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은 10년이라는 시간을 바쳐 남편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불륜녀에 의해 불에 타서 죽는 거라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강이한은 언젠가부터 그녀를 집에서 집안일이나 하는 가정부로 취급했다. 하지만 그녀가 이혼 서류를 당당하게 내밀었을 때...."이러는 이유가 뭐야?"강이한은 그녀가 자신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내가 사라져야 그 여자랑 알콩달콩 잘 살 거 아니야?"유영은 비웃음을 머금고 차갑게 말했다."강이한, 이번 생에는 절대 장님으로 살지 않을 거야!"회귀하고 시력을 잃기 전으로 돌아온 유영은 싸늘한 얼굴로 전남편에게 이혼 서류를 던졌다.기자회견 때, 한 기자가 물었다."먼저 이혼을 제기한 이유가 뭔가요?"유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질렸거든요."그날 화재는 그에 대한 그녀의 모든 사랑도 같이 불태워 버렸다.다시 되돌아 보면 아마 처음부터 모든 게 거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Lihat lebih banyak한지음이랑 이유영 사이의 원한이 시작이 된 이상, 그 끝은 한지음이 말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그 사람은 도대체 뭘 원하시는 거예요?”한참 지나 한지음은 결국 입을 열을 말했다.‘그러게. 그 사람이 원하는 게 도대체 뭐지?’지금까지도 이유영은 그 사람의 마음을 잘 알지 못했다.한지음은 차라리 유 아주머니가 자기한테 그 사람이 원하는 게 도대체 뭔지를 알아듣게 설명을 해줬으면 했다.“저도 잘 모릅니다.”“…”‘하하! 그 사람이랑 제일 가까운 유 아주머니도 모른다고?’한지음은 깊게 한숨을 들이쉬고는 애써 마음속의 답답함을 참아냈다. 하지만 목구멍까지 올라온 이 짜증은 쉽게 내려가지 않았다.사람은 목표가 있을 때만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 하지만 지금 목표가 없는 한지음은 그저 망연한 끝이 안 보이는 사막에 서있는 것만 같았다.또한 이것 때문에 한지음은 마음속은 여러모로 다 불편하고 찝찝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런 기분이 정말 싫었다.하지만 아무리 해도 떼어낼 수 없었다.이런 기분은 정말 그녀에게 있어서 별로 좋지 않았다.…한편, 이유영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으니, 머릿속은 잡생각들로 난장판이 되었다.“띠링.”핸드폰 메시지 소리가 울렸다.핸드폰을 들고 보니 [이틀 남았어!] 라는 내용이었다.간단한 다섯 글자였지만 이유영한테는 마치 죽음을 재촉하는 저승사자의 속삭임 소리 같았다.“쾅!”이유영은 핸드폰을 세게 바닥에 내리치고는 이불을 머리 위까지 끌어다 덮고 깜깜한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그녀의 세상은 마치 어둠에 뒤덮인 듯했다.하지만 이런 어둠을 이유영은 좋아했다.이렇게 있을 때만이 이유영은 온전한 고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강이한은 마치 검은 그림자라도 된 것처럼 아무리 이유영이 그 어떤 어둠 속을 도망쳐도 다 떼어낼 수 없었다.강이한의 존재는 마치 암흑 속의 블랙홀처럼 시시때때로 그녀를 잡아먹으려고 한다. 그녀가 아무리 도망을 치고 발버둥을 쳐도 강이한은 여전히 그녀의 세계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백산 별장에 돌아온 후, 임소미는 이유영에게 몸에 좋다는 보신탕을 끓여주었다. 이유영은 이런 보신탕을 보기만 해도 토나 올 정도로 많이 먹었다.하지만 외숙모의 관심과 걱정에 가득 찬 눈빛을 보고 이유영은 눈을 질끈 감고 마셨다.여기 외숙모 댁에 들어온 후부터, 이유영은 거의 모든 것을 다 질리도록 먹었다. 예전에 좋아하던 음식들도 지금은 하도 많이 먹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특히 외숙모한테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알게 하면 안 되었다. 왜냐하면 일단 외숙모가 이유영이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 언제든지 그 음식을 해서 먹인다.이미 먹기 싫어졌는데도 싫은 소리 꺼내지 못할 정도로 된다.“어때?”“맛있어요!”