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Bab 1641 - Bab 1650

1784 Bab

제1641화

이때, 량천옥은 정록담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정록담은 다급한 목소리로 지금까지의 경위를 설명했다.“아가씨는 분명 공항에서 절 기다리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정록담의 목소리에는 불안한 기색이 깃들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량천옥도 갑자기 숨이 가빠졌다.“그럼 티켓 시간을 변경했다는 거예요?”“맞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티켓을 변경한 시간이 고은지 씨가 공항에 도착하기도 전이었다는 겁니다.”“그런데 직원 말로는 직접 공항에서 변경했다는 거죠?”량천옥의 음성이 더 높아졌다.“네.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죠.”‘뭐지? 이상한데? 너무 이상하잖아.’량천옥의 등골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그럼 은지가 자발적으로 떠난 게 아니라는 건가요?”“맞습니다. 그리고 그 사고도 이상합니다.”정록담의 목소리가 점점 단호해졌다. 그때는 단순한 교통사고처럼 보였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엇보다 고은지가 비행기를 탄 정황 자체가 수상했다. 시간을 따져보면 티켓을 변경한 건 그녀가 공항에 도착하기 무려 30분 전이었으니 말이다.그 시간은 정록담과 고은지가 헤어진 직후였다.그녀가 아무리 빨리 이동했다고 해도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공항에 도착해 공항에서 직접 티켓 시간을 변경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갑자기 일어난 교통사고도 수상했고 표 변경도 수상했다.‘프랑스로 떠나긴 한 걸까? 만약 떠난 게 맞다면 티켓은 누가 대신 바꿔준 거지? 누구와 함께 탄 걸까? 혹시라도 비행기에 타지 않았다면 지금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사모님?”량천옥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정록담이 조심스럽게 불렀다.량천옥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숨을 들이켰다. 온몸에 긴장감이 몰려드는 듯했다.그녀는 단숨에 밖으로 달려 나가며 전화기 너머로 외쳤다.“계속 조사해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조사해 내세요. 은지가 정말 비행기를 탔는지, 탔다면 누구와, 어떤 경로로 탔는지 전부 알아내세요.”량천옥의 목소리는 다급했고 눈빛엔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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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2화

‘이제 그만하자고? 우린 태어날 때부터 참아야 하는 운명인 거야?’량의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낮게 울렸다.“이 일이 정말 세상에 알려지면 너한테 무슨 도움이 되겠니?”량천옥의 싸늘한 태도에 량의도 결국 언성을 높였다.“제가 뭘 바란다고 생각해요? 제가 바라는 건 은지랑 나태현 사이에 어떤 가능성도 남기지 않는 거예요. 더 이상 두 사람이 얽히지 않게.”‘도움이 되냐고?’그런 건 이미 상관없었다. 오래전에 다 내던졌던 것들이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량의는 나씨 가문과 관련된 일에는 언제나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제 그만하자면서 말이다.량천옥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이미 불가능해. 나태범이 살아 있는 이상 그들 사이는 절대 다시 이어질 수 없어. 이미 네 바람대로 됐잖아.”량천옥은 비웃듯 웃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왜 나씨 가문이랑 관련된 일엔 늘 저보고 그만하라고 하는 거예요? 대체 나씨 가문한테서 뭘 받았길래 그렇게 말하는 건데요?”전화기 너머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 사이로 들려오는 건 량의의 굵고 무거운 숨소리뿐이었다. 그리고 그 숨소리와 함께 량천옥의 실망이 깊어져 갔다. 그렇게 그녀는 실망을 넘어선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분명 증오였다.“왜 제가 그만둬야 하는데요? 저희는 잘못한 게 없잖아요. 왜 제가 그만둬야 하냐고요!”량천옥의 목소리에는 냉기 가득했고 단어 하나하나에 날이 서 있었다.“그거 아세요? 은지한테 지금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몰라요. 이런 상황에서 지금 저더러 나씨 가문을 건드리지 말라고요?”그동안은 겉으로만 조용해 보여서 그렇지 사실 그녀를 강성에서 몰아내기 위해서 나태범이 얼마나 많은 짓을 저질렀는지 모른다.‘그런 걸 다 겪고도 그만하자는 말 한마디로 끝낼 수 있다고? 내가 그만해도 나씨 가문쪽에서 그만하지 않으면?’“지금 뭐라고 했니?”량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량천옥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나태범한테 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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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3화

