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2051 - 챕터 2060

2130 챕터

제2051화

“너희들 참... 쓸데없는 소리 좀 그만해.”곽동현은 부끄러운 듯 일부러 무심하게 웃어넘겼다.‘미래의 사모님이라...’생각해보면 탁유미는 분명 괜찮은 여자였다.그런 사람과 함께 뭉쳐 살며 같이 버티며 일한다면 삶은 분명 나아질 수 있을 테니까.하지만 곽동현은 알고 있었다.탁유미는 그를 연인으로 여기지 않았고 마음속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그 이름은... 이경빈.그 사람 때문에 탁유미는 깊게 상처받았고 그 상처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그때 직원이 가게 입구를 향해 소리쳤다.“손님! 뭐 찾으세요?”곽동현도 고개를 들어 입구를 바라봤고 걸어 들어오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보고 순간 굳어버렸다.그의 눈앞에 선 남자... 이경빈이었다.수년이 흘렀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그가 가진 위압적인 기품과 차가운 아우라는 쉽게 잊히지 않았으니까.이경빈은 곧장 곽동현 앞으로 다가왔고 차갑고도 날카로운 눈으로 곽동현을 응시했다.그리고 조금 전 탁유미와 웃으며 나서던 장면이 되살아나자 그의 가슴에는 갑작스러운 질투가 파도처럼 밀려오며 숨이 막힐 듯 답답했고 가슴은 바늘이 수없이 찌르는 듯 아파왔다.맞다. 질투였다... 집요한 질투였다!탁유미는 이 남자와 같이 밥을 먹고 웃고 떠들며 지낼 수 있었다.하지만 자신에게는 단 1분 1초도 내주지 않으려 했다.마치 그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 모든 순간이 숨이 막힐 만큼 혐오스럽기라도 한 것처럼.“이경빈 씨, 무슨 일로 오셨나요?”곽동현이 먼저 말을 꺼냈다.이경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그를 응시했다.“내 이름을 기억하네요.”“잊기 힘들죠. 그런 강렬한 인상을 가진 사람은.”곽동현이 담담하게 받아쳤다.“그럼 나가서 얘기하죠. 여긴 대화하기 좋은 곳이 아니니까요.”이경빈은 짧게 말했고 곽동현은 잠시 생각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시장 옆에 식당이 있어요. 안에 단독 룸도 있고요.”이경빈은 더 말하지 않고 먼저 몸을 돌렸고 곽동현도 그 뒤를 조용히 따랐다....
더 보기

제2052화

그 말에 이경빈은 미간이 더욱 찌푸려지며 작게 냉소를 흘렸다.“왜요? 유미와 잘해보고 싶기라도 한 겁니까?”“제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경빈 씨와는 상관없는 일 아닐까요?”곽동현이 담담하게 답했다.“저도 혼자고 유미 씨도 혼자입니다. 함께할지는 저와 유미 씨의 문제지 이경빈 씨가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이경빈의 얼굴빛이 순간 굳어졌다.탁유미도 곽동현과 비슷한 말을 했었다. 그녀가 곽동현과 어떻게 지낼지는 두 당사자의 마음이라는 것.이경빈은 마치 자신만 배제된 듯한 기분이 들었고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곽동현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었다.“잘 들어요. 유미와 함께한다는 생각... 그런 일은 절대 꿈도 꾸지 마요!”그러나 곽동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차분하게 되물었다.“왜죠? 이경빈 씨가 유미 씨를 사랑해서요?”허를 찌르는 말에 이경빈은 입술을 꽉 다문 채 한마디도 하지 못했고 눈빛만 차갑게 번뜩였다.“만약 사랑한다면 왜 유미 씨를 이렇게 힘들게 합니까? 작은 가게 하나 운영하면서나이 든 어머니와 어린아이를 홀로 돌보게 하고... 유미 씨가 얼마나 고단하게 살아야 하는지 아십니까?”그러자 이경빈은 얼굴빛이 가라앉더니 움켜쥔 손아귀는 더 거칠게 조여졌다.곽동현이 지적한 것을 이경빈이 몰랐을 리 없지만 탁유미에 대한 마음은 여전히 놓을 수 없었다.“탁유미 씨 같은 좋은 여자는 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다른 사람이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이렇게 찾아와서 ‘얘기 좀 하자’라고 하실 건가요?”탁!이경빈은 분노가 치밀며 곽동현을 힘껏 밀어냈다.“당신이 뭘 안다고... 당신은 이해하지 못해요!”곽동현은 의자에 부딪혀 잠시 넘어졌지만 곧 일어나 먼지를 털고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모든 걸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그는 옷매무새를 다듬고 단호하게 덧붙였다.“오늘 이경빈 씨가 찾아온 이유는 이제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 입장도 분명히 전했고요.
더 보기