이 말을 하는 이유영은 양심에 찔렸다.말이 끝나자, 이유영은 선명하게 외숙모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외숙모가 말을 꺼냈다.“유영이 네가 좋아하니 됐어. 이 국은 미용에도 좋아. 너 정말 여기 온 후로부터 피부도 아주 좋아졌어.”“당연하죠. 외숙모의 정성이 담겨있는데 당연히 좋아지죠.”“얘도 참, 입에 꿀을 발랐나!”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웃음을 지었다.집에 있을 때 이유영은 안경을 벗고 있는다.집안의 등은 다 부드러운 불빛이어서 그녀의 눈에 아무런 자극도 가져다 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유영도 집에 있는 것을 좋아했다.저녁 식사가 끝났는데도 정국진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이유영은 임소미를 보며 물었다.“외삼촌도 아주 바쁘신가 보네요.”요즈음, 외삼촌이 일찍 들어와 다 같이 식사하는 날이 거의 없었다.“네 외삼촌 바빠. 신경 쓰지 마.”정국진의 바쁨에 대해 임소미는 이미 습관이 된 것 같았다.그래서 이 말을 듣고 이유영도 더 물어보기에 어떠했다.최근 파리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이유영은 하나둘씩 점점 뭐가 뭔지 잘 감이 잡히지 않았다.…다른 한편, 모리나 호텔에서 유 아주머니는 전화를 한 통 받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한지음한테 말했다.“주인님께서 오늘 아가씨 참 잘했다고 하십니다. 아주 만족하시답니다!”“그분을
결국 거의 백산 별장에 도착했을 때 이유영은 루이스를 한눈 보았다.“무슨 일 있으십니까?”“나 당신한테 시킬 일이 하나 있어요. 하지만 우리 외삼촌이 알게 해서는 안 돼요!”이유영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루이스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철컹했다.특히 이유영의 너무 엄숙한 얼굴을 보고 불안해졌다.“무슨 일입니까?”“연준 씨와 강이한 사이!”비록 지금 이유영은 소은지의 일에 엄청 마음이 급하지만 자기 주변의 이런 일들도 차근차근 알아내야 했다.서재에서 강이한과 박연준 두 사람이 있는 사진을 보고 비록 박연준이 외삼촌한테 설명을 해드렸지만, 외삼촌은 이유영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건 분명 그 설명을 안 믿으시는 것이었다.하지만 그 사진이 마침 박연준과 강이한 사이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했다.이유영은 원래 조용하게 외부 사람한테 알아봐 달라고 했지만, 그 사람은 박연준의 이름을 듣자마자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바로 거절했다.그래서 지금 이유영은 하는 수 없이 이 일을 주변 사람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유영 곁의 사람들은 거의 다 외삼촌의 사람들이었다. 많은 경우, 이유영한테서 무슨 움직임이 있으면 외삼촌은 첫 번째로 바로 소식을 알곤 하였다.그래서 이유영은 처음 그 사진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자기 곁의 사람에게 조사를 맡기지 않았다.“어떤 걸 알아보시라는 말씀이십니까?”“과거에 그 두 사람의 사이에 대해서.”“과거라면 언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루이스의 이 말은 이유영을 말문이 막히게 하였다.‘언제 적 과거일까?’시간이 일단 너무 오래 지난 후면은 많은 일들은 알아내기 정말 쉽지 않았다.하지만 이유영은 자기가 강이한이랑 함께 했던 그 십 년 동안에 강이한의 세상에는 박연준이 없었다고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하지만 박연준과 강이한의 과거는 확실히 상당히 특별한 존재였다. 그리고 그 둘의 사이도 간단하지 않았다.이유영은 은은하게 그걸 느끼고 있었다.박연준과 강이한의 사이가 밝혀지기만 한다면 이유영이 두
