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화려한 돌싱맘: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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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뜻밖의 수확
꼬리가 길면 밟힌다더니, 마침내 서강훈의 꼬리도 드러나게 되었다. 이미연이 나한테 이 일을 얘기해 줄 때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서강훈이 매일 드나드는 곳은 바로 골드 빌리지였다. 골드 빌리지는 금방 개발된 작은 별장이었다.그러자 나는 바로 그 열쇠가 떠올랐다. 어떠한 실마리도 없던 그 열쇠가 혹시 골드 빌리지와 연관이 있는 건가? 가슴 속에 큰 돌덩이가 내려앉은 것처럼 답답했다.오랜 시간 동안 같이 역경을 이겨내고 고생하면서 콩이한테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자고, 좋은 학구의 집으로 이사 가자고 몇 번이고 얘기했었다. 하지만 신호연은 자꾸만 화제를 돌리고 시간을 끌면서 집을 사지 않았다. 그러고는 골드 빌리지에 작은 별장을 샀다.바람을 피운 신호연의 행동은 그에 대한 내 생각을 계속 뒤엎고 있었다. 신호연은 실수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쓰레기였다.위치를 확인한 나는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다. 이미연이 사람을 시켜 관찰하게 했다. 그 집에 사람이 없어진 것을 확인한 이미연이 나한테 연락해 빨리 오라고 했다.나는 아무 핑계나 대고 빨리 골드 빌리지로 가 이미연을 따라 그 별장에 도착했다. 아담한 별장이었지만 곳곳에 디테일을 신경 쓴 흔적이 보였다. 그런 별장을 눈앞에 둔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입구에 선 채 숨을 가다듬었고 이미연은 계속해서 신호연의 욕을 했다. 열쇠를 꺼낸 나의 손바닥은 땀으로 젖어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열쇠를 문에 꽂자 문이 열렸다. 나는 열린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이미연이 나를 당겨서 들어가지 않았으면 나는 계속 그곳에 서 있었을 것이다. 내가 꿈에 그리던 골드 빌리지. 내 돈으로 사들인 골드 빌리지가 왜 나에게 사주는 것이 아닌가. “그 돈을 여기에 쓴 거구나. 나도 참 바보 같지. 내 눈앞에서 이렇게 큰일이 일어났는데 난 아무것도 몰랐으니까!”내가 담담하게 얘기했다.“화내지 마, 지아야.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잖아. 신호연 그놈, 언젠가는 이런 일을 벌일 놈이었어! 그냥 네 운이 안 좋았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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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자산을 빼돌리다
겉과 속이 달라 연기를 해야 하는 나에게 요 며칠은 진짜 힘들었다. 감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같이 사는 부부들이 대단하기도 했다. 지금의 나는 우리 세 식구의 삶이 연기 같았다. 각자 자기 대본만 있는, 그런 드라마 말이다. 나나 신호연이나 서로 지지 않는 연기를 선보이는 듯했다. 콘돔을 발견한 후로부터 나는 그와 잠자리를 가지지 않았다. 그가 조금이라도 나에게 스킨십을 하면 나는 미친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게다가 불륜녀가 보내온 그 두 사진을 본 후에는 더욱 메스꺼웠다. 신호연이 나를 다치기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럴 때마다 신호연은 나를 데리고 병원에 가려고 하지만 나는 괜찮다고 고집을 부렸다. 예전 같았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나를 병원에 데려갈 그였지만 이제는 그대로 나를 포기하는 신호연을 보며 우리 사이가 점점 멀어짐을 느꼈다. 요 며칠 나는 힘을 내서 이미연이 해킹해 온 진짜 데이터를 보게 되었다. 근년 간의 매출액이 생각보다 낮지 않은데다가 나의 예상보다 훨씬 높아 나는 매우 놀랐다.하지만 고객 중의 80% 정도가 내가 데려온 고객이었다. 그 당시에 그들의 잠재력을 보고 내가 점찍어 놓은 고객들이었는데 몇 년 안에 꽤 성장하여 신호연이 떼돈을 벌게 했다. 나의 공로였지만 보상은 편안히 놀고 있는 신호연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그러니 신호연이 눈을 밖으로 돌릴 기회를 만들어 준 셈이다. 신호연이 나에게 준 자료는 그가 요즈음에 새로 개발한 회사 같았다. 이 회사 중에서 랜덤으로 뽑아서 찾아본 결과 개발 회사라고 하지만 그냥 투기로 먹고사는 유령회사였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장부에서 보면 그 회사들은 돈을 갚을 능력이 약했다. 이미 많은 돈을 지급하지 않기도 했고. 하지만 신호연은 바보가 아니다. 많은 돈을 받지 않으면 그만큼 리스크도 커진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우리의 장부를 찾아보아도 자금이 많지 않았다. 돈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수상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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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예상하지 못한