공항은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고은지가 사라졌다. 아니, 그녀는 애초에 공항에 오지 않았다. 표를 바꾸고 비행기를 탄 것도 동일 인물로 보이는 다른 사람이었다.이 소식을 듣고 공항에 도착한 량천옥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고은영 역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배준우와 정록담은 각자 전화를 걸어 고은지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었다.“은지야... 은지야...”량천옥은 입술이 하얗게 질린 채로 고은지의 이름만 되뇌었다. 고은영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고은지가 갑작스레 사라졌다는 사실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숨이 막히는 일이었다.배준우가 몇 통의 전화를 마치고 돌아오자 고은영은 넋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런 고은영이 안쓰러워서 배준우는 그녀를 가볍게 끌어안았다.“우리 일단 돌아가자. 응?”공항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이미 다 확인했기에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는 없었다.고은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땅에 주저앉은 량천옥을 바라보고는 이내 배준우와 함께 자리를 떴다.정록담도 전화를 마치고 다가왔다.“사모님.”량천옥의 호흡은 거칠고 가팔랐다.“왜, 왜 일이 이렇게 된 거죠?”정록담은 조용히 설명했다.“그때 밖에 눈이 많이 내려서 저희 차에 살짝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은지 씨더러 먼저 공항으로 가 있으라고 했고요...”하지만 고은지는 애초에 공항에 가지도 않았다.량천옥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딸을 멀리 보내는 걸로도 만족하지 않으면 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는데? 도대체 뭘 바라는 걸까?’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들어 나태범의 번호를 눌렀다. 전화는 곧 연결되었고 그녀는 분노를 담아 소리쳤다.“네가 한 짓이지? 전부 다 네가 한 짓이지?”“량천옥!”“나 너희 집안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기다려. 내가 반드시...”그녀의 이를 갈 듯한 목소리에 나태범도 분노로 받아쳤다.“뭐? 너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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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4화

‘이제는 량천옥의 목숨까지 노리겠다고?’“다른 일이 있어서 끊을게요.”나태현이 전화를 거칠게 끊어버리자 사무실엔 정적이 내려앉았다.그는 싸늘한 시선으로 양지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야?”양지호는 머뭇거리며 말했다.“그... 그 일이 세상에 공개됐습니다.”“뭐라고?”나태현의 얼굴이 굳어버렸다.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그의 반응은 나태범과 같았다.‘절대 알려져선 안 돼.’그건 부끄러운 과거였고 굳이 세상 사람들이 다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양지호는 태블릿을 내밀었다.“올라온 지 겨우 30분인데 퍼지는 속도가 엄청납니다.”태블릿을 넘겨받아 기사를 확인한 나태현의 눈동자에 살기가 스쳤다.“량천옥이 한 짓이야?”이렇게 물었지만 그는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 여자는 정말 무서우리만큼 냉정했으니 말이다.나태범은 고은지를 달가워하지 않았고 그가 고은지와 얽히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량천옥 역시 자신의 딸이 더 이상 나태현과 엮이는 걸 원치 않았다.‘그래서 이런 극단적인 선택까지 한 건가?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할 걸 알면서도? 정말이지, 독한 여자라니까.’양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아직 단정하긴 이르지만 아무래도 량천옥 씨가 퍼뜨렸을 가능성이 가장 크죠. 나태범 회장님은 그동안 이 건을 철통같이 숨겨왔으니까요.”나태현은 눈을 감으며 아무 말 없이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제가 지금 바로 처리할까요?”양지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래.”나태현은 단호히 말했다.이 일이 세상에 다 퍼졌으니 강성에서 이름 있는 가문인 나씨 가문에 타격이 올 것은 당연했고 천락 그룹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었다.한편, 시내로 돌아가던 중 차 안에서 고은영과 배준우도 관련 소식을 접했다.기사 내용을 본 고은영은 경악했다.“이 나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같이 제대로 된 인간이 없네.”그녀는 자기 언니가 저런 집안과 얽혔다는 사실 자체가 한심하고 억울했다.신호를 기다리던 중, 배준우도 기사를 흘끗 보았다. 그의 반응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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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5화