이시욱은 당연히 알고 있는 눈치였다.정말 지금의 이유영을 건방 하기 그지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아까 그 일을 시킨 뒤 또 특별히 이시욱한테 전화를 걸어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시욱은 얘기를 꺼냈다.“사모님께서 오후에 떠나신 후 사람을 시켜서 도련님 차를 센 강으로 몰아넣었습니다.”강이한은 이 말을 듣고 순간 제자리에 굳어버렸다.심지어 눈초리도 참지 못하고 움찔거렸다.아무리 강이한이 돈이 많고 호기로운 도련님이라고 해도 지금만큼은 속으로 이유영을 욕하는 걸 참을 수 없었다.‘이런 빌어먹을 여편네.’“사모님 지금 정말 한 성격 하시는 것 같습니다.”이시욱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그렇게 고가의 차를 정말 눈 깜짝 안 하고 바로 센 강에 버리다니. 참 어디서 난 호기로운 용기인지.’이시욱 등 사람들은 다 전부터 강이한 옆에 있었던 사람들이다.그래서 당연히 예전의 이유영이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는지 잘 알고 있다.역시, 사람이 신분이 달라지면 성격도 절대 달라진다. 예전의 다정한 강 씨 사모님은 이제 철저히 사라졌다.“그러게, 정말 성깔이 불같네.”강이한은 이렇게 한 마디만 남기고 차에 올랐다.이 말에는 차에 대한 안타까움이 조금 들어있었지만, 그보다 더 이유영에 대한 총애의 말투가 가득 찼다.…저녁 이유영이 퇴근하는 길에 조민정은 이유영이 운전했다는 것을 듣고 말했다.“전에 날씨 등 여러 조건이 좋을 때도 아가씨가 운전하면 사모님께서 많이 걱정하십니다. 그래서 쭉 아가씨더러 운전하지 마시라고 하시는 겁니다!”“…”“사모님께서 오늘 이런 날씨에도 아가씨께서 운전하신 거 아시면 무조건 걱정을 엄청 많이 하실 겁니다!”조민정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얘기했다.그리고 조민정이 한 말들도 다 사실이었다. 이유영이 사고로 눈을 다친 후부터 아주 가끔 운전했다. 그것도 날씨 등 기타 조건이 아주 좋은 상황에만 운전했다.하지만 오늘 같은 날씨라면 절대 이유영을 운전석에 앉히지 않았을 것이다.임소미 쪽에서 정말 오늘의 일을 알게 된다
이 둘의 세상은 한참 전부터 이미 단순하지 않았다.소위 말하는 세상은 그대로인데 변한 건 사람이라는 말이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었다. 강이한은 자기의 삶이 있었고 이유영도 자기만의 인생 계획이 있었다.강이한은 입술을 꾹 깨물며 말했다.“나랑 한지음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야!”“하!”이유영은 냉소를 지었다.강이한의 눈은 더욱 깊고 심각해졌다.그는 입술을 버금 버금하며 뭐라 설명하고 싶었지만, 이 시각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전생에… 전생에서 한지음이 이유영을 위해 뭘 잃었는지 이유영은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강이한이… 강이한이 뭐라고 이유영한테 말할 수 있을까?강이한은, 이유영이 전생의 고통을 끝내고 다시 이번 생에 와서 새로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강이한은 몰랐다.그는 전생과 이번 생이 전혀 다른 두 개의 인생 궤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유영에게 어떻게 전생의 이유영과 한지음의 결말을 말해야 할지 몰랐다.한지음이 이유영 때문에 잃은 게 얼마나 많은지 이유영은 전혀 몰랐다.그리고 그 상황 속에 처했던 강이한은 또 이 모든 걸 목격하고도 그녀가 제멋대로 막 살게 놔둘 수는 없었다.강이한이 사색에 잠긴 사이, 차는 어느덧 모리나 호텔에 도착했다.“도착했어.”이유영은 쌀쌀맞게 얘기했다.강이한은 호텔 대문을 한번 보고는 이유영에게 말했다.“여기에서 나를 기다려.”“강이한 너 정말 제정신이야?”“…”“넌 지금 내가 네 기사를 할 만큼 한가한 사람으로 보여?”오는 길 내내 참은 이유영은 결국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터졌다.강이한은 어리둥절했다.그리고 그제야 지금의 이유영은 확실히 예전과 신분이 달라졌다는 걸 인식했다.지금의 그녀는 만나는 사람마다 공손히 인사해야 하는 로열 글로벌의 대표였다.그런 위치에 있는 이유영이 매 순간 어떤 부담과 긴장감을 감당하고 있는지 강이한도 당연히 모를 리 없었다.“그럼, 당신 먼저 돌아가 봐. 내가 시간 날 때 당신 찾으러 갈게.”강이한은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