시간이 딱 맞았다. 서강훈은 내가 생각한 그 시간에 정확히 들어섰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불만스러운 말투로 투덜댔다.“사람은 다 어디간거야...”그의 입 모양이 바로 욕을 뱉어내려다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서강훈은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는 나를 보고 입을 딱 벌린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나는 그저 서강훈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서 부장!”한참 지나서야 입을 다문 서강훈이 어버버하며 겨우 말을 뱉었다. “사모, 사모님!”“왜요? 예상하지 못했나 봐요?”나는 여전히 웃으면서 서강훈을 바라보았다.“이리 와서 앉아요. 너무 급해하지는 말고. 일하는 분들은 제가 내보냈어요.”“저, 저기... 저 좀 나가서 통화 좀 하고 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그... 그... 일하시는 분들 시급을 챙겨드려야 해서...”서강훈은 말끝도 제대로 맺지 않고 빨리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서강훈 씨! 일하시는 분한테 통화하는 건 이따가 해요.”나는 조급해하지 않고 그에게 물었다. 나의 차가운 목소리가 공허한 거실에서 울려 퍼지자 조금은 무서웠다. 서강훈의 발걸음도 거기에서 굳어버렸다. 고개를 돌려 흔들리는 동공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입가의 근육이 계속해서 떨렸고 얼굴도 점점 창백해졌다. “제가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제 말을 들어주는 게 어때요? 얼른 와서 앉아요. 서강훈 씨를 찾으러 온 거란 말이에요. 서강훈 씨한테 할 말이 있어서 일부러 일하시는 분들도 내보낸 건데!”나는 담담하게 서강훈을 바라보았다. 긴장한 서강훈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까지 맺혀있었다.“왜요, 예전에는 지아 누님이라고 부르더니, 이제 서강훈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가 봐요?”나는 내 말에 피식 웃었다. 예전에는 서강훈이 먼 곳에서부터 와 내 주변에서 항상 알짱거리며 나를 “지아 누님”이라고 부르곤 했다.서강훈은 마른세수를 하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낯빛이 어두워져서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걸어 들어왔다.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얼마나 무거운지 나는 알았다.“지아 누님, 그럴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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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증거로 압박하다
“전 정말 몰라요! 그저... 그저 신 대표님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밖에 몰라요. 그 불륜녀가 누구인지는 정말 모릅니다!”서강훈의 낯빛이 카멜레온처럼 순식간에 변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신 대표님... 신 대표님이...”“바람을 피우는 건 알면서 상대가 누구인지 모른다고요? 서강훈 씨...”“지아 누님, 진짜입니다! 전 정말 몰라요! 밖에서 데리고 다니신 적이 없거든요. 전 그저 뒷모습을 두 번 정도 본 게 다입니다...”나는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신호연이 꽤 조심하면서 다닌 모양이었다. 혹은 서강훈이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거나. 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나는 화를 억누르면서 감정을 자제했다. “도와줘야 할 일이 있어요.”내가 또 화제를 돌렸다. 한껏 누그러진 말투에, 내가 한발 양보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었다. 역시나 서강훈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한숨을 돌리며 얘기했다.“네, 지아 누님이 얘기하시면 제가 꼭 하겠습니다!”“내게 숨기고 있던 재무 보고서와 최근의 고객 리스트를 줘요.”내가 과감하게 얘기했다.서강훈은 내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표정관리에 실패한 그는 마치 줄이 끊어진 인형 같았다. “지아 누님...”“왜요? 없어요?”내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지아 누님, 진짜 없어요... 예전의 재무 보고서는 이미 가져다 보여드렸습니다.”서강훈은 한껏 일그러진 표정으로 나에게 얘기했다.“진짜 저한테 이러지 마세요...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요 몇 년간 신 대표님을 잘 따랐던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건 지아 누님의 회사잖아요! 저도 양심이 있죠! 끝까지 지아 누님을 따를 겁니다!”“신 대표를 끝까지 따르는 게 아니라요?”내가 차갑게 물었다. 말투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뻗어있었다.“...”나는 어쩔 줄 몰라 하는 서강훈을 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 소리가 공허한 거실에서 울려 퍼졌다. 고막을 울리는 소리는 그 어떤 욕설보다도 무서웠다. 나는 태연함을 잃지 않고 우아하게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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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자기가 판 함정에 빠지도록
