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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1화

그러나 엔데스 명우가 예상치 못한 사실이 있었는데 바로 이유영이 소은지에게 전화를 걸어서 두 사람이 이미 통화 중에 있다는 것이다.수화기 너머에서 이유영이 오늘따라 이상하게 머뭇거리자 소은지가 되물었다.“왜 그래?”그러다가 문득 소은지가 파리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기죽어 있는 모습을 보고 설마 또 강이한이랑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었다.그리고 만약 그게 진짜라면 이유영한데 정신 차리라고 욕이라도 할 참이었다.바로 이때, 이유영이 빠르게 답했다.“할리 가문에 관한 일이야!”“...”할리 가문이라는 소리에 순간 소은지는 심장이 바닥에 내려앉는 것 같았다.파리를 떠난 뒤로 그녀와 이유영은 수없이 통화를 했지만 여태껏 단 한 번도 할리 가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었다.누구보다도 할리 가문이 소은지에게 어떤 의미인지, 하선희한테 소은지가 어떤 존재였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오늘 다시 그 가문에 대해 거론했을 때 이유영은 순간적으로 수화기 너머의 공기가 차가워진 걸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할리 가문이 왜?”역시나 할리 가문이라는 단어를 아주 차갑게 내뱉었다.“할리 민상 씨가 지금 위독한 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있대!”사실 파리에 있을 때 줄곧 하선희의 건강이 좋지 않아 생명에 위험이 있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어도 할리 민상은 몸 상태가 아주 좋았다.그런데 갑자기 입원이라니?“할리 가문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대?”소은지는 여태껏 할리 가문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었다.그녀의 마음속에는 항상 가시 하나가 돋쳐있었는데 그 가시는 하선희뿐만 아니라, 할리 민선을 포함한 할리 가문 전체를 향한 원한이었다.“응.”이유영은 그저 가볍게 대답했지만 더 묻지 않아도 지금 상황이 꽤 심각해 보였다.소은지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눈을 꼭 감고 씁쓸한 마음을 애써 달랬다.“유영아.”뭔가 말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나니 순간적으로 잊어버리게 되었다.“그래도 네 아빠잖아!”“...”순간 ‘아빠’ 라는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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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2화

그러나 이건 분명 소은지에게 마땅한 해명이 되지 못했다. 살아있을 때 하선희가 저질렀던 그 잔인하고 악랄한 행위들을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할리 민상은 달랐다.“많이 심각하대?”많은 고민 끝에 소은지가 물었다.어쨌든 자신에게 그런 짓을 한 사람은 하선희였지 할리 민상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고 이유영도 파리에 있을 때 할리 민상의 사람 됨됨이가 어떤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전화로 소은지에게 소식을 알렸다.“응. 어젯밤에 위독하다고 의사가 여러 번 말했대.”소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로 두 눈을 꼭 감았다.그리고 온몸에서 기운이 다 빠져나가듯 했는데 지금 그녀가 어떤 심정인지 아마 아무도 모를 것이었다.그녀는 이번 생에서 이미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할리 민상의 일로 또다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한 번 보러 올래?”이유영도 하선희의 악행들을 이미 익히 알고 있었기에 소은지에게 마지막으로 그녀를 만나보라고 설득도 하지 않았다.자신마저도 용서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할리 민상은 달랐다.“...”이유영의 말에 소은지의 얼굴이 단번에 어두워졌다.“내가 돌아가면 엔데스 명우가 과연 가만히 있을까?”“은지야.”“...”소은지는 금방에라도 질식할 것 같았다.사실 엔데스 명우가 지금처럼 그녀 곁에서 맴도는 이유가 아마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계속 의심해 왔고 어쩌면 이 배후에 더 큰 계획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할리 민상이 편찮은 상황에서 소은지가 돌아간다고 하면 엔데스 명우도 분명 이 핑계로 파리에 쫓아올 것이었다.“은지야...”이유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소은지가 덤덤한 얼굴로 답했다.“할리 가문은 결코 쉽게 무너질만한 집안이 아니고 그 사람도 자기 권력을 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소은지의 말에 이유영은 순간 자기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졌다.그리고 막 뭐라고 답하려는데 소은지가 다시 말을 이었다.“난 안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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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3화

