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1691 - Chapter 1700

1864 Chapters

제1691화

소원은 서현재와 진아연을 만난 사실을 숨겼다.서현재는 이제 육연주의 남편이다. 두 사람 사이가 어떤지 모르는데 존재가 신비로운 여자까지 나타났으니 서현재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육경한은 무조건 육연주의 편을 들 게 뻔했다. 그는 이 세상에 남아있는 가족이 적기도 했고 육연주네 가족과 인연이 꽤 깊었다.게다가 소원이 관찰한 데 의하면 육경한은 매정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육연주만큼은 아주 잘 챙겼다 아마도 육연주와 육연주의 어머니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육경한은 소원의 말에 잠깐 침묵했다. 소원은 이런 침묵이 불편하기도 했고 육경한에 의해 침대와 벽 사이에 갇혀 있어 그의 몸에서 풍기는 술 냄새까지 맡아야 했다.“술 마셨어?”육경한이 고개를 끄덕였다.“아줌마한테 해장국 좀 끓여달라고 할게.”소원이 이렇게 말한 건 불편한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육경한이 알겠다고 대답하며 자리를 비키자 소원은 얼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육경한은 그런 소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낮에 소종이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 소종이 모은 정보로 확정할 수 있는 건 소원이 선미를 진아연으로 불렀다는 것이다.그도 진아연이 이 정도로 얼굴을 갈아엎고 나타날 줄은 몰랐다. 사실 그녀가 소원과 닮은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부터 경계해야 했지만 그때는 육경한도 머리가 복잡했고 죽은 여자가 자꾸만 떠오르는 바람에 사고 능력이 떨어진 상태였다.그리고 그 진아연이 용케 살아남아 소원을 해치려 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다만 진아연이 소원을 해친다 해도 놀라울 건 없었다. 육경한이 사정 따윈 봐주지 않고 사지로 내몰았으니 사랑이 원망으로 변해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하지만 소종이 병원에 잠복해 관찰한 데 의하면 그렇게 단순한 아니라 진아연의 배후에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그 배후가 도대체 누구길래 진아연을 이용해 육경한을 해치려는 건지, 게다가 그 배후는 진아연을 소원의 모습으로 성형하게 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진아연은 도망갈 때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았고 모습
Read more

제1692화

차가운 연고가 손에 발라지니 너무 시원했다.소원은 잠깐 정신이 흐트러져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멍하니 손가락만 쳐다봤다.육경한은 아무 말 없이 약을 발라주고는 연고가 빨리 말라 끈적이지 않게 손으로 부채질해 줬다. 소원은 그런 육경한을 보며 부모님이 생각났다.부모님도 잉꼬부부였다. 엄마는 나이가 들어서도 자주 애교를 부렸고 어디 부딪히거나 하면 바로 아빠한테 달려가 투정을 부리곤 했다. 아빠는 엄마를 공주처럼 아껴줬고 소원도 그런 화목한 가정에서 활발한 성격으로 자라나게 되었다. 사람들도 소원의 부모님이 금실이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하느님도 참 매정하시지...’이런 생각이 들자 육경한이 열심히 부채질해 줘도 마치 칼바람과도 같아 소원은 홱 손을 거뒀다.“됐어. 이제 다 나았어.”순간 소원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자 육경한도 딱히 뭐라 하지 않았다. 소원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주방에 놓아둔 해장국을 가져오며 이렇게 말했다.“마셔. 뜨겁지 않아서 먹기 좋을 거야.”육경한은 색깔이 살짝 짙은 해장국을 보며 이렇게 물었다.“네가 끓인 거야?”“아니.”소원이 고개를 저었다.“아줌마가 끓인 거야. 난 마무리만 했고.”“사실 나 안 취했어.”육경한이 뜬금없이 이렇게 말했다.“그래도 먹을 수 있어. 안에 약재가 들어 있어서 몸에 좋아.”소원이 부드럽게 타이르자 육경한도 더는 뭐라 하지 않고 해장국을 들어 원샷했다. 육경한이 그릇을 비워서야 표정이 좋아진 소원이 그릇을 건네받았다.“설거지하고 올게.”“잠깐만.”육경한이 소원을 불러세웠다.소원이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덤덤하게 말했다.“왜 그래?”“그릇 이리 줘.”육경한이 가까이 다가오자 소원이 그릇을 꽉 쥔 채 놓으려 하지 않았다.“왜 그러는데?”“뭐가 왜야?”육경한이 미간을 찌푸렸다.“화상 입어서 물 닿으면 안 되는 거 몰라?”소원이 멍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나 괜찮아.”육경한이 그릇을 빼앗아 싱크대로 걸어가더니 아주 자연스럽게 그릇을 헹궈냈다. 설거지를
Read more