내가 엘리베이터를 나서는 순간, 신호연의 표정이 살짝 굳더니 재빨리 정상으로 돌아왔다.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은 신호연이 또 고객과 몇 마디 하더니 나에게 그 여자를 소개해 주지도 않고 바로 신사처럼 그녀를 엘리베이터에 앉혀 보냈다. 나는 저도 모르게 그 여자를 흘깃 쳐다보았다. 지성적인 면이 있는 그 여자는 우아하고 기품이 흘러넘쳤다. 그 여자도 나를 보더니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천천히 닫혔다. “누구야?”내가 물었다.“그저 고객이야.”신호연의 대답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그리고 손을 뻗어 나의 어깨에 올리고 물었다.“어디 갔었어?”나의 행적에 완전히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그는 답을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묻고 있었다. 나는 귀엽게 웃어 보이면서 밉지 않게 눈을 흘기며 얘기했다.“안 알려줄 거야!”그리고 퇴근하기 전까지 서강훈은 회사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튿날, 서강훈은 내가 보고 싶다고 한 자료를 몰래 내 사무실에 가져다주었다. 그 표정은 내가 쉽게 묘사할 수 있는 표정이 아니었다.“지아 누님, 진짜... 제 상황이 얼마나 난처한지 아세요? 전...”그가 말하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 첫째로는 그의 비밀을 고발할까 봐였고 두 번째는 신호연이 그의 배신을 알아차릴까 봐였다.“하는 거 보고요. 일단 나가요.”나는 담담하게 말하면서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어제 본 여자가 떠올라서 서강훈을 붙잡았다. “어제 퇴근 전에 회사에 와서 신호연이랑 있던 여자, 누구인지 한번 알아봐 줘요. 이름, 신분, 전화번호도요.”서강훈은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려 나갔다. 나는 한시 빨리 회사의 일에 대해 알아보려고 했다. 불륜녀도 나에게 문자를 보내느라고 바빴다. 나의 카톡까지 추가해서 끊임없이 문자를 보냈다. 신호연이 살짝 눈치를 챈 모양인지 나의 행적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아니면 그 불륜녀가 그에게 얘기를 흘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강훈은 아닐 것이다. 그는 그럴 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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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갑자기 사람을 바꾸게 된 회의
참가한 회사는 모두 여섯 개였다. 우리 신흥 건재가 아마도 제일 작은 회사인 듯했다. 즉, 가장 경쟁력이 약한 상대라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큰 기대를 걸고 온 것은 아니다. 그저 신호연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쇼였다.입찰회에 요청된 회사들은 큰 회의실에 모여서 천우 그룹의 대표가 나서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회의는 요청된 회사들이 자기 회사의 능력을 최대한 보여주고 협력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아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었다. 시간이 5분이나 지났지만 천우 그룹의 책임자가 나타나지 않자 사람들은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회의실 내부가 웅성거리고 있을 때, 회의실의 문이 갑자기 열렸고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흰 셔츠에 검은 정장 바지를 입고 검은색 넥타이까지 한 젊은 남자가 허리를 곧게 세운 채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준수하게 생긴 얼굴은 나이를 알 수 없게 깨끗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그를 따라 움직였다. 그의 뒤에는 비서 한 명, 그리고 이 프로젝트와 연관 있는 직원들이 있었다. 그는 길쭉한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와 회의장의 중간 자리에 와서 선 후 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을 오래 기다리게 했습니다. 조 대표님께서 오늘 갑작스러운 일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어 제가 대신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배현우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자리에 앉았다. 고귀한 기품이 흘러넘치는 그는 어딘가 도도하고 차가워 보였다. 사람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왜 조 대표가 회의에 참석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중요한 회의에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것 같은 젊은 남자를 보내다니. 여섯 회사 중 두 회사는 이미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었다.배현우는 그들에게 질문 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입을 열었다.“오늘 시간이 좀 빠듯하니 얼른 시작하죠.”그리고 그가 한 회사의 이름을 불렀다. 그렇게 순서대로 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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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친정에서 온 전화
