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Bab 1301 - Bab 1310

1326 Bab

제1301화

‘일곱째 사모님?’파리에서 이렇게 지내다 보니, 청하시에서의 모든 일들은 이제 그녀와 거의 아무런 관련이 없게 느껴졌다.그런 생각이 스치자 이유영의 마음 깊은 곳이 파문처럼 일렁였다.여진우는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그렇다고 너무 부담 갖지는 마. 감정만 나누고 가문 이야기는 굳이 언급하지 마.”가문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씨 가문과 엔데스 가문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친구 사이에 이 경계를 설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하지만 이유영은 여진우의 말을 대체로 따랐기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여진우가 현우에 대해 굳이 언급하지 않은 걸 보며 이유영은 큰일은 아니겠거니 생각했다.정말 심각한 일이 있다면 여진우는 반드시 그녀에게 알려줄 것이다.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여진우는 생각이 깊어 때로는 동생인 자신조차 그의 속마음을 짐작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이유영이 돌아서는 순간, 여진우가 물었다.“셋째 도련님은 왜 물어본 거야?”이 사람은 이유영에서 무척 조심스러운 이름이었다. 그녀가 그를 언급했다는 건 분명 어떤 의도가 있을 터였다.하지만 이유영은 그 질문에 직접적인 답은 피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내 생각이 있어.”무심한 듯한 말투였지만 전혀 무관심하지 않았다.정국진과 임소미가 파리를 떠난 지금 그녀는 혈연으로 이어진 여진우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한때 그녀의 인생에 강이한만이 전부였을 때가 있었다. 그의 사랑을 믿었고 그 믿음 하나로 버텼다.그러나 정씨 가문으로 돌아온 뒤에야 진짜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그들은 돈을 쥐여주거나 그들의 세계에 끼워 넣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 끝없이 그녀를 받아들여 주었다.그게 바로 가족이었다.이유영에게 가족은 절대적인 존재였고 그 절대성은 어떤 사랑보다 더 깊고 중요했다....한편 정국진과 임소미는 인생에서 가장 평온하고 따스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들은 반듯하게 자라 든든했고 딸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사려 깊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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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2화

박연준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말했다.“다 알고 있어.”“뭘 안다는 건데?”“다섯째 도련님이랑 여섯째 도련님이 네 오빠와 계속 접촉하고 있다는 거.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잖아. 만약...”“만약?”박연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유영이 냉소 섞인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이미 지쳐 있던 박연준은 그녀의 무심한 태도에 더욱 괴로웠다.“세상 사람들이 다 너와 강이한처럼 자기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거라고 생각해?”“유영아.”“박연준, 오빠가 그러더라. 너와 강이한이 이런 식으로 날 지켜준 거라고. 하지만 그거 알아? 지켜준다는 단어는 너희한테 전혀 어울리지 않아.”이유영에게 박연준과 강이한은 ‘지켜준다’는 말과는 가장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마음이 있어야만 누군가를 지켜줄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정작 그 마음조차 없었다.“우리를 원망하는 거 알아. 하지만 지금은 그런 얘기할 때가 아니야. 지금 중요한 건 엔데스 가문이야.”그녀가 고집스럽게 이혼을 요구했을 때, 정씨 가문 전체가 그녀의 뜻을 지지했다. 그 사실은 박연준을 답답하게만 했다.“엔데스 예준과 엔데스 명우가 어떤 사람인지 넌 이미 알고 있잖아.”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지금도 엔데스 가문의 도장은 발견되지 않았어. 외부의 지원이 그들한테 얼마나 절실한지, 내가 일일이 설명해야 해?”“너랑 무슨 상관인데?”박연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유영이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박연준은 그만 할말을 잃고 말았다.‘유영이는 정말 아무렇지 않는 걸까?’“그 사람들이 날 갈기갈기 찢어 죽인다 해도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이유영!”박연준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그의 눈빛엔 날이 서 있었고 동시에 고통과 실망이 스며 있었다.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그의 보호를 원치 않았다.그녀가 고집스럽게 이혼을 요구했던 이유였다. 이유영은 박연준과 더 이상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았다.박연준은 그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우린 이미 끝났어. 알아들어?”이유영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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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3화

