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Chapter 1511 - Chapter 1520

1570 Chapters

제1511화

“단시간 안에 너무 큰 감정 기복을 겪어 자궁 수축이 일어난 겁니다.” 의사가 말했다. “임산부는 감정이 예민한 편입니다. 특히 지금은 가장 중요한 시기라 반드시 안정적인 정서를 유지해야 합니다.” 강지훈은 얼굴을 굳혔다. “어떻게 유지하지?” “마음을 편히 가지시면 됩니다.” “알았어. 또 주의할 점은?” “현아 아가씨의 신체 상태는 건강한 편입니다. 유일하게 주의해야 할 점은 정서적 안정입니다. 자극받을 만한 일은 피해야 합니다.” 강지훈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의사를 보내고 강지훈이 방으로 돌아왔을 때, 소현아는 또다시 베개를 끌어안고 몸을 숨기고 있었다. 강지훈이 눈에 들어오자 동그란 눈동자에 불안이 가득 차올랐다. “배는 좀 어때?” 강지훈은 그녀에게 다가가지 않고 문가에 서서 말했다. 소현아는 여전히 약간 아팠지만 강지훈의 표정이 무서워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강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소현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지훈 씨, 저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데려다주면 안 돼요?” 아빠 엄마는 아기를 임신했다는 걸 아시면 조금 화내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계속 여기에 남는다면, 언젠간 소현아가 그 언니를 화나게 했다는 걸 강지훈이 알게 됐을 때 경을 치를지도 모른다...소현아는 생각할수록 더더욱 큰 두려움이 엄습했고 배도 다시 아파오는 것 같았다. 잔뜩 움츠러든 그녀의 모습에 강지훈은 그녀의 입에선 진실을 알아낼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 하여 곧바로 규영과 미진을 찾으려 몸을 돌렸다. “강지훈 씨...” 소현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를 불러 세웠다. 그러고는 베개 뒤에서 머뭇거리며 고개를 내밀고 애처롭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를 무서워하면서도 그가 떠나는 건 더 무서워하는 듯했다. 강지훈은 마음속에 짜증이 밀려왔다. 일이 자신의 통제 밖으로 벗어난 것 같다는 불쾌감이 들었다. “말해. 도대체 무슨 사고를 친 거야? 지금 말하면 용서해 줄 수도 있어.” 그는 성큼 침대 앞으로 다가가 한 손으로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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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2화

“대체 오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규영이 말했다. “현아 아가씨께서 아래층에서 운동하실 때 효연 아가씨를 만났습니다. 효연 아가씨가...” 규영은 강지훈이 천효연을 얼마나 아꼈는지 알고 있었기에 망설이다 말끝을 흐렸다. 강지훈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계속해.” 규영은 그제야 말을 이어갔다. “효연 아가씨께서 현아 아가씨와 말 몇 마디 나눈 뒤 화를 내며 나가셨습니다. 그 일로 현아 아가씨가 겁을 좀 먹으신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을 했길래?” “그게...”규영은 또다시 망설였다. 그녀는 주인님이 현아 아가씨와 효연 아가씨 중 누구를 더 마음에 두고 있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퍽!” 가시 달린 채찍이 허리 옆을 세게 후려쳤다. “소현아가 너희한테 좀 잘해준다고 정말로 너희가 사람인 줄 알아?” 강지훈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마치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마 같은 모습이었다. 규영은 극심한 고통에 털썩 주저앉았지만,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 “주인님!” 미진은 처참하게 매질을 당하는 언니의 모습을 보고는 급히 무릎을 꿇고 그녀 곁으로 기어가 강지훈에게 애원했다. “주인님, 현아 아가씨와 효연 아가씨께서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언니가 잠시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제가 기억합니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규영은 고통을 참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미진의 손을 꽉 잡았다. 처음엔 소현아를 다른 아가씨들과 다를 바 없는 존재로 여겼었다. 그녀를 열심히 보살핀 것 또한 단지 주인님의 아이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현아와 함께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들은 점차 진심으로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다. 북경 감옥이라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소현아는 그야말로 빛을 내뿜는 작은 태양 같았다. 미진은 깊이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두 사람의 대화를 강지훈에게 한 자도 빼놓지 않고 전했다. “현아가 천효연한테 내 아이를 낳으라고 했다고?” 강지훈은 서늘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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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3화

