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있던 장교는 속이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현무상제에게 뺨 한 대 날려서 정신을 차리게 해주고 싶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눈 뜨고 똑똑히 봐. 지금이 예법을 따질 때냐고. 현무담이 메워졌고 왕후들이 죽어 나갔는데 여기서 잔소리나 늘어놓고 있다니. 그래. 너만 고상하고 잘났다. 이제 적이 진짜로 들이닥쳐도 이렇게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을지 두고 볼 거야. 적이 과연 당신의 말을 들어줄 것인지...’장교는 속으로 투덜거렸지만, 겉으로는 순순히 받아들였다.“예, 폐하. 명심하겠습니다.”장교는 화가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왜냐하면, 눈앞의 사람은 현무상제이고 그는 그 옆을 지키는 장교밖에 안 되기 때문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현무상제 밑에서 일해야 하니까 불만이 있어도 웃는 얼굴로 받아들여야 했다.장교가 물러나자 내시가 달려와 공손히 말했다.“폐하, 오 장군께서 폐하를 뵙고 싶어 합니다.”이 말을 들은 현무상제는 허리를 펴고 보좌에 앉아 기세등등하게 말했다.“들여보내라.”“폐하께서 허락하셨습니다. 오 장군님, 들어오십시오.”내시가 목청을 돋우어 외쳤다.그러자 대전 밖에 서 있던 장교는 코웃음 치며 자신의 갑옷을 정리하고는 아주 정확한 예법에 따라 걸어 들어왔다. 그는 두 번 다시 쫓겨나고 싶지 않았다.“폐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오 장군이 바닥에 무릎 꿇고 큰 소리로 인사를 올렸다.“오 장군, 일어서서 말하게.”“감사합니다, 폐하.”“그래. 무슨 일로 찾아온 거냐?”현무상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물었다.장교는 이러는 현무상제가 너무나도 어이없었다.현무상제는 다른 건 다 괜찮은 황제였다. 영명하고 무공이 뛰어나며 나라도 제법 잘 다스리는 흔치 않은 명군이었다.하지만 유일하게 부족한 점이 바로 지나치게 예법을 지킨다는 것이었다. 정말 사소한 일에도 예법을 따지고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마치 세상에 예법보다 중요한 일은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예법을 조금이라도 어기면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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