제2053화

탁유미는 아들에게 많은 걸 해줄 수 없었다.하지만 아들을 지키는 일만큼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해주고 있었다.그리고 탁윤도 열심히 배우고 있었다.그는 엄마가 자신을 위해 학원 등록비를 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었고 또한 자신이 더 강해져야만 앞으로 자신과 엄마 그리고 외할머니를 제대로 지킬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었다.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태권도 학원에서 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아이들을 마주친 것이었다.이전에는 서로 다른 반이어서 마주칠 일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여러 명이 탁윤을 에워쌌다.“어? 왜 이렇게 익숙한 얼굴인가 했는데. 바로 너구나, 탁윤! 전에 날 학교에서 쫓아내서 즐거웠겠다. 그렇지?”그들 눈에는 악의가 가득 담겨 있었다.“허명훈! 너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탁윤은 주변을 경계하며 눈을 굴렸다.지금 이곳은 탈의실이었다.오늘 훈련이 늦게 끝난 탁윤은 귀가 시간도 자연스레 늦어지게 되었다.그리고 지금 탈의실에는 자신 외에 대부분 허명훈 일행뿐이었다.외할머니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밖에는 다른 어른들도 있었다.만약 지금 문밖으로 달리기만 하면 탁윤은 안전할 수 있었다.곧 탁윤은 마음속으로 계산했다. 이 친구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가장 빠르게 탈출할 수 있을지.“오늘은 제대로 혼내줄 거야! 흥! 네가 이모가 있다고 뭐가 달라져! 우린 여기서도 너를 쓰러뜨릴 수 있어! 너 같은 귀머거리가 무슨 태권도를 배우냐? 배워도 결국 똑같은 귀머거리일 뿐이잖아!”말이 비수가 되어 거칠게 날아왔고 같은 또래 아이들은 점점 탁윤을 에워쌌다.허명훈은 집안이 부유했고 평소 이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했고 먹을 것과 마실 것은 물론 심지어 용돈까지 부족하면 허명훈에게 받곤 했다.용돈 몇천 원은 9~10살 어린아이들에게 큰돈이었고 때로는 만 원 이상도 그냥 주기도 했다.그렇기에 허명훈은 자연스럽게 이 아이들 사이에서 우두머리가 되어 있었다.“누가 저 녀석을 한
더 보기