강지훈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살기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천효연을 짓눌렀다. 그 바보 때문에 강지훈이 그녀에게 손을 댔던 그 날로 다시 돌아간 듯했다. 그 바보가 이렇게나 빨리 고자질을 했다고? 천효연은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애써 태연한 척 허리를 배배 꼬며 요염함을 최대한 뽐냈다. “지훈 씨, 왜 그래요? 얼굴이 왜 이렇게 굳었어요? 누가 화나게 했어요?” 그녀는 손바닥을 강지훈의 가슴에 가볍게 얹고 도발적으로 쓰다듬었다. “제가 그 화 풀어줄까요?” 그녀는 무릎을 꿇고 엉덩이를 흔들며 그의 바지 위 민감한 부위에 입술과 혀를 가져가 현란하게 움직였다. 이 방법은 늘 효과 만점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녀가 남자의 반응을 끌어내기도 전에 강지훈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는 허리를 숙여 그녀의 턱을 거칠게 잡아 올렸다. 뼈를 부술 듯 강렬한 힘이었다. “지훈 씨, 아파요...” 천효연은 고통스럽게 미간을 찌푸렸지만, 여전히 유혹적인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강지훈은 감정이라고는 한 점도 없는 눈으로 차갑게 그녀를 노려보았다.“누가 소현아 만나라고 했어?” 천효연의 눈에 공포가 스쳤다. “지훈 씨, 저 그냥 현아 씨랑 두어 마디 나눴을 뿐이에요.” 그녀는 말하면서도 아양을 떨며 그의 욕망을 자극하려 했다. “당신도 알잖아요. 당신 곁에 여자가 그토록 많았어도 저 한 번도 문제 삼은 적 없어요. 저도 제 분수를 잘 알아요. 당신이 절 찾아와만 준다면, 전 아무것도 바랄 게 없어요.” 강지훈은 서늘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천효연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애써 계속 변명을 이어갔다. “지훈 씨 전에도 저한테 경고한 적 있잖아요. 제가 어떻게 감히 당신 말을 거역할 수가 있겠어요?” “인정할게요. 조금 질투했어요. 현아 씨가 당신 사랑을 받으면서도 행복한 줄 모르고 자꾸 당신을 밀어내려고 해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지훈은 그녀의 턱을 잡고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몸이 카펫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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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4화

그날 밤, 강지훈은 천효연의 방에서 머물렀다. 다음 날 아침. 소현아는 흐릿한 정신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품에선 낯선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졌고 머릿속은 아직 몽롱했다. 몇 초 뒤, 어젯밤의 기억이 떠오르자 소현아는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맨발로 침실 문으로 달려갔다. “규영 씨, 미진 씨, 강지훈 어딨어요?” 그녀가 잠든 사이에 또 그 언니한테 갔나? 그 언니가 강지훈한테 다 말하진 않았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소현아는 다급함에 울음까지 터질 것 같았다. “현아 아가씨, 왜 신발도 안 신고 내려오셨어요?” 규영과 미진은 방금 전 매질을 당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온몸의 뼈마디가 쑤셨지만 소현아 앞에선 내색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소현아를 부축해 방으로 들어가 신발을 신겨주었다. 소현아는 고개를 푹 숙였다. “강지훈 씨가 이미 내가 그 언니 화나게 했다는 거 알았겠죠? 나 때리진 않을까요? 뱃속에 아기들도 있는데.” 소현아의 애처로운 모습에 규영과 미진은 가슴이 저릿해졌다. “아니에요. 주인님은 현아 아가씨를 제일 아끼시는데 어떻게 손을 대겠어요?” 소현아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 “아니요. 강지훈 씨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그 언니예요. 전에 내 앞에서 그 언니랑 아기도 만들었다고요!” 북경 감옥에 있는 동안 그녀가 가장 많이 본 장면이 바로 강지훈과 천효연이 침대에서 나뒹구는 모습이었다. 노원우도 그녀가 아닌 다른 여자를 좋아했기에, 그녀 앞에서 잠자리를 서슴지 않고 하곤 했다. 소현아가 그 여자에 대한 불쾌함을 드러내면 그는 가차 없이 그녀에게 매질을 했었다. 그 기억이 떠오르자 소현아는 당시 맞았던 곳이 욱신거렸다. 왠지 배도 다시 쥐어짜듯 아파왔다. “흑흑, 규영 씨, 미진 씨, 강지훈한테 제발 부탁해줘요. 나 때리지 말라고요. 그 언니한테 사과할게요. 뭐든 할게요...” 소현아는 배를 끌어안고 흐느꼈다. “배가 너무 아파요. 더 울면 안 되겠어요. 아기들이 불편해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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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5화