제1693화

그녀를 옆에 남기려면 그게 뭐든 마셔야만 했다.소종은 진아연이 준 약이 만성 독약이라고 했다. 만성 독약이라면 아직 그녀와 아이 곁을 지킬 시간이 많다는 건데 육경한은 그걸로 족했다....이튿날.날이 어슴푸레 밝자마자 잠에서 깬 육경한은 옆자리가 비어 있자 얼른 아래층으로 내려가 찾으며 도우미에게 물었다.“사모님 어디 갔어요?”도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주방에서 아침 준비하고 있어요.”이를 들은 육경한이 살짝 넋을 잃었지만 도우미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대표님, 참 좋으시겠어요. 사모님 음식 솜씨가 좋던데요?”소원이 너무 차가워 집안 분위기가 늘 우중충한 데다 유진까지 몸이 좋지 않고 말수가 적어 별장은 화기애애한 날이 거의 없었다. 하여 집에서 일하는 도우미들도 큰소리로 대화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이제 소원이 직접 육경한에게 밥을 해주고 있으니 소원도 관계를 완화하려고 애쓴다는 의미 같았다. 도우미들은 대표님이 사모님을 사랑하니 이 장면을 보고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원래도 기분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였기에 도우미들도 별다른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고 그저 속으로 몰래 좋아한다고 생각했다.주방으로 들어간 육경한은 분주히 돌아치는 소원의 뒷모습을 보고 순간 꿈인 줄 알았다. 그 자리에 서서 소원이 준비하는 걸 보고 있는데 마침 뒤돌아선 소원이 그를 발견했다.소원은 얼굴이 발그스름하고 광이 도는 걸 봐서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육경한이 아직 잠옷을 입고 있자 부드럽게 말했다.“일단 씻어. 아침 먹자.”육경한이 알겠다고 대답했다. 씻고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돌아왔을 때 소원과 유진은 이미 식탁을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 메뉴는 예전처럼 가짓수가 많지 않았지만 보기만 해도 구미가 당겼다.두유, 찐빵, 호박죽과 만두까지, 직접 만든 아침이라 몸에 좋았다.유진은 두유와 찐빵은 좋아했지만 호박죽과 만두는 별로 당기지 않는지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엄마, 나 두유 마시고 싶어요.”이에 육경한이 두유를 한잔 따라주려 했지만 소원이 입을
Read more

제1694화

소원이 육경한이 든 컵을 앗아가더니 이렇게 말했다.“두유도 너무 많이 마시면 안 좋아.”이에 육경한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소원은 영문이 뭔지 몰랐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찐빵을 가리켰다.“찐빵도 좀 먹어. 갓 찐 거라 따듯할 거야.”“그래.”육경한이 찐빵을 가져다 입에 넣더니 천천히 음미했다. 유진은 소원이 챙겨준 식단을 말끔히 먹어 치우고 나서야 자리를 비웠다.소원은 입맛이 없어 별로 먹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난 다 먹었어.”그렇게 식탁엔 육경한 한 사람만 남았다.도우미가 정리하려고 와보니 식탁에 놓인 음식은 이미 다 먹어 치운 뒤였다. 육경한은 평소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었기에 아침은 커피 한 잔에 빵 한 조각, 스테이크 반 덩이면 끝이었는데 오늘은 정말 놀랄 정도로 많이 먹었다.역시 소원이 한 아침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에 도우미들은 기분이 좋아져 얼른 식탁을 정리했다.육경한은 출근 전 먼저 위층으로 올라가 소원이 유진에게 책을 읽어주는 걸 한참 동안 지켜보다가 집을 나섰다.차에서 기다리던 소종은 육경한이 차에 오르자마자 얼른 가까이 다가갔다.“대표님, 그 여자가 준 음식 드신 거 아니죠?”소종은 육경한이 혹시나 소원에게 홀려 판단력이 흐려진 게 아닌지 걱정했다. 육경한이 말이 없자 소종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드셨어요?”육경한이 소종을 차갑게 쏘아봤다.“신경 꺼.”소종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대표님, 목숨이 아깝지 않으면 그냥 말씀하세요. 어차피 대표님도 오래 못 살 것 같은데 저도 빨리 나가서 죽게요.”육경한이 그런 소종을 힐끔 쏘아보더니 말했다.“무슨 헛소리야?”“제가 없는 말 했어요?”소종이 씩씩거리며 말했다.“그 여자가 독 탄 거 알면서도 드시는 걸 보면 목숨이 아깝지 않다는 말 아니에요?”“독을 탔다는 증거가 없잖아.”육경한이 차갑게 잘라버렸다.“증거가 없긴 왜 없어요. 제가 이 두 귀로 들었는데.”소종이 대뜸 화를 냈다.“그 요물 같은 여자가 대답했다니까요.”“말 가려서 해.”육경한이
Read more

