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량천옥은 정록담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정록담은 다급한 목소리로 지금까지의 경위를 설명했다.“아가씨는 분명 공항에서 절 기다리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정록담의 목소리에는 불안한 기색이 깃들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량천옥도 갑자기 숨이 가빠졌다.“그럼 티켓 시간을 변경했다는 거예요?”“맞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티켓을 변경한 시간이 고은지 씨가 공항에 도착하기도 전이었다는 겁니다.”“그런데 직원 말로는 직접 공항에서 변경했다는 거죠?”량천옥의 음성이 더 높아졌다.“네.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죠.”‘뭐지? 이상한데? 너무 이상하잖아.’량천옥의 등골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그럼 은지가 자발적으로 떠난 게 아니라는 건가요?”“맞습니다. 그리고 그 사고도 이상합니다.”정록담의 목소리가 점점 단호해졌다. 그때는 단순한 교통사고처럼 보였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엇보다 고은지가 비행기를 탄 정황 자체가 수상했다. 시간을 따져보면 티켓을 변경한 건 그녀가 공항에 도착하기 무려 30분 전이었으니 말이다.그 시간은 정록담과 고은지가 헤어진 직후였다.그녀가 아무리 빨리 이동했다고 해도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공항에 도착해 공항에서 직접 티켓 시간을 변경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갑자기 일어난 교통사고도 수상했고 표 변경도 수상했다.‘프랑스로 떠나긴 한 걸까? 만약 떠난 게 맞다면 티켓은 누가 대신 바꿔준 거지? 누구와 함께 탄 걸까? 혹시라도 비행기에 타지 않았다면 지금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사모님?”량천옥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정록담이 조심스럽게 불렀다.량천옥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숨을 들이켰다. 온몸에 긴장감이 몰려드는 듯했다.그녀는 단숨에 밖으로 달려 나가며 전화기 너머로 외쳤다.“계속 조사해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조사해 내세요. 은지가 정말 비행기를 탔는지, 탔다면 누구와, 어떤 경로로 탔는지 전부 알아내세요.”량천옥의 목소리는 다급했고 눈빛엔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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