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시골처녀 고은영, 덜렁대는 성격에 겁이 많아서 상사가 조금만 인상을 써도 울먹이는 겁쟁이. 강성 최고의 권력자 배준우, 그는 신이 내린 외모를 가졌지만 잔인하고 차가운 성격 탓에 여자들이 감히 다가가지 못하는 철벽남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술 취한 배준우의 방에 간 크게 침입해서 그의 순결을 앗아간 여자가 나타났다! 그가 그 여자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을 때, 그의 직속 비서는 어쩐 일인지 점점 몸이 풍만해지고 있었다. 배준우가 음침한 얼굴로 물었다. "고은영, 그날 밤 그 여자 너야?" 고은영은 그의 험악한 표정에 온몸을 웅크리면서도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니에요!"
View More나태현이 잘못한 건 사실이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말이다. 하지만 그가 수년간 잘못된 판단을 해왔다고 해도 지금은 달랐다.“우리 아버지가 고은지를 데려갔다면 왜 데려갔겠어?”배준우가 조용히 대답했다.“그건 형이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겠죠.”나태현은 할 말을 잃었다.공기마저 무겁게 가라앉는 듯했고 모든 게 또다시 엉망이 되었다. 겨우 실마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한순간에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버렸다.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었다.배준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은지 씨, 밖에 너무 오래 있으면 안 돼요. 형도 알잖아요.”이 말만 남긴 채 그는 사무실을 나갔다.나태현은 그대로 의자에 주저앉았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차가워졌다.‘왜 이렇게 된 걸까?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왜 또 이런 일이...’밖에선 이미 고은지 실종에 대한 충격적인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었다.‘정말로 아버지가 그녀를 데려간 걸까?’복잡하기만 했던 상황은 고은지의 실종으로 인해 완전히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지신혜가 웨딩드레스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왔다.“태현 씨, 당신이 바쁜 거 저도 알아요. 그래서 드레스를 여기로 가져왔어요. 그러니까 태현 씨가 직접 봐줬으면...”“꺼져.”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태현의 분노가 폭발해 버렸다. 그러자 지신혜는 순간 제자리에 얼어붙었다.“너야 뭐든 입든 말든 나랑 상관없어. 다 꺼지라고, 다!”그 말을 들은 그녀는 입술을 꽉 다물었다. 분노에 찬 나태현을 바라보며 지신혜는 속으로 고은지를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하지만 괜찮았다. 어차피 고은지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으니까, 다시는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알겠어요. 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지신혜는 고개를 돌려 드레스 들고 있던 직원들에게 손짓해 내보냈다. 사실 그녀도 이렇게까지 모욕을 당할 줄은 몰랐다.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태현은 지신혜에게 체면조차 주지 않았다. 이건 그녀 인생에서 처음 겪는 수치였다.
고은영이 눈썹을 찌푸리며 시선을 들자 마주한 것은 혐오가 가득 담긴 지신혜의 노골적인 눈빛이었다.둘의 시선이 정확히 마주쳤다. 지신혜인 걸 확인한 고은영 역시 얼굴빛이 굳어졌다. 지신혜는 고은영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곧장 시선을 돌려 양지호에게 물었다.“배 대표님 말인데요. 안에서 얼마나 더 계실 거죠?”그녀는 분명 고은영을 보기 싫어했지만 동시에 배준우를 불쾌하게 만들 자신은 없었다.양지호는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했다.“배 대표님도 방금 들어가신 거라서요. 급하시면 오늘은 이만 돌아가셔도 됩니다.”그 말에 지신혜는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고은영 앞이었기에 결국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전에 고은지 앞에서는 그렇게 당당하고 거침없던 그녀가 지금은 얌전했다.“양 비서님.”고은영이 양지호를 조용히 불렀다.“네,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신가요?”“여기 공기가 좀 안 좋아서요. 회의실로 가도 될까요?”“물론입니다.”양지호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지신혜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공기가 안 좋다고? 방금 전까진 얌전히 있었으면서 지금 내가 옆에 서니까 갑자기 공기가 안 좋다는 거야? 그래서 회의실로 가겠다고?’‘뭐 얼마나 잘났다고 그래? 결국 남편인 배준우 덕분이면서... 