특히 남자가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고는 그녀의 눈빛이 또다시 날카로워졌다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그러나 엔데스 명우는 아직 소은지가 이유영의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지 떠보는 식으로 그녀에게 물었다.“할리 가문에 대해 넌 어떻게 생각해?”역시나 그가 먼저 할리 가문에 대해 말을 꺼냈다.“어떻게 생각할 것 같은데?”소은지는 대답 대신 오히려 그에게 담담하게 되물었다.그러자 엔데스 명우가 곧바로 답했다.“할리 민선 씨가 병원에 입원했대!”그제야 소은지는 고개를 돌렸는데 두 눈이 마주친 순간 날카로운 눈빛이 금방에라도 남자를 꿰뚫을 것 같았다.“왜 그런 눈빛으로 봐?”그리고 그녀의 눈빛이 남자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엔데스 명우는 눈살을 찌푸리고 되물었다.“혹시 파리에 돌아가고 싶어?”소은지의 물음에 남자의 얼굴이 단번에 어두워졌는데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그러나 곧바로 소은지는 조롱 섞인 웃음을 터뜨리며 남자를 쳐다보았다.“난 절대로 안 가!”“...”순간 엔데스 명우는 이런 상황에서도 안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소은지가 참 냉정하다고 생각했다.예전에 하선희가 곧 죽을 거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소은지는 지금처럼 온몸에서 냉기를 내뿜었고 끔찍할 정도로 차가웠다.파리에 있을 때, 할리 민선이 하선희처럼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를 냉랭하게 대했다.사실 엔데스 명우도 그녀와 못지않게 차가운 사람인데 막상 소은지의 모습을 보고 나니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매정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예전에는 그녀가 양심이 없다고 하더니 이제는 매정하다고 한다.누구든 소은지에게 상처를 줬던 사람이라면 그녀는 이처럼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 대하듯이 무관심했고 오히려 만난 지 고작 며칠도 안 된 사람을 열렬히 도왔다.그러나 자신과 가장 친한 사람에게는 이토록 차갑기 그지없었다.“너한테 비하면 난 아직 멀었지!”가족에게도 주판알을 두드리는 사람이 누구인데?‘탁’하는 소리와 함께 젓가락과 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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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4화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를 가만히 바라보았는데 원래도 차가웠던 눈빛이 이제는 더 이상 아무런 온기조차 느껴지지 않았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모습이 이미 모든 걸 설명하고 있었다.그러다가 문득 그의 팔에 난 화상 자국을 보고 다시 차갑게 말을 이었다.“만약 그렇다고 하면 넌 아마 더 실망하겠지.”‘실망?’그러니까 지금 그 화재가 모두 계획된 일이었고 오직 그녀의 신뢰와 감동을 얻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는 건가 싶었다.엔데스 명우는 여전히 차가운 얼굴을 한 소은지를 바라보다가 또다시 화가 울컥 치밀어 올라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발로 의자를 걷어찼더니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부서졌다.그 모습이 마치 두 사람 사이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그러다가 남자는 씩씩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몇 번 왔다 갔다 하면서 볼멘소리로 외쳤다.“너 아니면 안 된다고 착각하지 마!”“그렇다면 다행이고.”“...”잔뜩 화가 난 상태인데 그녀의 말을 듣고 나니 더욱 신경질이 난 엔데스 명우는 그대로 테이블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그러나 소은지는 오히려 차분한 얼굴로 길길이 날뛰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고만 있었다.한참 뒤에 엔데스 명우는 냉기를 뿜으며 그대로 돌아갔고 소은지는 처음으로 홀가분한 기분을 느껴볼 수 있었다.그리고 의자에 다시 앉아 난장판이 된 바닥을 바라보고 있는데 엔데스 명우가 돌아간 모습을 본 집사가 빠르게 다가오더니 도우미들과 같이 정리하기 시작했다.“사모님, 굳이 이럴 필요까지 있으셨어요?”집사는 혀를 끌끌 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집사와 강혁은 모두 엔데스 명우가 파리에서 데려온 사람들로서 예전에 가장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이었는데 사실 그들조차도 엔데스 명우가 왜 이곳으로 왔는지, 그 불길 속으로 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들었는지 모르고 있었다.그러나 소은지는 방금까지도 떠나겠다고 고집만 부리고 또 말투도 전혀 살갑지 않아 엔데스 명우의 심기만 건드리고 있었다.이 와중에도 소은지는 집사의 입에서 들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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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5화