제1695화

소종이 뜸을 들이더니 병원 보고서를 꺼냈다.“이것도 한번 보세요. 병원 진단서인데 진아연의 상처가 일반적인 상처가 아니라 인위적인 상처일 수도 있다고 나와 있어요. 하지만 진아연이 자살이라고 잡아떼는 바람에 다른 사람도 달리 방법이 없었죠.”육경한이 진단서를 훑어보더니 말했다.“진아연이 쓸모가 없어지니까 버림을 받은 거야. 쓸모없는 사람을 왜 살려둬.”“지금으로써는 그렇게 봐야 할 것 같아요.”소종이 말했다.“계속 지켜봐. 배후가 누군지 반드시 알아내야 해.”육경한이 명령했다. 잠재적 위험 요소라 반드시 제거해야 했다. 소종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가려는데 육경한이 소종을 불러세웠다.“서현재는 조사해 봤어?”“서씨 가문 도련님이요? 확실히 이상하긴 했어요. 조사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조사해 보니까 정말 놀랍더라고요.”소종이 말했다.“서씨 가문 어르신이 무녀를 하나 데려왔는데 독벌레 주술을 내리는 바람에 그렇게 됐대요. 사람도 못 알아보고 생각도, 행동도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하던데요.”육경한이 입술을 앙다문 채 잠깐 고민했다.“변호사한테 서현재랑 연주의 결혼을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 알아봐. 더 이어갈 필요 없을 것 같아.”딱 봐도 서현재는 서씨 가문, 그리고 서진태에 의해 버려졌지만 사악한 서진태의 성격에 마지막까지 서현재를 이용해 먹으려 할 것이다. 육경한이 알아버린 이상 한시라도 빨리 육연주를 그 소용돌이에서 빼내야 했다.“지금 바로 지시하겠습니다.”소종이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리고.”소종이 잠깐 망설였다.“연주 아가씨 어머님이 회사로 찾아왔는데 제가 대표님 회사에 안 계신다고 해서 다시 돌아갔습니다.”“그래, 알았어.”육경한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래도 육연주를 단단히 혼내주려는 것 같았다.소종은 육연주가 혼나도 싸다고 생각했다. 요물 같은 소원이 밉긴 하지만 제멋대로 날뛰는 육연주도 나을 건 없다고 생각했다. 육경한이 육연주의 뒤처리를 해준 것만 해도 한두 번이 아니니 차라리 이번 기회에 육연주의 성질머리
Read more

제1696화

빨간 옷을 입은 무녀는 한 폐공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더니 주변을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소원이 모자를 쓰고 잔뜩 긴장한 채로 조심스럽게 대문 쪽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공장은 텅 비어 있었고 방금 들어간 무녀도 보이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수건으로 소원의 입과 코를 막았다.이상한 향기와 함께 소원은 발버둥 칠 겨를도 없이 정신을 잃었다.바닥에 쓰러진 소원을 보고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바닥에 쪼그리고 앉더니 그릇을 살피듯 소원의 얼굴을 이리저리 뒤집으며 살폈다.그렇게 한참 살피던 무녀가 옆에 선 남자에게 말했다.“그래. 이 여자로 하지.”무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탈탈 털었다.“담아서 옮겨.”체격 좋은 남자가 소원을 포댓자루에 담더니 병아리 잡듯 잡아서 차에 던져넣고는 차 문을 닫고 출발했다.무녀는 밖에 세워진 차를 가리키며 다른 남자에게 지시했다.“조용한 곳 찾아서 태워버려.”남자가 즉각 움직이더니 차를 끌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무녀가 소원을 실은 차를 따라가려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무녀는 상대와 대화를 나누더니 방향을 틀었다....저녁.별장으로 돌아온 육경한은 불이 환히 켜진 걸 보고 도우미에게 물었다.“사모님은 밥 먹었어요?”도우미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대표님 모르세요? 사모님 어머니 보러 간다고 했는데.”“어머니요?”육경한이 미간을 찌푸렸다.“네. 사모님이 그러셨어요. 아직 돌아오시진 않았고요.”도우미가 대답했다.시간을 확인해 보니 이미 저녁 8시 반이었다. 요양원은 이곳에서 멀지 않았기에 이 시간에는 돌아와야 맞았다. 소원이 걱정된 육경한은 올라가서 유진을 한번 보고는 차를 끌고 요양원으로 향했다.요양원에 도착해 전미영이 있는 병실로 가보니 전미영은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간병인이 육경한을 발견하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하게 인사했다.“대표님.”육경한은 쓸데없는 말을 생략하고 바로 이렇게 물었다.“소원은 병원
Read more

