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은 10년이라는 시간을 바쳐 남편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불륜녀에 의해 불에 타서 죽는 거라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강이한은 언젠가부터 그녀를 집에서 집안일이나 하는 가정부로 취급했다. 하지만 그녀가 이혼 서류를 당당하게 내밀었을 때.... "이러는 이유가 뭐야?" 강이한은 그녀가 자신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내가 사라져야 그 여자랑 알콩달콩 잘 살 거 아니야?" 유영은 비웃음을 머금고 차갑게 말했다. "강이한, 이번 생에는 절대 장님으로 살지 않을 거야!" 회귀하고 시력을 잃기 전으로 돌아온 유영은 싸늘한 얼굴로 전남편에게 이혼 서류를 던졌다. 기자회견 때, 한 기자가 물었다. "먼저 이혼을 제기한 이유가 뭔가요?" 유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질렸거든요." 그날 화재는 그에 대한 그녀의 모든 사랑도 같이 불태워 버렸다. 다시 되돌아 보면 아마 처음부터 모든 게 거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View More그 말에 하선희의 표정이 확 굳었다. 옆에 있던 할리 연은 그 말을 듣고 표정이 어두워져서 놀란 눈으로 이유영을 쳐다보았다.하선희는 잠깐 흠칫하더니 이유영을 보고 물었다.“뭔가를 알고 있군요.”짧은 말을 내뱉는 숨소리마저 떨리고 있었다.공기 중에 위험한 기운이 맴돌았다.할리 연은 긴장해서 이유영을 쳐다보았다.이유영은 엔데스 신우가 준 그 서류를 테이블 위에 놓고 하선희 쪽으로 밀었다.“확인해 보세요.”“이건...”“사모님이 원하시던 자료입니다.”말을 마친 이유영이 서류를 보면서 눈빛을 보냈다.이유영이 손을 놓기도 전에 하선희가 얼른 서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꺼내 확인했다.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이 순간을 기다렸던가. 하선희가 그 아이를 찾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과 정력을 들였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하지만 그 결과는 좋지 못했다.그런데 지금...스윽. 스윽.페이지가 넘어갔다.마지막 페이지를 본 하선희는 뒤통수를 맞은 것만 같았다.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버렸다.할리 연은 그런 하선희의 표정을 보고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할리 연이 하선희의 손에서 서류를 빼앗아 가자 하선희가 바로 다시 빼앗아 가더니 할리 연의 뺨을 내리쳤다.“...”할리 연은 깜짝 놀란 눈으로 하선희를 쳐다보았다. 하선희가 이렇게 심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그저 서류 하나일 뿐인데 왜 이렇게 반응하는 것인지 몰랐다.하선희는 그런 할리 연을 보면서 분노 가득한 말투로 얘기했다.“버르장머리 없는 것. 얼른 꺼져!”“...”그 말을 들은 할리 연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드러났다.하선희는 한 번도 할리 연에게 손을 댄 적이 없었다.그런데 지금은...할리 연은 가슴이 아파졌다.‘직접 키운 아이보다는 오랫동안 얼굴도 보지 못한 그 아이가 더 중요하다는 뜻인가?’속으로는 미웠지만 할리 연 억울해할 수밖에 없었다.“어머니...”“꺼져.”“...”복잡한 마음이 한데 엉켜서 그
하선희.“할리 가문? 할리 연의 어머니요?”이유영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본인의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엔데스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응.”“...”이유영의 머릿속에는 큰 해일이 일어난 것처럼 복잡했다. 하늘과 땅이 뒤바뀐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할리 가문의 하선희라니.할리 가문은 계속해서 소은지와 척을 지고 있는 가문이 아닌가.그런데 갑자기 이런 상황이 펼쳐지다니.이유영은 한참이 지나도 마음을 다잡을 수가 없었다. 이미 그 결과를 들을 때부터 정신이 반쯤 나갔으니까 말이다.소은지가 할리 가문에게 어떤 사람인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왜 하선희 씨죠?”소은지와 할리 가문 사이에 일어난 일을 떠올린 이유영은 괜스레 마음이 시렸다.어떻게 세상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는 말이다.이건 운명의 장난이 틀림없었다.“엔데스 현우와 엔데스 명우, 모두 할리 가문을 쳐내기 위해 오래 기다렸어.”엔데스 신우가 얘기했다.그동안 할리 가문은 두 사람 중 누구도 지원해 주지 않았다. 게다가 두 사람을 해치우려고 수작을 부리기도 했다.아마 엔데스 현우가 그 자리에 올라갈 줄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 자리에 올라간 사람은 엔데스 현우 할리 가문은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이유영은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혔다.뭐라고 얘기하려고 했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어떻게 할 생각이야?”엔데스 신우가 물었다.이 문제는 지금 아주 급한 문제였다. 엔데스 명우와 엔데스 현우 모두 소은지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이유영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잘 알았다.하지만 소은지도, 할리 가문도 이 사실을 알 권리가 있었다.이유영은 소은지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할리 가문이 이 사실을 영원히 모른 채 소은지를 공격하는 것을 생각하면...아무리 소은지가 파리를 떠난다고 해도 할리 가문의 성격대로라면 결국 끝까지 쫓아올 것이다. 소은지 때문에 할리 가문의 명예가 실추되
