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왜 왔어?”강지훈은 문을 열고 나타난 초췌한 천효연의 얼굴을 마주했다.“지훈 씨, 나 때문에 현아 씨 내보낸 거죠?”천효연의 눈가는 붉어져 있었지만, 얼굴에는 좀처럼 숨길 수 없는 광기의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강지훈은 미간을 더욱 깊게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그 여잔 안정이 필요해. 너도 마찬가지고.”그 몇 마디 안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천효연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초췌한 그녀의 모습에서는 색다른 묘한 매력이 느껴졌다.“지훈 씨, 알아요. 제가 너무 오만했고, 당신이 저에게 베풀어준 호의를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분수를 몰랐어요. 현아 씨 일도 제 잘못이고, 어머님 일은 제가 죽어 마땅한 죄를 지었어요. 하지만 제발, 제가 당신을 구한 걸 봐서라도 여기 있게 해줘요. 네?”그녀는 제 옷깃을 잡아 내리고는 높게 솟은 두 봉우리를 강지훈의 가슴에 밀착했다. 강지훈이 천효연의 손을 잡고 침실 쪽으로 가려고 했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그녀가 간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지훈 씨, 오늘 밤은 여기서 하면 안 돼요?” 그녀가 서재를 가리켰다.강지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렸다.“확실해?”천효연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깊은 밤, 강지훈은 소파에서 깊이 잠들어 있었다.천효연은 조심스레 팔을 문질렀다. 온몸이 쑤시는 듯 욱신거렸다.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몸을 혹사했으니,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물론, 그녀에게는 더욱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그 후 며칠 동안 천효연은 매일 강지훈을 찾아왔고, 강지훈도 이에 대해 일절 거절하지 않았다.한편 소현아는 원래 잘 잊는 성격이라, 고윤정을 따라 집으로 가서는 며칠 동안 연속 잠에만 빠져 있었다.“현아야? 현아야?”소현아는 큰 눈을 깜빡거리고 있었다. 눈앞 익숙한 얼굴을 보니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엄마?”소현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직도 조금은 확신이 서지 않는지 제 팔을 힘껏 꼬집었다.“아야야, 진짜네.”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