제2054화

김수영은 탈의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순간 그대로 멈춰 서고 말았다.그곳에는 이경빈과 그의 비서가 탁윤을 둘러싼 아이들을 제지하고 있었고 원래 멀쩡했던 탁윤은 이제 얼굴과 몸이 멍투성이가 되어 있었다.“윤아, 괜찮니? 다치진 않았지?”김수영은 재빨리 외손자를 끌어안으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냈다.탁윤은 고개를 저었다.얼굴과 몸은 멍으로 아팠지만 외할머니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이경빈에게 향했다.탁윤에게 아직 이경빈을‘아빠’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다.그 사람 때문에 엄마가 큰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엄마는 한 번도 그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과거 억울하게 감옥에 갔던 사건은 이경빈이 증언한 탓이라는 것도 탁윤은 잘 알고 있었다.탁윤은 글을 읽을 줄 알았고 인터넷을 통해 당시 사건 기록도 찾아보았었다.그래서 그때 만약 이경빈이 그 나쁜 여자를 위해 증언하지 않았다면 엄마는 감옥에 가지 않았을 것이란 사실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은 따로 있었다.공원에서 엄마가 간절히 빌었지만 이경빈은 아무렇지 않게 엄마를 모함했고 그대로 엄마의 죄를 단정 지은 뒤 그 나쁜 여자가 면죄를 받도록 요구했다.그때 탁윤은 결심했다.“나는 빨리 커서 제대로 엄마를 지킬 거야! 아무도 엄마를 괴롭히지 못하게!”그의 결의 어린 눈빛을 느낀 듯 이경빈도 탁윤을 바라보았다.아들의 눈빛은 여전히 차갑고 냉정했고 수년이 흘러도 변함이 없었다.그리고 그 시선이 이경빈의 가슴을 철렁거리게 만들었다.그는 알고 있었다.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이었고 만약 그때 자신이 탁유미와 탁윤에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이경빈은 그렇게 수없이 후회하며 시간을 되돌릴 수 있기만을 빌었다.바로 그 순간 싸움 소리를 듣고 달려온 학원 교사들과 부모들이 속속 들어왔다.“대표님, 지금 상황이...”곁에 있던 비서가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경찰에 신고해!”이경빈의 목소리는 탈의실에 차
더 보기

제2055화

그 시각 경찰서 대기실은 술렁이는 공기로 가득했다.싸움에 휘말린 아이들과 부모들 그리고 태권도 학원 직원들까지...좁은 공간 안에 불안과 원망 그리고 초조함이 한데 뒤섞였다.그리고 그들 가운데 가장 죽을 맛인 사람은 바로 태권도 학원 원장이었다.탈의실에서 아이들이 싸운 일 정도는 흔한 일이었다.평범한 가정 아이들이라면 서로 사과하고 끝냈을 일이었다.하지만 문제는...그 아이들 중 한 명이 이씨 가문의 어린 도련님이라는 사실.원장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몇만 번의 욕이 오갔다.‘저 직원들... 눈이 안 달렸냐? 이씨 가문 작은 도련님이 왔으면 나한테 바로 보고를 했어야지!’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학원 코치들도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그들은 억울했다.분명 이 아이... 탁윤.등록할 때 따라온 건 소박한 차림의 엄마와 허리 굽은 외할머니였다.겉모습만 보면 분명 평범한 서민 가정이었고 귀티 같은 건 전혀 없었다.게다가 코치는 직접 물어봤었다.“부모님은 뭐 하셔?”그러자 탁윤은 작은 분식집을 한다고 답했다.그리고 무엇보다 성도 ‘탁 씨’였고 그 어디에도 이씨 가문의 흔적은 없었다.그러니 대체 누가 상상했겠나.이 겸손하고 눈 큰 아이가 이경빈의 친아들. 명망 가득한 이씨 가문의 작은 도련님이라는 사실을!그때 이경빈이 부른 로펌 변호사가 급하게 도착했다.그는 바로 차갑고 단정한 표정으로 선언했다.“가해자 측 부모에게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묻겠습니다.”그 말에 부모들 얼굴은 잿빛으로 굳었고 특히 허명훈 부모는 사색이 되었다.이미 강씨 가문과 백씨 가문 건으로도 집안이 흔들렸는데 이제 이씨 가문까지...?이건 완전히 게임 오버였다.허씨 부부는 다급히 아들을 끌고 나와 고개를 조아렸다.“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입니다. 아직 어린아이들이기도 하고 뭘 알고 그러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치료비는 전부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 부디...”하지만 이경빈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더 보기