아침을 먹고 난 뒤 미진은 소현아를 데리고 운동을 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가려 했다. 규영은 아까 본 장면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저으며 조금 기다리라고 눈짓했다. 식기를 치우러 아래층에 갔을 때, 강지훈과 천효연이 보이지 않자 규영이 도우미에게 물었다. “주인님과 효연 아가씨는요?” 도우미가 대답했다. “방금 나가셨어요.” 그 말에 규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으로 돌아와 보니 미진은 방을 정리하고 있었고 소현아는 조용히 창가에 앉아 있었다. 처음 주인님이 데려왔을 때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었다. 규영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아가씨, 배 아직 아프세요?” 소현아는 배를 만지며 말했다. “이제 안 아파요.” 그러고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규영 씨, 미진 씨, 우리 아래층에 내려가요!” 규영과 미진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소현아의 상태가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정확히 뭐가 이상한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주인님과 효연 아가씨가 자리를 비웠으니 걱정할 일은 없다. 아래층에 내려간 뒤 소현아는 두 바퀴를 돌고 지쳐서 더 못 걷겠다며 소파에 앉았다. 한 번은 계단 쪽을, 또 한 번은 문 쪽을 바라보며 작은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 모습에 규영과 미진이 물었다. “현아 아가씨, 뭘 보시는 거예요?” 소현아는 괴로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어제 그 언니 언제 돌아올까요?” 그녀는 강지훈은 아직 자신이 그 언니를 화나게 했다는 걸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 언니한테 제대로 사과해 용서를 받으면, 그 언니도 강지훈한테 고자질하지 않을 것이다.하여 오늘 일부러 일찍 내려와 그녀를 기다리려 한 것이다. 하지만 벌써 점심때가 다 됐는데도 천효연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규영과 미진은 그녀가 아직도 어제 일을 마음에 두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들은 소현아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천효연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고 해도 용서받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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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6화

잠시 뒤, 강지훈의 검은 군화가 먼저 문을 넘어섰다. 검은 제복은 그의 늘씬한 체형을 돋보이게 했고, 모자가 얼굴을 가리고 있어 높은 코끝과 일직선으로 다부지게 다문 입술만 드러났다. 그의 표정은 좀처럼 읽을 수가 없었다. 천효연이 그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검은 자수가 새겨져 있는 원피스는 그녀의 매혹적인 몸매를 완벽히 돋보이게 해주고 있었다. 두 사람은 더없이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거실에서 밥을 먹고 있는 소현아를 본 순간 천효연의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가 살짝 굳었다가 이내 다시 자연스러워졌다. “지훈 씨, 내가 도와줄게요.” 그녀는 웃으며 다가가 친밀하게 강지훈의 넥타이를 풀어주며 소현아를 향하는 그의 시선을 교묘히 막았다. “주인님.” 이 시간에 두 사람이 돌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규영과 미진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고개를 숙이고 걱정스럽게 소현아를 쳐다보았다. 소현아는 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멈춘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얼굴은 핏기가 모두 사라지고 새하얗게 질린 상태였다. “현아 아가씨...” 규영은 그녀의 이상한 기색을 눈치채고 달래려 가까이 다가갔다. 소현아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머리를 감싸 안으며 식탁 밑으로 파고들었다. “현아 때리지 말아요. 잘못했어요. 미안해요. 예쁜 언니 화나게 하는 게 아니었어요. 앞으로는 절대 안 그럴게요...” “흑흑... 아빠, 엄마, 민아야, 소월아, 빨리 와서 나 좀 구해줘...” “집에 가고 싶어요. 여기 더는 있고 싶지 않아요...” 소현아는 횡설수설하며 식탁 안쪽으로 기어 들어가 다리를 끌어안고 몸을 웅크렸다. “주인님, 현아 아가씨께선 정말 아무것도 모르십니다. 뱃속에 아기들도 있으니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규영과 미진은 강지훈이 정말로 그녀에게 손을 댈까 봐 두려워 다급히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식탁 주변은 혼란에 휩싸였다. 강지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문가에 서서 식탁 밑에 숨어 고개도 들지 못하는 소현아를 쳐다보았다. “지훈 씨...” 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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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7화