‘상관없어.’이유영은 계속해서 그에게 상기시켰다.지금 그녀의 삶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박연준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하지만 박연준은 다섯째 도련님과 여섯째 도련님이 여진우와 계속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모든 걸 제쳐두고 파리로 날아왔다.그리고 돌아온 대답이 고작 이 한마디였다.“유영아.”오랜 침묵 끝에 박연준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하지만 그 이름은 싸늘했다. 도무지 따뜻함이라곤 느껴지지 않았다.지금 박연준의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그때, 연서를 잃었을 때 느꼈던 고통조차 가물가물했다.심지어 그 슬픔을 견뎌낸 후에는 세상에 다시는 연서처럼 자신을 무너뜨릴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이유영의 차갑고 무정한 태도 앞에서 박연준의 가슴은 누군가가 움켜쥐고 천천히 짓이기는 것처럼 조여들었다.“윙윙윙.”전화기 진동 소리가 울렸다.이유영은 화면을 확인하고는 무심히 그를 바라보다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저예요.”수화기 너머로 엔데스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크게 말하지 않았지만 박연준도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이미 상처투성이였던 그의 마음은 이번엔 경계와 긴장으로 가득 찼다.셋째 도련님의 존재를 그는 잠시 잊고 있었다.지금 파리에서는 도장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상태였고 여섯째 도련님, 다섯째 도련님에 이어 셋째 도련님까지 이유영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무슨 일이에요?”조금 전까지 박연준을 향했던 싸늘한 눈빛은 사라졌고 전혀 다른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녀의 변화에 박연준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뒤엉켰다.머릿속이 하얘지며 이성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지금 자신이 보이는 태도가 엔데스 가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모르는 것이 확실했다.박연준의 이성은 끊임없이 갈등을 반복했다. 그래서인지 이유영이 전화 너머의 남자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마지막으로 그녀가 미소 지으며 전화를 끊는 장면만 보였다.이유영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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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4화

특히 셋째 도련님은 계속해서 그녀를 노리고 있었다.박연준이 가장 두려워하던 상황이 결국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그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이유영의 모습을 보고 박연준의 눈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야.”이유영의 차가운 말에 박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박연준의 마음속에 폭풍이 다시 몰아쳤다.오늘 하루 이유영은 가장 많이 반복한 말이었다. 박연준이 어떤 말을 해도 그녀는 단 한 마디로 냉정하게 잘라냈다.그녀는 끊임없이 차갑고 단호하게 두 사람의 관계에 선을 그었다.이유영이 가방을 들어 올리고 몸을 돌리는 순간, 박연준은 결국 참지 못하고 말을 내뱉었다.“이유영, 넌 정말 아무 감정도 없는 사람이야.”그 말에 이유영의 걸음이 멈췄다. 그녀의 눈빛이 유난히 차가워졌다.“그러니까 우리는 같은 부류의 사람이야.”박연준은 멍하니 서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같은 부류?’이유영의 눈에는 강이한도 박연준도 결국 아무 감정도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이렇게 차갑게 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박연준, 하나만 기억해. 우리는 끝났어. 그리고 더 이상 선 넘지 마.”박연준은 입을 열지 못했다.‘청하시에서 함께했던 시간은 모두 아무 의미도 없었던 걸까?’하지만 지금의 이유영은 그 시절을 아예 지워버린 듯했다.그토록 소중한 기억이 이유영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과거에 불과했다.이유영이 문 손잡이에 손을 얹자 박연준이 이어서 말했다.“만약 네가 엔데스 셋째 도련님과 함께 있는 걸 알게 되면 강이한은 미쳐버릴 거야.”그가 수술 직전까지 가장 걱정했던 것은 엔데스 가문과의 관계였다. 그녀가 정국진의 친딸이라는 사실조차 그녀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그때, 강이한은 수차례 박연준에게 경고했다. 하지만 이유영은 결국 이 지경까지 오고 말았다.그녀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듯 항상 차가운 태도만 보였다.‘정말 아무렇지 않은 걸까?’‘유영이를 지키려 했던 사람들이 지금 그녀의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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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5화

