, 성연신은 차가 막히는 탓에 평소보다 출근 시간이 30분 가까이 늦어졌다. 그는 할 수 없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회의실로 갔다.회의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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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지안 씨는 다 계획이 있군요
“아니요, 면접 보러 왔어요.”“부용 그룹에 면접 보러 오셨어요?”“네.”“어때요, 면접 잘 보셨어요?”“아니요, 요즘은 일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네요.”심지안은 어깨를 으쓱 끌어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진현수는 그녀가 들고나오던 이력서를 가리키며 물었다.“좀 봐도 될까요?”심지안은 약간 멍 때리다가 말했다.“여기요.”진현수가 이력서를 펼쳐보고 나서 말을 이었다.“객관적으로 보면 같은 나이 또래 중에서는 아주 괜찮은 스펙인 것 같네요.”심지안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객관적이지 않으면요?”“객관적이지 않고, 주관적으로 본다면 훌륭한 인재라고 하고 싶네요.”심지안은 대학 4년 내내 장학금 받고 대학교 2학년 때 인턴십을 시작하여 대기업 두 곳에서 인턴 생활을 했고 좋은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팀을 이끌고 외국에 나가 국제적인 비즈니스까지 상담했다. 이 나이에 프랑스어 C2 자격증을 딸 수 있었던 것도 해외 출장을 자주 갔던 것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그녀의 이력서를 마저 훑어본 진현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그녀가 인턴십 기간에 보인 활약이라면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을 텐데, 왜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직장은 규모도 작은 이름 모를 회사였을까?’그도 이 회사의 이름을 우석에게서 몇 번인가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 그다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별로 주의를 기울여 듣지도 않았었다.심지안은 활짝 웃었다.“과찬이십니다. 정말 제가 훌륭한 인재라면 일자리 하나 찾지 못했을까요?”“급하실 것 없어요. 곧 찾을 수 있을 겁니다.”심지안은 그의 말에 숨은 뜻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말씀 감사합니다.”...진현수는 심지안을 멀리까지 배웅한 후, 핸드폰을 꺼내서 옛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회사 밑에 도착했어. 이미 30분이나 늦었으니, 10분만 더 기다려볼게. 10분 뒤에도 내려오지 않으면 이만 돌아갈 거야.”...5분 뒤, 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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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원이
“전혀 감동적이지 않아요.”성연신이 사실대로 말했다.만약 그녀가 돈을 노린 게 아니라고 한다면, 성연신은 오히려 그것은 그녀가 노릴 만큼 자기가 능력 있는 남자가 아니란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심지안은 어이가 없었다.‘이렇게 여자를 모르는 숙맥을 보았나! 보통의 남자들은 이렇게 말하면 분명 감동할 텐데, 왜 이렇게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거지?’심지안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요즘 요리 학원에 다니면서 성공한 요리든, 실패한 요리든 음식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 그녀는 모두 자기 배에 집어넣었다. 그 때문에 그녀의 양 볼은 통통하게 살이 올라 예전만큼 여리여리하지 않았다.심지안은 두 손을 허리에 올리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부터 같이 조깅할 거예요! 아침마다 저 좀 깨워주세요!”성연신은 의아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갑자기 왜 안 하던 조깅을 한다고 해요?”심지안은 최근 며칠 동안 그에게 아침밥을 지어주기는커녕 적어도 10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그전에 한 번 챙겨준 아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성연신은 그런 그녀가 조깅을 함께 갈 거라고 하니, 기껏해야 사흘 정도 버틸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역시 여자들이란, 이랬다저랬다... 이러니까 비서가 있어야 해.’“진심이에요, 진지하게 살 좀 빼려고요. 연신 씨도 저 살찐 것 같다고 생각했죠!”‘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당신을 유혹하겠어요?’성연신은 그녀의 장단에 맞춰주기 귀찮아하며 대답했다.“전혀 뚱뚱하지 않아요. 살 안 빼도 돼요.”“정말이에요?”심지안은 눈이 번쩍 뜨였고 금세 신이 나서 물었다.“혹시 글래머 스타일 좋아해요?”“좋아해요.”“그래요, 알겠어요!”“뭘 알아요?”성연신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이따가 퇴근하면 알게 될 거예요!”...심지안이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내려오자 백호 아저씨가 도착해 있었다. 그녀는 차를 타고 공항 터미널로 가서 성수광을 기다렸다.그녀는 성수광을 기다렸지만 뜻밖에도 강아지 한 마리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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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심지안의 요리가 더 훌륭해
울타리 옆에 서 있던 심지안은 흠칫 놀랐다.“제 연락처는 어떻게 가지고 계신 거죠?”‘부용 그룹 인사팀에서 준 걸까?’“이것은 요점이 아닙니다. 요점은 심지안 씨가 아직 우리 회사에 관심이 있는지입니다. 심지안 씨가 지원하려고 했던 프랑스어 통역직은 확실히 티오가 없습니다. 이민선 씨가 고의로 헛걸음하게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현재 부족한 직위의 급여와 대우는 프랑스어 통역사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심지안 씨가 맡기 적절한 프로젝트 팀장 직입니다. 만약 관심이 있다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네요.”“매니저님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건가요, 아니면 전에 면접을 봐주신 이민선 씨를 만나는 겁니까?”최근에 그녀는 여러모로 성가시게 구는 인사담당자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다시는 그런 자리에 면접을 보러 가고 싶지 않았다.“직접 저를 만나면 됩니다.”“그럼 약속 시간을 정합시다.”...통화가 끝나자, 심지안은 휴대전화를 쥐고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부용 그룹을 이해할 수 없었다.“할아버지와 함께 있지 않고, 왜 여기서 멍 때리고 있어요?”우람하고 훤칠한 몸매를 자랑하는 성연신은 어느새 별장으로 돌아와 그윽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물었다.“할아버지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고, 지금은 위층에 쉬러 가셨어요.”심지안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밝게 빛났다.“내 일 처리에 의심할 거 없어요, 안심해요.”성연신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심지안에게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할아버지는 이미 그녀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애정을 품고 있었으니까.두 사람은 앞뒤로 서서 집으로 들어갔다.성연신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거실에 들어섰고 달라진 인테리어와 소품에 집안 분위기가 바뀐 것 같았다.“집안이 왜 이렇게 된 거예요?”설상가상으로 냉장고 위에 캐릭터 스티커도 붙어있었다.‘세 살짜리 아기도 아니고, 이렇게 붙이면 흔적이 남는다는 것도 모르나?’심지안은 나지막한 소리로 설명했다.“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이렇게 하는 것은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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