배준우가 없었더라면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있긴 해?’고은영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양지호와 함께 회의실로 향했고 지신혜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발을 구르며 화를 삭였다....그 시각, 사무실 안.배준우가 모든 상황을 설명하자 나태현의 얼굴은 완전히 굳어 있었다.“뭐라고 했지? 고은지가 사라졌다고?”“프랑스로 간 거 아니었나?”나태현이 놀라서 되묻자 배준우가 고개를 저었다.“되게 이상해요. 공항에서 티켓을 변경한 사람도, 비행기에 탄 사람도 은지 씨가 아니었습니다.”“고은지가 아닌데 고은지 여권으로 비행기를 탄 거라고? 뭘 노린 거지?”말하는 내내 나태현의 말투는 점점 격앙되어 갔고 이마엔 핏줄까지 도드라졌다.배준우는 차분히 말했다.“형네 아버지랑
전에 안지영한테 했던 걸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이 어떤 인간들인지 대충 감이 왔다. 꼭 뭘 직접 해치지 않아도 심리적으로 사람을 말려 죽이는 사람들이었다.“언니가 무슨 죄라고 저런 집안에 얽혀서... 진짜 팔자도 사납지.”고은영은 차 안에서 내내 분통을 터뜨리며 투덜거렸다.20분쯤 지나, 그녀는 배준우와 함께 천락 그룹 건물에 도착했다.고은영은 나태현의 사무실에는 들어가지 않고 밖의 소파에서 기다렸다. 지금은 나씨 가문 인간들이 얼굴도 보기 싫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나태현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한편 그 시각, 지신혜는 병원에서 나태현에게 버림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나타났다. 게다가 웨딩드레스까지 가지고 말이다. 그녀 뒤로는 드레스를 나르는 직원들이 줄줄이 따라붙었다.양지호는 그 모습을 보고 다가가 조심스레 말했다.“지금 배 대표님께서 안에 계셔서요. 잠시 기다리셔야 합니다.”지신혜 뒤로 따라온 드레스 팀을 보며 양지호는 눈썹을 찌푸렸다.‘지금 이 타이밍에 나태현한테 드레스 고르라고 들고 오다니? 센스가 없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이러는 건지... 어차피 나 대표님이 싫다고 하면 아무도 강요할 수 없을 텐데.’지신혜는 배 대표님이 안에 있다는 말에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알겠어요.”강성 천락 그룹에서 함부로 건드리지 말아야 할 손님이라면 누구일지 뻔했으니 말이다. 배준우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지신혜는 소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고은영이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눈빛은 불쾌감으로 물들었다. 고은지를 싫어하는 그녀였기에 고은영이 곱게 보일 리 없었으니 말이다.마침 고은영은 안지영과 통화 중이었다. 안지영은 그녀에게 임신 소식을 전했다.“그럼 조심해서 잘 지내. 몸부터 챙기고.”“응, 걱정하지 마. 은지 씨 일은 준우 씨한테 더 신경 쓰라고 해. 나씨 가문 인간들 진짜 하나같이 나쁜 자식들이거든.”“맞아. 지금 보니까 진짜 그런 것 같네. 량천옥 씨가 왜 미쳐 날뛰었는지 이제
‘이제는 량천옥의 목숨까지 노리겠다고?’“다른 일이 있어서 끊을게요.”나태현이 전화를 거칠게 끊어버리자 사무실엔 정적이 내려앉았다.그는 싸늘한 시선으로 양지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야?”양지호는 머뭇거리며 말했다.“그... 그 일이 세상에 공개됐습니다.”“뭐라고?”나태현의 얼굴이 굳어버렸다.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그의 반응은 나태범과 같았다.‘절대 알려져선 안 돼.’그건 부끄러운 과거였고 굳이 세상 사람들이 다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양지호는 태블릿을 내밀었다.“올라온 지 겨우 30분인데 퍼지는 속도가 엄청납니다.”태블릿을 넘겨받아 기사를 확인한 나태현의 눈동자에 살기가 스쳤다.“량천옥이 한 짓이야?”이렇게 물었지만 그는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 여자는 정말 무서우리만큼 냉정했으니 말이다.나태범은 고은지를 달가워하지 않았고 그가 고은지와 얽히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량천옥 역시 자신의 딸이 더 이상 나태현과 엮이는 걸 원치 않았다.‘그래서 이런 극단적인 선택까지 한 건가?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할 걸 알면서도? 정말이지, 독한 여자라니까.’양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아직 단정하긴 이르지만 아무래도 량천옥 씨가 퍼뜨렸을 가능성이 가장 크죠. 나태범 회장님은 그동안 이 건을 철통같이 숨겨왔으니까요.”나태현은 눈을 감으며 아무 말 없이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제가 지금 바로 처리할까요?”양지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래.”나태현은 단호히 말했다.이 일이 세상에 다 퍼졌으니 강성에서 이름 있는 가문인 나씨 가문에 타격이 올 것은 당연했고 천락 그룹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었다.한편, 시내로 돌아가던 중 차 안에서 고은영과 배준우도 관련 소식을 접했다.기사 내용을 본 고은영은 경악했다.“이 나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같이 제대로 된 인간이 없네.”그녀는 자기 언니가 저런 집안과 얽혔다는 사실 자체가 한심하고 억울했다.신호를 기다리던 중, 배준우도 기사를 흘끗 보았다. 그의 반응 역
