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으로 돌아가는 길, 차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정유진은 기분이 극도로 나쁜 상태였다. 지금 그녀의 온몸을 감싸고 있는 것은 오롯이 강지찬에 대한 실망뿐이었다.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바로 방에 들어가 방문을 걸어 잠갔다. 이명자가 위로하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옆에 있던 정명학이 이명자를 붙잡았다.“유진이 혼자 있게 내버려 둬. 지금 가서 얘기할수록 유진이 마음만 더 복잡해질 거야.”그 말에 이명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강 서방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정명학은 아내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그만해, 냉장고에 삼계탕 끓일 재료가 좀 남아 있으니까 일단 유진이에게 끓여주자고.”이명자가 주방에 들어가서 닭을 손질하자 정명학도 일회용 장갑을 끼고 집게를 들어 딸에게 먹이기 위해 호두를 까기 시작했다. 호두는 태아 대뇌 발달에 아주 좋다.한편 침실에 있는 정유진은 창가에 앉아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침대 위에 놓여 있는 휴대전화는 진동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분명 강지찬의 전화일 것이다. 하지만 정유진은 휴대전화가 울리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그리고 받고 싶지도 않았다.이유가 어찌 되었든 그녀는 고세연의 무죄 석방이라는 재판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납치되었던 날, 그녀 마음속의 두려움과 절망, 그리고 지아의 비명은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렸다.강지찬이 무슨 근거로 그녀와 지아를 대신해 고세연을 용서한단 말인가?휴대전화는 끊임없이 진동하고 있었다. 정유진은 너무 귀찮은 나머지 바로 전화를 끊어 버리고 강지찬을 차단했다.전화번호뿐만 아니라 모든 연락할 방법을 아예 전부 차단해 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문의 초인종이 울렸지만 그녀는 정명학에 문을 열지 말라고 했다. 한참 후, 강지찬은 더 이상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떠났다.정유진은 저녁에 삼계탕 국물만 깨작거리다가 입맛이 없어 바로 방에 들어갔다. 3일 동안 집에서 쉰 정유진은 조예원 더러 힐튼캐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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