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알겠습니다.”변호사는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그때 경찰서 문이 벌컥 열리며 탁유미가 숨을 몰아쉬며 들어섰고 눈길은 오직 상처투성이인 탁윤을 향했다.그녀는 곧장 손을 뻗어 아들의 얼굴을 살폈다.겉으로 보기엔 피부에 난 멍뿐이라 했지만 아이가 이렇게까지 얼굴이 부어오른 모습을 보자 그녀의 눈가가 순식간에 붉어졌다.“윤아... 많이... 아팠지?”그녀는 코끝이 시큰해지고 입술이 떨려 제대로 발음도 되지 않았다.“안 아파요.”탁윤은 강한 척했지만 입술을 약간만 움직여도 부어오른 뺨이 당기며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그 표정에 탁유미의 가슴이 또 한 번 찢겨나갔다.그리고 곁에 있던 김수영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다... 다 내 잘못이야. 애가 안 나오는 걸 일찍 알아챘어야 했는데...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들어갔더라면... 유미야, 정말 미안하다.”“할머니 탓 아니에요.”그러자 탁윤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제가... 아직 약해서 그래요.”어린아이는 자기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자신이 더 강했다면 이렇게 싸움에서 지는 일도 심하게 다치는 일도 그리고... 엄마와 외할머니가 속상할 일도 없었을 터였다.그러자 탁유미는 조심스레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김수영을 향해 차분히 말했다.“엄마, 그런 말 하지 마요. 이제 여긴 제가 처리할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일으켜 담당 경찰에게 다가갔다.“안녕하세요. 제가 탁윤이 엄마입니다. 이제 아이를 데리고 가도 될까요?”경찰은 이미 작성된 서류를 들여다보며 말했다.“진술은 모두 마쳤습니다. 다만... 여기 변호사님께서 탁윤 군의 대리인이라고 해서요. 합의로 넘어가실 건지 정식으로 고소 진행하실 건지 결정하셔야 합니다.”탁유미는 사건 기록을 훑어보다가 ‘우두머리’인 허명훈을 힐끗 보더니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전에 아들이 학교에서 그 아이들에게 당했을 때 어린아이들이라 한번은 그냥 넘겨줬었다.그런데 오늘 또 이런 일이 벌어졌고 게다가 이번에는 이경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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