문기원이 뒤에서 조용히 다가왔다.“선생님.”조금 전 상황을 목격한 그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이유영과 박연준 사이가 이토록 악화될 줄은 그 역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이제는 엔데스 가문과 얽히는 일을 감수하면서까지 박연준과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아 보였다.세 사람 사이에 어떤 과거가 있었는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박연준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기원아.”“네.”“정말 내가 그렇게 미운 걸까?”미운 감정이 이토록 무겁고 가혹할 줄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사람은 누구나 미움을 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박연준은 그런 것쯤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던 때가 있었다.그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문기원은 짧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예전에 이유영 씨가 가장 힘들어하던 때, 선생님께서 곁을 지켜 주셨죠. 그건 분명 이유영 씨에게도 큰 의미였을 겁니다.”사람은 감정적으로 가장 무너졌을 때,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기대게 된다. 하지만 그 대상이 누가 되었느냐에 따라 기억의 무게가 달라진다.그때 강이한은 한지음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었고 이유영은 끝없는 절망 속에 내던져져 있었다.그 절망 속에서 박연준은 그녀 곁을 지켜 주었다.그녀에게 그는 구원자이자 보호자였던 것이다. 그만큼 그녀에게 중요한 존재로 다가왔었다.하지만 그녀가 겪게 된 절망과 고통이 결국 그의 계획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녀는 박연준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그 생각이 미치자 박연준의 눈빛에 씁쓸함이 스쳤다.“강이한보다 나를 더 미워하겠지?”강이한도 분명 이유영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박연준은 그녀가 가장 보호가 필요할 때 그녀의 감정을 이용했다.모든 진실을 알게 된 지금에 와서 용서를 논하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지금 이유영의 태도가 그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네.”문기원의 대답이 짧게 이어졌고 박연준은 그 한마디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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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6화

“이유영이 엔데스 신우 씨랑 점심 같이 먹었어, 그거 알고 있었어?”여진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그러다 박연준을 바라보며 말했다.“그 말 하려고 나 찾아온 거야?”‘그 말? 이게 그렇게 가벼운 일은 아니지 않나?’엔데스 가문과 정씨 가문은 그동안 서로 간섭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해왔다.하지만 요즘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엔데스 가문의 회장이 나이가 들면서 그 밑의 자손들이 점점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고,게다가 로열 글로벌 내부 사정까지 겹치면서 이권을 노리는 움직임은 더욱 치열해졌다.누구도 이 한 조각의 고기를 쉽게 넘길 생각이 없는 것이다.엔데스 회장이 쓰러지고 나서 그들의 야망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었다.지금은 엔데스 가문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시점이었다.그런 시기에 이유영이 그들과 엮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뻔했다.여진우가 말했다.“유영이는 언제나 자기 생각대로 움직여. 박연준, 지금 네가 참견할 일이 아닌 거 같은데?”그 말투는 꽤 날카롭고 단호했다.이 말을 듣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두 사람이 남이 아니라는 걸 단번에 눈치챘을 것이다.박연준의 눈빛은 그 말에 더 어두워졌다.여진우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박연준, 예전에 네가 유영이의 세상을 그렇게 무참히 찢어놓을 땐, 그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이나 해봤어?”‘이제 와서? 엔데스 가문과 엮이면 위험하다고, 그건 깊은 수렁이라고 말하면서 걱정이 돼? 그럼 예전엔? 그때 네가 강이한이라는 사람을 향한 계산 속에 유영이를 어떤 지경까지 몰아넣었는지 생각해봐.’한때, 박연준이 강이한을 향해 꾸몄던 그 계략은 결국 이유영을 가장 깊은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한 여자의 입장에서 남편이 다른 여자 때문에 자신을 해치고 짓밟는 것보다 더 아픈 일이 있을까?그런데 지금 남편 곁에 있는 여자는, 예전에 이유영이 무너질 때마다 손을 잡아 끌어줬던 박연준이 직접 강이한 옆에 밀어 넣은 여자였다.그 모든 계략과 음모 속에서 이유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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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7화