장수미는 뒤의 말을 끝내 내뱉지 못했다.“왜 그래요?”아무리 이곳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어도, 설령 이수연이 세상을 떠났더라도 이는 파리에서 떠난 후 맡게 된 첫 번째 사건이었다.특히 이수연은 소은지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이때, 전화기 너머에서 장수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애석하게도 그 애가 살아있을 때 살갑게 대해주지 못했어요.”“이제 죽었는데도 왜 괴롭히지 못해 안달인지, 흑흑...”들어보니 장수미는 진심으로 이수연을 가여워하고 있었다.사실 예전에 마을에서도 이수연에게 유일하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사람이 장수미였다.몇 날 며칠을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로 굶고 다니는 모습이 불쌍해서 망나니 남편 몰래 이수연에게 음식을 자주 주곤 했었다.하여 이수연이 죽은 뒤에도 장수미는 몰래 그녀 보러 무덤에 갔었다.“분명 그 빌어먹을 망나니 놈일 겁니다. 그 인간이 무덤을 팠을 거라고요!”“...”순간 소은지는 머리가 윙윙 울리면서 두통이 몰려왔다.그리고 수화기 너머에서 장수미가 계속 뭐라고 말했지만 소은지는 이미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사실 소은지는 여태껏 살면서 가장 상대하기 어렵고 까다로웠던 사람이 강이한과 엔데스 명우였고, 사람에게 혐오감을 안겨주고 심지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한 사람이 이수연의 저 망나니 남편이었다.“그 사람이 어떻게 수연 씨 무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요?”소은지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그러니까 말이다. 그 인간이 대체 그곳을 어떻게 찾아냈을까 생각해 봤는데 분명 몰래 수소문해서 알아낸 것 같았다.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장수미가 또다시 울먹거리며 답했다.“저도 모르겠어요. 오늘 가보니까 무덤 위가 난장판이 되어있더라고요.”소은지의 얼굴이 단번에 어두워졌는데 당장에라도 그 망나니한테 달려가서 죽도록 패주고 싶었다....한시간 뒤.소은지가 결국에는 이수연의 무덤에 오게 되었는데 현장을 보고 나니 처음 장수미가 전화를 걸어왔을 때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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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6화

순간,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대충 짐작되어 눈을 질끈 감았다.소은지가 말할 틈도 없이 전화기 너머에서 이유영이 말을 이었다.“바로 한 시간 전에 그 사람이 우리 쪽 변호사를 강제로 비행기에 태워 보냈어!”이유영의 목소리에도 분노가 가득했다. 지금은 소은지만이 아니라 이유영 역시 엔데스 명우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소은지는 크게 숨을 몇 번 들이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내가 알아서 해결할게!”그녀는 알고 있었다. 엔데스 명우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화풀이를 하고 있다는 것을.‘그래서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그래, 그렇지! 내가 파리로 돌아가는 일을 빌미로 삼으려 했겠지.’그는 소은지가 애초에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는 걸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그래서 마음이 급해지고 분노에 휩싸였을 것이다.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짓은 누가 봐도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이유영이 말했다.“진짜 죽일 놈이야!”생각하면 할수록 이유영은 화가 치밀었다.‘이수연의 남편이 누군데? 이번 방화범이 바로 그 인간인데 엔데스 명우는 지금 뭐 하겠다는 거지? 그 자식을 감싸겠다는 거야?’소은지는 전화를 끊고 웅크리고 앉아 이수연의 사진을 손바닥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이 가련한 여자에 대한 연민이 가득했다.“이수연.”“...”“다른 데로 옮겨 줄게, 착하지!”이곳에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그녀는 이수연을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이었다.장수미조차 모르는 곳으로.한호철이 어떻게 이곳을 알아낸 건지에 대해 지금 소은지는 분명 장수미를 미행해 찾아낸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장수미의 눈에도 깊은 슬픔이 가득했다.이수연의 비참한 처지와 그녀가 지금도 이렇게 짓밟히고 있는 걸 직접 봤으니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소은지가 모든 일을 처리하고 나니 이미 다음 날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다시 마을로 돌아가지 않고 곧장 타운에 정착했다.타운은 공기가 좋았다. 마을에 있다면 겨울에 외출하기가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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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7화