제2056화

“네, 알겠습니다.”변호사는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그때 경찰서 문이 벌컥 열리며 탁유미가 숨을 몰아쉬며 들어섰고 눈길은 오직 상처투성이인 탁윤을 향했다.그녀는 곧장 손을 뻗어 아들의 얼굴을 살폈다.겉으로 보기엔 피부에 난 멍뿐이라 했지만 아이가 이렇게까지 얼굴이 부어오른 모습을 보자 그녀의 눈가가 순식간에 붉어졌다.“윤아... 많이... 아팠지?”그녀는 코끝이 시큰해지고 입술이 떨려 제대로 발음도 되지 않았다.“안 아파요.”탁윤은 강한 척했지만 입술을 약간만 움직여도 부어오른 뺨이 당기며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그 표정에 탁유미의 가슴이 또 한 번 찢겨나갔다.그리고 곁에 있던 김수영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다... 다 내 잘못이야. 애가 안 나오는 걸 일찍 알아챘어야 했는데...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들어갔더라면... 유미야, 정말 미안하다.”“할머니 탓 아니에요.”그러자 탁윤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제가... 아직 약해서 그래요.”어린아이는 자기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자신이 더 강했다면 이렇게 싸움에서 지는 일도 심하게 다치는 일도 그리고... 엄마와 외할머니가 속상할 일도 없었을 터였다.그러자 탁유미는 조심스레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김수영을 향해 차분히 말했다.“엄마, 그런 말 하지 마요. 이제 여긴 제가 처리할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일으켜 담당 경찰에게 다가갔다.“안녕하세요. 제가 탁윤이 엄마입니다. 이제 아이를 데리고 가도 될까요?”경찰은 이미 작성된 서류를 들여다보며 말했다.“진술은 모두 마쳤습니다. 다만... 여기 변호사님께서 탁윤 군의 대리인이라고 해서요. 합의로 넘어가실 건지 정식으로 고소 진행하실 건지 결정하셔야 합니다.”탁유미는 사건 기록을 훑어보다가 ‘우두머리’인 허명훈을 힐끗 보더니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전에 아들이 학교에서 그 아이들에게 당했을 때 어린아이들이라 한번은 그냥 넘겨줬었다.그런데 오늘 또 이런 일이 벌어졌고 게다가 이번에는 이경빈이
더 보기

제2057화

이경빈이 아들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엄마는 내가 직접 데려다 줄 거야. 그리고 내가 정말 너희 엄마한테 나쁜 짓을 하려 했다면 네가 여기 있다고 해도 아무 소용 없어. 그리고 오늘 누가 널 구했는지 벌써 잊은 거야?”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날이 숨겨져 있었다.“내가 조금이라도 더 늦었으면 넌 지금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거야.”그러자 탁윤은 얼굴에 수치심을 드러내며 옆에 늘어뜨렸던 두 손을 꾹 말아쥐었다.결국 탁윤은 김수영과 함께 먼저 떠났고 그곳엔 두 사람만이 남겨졌다.잠시 침묵이 흐르고 탁유미가 차가운 눈빛으로 이경빈을 바라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날 잡아끌더니... 도대체 하려는 말이 뭔데?”그러면서 그녀는 이경빈의 손을 확 뿌리쳤고 순간 이경빈의 손아귀에는 텅 빈 공기만이 남겨졌다.탁유미는 항상 그랬다. 조금이라도 다가가면 조금이라도 손끝이 닿게 되면... 그녀는 빠르게 선을 그었다.그런데 그런 그녀가 과거에는 먼저 이경빈에게 손을 내밀었었다.“경빈아, 우리... 평생 이렇게 손잡고 살자.”평생... 지금 그는 그 평생을 모두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데 정작 탁유미는 이제 그 평생을 원하지 않는다.“잠깐이라도 어디 가서 이야기할까?”이경빈이 조심스럽게 제안했지만 탁유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럴 필요 없어. 할 말 있으면 여기서 말해.”“윤이... 학교에서 괴롭힘당한 게 한두 번 아니지?”그 말에 탁유미의 얼굴이 단단히 굳었고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녀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그래...”“이 세상은 원래 약한 아이가 더 많이 다치게 되어 있어. 하지만 윤이가 내 아들인 게 알려진다면... 달라지지 않겠어?”마치 대수롭지 않은 일을 말하는 것처럼 이경빈의 말투는 차분해 보였다. 하지만 옆에 늘어뜨린 손은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그 떨림과 긴장감은 오직 이경빈 자신만 알고 있었다.그러나 탁유미는 순간 어깨가 굳어지며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설마... 윤이의 양육권을 다시 가져가겠다는 건 아니지?
더 보기