지금 박연준의 세계는 말 그대로 고통이었다.그가 강이한에게 했던 그 모든 약속과 사명은 정씨 가문의 단호한 태도 앞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지금 이유영과 엔데스 가문 사이의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박연준은 매 순간 심장이 조여오는 듯했고 가슴이 답답해서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한편, 레스토랑.남자는 손수 스테이크를 먹기 좋게 잘라 이유영 앞에 놓아주었다.품위 있고 절제된 젠틀한 매너는 가까이 있는 직원들마저 넋을 놓고 바라보게 만들었다.청아하고 단정한 외모의 소유자, 바로 예전 모두가 바보 취급하던 그 ‘엔데스 신우’라는 사람이 보기보다 훨씬 잘생기고 심지어 사람을 잘 챙길 줄 아는 남자였다는 사실을 모두들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고마워요.”이유영이 정중하게 말했다.“굳이 그렇게 예의를 갖출 필요 없어요.”남자의 부드러운 말투에 이유영은 칼과 포크를 든 손이 잠시 멈칫했다.그녀는 와인잔을 들어 조용히 한 모금 마셨다.그러고는 조심스레 말했다.“아까 통화 내용은...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통화?’그렇다.오늘 이 식사는 이유영이 엔데스 신우에게 먼저 제안한 자리였다.이곳 파리에서는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지만 단 하나, 엔데스 가문 사람만큼은 절대 함부로 이용할 수 없다는 걸 이유영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박연준 때문에 너무 화가 나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던 것이다.원래는 이혼한 이후엔 다시는 엮일 일 없을 줄 알았다.그런데 웬걸, 박연준이 웬일인지 서주에서 파리까지 따라온 것이다.말을 끝마치자마자 전화기 너머로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렸다.부드럽고 온화했지만 그 속에는 날카로움이 숨어 있었다.“날 이용하는 거예요?”이유영은 할 말이 없었다.‘이용’이라는 두 글자에 남자가 이유영을 바라보았다.그 순간 이유영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입을 다문 채 그녀는 묵묵히 남자를 바라보았다.대답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명확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이윽고 남자는 자신의 와인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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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8화

‘내가 나 자신을 지켜야지.’분명 그 순간, 이유영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름은 ‘박연준’이었다. 청하시에 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그 시절에...강이한에게 거의 끌려가듯 지옥에 던져졌던 그 순간에도 박연준은 곁에 있었다. 그녀를 지키며 곁에 머물렀다.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 보호라는 게 얼마나 우스운 일이었는지, 되새기기조차 두려울 만큼 참담한 기억이었다.엔데스 신우가 말했다.“왜, 못 믿겠어요?”“도련님.”이유영은 차가우면서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맞은편의 엔데스 신우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은 통화를 통해 보였던 따스함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전례 없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분위기는 말할 수 없이 날이 서 있었다.잠시 후.이유영이 말했다.“아무 여자한테나 쉽게 약속하지 마세요. 알겠어요?”엔데스 신우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약속?’그렇다.여자는 본래 감정적인 존재다. 누가 자기한테 잘해줬는지, 누가 그렇지 않았는지, 그걸 감지해내는 능력은 본능에 가깝다.정말 진심으로 줄 수 없다면 아예 말하지 않는 게 나은 것이다.한 번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이 결국 산산이 부서질 때, 그 모든 말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고 만다.박연준과 정국진의 관계처럼 말이다.예전엔 그들은 나이 차이를 뛰어넘은 절친한 사이였다.하지만 이유영 때문에 결국 그 소중했던 우정조차도 이어지지 못하게 되었다.“사람 인생에서 뭐가 무겁고 가벼운지 도련님이 저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 그러니까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신중하셔야 해요.”박연준은 그녀가 정국진의 외조카라는 걸 알았을 때 아마 멈추고 싶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땐 이미 강이한과의 일로 그녀와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틀어져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연준은 중간에 멈출 수 있었다.이를테면 무조건적으로 그녀를 지키겠다는 그 계획만큼은 말이다.그 시점의 이유영은 이미 정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있었기에 박연준의 그 ‘보호’는 더 이상 꼭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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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9화