“아버지는 제가 온 걸 모르고 계세요.”‘모른다고?’소은지는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인기척이 들리자 두 사람 모두 그녀를 바라봤다. 할리 연은 얇은 옷차림임에도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소은지를 보고 얼굴빛이 순식간에 굳어졌다.하지만 소은지는 그녀를 본 척도 하지 않고 곧장 엔데스 명우 쪽으로 걸어갔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남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싸늘한 기운이 점점 선명하게 느껴졌다.남자가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극도로 차가웠다.소은지의 눈 속에도 숨길 수 없는 날 선 기운이 어렸다.탁!기각된 서류가 그의 앞에 놓인 탁자 위에 거칠게 내던져졌다. 그 바람에 찻잔이 뒤집히며 뜨거운 차가 사방으로 튀었다.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공기 속에는 당장이라도 불꽃이 튈 듯한 긴장감이 가득했다.할리 연은 그런 소은지를 보고 온몸이 굳었다. 설마 소은지가 이런 식으로 눈앞의 이 악마 같은 남자에게 대들 줄이라곤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파리에 있을 때, 엔데스 명우는 그야말로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악마 같은 존재였다. 할리 가문이 그가 곧 그 자리에 오를지도 모른다고 판단했을 때, 할리 연은 그 자리를 누구보다도 간절히 원했으면서도 평생을 엔데스 명우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하면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할리 연조차 두려움에 떨 정도면 이 남자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인지 말해 무엇하겠는가.그런 존재 앞에서 소은지가 이런 식으로 굴고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그녀를 바라보는 엔데스 명우의 시선은 칼날처럼 날카로웠지만 소은지는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그녀가 직설적으로 말을 꺼냈다.“말해. 대체 뭘 하려는 건데?”분노가 담긴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싸늘하기만 했다.엔데스 명우가 옆에 있던 할리 연을 힐끗 보자 할리 연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거실.이제는 둘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었다.탁, 치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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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8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엔데스 명우와 지현우 사이에 그런 불편한 일이 있었음에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지현우는 사실 엔데스 가문 안에서 여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인물이었다.그는 단정하고 성숙하며 차분하고 온화했다.하지만 이번에 소은지가 그를 단칼에 내쫓은 것을 보고 지현우는 이전에 잠시나마 그녀가 자신에게 마음을 열었다고 생각했던 게 완전한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소은지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준 적이 없었다. 그녀의 마음 속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 사람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핏발이 선 눈으로 분노를 드러내는 남자를 바라보며 소은지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엔데스 명우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바로 그때, 그의 고함이 터졌다.“네가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게 그 남자 때문이야?”‘누구? 내가 누구를 죽였다는 거야? 설선비? 그래, 엔데스 명우는 항상 설선비의 죽음이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여기로 쫓아오기 전에 모든 걸 이미 파악한 것이 아니었나?’아까 할리 연과 나란히 앉아 있던 모습이 스쳐 지나가자 소은지는 상황을 완전히 이해했다. 그녀는 싸늘하게 그를 바라봤다. 그 차가운 시선이 그의 기분을 자꾸 자극했다.그는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고 소은지의 얼굴은 금세 보랏빛으로 질렸다.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죽음이 바로 눈앞까지 다가와도 소은지는 그저 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마지막 순간, 엔데스 명우는 그녀를 거칠게 소파에 내던졌다.“왜 변명 안 해?”‘그래, 변명. 예전의 그녀는 변명하는 걸 그렇게 좋아했잖아.’설선비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소은지는 항상 변명하고 반박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지?’소은지는 얼음 같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내가 왜 너한테 변명해야 하지?”‘뭐라고?’이미 분노로 심기가 뒤틀린 그에게 소은지의 말은 이성을 끊어버리는 폭탄처럼 들렸다.그는 앞으로 다가와 소은지의 목을 거칠게 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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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9화