전에 안지영한테 했던 걸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이 어떤 인간들인지 대충 감이 왔다. 꼭 뭘 직접 해치지 않아도 심리적으로 사람을 말려 죽이는 사람들이었다.“언니가 무슨 죄라고 저런 집안에 얽혀서... 진짜 팔자도 사납지.”고은영은 차 안에서 내내 분통을 터뜨리며 투덜거렸다.20분쯤 지나, 그녀는 배준우와 함께 천락 그룹 건물에 도착했다.고은영은 나태현의 사무실에는 들어가지 않고 밖의 소파에서 기다렸다. 지금은 나씨 가문 인간들이 얼굴도 보기 싫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나태현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한편 그 시각, 지신혜는 병원에서 나태현에게 버림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나타났다. 게다가 웨딩드레스까지 가지고 말이다. 그녀 뒤로는 드레스를 나르는 직원들이 줄줄이 따라붙었다.양지호는 그 모습을 보고 다가가 조심스레 말했다.“지금 배 대표님께서 안에 계셔서요. 잠시 기다리셔야 합니다.”지신혜 뒤로 따라온 드레스 팀을 보며 양지호는 눈썹을 찌푸렸다.‘지금 이 타이밍에 나태현한테 드레스 고르라고 들고 오다니? 센스가 없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이러는 건지... 어차피 나 대표님이 싫다고 하면 아무도 강요할 수 없을 텐데.’지신혜는 배 대표님이 안에 있다는 말에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알겠어요.”강성 천락 그룹에서 함부로 건드리지 말아야 할 손님이라면 누구일지 뻔했으니 말이다. 배준우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지신혜는 소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고은영이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눈빛은 불쾌감으로 물들었다. 고은지를 싫어하는 그녀였기에 고은영이 곱게 보일 리 없었으니 말이다.마침 고은영은 안지영과 통화 중이었다. 안지영은 그녀에게 임신 소식을 전했다.“그럼 조심해서 잘 지내. 몸부터 챙기고.”“응, 걱정하지 마. 은지 씨 일은 준우 씨한테 더 신경 쓰라고 해. 나씨 가문 인간들 진짜 하나같이 나쁜 자식들이거든.”“맞아. 지금 보니까 진짜 그런 것 같네. 량천옥 씨가 왜 미쳐 날뛰었는지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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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6화

고은영이 눈썹을 찌푸리며 시선을 들자 마주한 것은 혐오가 가득 담긴 지신혜의 노골적인 눈빛이었다.둘의 시선이 정확히 마주쳤다. 지신혜인 걸 확인한 고은영 역시 얼굴빛이 굳어졌다. 지신혜는 고은영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곧장 시선을 돌려 양지호에게 물었다.“배 대표님 말인데요. 안에서 얼마나 더 계실 거죠?”그녀는 분명 고은영을 보기 싫어했지만 동시에 배준우를 불쾌하게 만들 자신은 없었다.양지호는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했다.“배 대표님도 방금 들어가신 거라서요. 급하시면 오늘은 이만 돌아가셔도 됩니다.”그 말에 지신혜는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고은영 앞이었기에 결국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전에 고은지 앞에서는 그렇게 당당하고 거침없던 그녀가 지금은 얌전했다.“양 비서님.”고은영이 양지호를 조용히 불렀다.“네,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신가요?”“여기 공기가 좀 안 좋아서요. 회의실로 가도 될까요?”“물론입니다.”양지호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지신혜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공기가 안 좋다고? 방금 전까진 얌전히 있었으면서 지금 내가 옆에 서니까 갑자기 공기가 안 좋다는 거야? 그래서 회의실로 가겠다고?’‘뭐 얼마나 잘났다고 그래? 결국 남편인 배준우 덕분이면서... 배준우가 없었더라면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있긴 해?’고은영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양지호와 함께 회의실로 향했고 지신혜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발을 구르며 화를 삭였다....그 시각, 사무실 안.배준우가 모든 상황을 설명하자 나태현의 얼굴은 완전히 굳어 있었다.“뭐라고 했지? 고은지가 사라졌다고?”“프랑스로 간 거 아니었나?”나태현이 놀라서 되묻자 배준우가 고개를 저었다.“되게 이상해요. 공항에서 티켓을 변경한 사람도, 비행기에 탄 사람도 은지 씨가 아니었습니다.”“고은지가 아닌데 고은지 여권으로 비행기를 탄 거라고? 뭘 노린 거지?”말하는 내내 나태현의 말투는 점점 격앙되어 갔고 이마엔 핏줄까지 도드라졌다.배준우는 차분히 말했다.“형네 아버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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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7화