“당신은 지금 은지 갖고 나를 협박하는 것밖에 못 하지?”강이한이 문 입구까지 걸어간 순간, 이유영은 몸을 돌렸다.그를 바라보는 이유영의 눈에는 온통 분노들로 가득 찼다.강이한은 발걸음을 멈추고 이유영을 바라보았다.“나도 당신한테 그러고 싶지 않아. 가자!”그 순간, 이유영은 제자리에 선 채, 온몸은 저도 모르게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분노는 완전히 이유영을 잡아먹었다.분할뿐만 아니라 또 내키지도 않았다. 하지만 결국은 강이한의 발걸음을 따라잡았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비방물은 그나마 아까보다는 작아졌다.하지만 이유영에게 있어서는 똑같았다.“어디로 가면 돼?”아주 천천히 산길을 달리고 있는 차 안에서 이유영이 물었다.“모리나 호텔로 가줘.”‘한지음은 아직도 모리나 호텔에 있었구나?’‘설마 한지음은 강이한이 데려온 게 아닌가?’‘강이한이 한지음을 데려온 거면 어떻게 그녀를 그곳에서 지내게 놔뒀지?’하지만 한지음 데려온 게 강이한이든 아니든 이제 다 이유영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도로에는 이유영의 차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유영의 운전속도는 여전히 느렸다.강이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재촉했다.“좀 더 빨리 가줘.”“늦다고 징징거릴 거면 당신이 운전하던지!”이유영의 말투는 여전히 안 좋았다.아무리 강이한이 지금 소은지를 두고 이유영을 협박하는 중이라고 해도 그의 무례한 요구에 그녀는 도무지 성질을 참을 수가 없었다.‘참자! 소은지를 찾을 때까지만 참자!’도시에 들어오자 정말 강이한의 말 대로 길에는 경찰들이 엄청 많았다. 아마 그저께 고속도로에서 일어나 사고 때문에 그런 것 같다.그리고 특히 이렇게 비가 크게 내리는 날이면 교통안전 검사가 엄격했다.그들의 차도 검사를 면할 수 없었다.“은지 지금 당신 손에 있는 거 맞아요?”소은지의 문제에 대해 이유영은 어떻게든 놓치지 않았다.술을 먹은 강이한이 어떻게든 빈틈을 보일 거라고 이유영은 생각했다.하지만 그녀의 생각이 틀렸다.강이한은 아주 총명하고 눈치가 빨랐다.
“내가 아주 미안해!”이 세 단어를 내뱉는 강이한의 말투는 아주 복잡했다.‘사과하는 건가?’이유영은 깜짝 놀라서 강이한을 바라보았다.그녀는 강이한이 사과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지만, 이유영의 마음속에서 강이한은 이미 독단적인 사람이 되어버렸다.강이한의 모든 말은 다 맞는 말이었고 맞든 틀리든 다 그의 말을 들어야 했다.결국 이유영이 먼저 타협했다. 그녀는 주방으로 가서 강이한에게 해장국을 끓여주었다.하지만 그녀의 타협은 강이한의 마음을 편하게 하지는 않았다. 도리어 서툴게 주방에서 분주한 이유영의 작은 뒷모습을 보고 속이 더 답답했다.‘결국 모든 것이 달라졌구나.’예전의 이유영은 주방에서 요리할 때 엄청 능숙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 주방에 있는 이유영은 몹시 서툴렀다.심지어 물건을 찾느라고 서랍 문을 여는 소리가 쾅쾅 났다.그리고 강이한이 더 잘 알았다…! 지금의 이유영이 자기를 위해 주방에 들어간 건 더 이상 강이한 때문이 아니라 소은지 때문이라는 것을.‘지잉 지잉.’ 핸드폰의 진동 소리가 강이한을 사색에서 빼냈다.이영이 해장국을 들고나왔을 때 마침 강이한이 전화를 받는 것을 보았다. 전화를 받는 순간, 이유영은 그 잠깐 사이 강이한의 입 모양에서 ‘지음’ 두 글자를 읽어냈다.이유영 입가의 쌀쌀함은 더 깊어졌다.전화 반대편에서 뭐라고 했는지 모르지만, 전화를 받은 강이한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리고 강이한은 전화에 대고 한마디 했다.“그래. 지금 바로 갈게.”그러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강이한의 눈에 들어온 건 멀리서 쌀쌀맞게 서있는 이유영의 얼굴이었다.그는 가슴이 바짝 조여들었다.하지만 강이한은 전화에서 한지음이 한 말이 떠올랐다. 결국 그는 이유영에게 말을 건넸다.“나 지금 어디 좀 가야 하는데 당신이 운전 좀 해줘.”“당신을 한지음한테 보내달라고?”이유영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냉소를 지었다.비록 이유영은 이제 이 남자랑 아무 사이가 아니지만, 그녀는 이렇게