제2058화

탁유미는 갑자기 피식 웃기 시작했고 그 웃음이 점점 커지더니 결국 숨이 넘어갈 듯 헛기침으로 이어졌다.한참 만에야 겨우 숨을 고른 그녀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거칠게 닦아내며 이경빈을 쏘아봤다.“나보고... 너한테 시집가라고?”그 목소리에는 깊은 냉소 배어 있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농담을 들었다는 듯.그러자 이경빈의 표정이 단단히 굳어졌다.“그래. 나랑 결혼해.”“이경빈... 그 말을... 어떻게 이렇게 쉽게 뱉을 수 있어?!”탁유미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이를 갈며 쏘아붙였다.그 말... 예전에 그녀가 절실하게 기다렸던 말.하지만 지금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이경빈은 대수롭지 않게 그 말을 내뱉았다.‘어떻게 그래... 이제 와서 무슨 낯으로!’“알아. 나... 그때는 내가 완전히 미친놈이었어.”이경빈은 깊은숨을 내쉬었다.“유미야... 지난 5년 동안 난 단 하루도 후회하지 않은 적이 없어. 날 사랑해 달란 말까진 안 할게. 대신... 내가 너랑 우리 아들하고 같이 살게 해줘. 둘 다 더 이상 누구한테도 무시당하는 일 없게 할게!”“그만해. 이경빈!”탁유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나 붙잡아두고 할 말이 고작 그거면 답은 지금 말할게. 나... 절대 너랑 결혼 안 해!”그리고 그녀가 돌아서려는 순간 이경빈은 다시 탁유미의 손목을 움켜쥐었다.“그래서? 넌 앞으로도 윤이가 이렇게 얻어맞고 차별당하는 거... 그걸 그냥 두고 보겠다는 거야?”그 말에 탁유미는 잠시 멈칫하더니 어깨가 떨리기 시작했다.그 말은 단숨에 그녀의 약점을 파고들었고 탁유미의 분노로 가득 찬 기세도 결국 한층 꺾이고 말았다.탁윤... 탁유미가 자신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존재. 탁윤은 곧 그녀의 세상이었다.“...”멍하니 묵묵부답인 탁유미를 보며 이경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오늘은 일단 데려다줄게.”“필요 없어. 나 혼자 갈 수 있어.”하지만 그녀는 결국 이경빈에게 끌려 억지로 차에 태워졌다.조수석에 앉은 탁유미는 무표정으로 창밖만 보고
더 보기