나태현이 잘못한 건 사실이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말이다. 하지만 그가 수년간 잘못된 판단을 해왔다고 해도 지금은 달랐다.“우리 아버지가 고은지를 데려갔다면 왜 데려갔겠어?”배준우가 조용히 대답했다.“그건 형이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겠죠.”나태현은 할 말을 잃었다.공기마저 무겁게 가라앉는 듯했고 모든 게 또다시 엉망이 되었다. 겨우 실마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한순간에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버렸다.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었다.배준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은지 씨, 밖에 너무 오래 있으면 안 돼요. 형도 알잖아요.”이 말만 남긴 채 그는 사무실을 나갔다.나태현은 그대로 의자에 주저앉았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차가워졌다.‘왜 이렇게 된 걸까?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왜 또 이런 일이...’밖에선 이미 고은지 실종에 대한 충격적인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었다.‘정말로 아버지가 그녀를 데려간 걸까?’복잡하기만 했던 상황은 고은지의 실종으로 인해 완전히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지신혜가 웨딩드레스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왔다.“태현 씨, 당신이 바쁜 거 저도 알아요. 그래서 드레스를 여기로 가져왔어요. 그러니까 태현 씨가 직접 봐줬으면...”“꺼져.”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태현의 분노가 폭발해 버렸다. 그러자 지신혜는 순간 제자리에 얼어붙었다.“너야 뭐든 입든 말든 나랑 상관없어. 다 꺼지라고, 다!”그 말을 들은 그녀는 입술을 꽉 다물었다. 분노에 찬 나태현을 바라보며 지신혜는 속으로 고은지를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하지만 괜찮았다. 어차피 고은지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으니까, 다시는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알겠어요. 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지신혜는 고개를 돌려 드레스 들고 있던 직원들에게 손짓해 내보냈다. 사실 그녀도 이렇게까지 모욕을 당할 줄은 몰랐다.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태현은 지신혜에게 체면조차 주지 않았다. 이건 그녀 인생에서 처음 겪는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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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8화

지신혜가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양지호가 급히 들어왔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또 무슨 일이야?”나태현은 이미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고은지가 사라졌다. 나태현도 배준우 앞에서 아버지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단언했지만 사실은 그도 누군지 확신이 없어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전화를 걸기도 전에 양지호가 사무실로 들어왔다.“유가그룹 쪽입니다.”유가그룹이라는 이름이 들리는 순간, 나태현의 눈빛은 더 차가워졌다. 고은지가 천락 그룹에 있었던 동안 육명호와 함께 무슨 짓을 벌였는지 이미 어느 정도 감은 잡고 있었다.‘고은지는 정말 나를 증오했던 게 틀림없어. 하지만 이미 정리된 문제 아닌가?’“저희가 하기로 했던 프로젝트 5개가 모두 유가그룹 쪽으로 넘어갔습니다.”“뭐라고?”“심지어 우리 측 위약금까지 그쪽에서 모두 부담했다고 합니다.”나태현은 말을 잃었다.‘위약금까지? 위약금이 얼마나 한다고?’이 다섯 개 프로젝트는 이미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건들이었다. 회사 내년 주요 계획의 핵심이기도 했고 말이다.‘내가 그렇게까지 미웠던 건가? 이 프로젝트 자료들은 대체 어디서 손에 넣은 거지?’사무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나태현의 가쁜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이 사실을 알게되자마자 양지호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듯했다.고은지와 육명호가 손을 잡았다는 얘기가 처음 들렸을 때부터 이미 경계하고 있었고 가능한 정보 유출도 막아왔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 모든 건 눈속임이었고 육명호의 진짜 목표는 이쪽이었던 것이다.고은지는 애초부터 소소한 반격 따윈 바라지 않았다.이 다섯 프로젝트가 무너지면, 천락 그룹 이사회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 뻔했다. 나태현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육명호, 진짜 통 크네...”양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은 배준우를 감탄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들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손을 잡고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인간이었다. 여자를 앞세운 거래도 서슴지 않았기에 양지호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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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9화