규영과 미진은 소현아를 너무 걱정한 나머지 본의 아니게 실수를 했다. 천효연의 말을 듣고 나서야 자신이 주인님의 권위에 도전했다는 걸 깨달았다. 거실의 분위기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두 사람은 변명 한마디 못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무릎을 꿇고 있었다. “채찍 가져와.” 강지훈의 서늘한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주인님... 현아 아가씨 앞에서 그들을 벌하려는 건가? 현아 아가씨는 설사 충격은 받지 않더라도, 분명 무서워할 것이다! 도우미 한 명이 채찍을 가져왔다. 강지훈은 무정하게 두 사람을 흘깃 쳐다보고는 아무 말 없이 채찍을 휘둘렀다. 규영은 신음을 참으며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다음 채찍은 미진을 향했다. “때리지 말아요! 제발 때리지 말아요! 현아가 잘못했어요! 차라리 날 때려요! 흑흑... 미안해요. 규영 씨, 미진 씨, 다 내 잘못이에요...” 소현아는 손발을 모두 다 동원해 식탁 밑에서 기어 나오고는 눈을 질끈 감고 두 사람 앞을 막아섰다. 강지훈이 악마나 맹수라도 된 듯 공포에 질린 모습이었다. “현아 아가씨, 저희 신경 쓰지 마세요. 저희는... 저희는 익숙해요. 이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규영과 미진은 황급히 일어나 그녀를 뒤로 감쌌다. 소현아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흑흑, 엄마, 저 앞으로 다시는 거짓말 안 할게요. 빨리 와서 저 데려가요... 강지훈은 나쁜 놈이에요. 저한테 하나도 안 잘해줘요. 제가 잘못했다고 했는데도 때리고 밥도 안 줘요...” 그녀의 울음은 멈출 줄을 몰랐다.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 호흡도 가빠졌고 배도 연이어 오르락내리락 움직였다. “뭘 잘못했는데?” 강지훈은 채찍을 옆으로 던지고 차갑게 물었다. 소현아는 우느라 정신이 없어 그가 한 말을 듣지 못했다. “주인님, 현아 아가씨는 아침에 일어나셨을 때부터 배가 아프다고 하셨습니다. 정말로 무서워하고 계세요.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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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8화

“현아 아가씨, 이제 괜찮아요. 주인님 가셨어요. 때리지 않을 거예요. 아가씨 뱃속에 아기들도 있잖아요.” 규영과 미진은 곧바로 돌아서 소현아를 달랬다. 소현아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두 사람이 맞은 곳을 어루만지며 흐느꼈다. “많이 아프죠? 흑흑, 미안해요. 나 때문에 두 사람이 맞은 거예요. 앞으로 우리 방에서만 놀아요. 밖으로 나오자고 안 할게요.” 규영과 미진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저희는 괜찮아요. 현아 아가씨가 무사하면 그걸로 됐어요. 배는 어때요? 불편하지 않으신가요?” 위험인물이 사라지자 소현아는 그제야 서서히 마음을 놓고 배를 만지며 말했다. “아까 울 때 엄청 아팠는데 이제 괜찮아요. 아기들도 놀랐나 봐요.” “현아 아가씨, 밥 좀 더 드세요. 오늘 저녁엔 아마...” 규영과 미진은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아까 주인님께서 새 요리사를 쉬게 하라고 하셨으니 저녁부터 현아 아가씨는 배를 곯을지도 모른다. 소현아도 방금 전 강지훈의 말을 들었다. 그가 남긴 밥을 먹고 싶지 않았지만, 얌전히 일어나 조금 먹어두었다. 방으로 돌아와 규영과 미진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본 그녀는 그들을 위로했다. “나 입맛 안 까다로워서 뭐든 먹을 수 있어요. 배고프지 않을 거예요.” 다만 아기들이 어떤 음식 냄새를 싫어해서 그녀도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 소현아는 미안한 듯 배를 만졌다. “미안해. 너희들도 앞으로 배고프겠네. 나도 최대한 많이 먹을 테니까 너희도 까다롭게 굴지 마.” 아이들은 반항이라도 하는 듯 두 발로 그녀의 배를 걷어찼다.그때, 혈색이 점차 회복되고 있던 소현아의 얼굴이 다시 하얗게 질려 버렸다. 거의 서 있지도 못할 정도로 어지러워 한참 만에야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그날 저녁, 주방에서 올라온 음식은 전부 밍밍한 채소뿐이었다. “현아 아가씨는 임신 중인데 이런 것만 드셔서 어떻게 영양을 챙겨요!” 미진은 화가 나 욕설을 내뱉었다. “주인님이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어요. 전엔 현아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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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9화