엔데스 명우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단호하게 말했다.“네 마음대로는 안돼!”아무리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엔데스 명우는 그녀를 강제적으로 청하시로 향하는 비행기에 태운 뒤였으니 소은지는 천지가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이미 할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그곳은 그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한때 그녀의 모든 굴욕과 영광이 서려 있던 이곳, 지금의 이곳은 그녀에게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소은지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그 사람은 지금 파리에 있는 거 맞지?”길고 긴 침묵을 깬 것은 소은지의 간신히 뚫어낸 목소리였다. 비행기 안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뻔한 질문이었다.“잊어버려.”엔데스 명우의 대답은 여전히 냉랭했다.소은지는 예리한 직감의 소유자였다.“혹시 너랑 원한이 있는 사람이야?”‘대체 엔데스 명우와 엔데스 현우, 그 두 형제가 모두 입 밖에 내고 싶지 않은 그녀는 누구일까?’“아니면 너희 둘과 다 원한이 있는 거야?”그녀의 집요한 물음에 그의 눈빛이 순간 날카롭게 가늘어졌다.“파리에서 당신들과 원한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체 누구일까?”“최근 몇 년간 우리와 원한을 맺은 사람은 수없이 많으니 더 묻지 마.”엔데스 현우 역시 소은지를 속이고 싶지 않았고 이 말은 사실이었다.소은지가 더 묻기 전에 엔데스 현우는 말했다.“그녀는 좋은 사람이 아니야. 제발 더 이상 알아내려 하지 마.”‘좋은 사람이 아니라니?’좋고 나쁨을 떠나, 만날지 말지는 그녀가 결정할 권리가 있지 않은가? 소은지는 더는말을 잇지 못했다....한편 이유영은 엔데스 명우가 본가에서 소은지를 데려가 청하시로 향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비록 그가 그녀를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내려는 듯했지만, 장소를 옮기는 것만으로 지난날의 상처와 아픔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그때 셋째 할아버지가 다가와 그녀를 따뜻하게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하는 거야?”이유영은 안타까운 어조로 답했다.“당신의 두 동생 말이에요. 모두 소은
입술을 깨물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그 순간 마음이 복잡해져 아무 말도 못 하고 말았다.‘청하시?’그곳이 소은지에게 대체 어떤 의미였을까?한때는 그녀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장소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었다.“난 청하시는 싫어!”소은지가 창밖을 바라보며 내뱉었다.“너...”엔데스 명우는 더는 말을 이을 수 없었고, 순간 기내의 공기가 얼어붙은 듯했다.“모든 것을 끝낸다고 했으니, 이제 어머니가 대체 어디 계시는지, 누구신지 말해줄 수 있는 거 아니야?”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은지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녀의 말대로라면 모든 것을 끝내려는 마당에 그녀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그러나 그녀가 어머니에 관해 묻는 순간, 남자의 눈빛은 다시금 어두워졌다. 따라서 소은지의 얼굴빛도 함께 가라앉았다.“약속한 대로 해야 하는 거 아니야?”“그 사람은 이제 잊고 네 갈 길 가는 게 어때?”이 말에 소은지는 다시금 엔데스 명우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빛도 점점 차가워져 갔다.순간 엔데스 현우가 제안했던 ‘왕비’의 자리를 주겠으니 그 사람을 잊으라는 조건이 떠올랐다.‘왜서 이들은 똑같이 잊으라고 하는 걸가?’소은지는 자신의 어머니가 누구이며, 대체 어떤 위치에 있는 인물인지 더 궁금해졌다.“이미 죽은 사람이라 생각해.”소은지가 그 사람의 정체를 알게 된 후 겪을 고통을 생각하니 엔데스 명우의 가슴속에 피어오르는 감정의 파도가 더욱 거세게 출렁이고 있었다.‘죽었다고 생각하라고?’예전에 엔데스 명우가 그녀가 자주 병원에 입원하고 생사를 넘나든다는 말이 생각났다.‘대체 죽었다는 건지, 아니면 곧 죽을 거라는 건지?’엔데스 명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계산해 보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나, 전에 엔데스 명우가 소은지를 위협했던 말들을 떠올려 보면 분명히 그녀는 아직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소은지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대체 무슨 뜻이야?”‘내가 왕비 자리에 앉게 되면 어머니의