이유영은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엔데스 신우를 오래도록 바라봤다.그 날카로운 눈빛은 마치 그의 속을 꿰뚫어 보려는 듯했다.박연준과 강이한을 겪은 뒤로, 이유영의 마음속 가장 간절한 바람은 바로 ‘사람의 속내를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었다.정말 그 능력을 갖고 싶었다.그 두 사람을 겪고 나서야 사람의 마음이란 게 세상에서 가장 들여다보기 어려운 거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뭘 그렇게 봐요?”남자가 웃으며 물었다.“도련님 말이 맞아요. 지금 이 상황을 보면... 정말 도련님 말고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네요.”“...”“하지만 도련님...”“그걸 알았다면 그걸로 됐죠.”이유영의 말을 남자가 무심하게 끊어버렸다.“...”그러더니 남자도 또 이어 말했다.“오늘 밤 나랑 같이 갈 데가 있어요.”이유영은 다시금 몸이 얼어붙는 기분을 느꼈다.“전 아직 아무것도 승낙한 적 없어요.”“지금 유영 씨가 생각해야 하는 건 내가 유영 씨를 받아들일지 밀지예요. 유영 씨, 내 지금 상황도 그리 간단하진 않아요.”남자의 말투는 분명히 경고였고 동시에 기회를 주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그 순간 이유영은 문득 송씨 가문을 떠올렸다.그러고는 엔데스 신우의 곁도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걸 새삼 느꼈다.엔데스 회장이 살아 있었을 때는 사람들의 관심은 늘 엔데스 명우와 엔데스 현우에게 쏠려 있었다.하지만 회장이 세상을 떠난 이후, 그동안 그리 주목받지 않았던 엔데스 예준, 그리고 엔데스 신우 역시 순식간에 상황을 뒤집었다.그러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더욱더 흐릿해졌고 지금 이 상황은 마치 온통 안개가 낀 듯했다.한때 가장 확고하다고 믿었던 선택조차 지금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이유영의 마음속은 격렬하게 요동쳤다.“결정했으면 오늘 저녁엔 파란색 드레스 입어요. 알겠죠?”“...”여전히 말 없는 침묵뿐이 흐를 뿐이었다.그렇게 점심 식사가 끝난 뒤, 엔데스 신우는 이유영을 로열 글로벌 산하의 스튜디오까지 직접 데려다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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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0화

“...”이유영은 말이 없었다.이미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와중에 이런 말까지 들으니 진짜 머릿속이 울리는 듯했다.정말이지 끝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몇 번이나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나서야 겨우 가슴속의 답답함을 눌러낼 수 있었다.“들여보내.”결국 이유영은 받아들였다.엔데스 명우가 여진우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처럼 직접 찾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이번엔 단단히 작정하고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머리를 빨리 굴렸다.그리고 그 짧은 순간 안에 이유영은 마음속에서 자신과 엔데스 신우 사이의 입장을 정리해버렸다.사실 생각해보면 오늘 점심시간에 엔데스 신우가 그렇게 구체적인 제안을 한 것도, 그가 이미 엔데스 가문의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꿰뚫어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그래서 확신했던 것이다.지금 이 순간의 이유영은 그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할 거란 걸....곧 엔데스 명우가 들어왔다.“애이미, 커피.”“네, 대표님.”“됐습니다. 전 몇 마디만 하고 갈 겁니다.”남자의 말투엔 차가운 기운이 가득했다.예전처럼 숨기려는 시도조차 없었다.애이미는 그 낌새를 거의 즉시 느꼈고 이유영 역시 마찬가지였다.이유영은 손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나가봐.”“네.”애이미는 마치 사면을 받은 죄인처럼 도망치듯 재빨리 나가버렸다.엔데스 명우에 대한 세간의 소문이 헛된 말이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애이미가 저렇게까지 놀랄 정도면 그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었다.엔데스 가문의 죽음의 신, 악마.이것은 세상이 엔데스 명우를 부르는 말이었다.그 오랜 세월 동안 그에게 쌓인 일들이 얼마나 많았으면 그런 별명이 붙었을까.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왔다.몸을 숙이는 그 순간 이유영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서려 했다.하지만 남자의 강한 팔이 사무용 의자와 책상 사이에 걸쳐지며 그녀의 공간을 가로막았다.과한 스킨십은 아니었지만 동시에 그녀가 빠져나갈 틈도 없었다.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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