나태범이 모른다고 말하자 량천옥은 더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너 아니면 누군데? 네가 아니라면 누가 그런 짓을 해?”나태범은 말문이 막혔다.‘내가 아니면 누굴까?’정말 묘한 질문이었다. 일이 이렇게 터져버린 지금, 이건 정말이지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었다.“누군지 모르겠으면 네가 생각해 봐. 그동안 네가 저지른 짓이 한두 개야? 이 강성에서 너 같은 인간이 몇이나 되겠냐고?”“일 터질 때마다 다 내 탓으로 돌리지 마.”나태범은 점점 숨이 막혀왔다. 진짜 이렇게 가다가 병원에서 그냥 죽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슴이 답답했다.량천옥이 이런 식으로 매번 들이받아 대니 자신이 무사히 퇴원이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네 탓이 아니면 누구 탓인데? 나 건드리지 마. 나도 끝까지 몰아붙이면 무슨 짓을 할지 몰라.”“됐어. 지금 이러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망신이야. 예전에 그 일도 네가 다 까발렸잖아. 대체 어디까지 하려고?”그 말에 량천옥의 숨이 확 가라앉았다.‘예전 그 일이 모두에게 알려졌다고? 말도 안 돼...’나태범은 화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우리 나씨 가문이 너 같은 여자 하나 때문에 끝장났어. 이러다 회사 주가까지 폭락할 판이라고!”그는 갑자기 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너무 지쳤던 것이다.하지만 그제야 량천옥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나태범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한 게 아니야. 난 그런 짓 안 했어.”“뭐?”‘그게 무슨 말이야?“그럼 너 말고 누가 했다는 거야?”나태범이 되물었다. 아까 그녀가 자신에게 퍼부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준 것이었다.순간 량천옥의 머릿속이 멍해졌다.‘정말 모두가 알게 되었구나.‘나태현에게 그 모든 걸 털어놨을 때, 이미 각오했던 일이었는데도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너무도 고통스러웠다.“내가 아니면 누가 했지? 누가 했을까?”그녀의 세계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수년간 가슴속에만 품고 살았던 고통이 이렇게 세상에 드러났고 딸까지 사라져 버렸다. 지금 그녀가 마음을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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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0화

나태현이 돌아서려던 찰나, 나태범이 그를 불렀다.“할 말이라도 있으세요?”“모레의 결혼식은 취소해.”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먼저 결혼식을 취소하겠다 말한 건 이전의 나태범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결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지금의 나씨 가문은 엉망이었기에 이 사태에 얼굴 들고 결혼식을 올리는 게 말이 안 됐기 때문이었다.그 말을 들은 나태현은 아무 말 없이 돌아서 병실을 나갔고 나태범은 눈을 감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그때 단집사가 들어왔다.“회장님, 도련님께서 나가셨습니다.”“도대체 누가 고은지를 데려간 거야?”“아직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단집사의 대답에 나태범은 머리를 더 세차게 감쌌다.“누군지 찾아내. 그리고 그때 일도 도대체 누가 흘린 건지 밝혀내고.”‘량천옥도 아니라고 했으니 도대체 누가 까발린 걸까?’나태범은 그녀를 신뢰한 적 없지만 왠지 오늘만큼은 그녀의 말투나 눈빛이 너무나도 진심처럼 느껴졌다. 정말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단집사에게 조사를 맡겼다.“알겠습니다.”단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사태는 점점 더 꼬이고 있었다. 모든 게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한편, 병원을 나선 나태현은 양지호에게 말했다.“려운이한테 잠깐 오라고 전해.”“네.”양지호는 재빨리 전화기를 들었다.그 사이 나태현은 배준우에게도 전화를 걸었다.“기성훈 좀 빌려줘.”“뭐 하게요?”“고은지가 실종됐잖아. 지금 상황이...”“성훈이 지금 이미 은지 씨를 찾는 중이야.”“은지 말이야. 우리 아버지가 데려간 거 아니야. 우리 아버지를 조사했다면 다시 조사해.”나태현은 이미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고 있었지만 돌아온 건 배준우의 무뚝뚝한 전화 끊는 소리뿐이었다. 더 듣고 싶지 않다는 의미였다.왜냐하면 배준우 역시 량천옥과 같은 판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고은지를 데려간 사람이 나태범이라 여겼다.이 복잡한 상황에 머리가 터질 듯 아파서 나태현의 안색은 이미 말이 아니었다.사무실로 돌아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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