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현이 잘못한 건 사실이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말이다. 하지만 그가 수년간 잘못된 판단을 해왔다고 해도 지금은 달랐다.“우리 아버지가 고은지를 데려갔다면 왜 데려갔겠어?”배준우가 조용히 대답했다.“그건 형이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겠죠.”나태현은 할 말을 잃었다.공기마저 무겁게 가라앉는 듯했고 모든 게 또다시 엉망이 되었다. 겨우 실마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한순간에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버렸다.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었다.배준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은지 씨, 밖에 너무 오래 있으면 안 돼요. 형도 알잖아요.”이 말만 남긴 채 그는 사무실을 나갔다.나태현은 그대로 의자에 주저앉았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차가워졌다.‘왜 이렇게 된 걸까?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왜 또 이런 일이...’밖에선 이미 고은지 실종에 대한 충격적인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었다.‘정말로 아버지가 그녀를 데려간 걸까?’복잡하기만 했던 상황은 고은지의 실종으로 인해 완전히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지신혜가 웨딩드레스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왔다.“태현 씨, 당신이 바쁜 거 저도 알아요. 그래서 드레스를 여기로 가져왔어요. 그러니까 태현 씨가 직접 봐줬으면...”“꺼져.”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태현의 분노가 폭발해 버렸다. 그러자 지신혜는 순간 제자리에 얼어붙었다.“너야 뭐든 입든 말든 나랑 상관없어. 다 꺼지라고, 다!”그 말을 들은 그녀는 입술을 꽉 다물었다. 분노에 찬 나태현을 바라보며 지신혜는 속으로 고은지를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하지만 괜찮았다. 어차피 고은지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으니까, 다시는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알겠어요. 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지신혜는 고개를 돌려 드레스 들고 있던 직원들에게 손짓해 내보냈다. 사실 그녀도 이렇게까지 모욕을 당할 줄은 몰랐다.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태현은 지신혜에게 체면조차 주지 않았다. 이건 그녀 인생에서 처음 겪는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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