제2059화

탁유미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그냥... 몇 마디만 했어요.”그리고 시간을 확인하곤 탁윤을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윤아, 오늘 숙제 아직 못 했지? 안 되겠다. 그냥 오늘은 일찍 쉬고 엄마가 내일 선생님께 상황을 말씀드릴 테니까 내일 하도록...”“아니에요. 지금 할게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탁윤이 말을 자르며 재빨리 가방을 열었다.그리고 숙제 공책과 필통을 꺼내며 단단히 결심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저 이제 아무한테나 안 맞아요. 절대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전 남자니까요. 절대 안 아파요!”그 말에 탁유미는 숨이 턱 막히며 눈물이 차올랐지만 애써 눌러 삼켰다.안 아플 리가 있나. 얼굴은 부어오르고 시퍼렇게 멍이 들었는데...게다가 김수영에게 듣기로는 탁윤은 맞고 있으면서도 또 고장 날까 봐 손으로 계속 보청기부터 감쌌다고 했다.그게 없으면 세상이 얼마나 더 어두운지 그 아이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늦은 밤. 탁유미는 잠자리에 누웠지만 머릿속에서는 이경빈의 말이 계속해서 맴돌며 좀처럼 잠에 들지 못했다.‘나랑 결혼해 줘... 나랑 결혼해줘...’마치 주문처럼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더 깊게 파고들었다.‘생각하지 말라고 했잖아, 유미야!’그녀는 수없이 되뇌었다.“절대 그럴 일은 없어. 이경빈에게 돌아가는 일 따위는 절대 없을 것이야~”하지만 그때...옆에 누운 탁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꿈속에서도 긴장한 듯 두 손을 꼭 쥔 채 잠든 아들... 그 여리고 작은 얼굴은 얼마나 자주 다쳐왔던가.하지만 지키고 싶어도 지켜주지 못하는 현실.그리고 그 현실을 뒤집을 수 있는 건 오직 한 사람...탁유미는 팔을 들어 떨리는 손끝으로 조심스레 아이의 부은 뺨을 쓰다듬었다.“미안해...”그 나지막한 목소리가 공기 중에 흩어지며 파도처럼 밀려오는 죄책감이 탁유미의 숨을 죄어왔다....한편 이경빈은 낡은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보는 이경빈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낡은 벽에 꺼진 가로등 그리
더 보기

제2060화

그러나 공수진을 실망하게 한 건 이경빈은 그녀의 도발에 분노조차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변한 건 딱 하나.그의 눈빛 속에 깃든 혐오의 농도가 오히려 더 짙어졌다는 것.“그렇게 사람 상대하는 게 좋으면 내가 아주 제대로 상대할 사람 붙여줄게.”이경빈의 차갑게 내뱉은 말에 공수진은 표정이 싸늘하게 식으며 불길한 예감이 심장 깊숙한 곳에서 스멀스멀 치밀었다.“경빈 씨, 그게 무슨 뜻이에요?”그러자 이경빈은 한 걸음 다가오며 답했다.“고작 감옥에 5년 처박힌 걸로 네 죗값은 다 갚았다고 생각했어?”파악!!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경빈은 손을 들어 공수진의 뺨을 갈겼다.순간 공수진의 가녀린 몸이 옆으로 휘청거리더니 입술 사이로 선홍빛 피가 뚝뚝 흘러 내렸고 볼은 벌겋게 부어올랐다.하지만 더 아픈 건 이경빈은 아무렇지 그녀를 때렸다는 사실이었다.“공수진. 앞으로는 감옥보다 더한 지옥을 살아야 할 거다.”이경빈은 싸늘한 눈빛으로 경고를 날렸다.분노에 휩싸인 공수진은 이를 악물고 달려들려 했으나 이미 이경빈의 부하들이 달려들어 그녀를 바닥에 눌렀다.“놔! 이 새끼들 놔!!”결국 그녀는 거친 바닥에 짓눌린 채 무릎을 꿇었다.“그리고 잘 들어. 감히 탁유미를 건드릴 생각은 하지도 마. 만약 찾아가기라도 한다면 너 혼자로 끝나지 않아. 네 부모까지 숨 쉬는 매 순간을 지옥으로 만들어줄 테니까!”이경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녀의 심장을 파고들었다.“내가... 왜 그년을 건드린다는 거야!”공수진이 이를 악물었고 목소리는 떨렸지만 오기만은 여전히 꺾이지 않았다.그러자 이경빈은 입꼬리를 비틀며 피식 웃었다.“탁유미를 찾을 생각이 없다라... 그럼 네가 굳이 S 시까지 기어들어온 이유는 뭐지? 널 감시하는 건 어렵지 않아. 네가 탁유미를 쫓고 있는 걸 내가 모를 것 같아?”말을 마친 이경빈은 느긋하게 뒤를 돌며 비서한테 지시했다.“공수진이 탁유미한테 했던 짓 그대로 느끼게 해줘. 아니다. 두배로 갚아 줘. 본인이 한 짓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치르
더 보기
이전
1
...
204205206207208
...
213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