이유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아니면 우리 그냥 여기서 얘기해!”“싫어!”이유영은 가슴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가슴은 벌렁벌렁했고 홧김은 온몸에서 불타올랐다. 진짜 소은지가 아니었다면 이유영이 이렇게 인내심 있게 강이한을 상대할 일이 전혀 없었다.차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왔다.나오고서야 이유영은 밖에 지금 비가 내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심지어 비가 적지 않았다. 원래 시력이 안 좋은 이유영이 지금 이런 날씨에서 운전한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었다.차는 아주 늦은 속도로 내 달렸다. 심지어 미등, 전조등까지 다 켰다.“나 속이 좀 불편한데 좀 더 빨리 가줘.”뒷좌석에 앉은 강이한은 이런 느릿느릿한 거북이 속도가 매우 마음에 안 들었다.하지만 강이한의 속이 불편한 건 사실이었다. 술을 먹은 후라서 이유영의 운전은 그를 멀미 나게 했다.원래 표정이 안 좋은 이유영의 얼굴은 강이한의 불평불만을 듣고 더 안 좋아졌다.“그럼, 당신이 운전할래?”“당신 나랑 같이 콩밥 먹고 싶구나?”음주 운전해서 걸리면 엄청나게 처벌을 받아야 했다.이유영은 입을 다물었다.그리고 모든 집중력을 다 앞의 도로에 집중시켰다.비는 점점 더 세졌다.차 안의 내비게이션은 계속해서 앞쪽의 도로를 안내했고 와이퍼는 끊임없이 차창을 닦고 있었다.이유영은 바짝 긴장하며 운전하고 있었다. 특히 옆으로 차량이 ‘휭’ 하고 빠르게 지지 갈 때마다 이유영은 핸들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꽉 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유영의 등에는 식은땀이 흥건했다.이유영은 도원산 별장까지 어떻게 운전해 왔는지 모를 정도였다.차에서 내릴 때 그녀의 다리는 후들후들 떨렸다. 오늘과 같은 날씨에 운전하는 게 이유영에게 얼마나 큰 심적 충격이 되었는지 안 봐도 뻔했다.그리고 이럴 때 면은 이유영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강이한의 별장은 독채였다. 다른 별장들과 꽤 멀리 떨어져 있었고 인테리어는 고풍스러웠고 좀 옛날 시대감이 있었다.
“그래.”강이한과의 전화를 끊은 이유영은 마치 얼음 저장고에 있는 것 같았다.머릿속에는 온통 강이한이 물어 본 ‘만약 소은지가 없었더라면 당신은 평생 먼저 나한테 보자는 얘기를 하지 않을 거야?’ 이 말만 떠올랐다.강이한의 말이 맞았다.소은지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평생 강이한을 다시 상대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그리고 지금 이유영의 심리적인 문제를 만든 게 누군데?십 분 뒤, 강이한이 왔다.이시욱이 이유영을 모시러 올라왔다. 아까 그 유비서는 라벤더 사건의 영향을 받아 도통 이시욱을 들여보낼 엄두가 안 났다.“제발 저희를 곤란하게 하지 마십시오. 저희 대표님은 그쪽을 절대 만나주지 않을 겁니다.”유 비서는 난감한 상황 때문에 거의 울 지경이었다.조민정 비서가 도와준 덕분에 겨우 붙잡은 직장인데 유 비서는 이 타이밍에 다시 이유영의 마지노선을 터치하고 싶지 않았다.이시욱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유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유영이 걸어 나왔다.얼굴색이 별로 좋지 않은 이유영을 보고 유 비서는 이시욱 때문에 불쾌하신 줄 알고 말했다.“대표님, 이 사람이 계속 대표님을 만나겠다고 하십니다. 저도…”“마저 일 보세요.”유 비서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이유영은 차갑게 비서의 말을 끊었다. 이유영의 말은 유 비서에게 상이나 다름이 없었다.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시욱은 이유영의 유니크한 안경을 힐끔 보았다.그러고는 차 키를 이유영에게 건넸다.“뭐에요?”“도련님 지금 술을 조금 드셨습니다.”그래서 지금 강이한이 운전을 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그리고 두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 이시욱은 당연히 함부로 낄 수가 없었다.이유영은 이마를 찌푸리며 결국은 차 키를 넘겨받았다.지하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이유영은 시각 효과가 선명하게 떨어진 것을 느꼈다. 2년 전 몸을 회복한 후, 이유영은 이런 지하 주차장에 오는 걸 제일 안 좋아했다.너무 어두웠다.지금 이유영의 삶에는 확실히 불편한 점들이 많았다. 너무 강한 불빛은 이유영의 시력에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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