공항은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고은지가 사라졌다. 아니, 그녀는 애초에 공항에 오지 않았다. 표를 바꾸고 비행기를 탄 것도 동일 인물로 보이는 다른 사람이었다.이 소식을 듣고 공항에 도착한 량천옥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고은영 역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배준우와 정록담은 각자 전화를 걸어 고은지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었다.“은지야... 은지야...”량천옥은 입술이 하얗게 질린 채로 고은지의 이름만 되뇌었다. 고은영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고은지가 갑작스레 사라졌다는 사실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숨이 막히는 일이었다.배준우가 몇 통의 전화를 마치고 돌아오자 고은영은 넋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런 고은영이 안쓰러워서 배준우는 그녀를 가볍게 끌어안았다.“우리 일단 돌아가자. 응?”공항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이미 다 확인했기에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는 없었다.고은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땅에 주저앉은 량천옥을 바라보고는 이내 배준우와 함께 자리를 떴다.정록담도 전화를 마치고 다가왔다.“사모님.”량천옥의 호흡은 거칠고 가팔랐다.“왜, 왜 일이 이렇게 된 거죠?”정록담은 조용히 설명했다.“그때 밖에 눈이 많이 내려서 저희 차에 살짝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은지 씨더러 먼저 공항으로 가 있으라고 했고요...”하지만 고은지는 애초에 공항에 가지도 않았다.량천옥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딸을 멀리 보내는 걸로도 만족하지 않으면 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는데? 도대체 뭘 바라는 걸까?’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들어 나태범의 번호를 눌렀다. 전화는 곧 연결되었고 그녀는 분노를 담아 소리쳤다.“네가 한 짓이지? 전부 다 네가 한 짓이지?”“량천옥!”“나 너희 집안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기다려. 내가 반드시...”그녀의 이를 갈 듯한 목소리에 나태범도 분노로 받아쳤다.“뭐? 너 정
‘이제 그만하자고? 우린 태어날 때부터 참아야 하는 운명인 거야?’량의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낮게 울렸다.“이 일이 정말 세상에 알려지면 너한테 무슨 도움이 되겠니?”량천옥의 싸늘한 태도에 량의도 결국 언성을 높였다.“제가 뭘 바란다고 생각해요? 제가 바라는 건 은지랑 나태현 사이에 어떤 가능성도 남기지 않는 거예요. 더 이상 두 사람이 얽히지 않게.”‘도움이 되냐고?’그런 건 이미 상관없었다. 오래전에 다 내던졌던 것들이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량의는 나씨 가문과 관련된 일에는 언제나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제 그만하자면서 말이다.량천옥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이미 불가능해. 나태범이 살아 있는 이상 그들 사이는 절대 다시 이어질 수 없어. 이미 네 바람대로 됐잖아.”량천옥은 비웃듯 웃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왜 나씨 가문이랑 관련된 일엔 늘 저보고 그만하라고 하는 거예요? 대체 나씨 가문한테서 뭘 받았길래 그렇게 말하는 건데요?”전화기 너머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 사이로 들려오는 건 량의의 굵고 무거운 숨소리뿐이었다. 그리고 그 숨소리와 함께 량천옥의 실망이 깊어져 갔다. 그렇게 그녀는 실망을 넘어선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분명 증오였다.“왜 제가 그만둬야 하는데요? 저희는 잘못한 게 없잖아요. 왜 제가 그만둬야 하냐고요!”량천옥의 목소리에는 냉기 가득했고 단어 하나하나에 날이 서 있었다.“그거 아세요? 은지한테 지금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몰라요. 이런 상황에서 지금 저더러 나씨 가문을 건드리지 말라고요?”그동안은 겉으로만 조용해 보여서 그렇지 사실 그녀를 강성에서 몰아내기 위해서 나태범이 얼마나 많은 짓을 저질렀는지 모른다.‘그런 걸 다 겪고도 그만하자는 말 한마디로 끝낼 수 있다고? 내가 그만해도 나씨 가문쪽에서 그만하지 않으면?’“지금 뭐라고 했니?”량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량천옥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나태범한테 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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