그 전화는 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았다.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말도 나오지 않았다. 친정에 가보지 않은지 2년 정도가 되었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내가 항상 봐줘야 하고 신호연은 항상 바빠서 내가 혼자 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가는 것이 위험하다고 했다. 그렇게 친정에 들르지 않은 지 이제 2년이나 되었다. 휴대폰을 손에 쥔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죄책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와 나의 일상생활을 쓸어가는 기분이었다. 부모님께는 자식이 나 하나뿐이었다. 하나뿐인 외동딸을 대학에 보낸 후 우리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저 힘든 일이 있을 때만 연락해서 도움을 청하곤 했다. 이제 와서 보니 요 몇 년간 그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그 생각에 나의 양심이 아팠다. 자기 부모님에 대한 효도와 관심이 시집 부모님에 대한 것 보다 못했다. 항상 부모님은 건강할 것이라고 믿어왔지만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것은 나에게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다.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뭘 해야 할지도 몰랐다. 불효녀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부모님은 나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셨지만 지금의 나는 제대로 된 효도를 해드리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의 나는 그토록 사랑하던 가정이 파탄 날 위기에 놓여있다. 어떻게 이 사실을 친부모님한테 얘기하는가 말이다!나는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재빨리 신호연의 사무실에 도착해 울먹이면서 얘기했다.“여보, 얼른 비행기 티켓을 끊어줘! 나 친정에 가봐야 할 것 같아!”각 부문의 주임들과 회의를 하고 있던 신호연은 나를 보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여보!”그리고 손짓으로 다른 사람들을 나가게 하고 가까이 와서 나를 안아주었다. “천천히 얘기해 봐! 집에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엄마가 아까 전화가 왔어... 아빠가 위독하시대! 나 얼른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어느새 나의 눈에 고인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여태까지, 나는 큰일이 나에게 들이닥칠 때마다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필요했다.신호연은 나의 등을 두드려 주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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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취소된 비행기
나는 실망하면서 보안 검색대를 지나 탑승구로 걸어갔다. 이렇게 힘들 때 사랑하는 사람이 같이 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모님도 그걸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신호연은 빠르게 사라졌다. 회사 일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나 자신을 위로하면서 나는 이미연에게 연락했다. 친정에 간다는 사실을 알리고 홀에서 초조하게 탑승을 기다리며 앉아있었다. 내가 신호연과 같이 친정에 간 건 딱 세 번이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졸업하던 그해, 우리 둘의 마음을 확인한 후 그를 데리고 집에 갔었다.두 번째는 우리가 창업하기로 결심했을 때 창업할 자금이 없어 부모님께 돈을 빌리러 갔었다. 세 번째는 우리 부모님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후 그 대출금을 다 갚았을 때, 신호연이 나를 데리고 부모님을 뵈러 가자고 했다. 그 후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한 번도 같이 돌아가 본 적이 없었다. 부모님은 말로는 이해한다고 하셨다. 홀로 창업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고, 항상 마음을 놓을 수 없고 언제나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하셨다. 창업한 첫 두 해는 진짜 한시도 쉴 새 없이 바빴다. 우리 두 사람으로 시작해서 회사를 이렇게 큰 규모로 이끌어 오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후에는 내가 임신하고 혼자서 친정에 다녀왔다. 그리고 콩이를 낳았을 때 부모님이 나를 보러 서울로 올라오셨다. 우리는 같이 있은 시간 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어쩌면 그저 나의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버님이 위독하시다니. 다시 생각해도 너무 슬펐다. 이런 불효녀가 또 있을까. 부모님은 나를 위해 뭐든지 해주셨는데 나는 여태껏 뭘 해줬나. 마음이 급할수록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급한 내 마음도 모르고 비행기는 계속해서 연착되고 있었다. 공항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점점 더 많아지고 하늘도 점점 어두워졌다. 어느새 저녁 여덟 시가 되었다. 이미 7시간이나 연착되었다. 항공 시간은 한 시간 좌우밖에 되지 않지만 나는 이미 공항에서 7시간이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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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공항에서의 만남