그녀의 안색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이것이 바로 엔데스 명우의 진짜 모습이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묻곤 했다.“그 사람은 너를 위해 모든 걸 포기했고 목숨도 개의치 않고 널 구했는데 너는 왜 그에게 그렇게 잔인하게 굴어?”그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이것이었다!어지러운 밤이 지나갔다.엔데스 명우는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소은지는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리했다.“이제 원하는 거도 얻었겠다, 그럼 한호철에 대한 보호는 철회해 줄 수 있어?”말이 끝나자 원래도 좋지 않았던 분위기가 더욱 어둡게 가라앉았다.엔데스 명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래서 넌 마음을 정한 거야?”“네가 끝까지 밀어붙일 거라면 그 인간은 나에게 짐이 될 수 없어.”그녀의 말뜻은 분명했다. 한호철이 어떤 벌을 받든 그건 그녀를 흔들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없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 결과에 집착하지도 않았다.그는 피식 웃었다.그 웃음에는 조롱이 섞여 있었다.“넌 지금도 내 곁을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해? 소은지 넌 지옥에 떨어져야 해.”그는 악담을 퍼부었다.할리 연이 가져온 증거를 그대로 믿은 게 분명했다.그는 다시 파리에 있었던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숨이 막힐 만큼 무자비하고 무시무시하던 그 모습으로.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짓눌렀다. 그녀를 바라보는 벌게진 눈에는 짙은 광기가 섞여 있었다.“내가 미쳤지. 너 같은 여자 위해 모든 걸 버렸으니!”그는 울분을 쏟아내고 돌아섰다. 그 뒷모습에는 분노와 한기, 그리고 끝없는 위험이 드리워져 있었다.곧 밖에서 차 엔진 소리가 들리자 소은지의 눈빛도 날카로워졌다.그녀는 옷을 입은 뒤,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그러나 문을 여는 순간,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둘이 길을 막았다. 이때, 뒤에서 나타난 집사가 입을 열었다.“사모님, 여섯째 도련님께서 사모님이 설경을 좋아하신다며 오늘부터 여기서 지내라고 하셨습니다.”공손하지만 강압적인 지시가 담긴 말이었다.날카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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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0화

숟가락을 들고 있던 손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곧이어 그녀는 피식 웃었다. 그 가벼운 웃음소리는 전파를 타고 이유영의 귀에 들어갔다. 그 안에는 이유영조차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아직 그쪽에 있어?”이유영은 지금 소은지가 더 이상 한호철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그곳에서 벗어나길 바랐다. 엔데스 명우가 있는 곳이라면 그곳은 항상 복잡한 일들이 일어났다. 지금 엔데스 명우가 끼어든 상황이라도 이유영은 언젠가 다른 계획을 짤 생각이었다.“너 얼른 나와.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지금은 다루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 시기만 지나면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소은지는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이유영의 걱정 어린 목소리를 들으며 손에 든 포크를 내려놓았다.“이미 늦었어.”말이 끝나자 전화기 너머에서 이유영의 호흡이 잠시 굳어지는 것이 소은지에게도 느껴졌다.“뭐?”“그가 나를 설정산에 가뒀어.”전화기 건너편에서 이유영의 불안한 숨소리가 더 거칠게 들려왔다. 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소은지가 먼저 말을 이었다.“유영아, 넌 이 일에 끼지 마. 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네가 무슨 방법이 있는데?”이유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엔데스 명우 정말 미친 거 아니야? 은지한테 이런 짓을 한 거 보니 미친 거 맞네.’이유영이 보기엔 엔데스 명우는 미친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소은지가 말했다.“할리 가문의 일은 나한테 과거가 아니야.”이유영이 바로 물었다.“할리 연이 벌인 일이야?”“응.”소은지가 기운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녀는 파리를 떠날 때 모든 인연을 끝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할리 가문도 그녀만 인정하지 않으면 그녀의 가족이 될 리 없고 그녀의 세상에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결국 그녀가 틀렸다.“할리 가문은 지금 아무 힘도 없어.”이유영이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지의 아버지 할리 민상이 아무리 하선희가 죽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더라도 설마 소은지를 해치겠나 싶었다.소은지가 말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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