규영과 미진은 강지훈에게 부탁할 기회를 찾으려 했지만, 며칠째 그의 모습조차 볼 수 없었다.주방에서 소현아에게 보내주는 음식은 영양가 없는 채소뿐이었다. 심지어 양까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두 사람은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었다. “언니, 나도 같이 갈게!” 규영이 식사를 가지러 가려 하자 미진도 따라나섰다. 규영은 걱정스럽게 소현아를 바라보았다. 소현아는 창가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입고 있는 하얀색 털 뭉치가 달린 잠옷은 그녀가 처음 별장에 왔을 때 주인님이 준비해 준 옷이었다. 최근 소현아는 적잖게 살이 빠져 잠옷이 헐렁해져 있었다. 어깨 부분이 축 늘어져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가 훤히 드러났고 둥그런 배만 높이 솟아 있었다. 꼭 정교하게 빚어낸 도자기 인형 같았다. “나 얌전히 방에 있을게요.” 두 사람의 걱정어린 시선을 눈치챈 소현아는 애써 밝은 척 자세를 바로잡고 꼿꼿이 허리를 펴고 앉았다.규영과 미진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곧 돌아올게요.” 소현아에게 몇 마디 당부한 뒤 두 사람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주방 문 앞에 도착해 미진이 입을 열려고 한 순간, 안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저 바보한테 이것만 준다고? 아무리 그래도 주인님 아이를 가졌는데 이건 너무 적지 않아? 만약 주인님이 뭐라고 하시면...” “며칠째 이렇게 줬잖아. 주인님이 한 번이라도 타박하신 적 있어? 그냥 바보 멍청이일 뿐이야. 며칠 갖고 놀다가 흥미를 잃으셨겠지. 역시 제일 총애받는 건 효연 아가씨야.” “맞아. 효연 아가씨가 시킨 거야. 우리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돼. 설령 무슨 일이 생겨도 효연 아가씨가 우리 편 들어줄 거야.” “요즘 주인님은 돌아오시면 효연 아가씨 방에만 계시잖아. 어쩌면 이게 주인님 뜻일지도?” 그 말을 들은 규영과 미진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역시 주인님의 핏줄을 임신한 현아 아가씨를 감히 주방 도우미들이 제멋대로 막대했을 리 없다. 배후에 누군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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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0화

미진이 분을 참지 못하고 모두 고자질했다.강지훈은 식판 위 초라한 음식을 보고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오싹한 분위기를 뿜어냈다.돌연 규영의 손이 허전해졌다. 강지훈이 식판을 낚아채 주방 안으로 던져버린 것이다. 그릇이 처참하게 깨지는 소리가 귀를 찢을 듯 울려 퍼졌다.“다 나와!”“주, 주인님...”주방 도우미들이 겁에 질려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걸어나왔다.강지훈의 싸늘한 시선이 그들의 얼굴을 훑었다.“밥 제대로 못 하겠으면 앞으로 할 필요 없어.”그는 손을 들어 문가의 부하들에게 지시했다.“데려가서 손가락 하나씩 부숴버려.”그 말에 도우미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어떤 이는 겁에 질려 바지에 오줌까지 지렸다.“주인님, 저희가 어찌 감히... 그, 그건...”“지훈 씨, 무슨 일이에요? 요리사들이 한 음식이 입에 안 맞아요? 그럼 오늘은 제가 할까요? 당신 내가 한 요리 아직 못 먹어봤잖아요!”천효연은 강지훈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마중 나왔다가 주방에서 벌어지는 소란을 보고 잠시 얼굴에 당황함이 스쳤지만 이내 가라앉혔다.그녀는 태연한 얼굴로 강지훈 곁으로 다가가 그의 팔짱을 끼고는 조용히 눈빛으로 도우미들에게 경고했다.도우미들은 그 모습을 보고 결국 입을 다물었다.말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주인님은 천효연 아가씨를 무척이나 총애하시니 기껏해야 살짝 혼내고 끝낼 것이다. 그들의 손은 역시나 무사하지 못한다.하지만 입을 다물면 효연 아가씨가 그들을 도와줄지도 모른다.도우미들은 곧바로 부하들에게 끌려갔다. 몇 분 뒤 지하 감옥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규영과 미진은 익숙한 광경에 무덤덤했다. 그저 난감한 얼굴로 쭈뼛거리며 강지훈에게 말할 뿐이었다.“주인님, 현아 아가씨 아직 저녁 안 드셨습니다...”강지훈은 짜증을 억누르며 곁에 있는 천효연을 흘깃 쳐다보았다.“너 요리 잘해?”천효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즉시 알아차리고 이를 악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네.”강지훈이 말했다.“들어가서 대충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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