나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눈을 꼭 감았다. 커다란 물체에 튕겨나갈 준비를 하고 있던 찰나, 나는 누군가가 나의 몸을 감싼 채 나를 데리고 옆으로 피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 나는 주변이 어수선한 것을 발견했다. 어떤 사람은 다행이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믿을 수 없었던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내가 낯선 남자의 품에 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키가 큰 그 남자의 숨이 내 주변을 감싸는 듯했다. 남자는 까만 마스크를 끼고 있었는데 그 속을 알 수 없이 깊은 검은 눈동자가 나를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두 눈은, 이유를 모르게 어디서 본 적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 남자의 팔을 꽉 잡았다. 두 눈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나를 사뿐히 내려놓고 아무 말하지 않고 그의 팔을 잡고 있는 내 손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제야 실수했다는 것을 느끼고 손을 뒤로 뺐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누군가가 나의 캐리어를 주워서 나의 옆에 가져다주었다. “조심하세요, 위험합니다. 이 남자분이 나서줘서 다행이에요!”난 또 한 번 그 남자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어디... 가세요?”남자는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전...”나는 그를 보다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디서 들어 본 듯한 목소리였다. 나는 그 남자를 자세히 관찰했다. 우월한 기럭지, 도도하고 차가운 듯한 기품과 깊고 맑은 눈동자...남자는 나의 의문점을 눈치챈 모양인지 바로 마스크 한쪽을 벗어서 잘생긴 얼굴을 드러냈다. 나는 잠시 멈칫하다가 놀라서 작게 웃음을 흘렸다. “배, 배현우 씨!”나는 그제야 알았다. 왜 그 눈동자가 익숙했던 것인지. 오전에 천우 그룹에서 본, 조 대표를 대신해 회의에 참석한 배현우였다. 그는 또 마스크를 쓰고는 얘기했다.“늦었는데, 같이 돌아갈까요?”이 남자가 나에게 준 인상은 꽤 깊었다. 과묵하고 결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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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밝혀진 진실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놀란 나는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무서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나는 이게 내 환각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시 눈을 크게 뜨고 보았다. 하지만 다시 보아도 그 두 얼굴은 하나는 신호연이고 하나는 신연아였다. 나는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신호연이 바람이 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여자와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지금 그가 안고 있는 게 그의 여동생인 신연아라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나는 번개를 맞은 것처럼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대로 문을 박차고 들어갔을 거지만 나는 머리가 새하얘지고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바닥에 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시야 속의 두 남녀는 여전히 침대에서 격렬히 뒹굴었고 나의 눈은 커지다 못해 아파질 정도였다. 마지막 남은 정신을 붙잡은 나는 겨우 휴대폰을 꺼내 떨리는 손으로 사진 몇 장을 찍고 비디오도 녹화한 후 조용히 나갔다. 속이 울렁거려 금방이라도 토할 것만 같았다. 나는 손으로 입을 꾹 막은 채 황급히 달려가 속을 게워 냈다. 나는 미친 듯이 아파트 단지를 뛰쳐나가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달렸다. 마치 채찍질 당한 팽이처럼 빠르게 달리기만 했다. 정해진 방향도 없고 목적지도 없이 그저 달릴 뿐이었다. 머릿속에는 그저 세 글자뿐이었다. 더럽다. 나는 저도 모르게 한강 보행로까지 달려왔다. 어슴푸레한 불빛이 비치는 강을 보며 내 가슴속에 묵혀있던 덩어리가 폭발하는 듯했다. 이제는 모든 게 확실해졌다. 똑똑히 알 것 같았다. 신호연이 자기 여동생과 바람을 피우다니. 어쩐지 신연아가 항상 나를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어쩐지 신호연이 항상 오만한 신연아가 선을 넘어도 그녀를 보호하고 감싸주었다. 심지어는 자기 딸도 생각하지 않고 신연아가 딸을 괴롭히게 놔두었다. 게다가 대놓고 진후 빌딩을 드나들며 사모님 행세를 했다. 어쩐지 서강훈이 신호연의 불륜녀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신호연은 아예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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