이유영과 주용선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엔데스 명우가 소은지를 안고 나오는 모습을 보자 이유영은 본능적으로 막으려 했지만 주용선에게 제지당했다.“왜 막으려는 거죠? 아가씨께서 만약 은지 아가씨를 진심으로 위하신다면 막지 않는 것이 좋을 거예요.”‘은지 아가씨?'이것이 주용선이 지금 소은지를 부르는 호칭이란 말인가?아니면 엔데스 명우가 소은지를 데려가려 한다는 것을 그의 측근들이 이미 모두 알고 있었다는 뜻인가?순간 이유영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엔데스 명우의 눈에 담긴 확고한 빛을 보고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만 했다.주용선은 공손히 허리를 굽혀 소은지를 안고 있는 엔데스 명우에게 인사했다.여전히 엔데스 명우의 품에 얼굴을 파묻은 채 있는 소은지는 마치 스스로 그의 곁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였다.‘과연 스스로 가는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위협당한 것인가?’엔데스 명우가 그녀를 위협했던 과거가 생각난 이유영은 오직 소은지에 대한 걱정만이 가득했다....엔데스 현우가 엔데스 본가에 돌아왔을 때, 엔데스 명우는 이미 그녀를 데리고 떠난 후였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이유영도 소은지를 걱정하며 엔데스 본가를 이미 떠난 상태였다.이 모습을 본 남기가 말을 꺼냈다.“오늘은 분명히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것 같네요.”철저히 준비된 움직임이라 그들도 방어하기 어려웠다.원래부터 날카로운 눈빛을 지닌 엔데스 현우는 온몸으로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남우준이 도착했다. 그는 엔데스 현우를 보자 공손히 다가가 인사했다.“도련님.”“동쪽 광산 쪽은 지금 어떤 상황이지?”“그게... 명우 도련님이 가져간 모양이에요.”엔데스 현우는 차가운 시선으로 남우준을 바라봤다.“사모님께서 그 일을 당한 후로 정씨 가문과 여섯째 도련님 모두 할리 가문의 동쪽 광산을 노리고 있었어요.”지금은 엔데스 명우 측에서 강제로 빼앗아 간 뒤였다.엔데스 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가지.”어디로 가는지 말하지
하선희가 이 말을 꺼냈을 때, 그녀의 가슴은 더 격하게 요동쳤다.몇 년째 그들은 그 자리를 노려왔고 파리 사람들 모두가 그 자리가 할리 가문의 것임을 당연하게 여겼다.그런데 지금 와서 배경 하나 없는 소은지에게 그 자리를 빼앗기다니... 이대로라면 할리 가문이 파리에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니겠는가?하선희가 말이 없자 할리 연은 조바심이 더 났다.“어머니, 그 여자는 절대 안 돼요.”전에 소은지가 그녀 앞에서 기고만장하게 굴었던 모습을 떠올리니 더 견딜 수 없었다.할리 연이 일단 손을 쓰면 실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오직 소은지만이 유일한 예외였다.지금 와서 그 자리를 정말 포기하려면 그녀가 그걸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하선희가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내게 생각할 시간을 좀 줘.”‘절대 포기할 수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이야.'그녀는 마음을 단단히 먹기로 다짐했다.엔데스 본가.소은지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그곳으로 찾아온 엔데스 명우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는 순간 눈빛에 어둠이 스쳤다.그러나 소은지는 그를 보자마자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엔데스 명우가 입을 열었다.“이제 모든 것을 끝내야 겠어.”소은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끝낸다고?'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이미 그녀 곁으로 다가와 선언했다.“당장 나와 함께 이곳을 떠나.”엔데스 명우는 그녀의 생각 따위 헤아리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말했다.‘끝내고 떠나자고? 분명 오랫동안 나에게 있어서 억압적인 존재였던 사람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한다니?’소은지 역시 너무 큰 충격이었다.특히 그와 눈빛이 마주쳤을 때, 그녀는 숨이 턱턱 막히는 것만 같았다.엔데스 명우는 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침대에서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바로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남기는 엔데스 명우가 온 직후 엔데스 현우에게 연락한 뒤 만일을 대비해 줄곧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엔데스 명우가 소은지를 안고 나오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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