제1697화

육경한은 바닥에서 주어 귀걸이를 유심히 살폈다. 그 귀걸이는 육경한에게 소원이 남겨준 메시지나 다름없었다.귀걸이를 손에 꼭 움켜쥔 육경한은 차로 돌아와 소종에게 지시했다.“지금부터 긴장 늦추지 말고 소원의 행방을 찾아내.”소종이 멈칫하더니 물었다.“소원 씨 무슨 일 있어요?”“납치된 것 같아.”육경한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아마도 소원을 여기로 유인한 것 같은데 도대체 누구지?’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아 육경한은 차를 회사로 돌려 소종과 함께 단서를 찾으려 했다....오랫동안 잠에 취해 있던 소원이 눈을 떠보니 앞이 깜깜한 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손을 묶은 끈을 어떻게든 풀어보려는데 케이블 타이라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풀리지 않았다.그때 들려오는 지저분한 걸음 소리에 소원이 바짝 긴장하며 눈을 감고 자는 척하는데 누군가 몸을 흔드는 게 느껴졌고 포댓자루가 벗겨지며 아까와는 다른 공기가 느껴졌다.“저 여자야?”노인네의 창백한 목소리가 들렸다.“네. 족장님. 피가 달콤한 게 적합할 것 같습니다.”그 말에 대답하는 젊은 여자가 있었다.“그래. 언제 시작할 거야?”족장이 물었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대답했다.“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의식이 끝날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요 며칠 독벌레를 넣어 다린 약으로 몸보신 좀 하게 놔뒀다가 따로 시간을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그래. 그렇게 하지.”족장이 말했다.그렇게 대화가 끝나는가 싶었는데 족장이 다시 물었다.“왜 외간 남자는 이리로 데려온 거야? 잊었어? 여기는 그 어떤 정보든 새 나가서는 안 되는 거?”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털썩’ 무릎을 꿇더니 이렇게 말했다.“족장님, 서씨 가문에서 이 사람 좀 데려가서 숨 좀 붙여놓으라고 해서요. 다음 달 말까지는 무사해야 한다고 했는데 독벌레의 잠식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렇게 오래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족장님께 보고도 드리지 않고 이곳으로 데려왔습니다. 어떤 벌이라도 달갑게 받겠습니다.”족장
Read more

제1698화

몸통이 빨갛고 긴 뱀이 소원을 향해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는데 총기를 가진 눈이 얼핏 보면 사람의 눈처럼 매서웠다. 뱀은 당장이라도 소원을 물어버릴 것처럼 표독한 눈빛으로 소원을 노려보고 있었다.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감지한 소원은 뱀이 덮치려 하자 얼른 원래 있던 자리로 기어갔다.아니나 다를까 소원이 원래 자리로 돌아오자 빨간 뱀도 빳빳이 들었던 머리를 살짝 내리며 공격성이 낮아졌다.총기가 있는 뱀이라 주인을 대신해 소원을 감시하는 것 같았다. 그제야 소원은 빨간 머리 여자가 여기에 아무도 남기지 않은 원인을 알 것 같았다. 이 뱀이 그 여자에겐 제일 좋은 조수였다.소원은 그 자리에 누운 채 최대한 몸을 풀면서 체력을 보존해 여기서 나갈 대책을 마련하려 했다.무슨 원인인지 모르지만 그 여자가 준 알약을 먹은 후로 몸이 더할 나위 없이 가뿐해졌고 특히 위가 너무 편안했다.수술하면서 위를 절반 넘게 잘라버렸기에 차갑거나 뜨거운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불편했는데 그 알약은 마치 위에 핫팩이라도 넣은 듯이 위가 너무 따듯했다. 그 알약이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 나쁜 쪽은 아닌 것 같았다.아까 그 여자가 몸보신을 해준다고 했는데 몸조리하는 데 쓰이는 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몸보신이 끝나면 뭐 하려는 거지... 아까 한 사람 더 데려왔다고 했는데 혹시 현재인가?’고민에 잠겨 앉아 있다 보니 하루 종일 밥을 먹지 않았는데도 배고프지 않았다.이튿날이 되자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다시 나타났다. 여자는 소원이 깬 걸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만병통치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약을 먹였으니 소원이 깨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지금은 얼굴이 발그스름한 게 윤기가 잘잘 흘렀고 정신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여자가 또 알약을 꺼내더니 아무 설명도 없이 소원의 입을 열어 알약을 넣고는 삼킨 게 맞는지 확인까지 했다. 할 일을 마친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소원이 불러세웠다.“당신 누구야? 나한테 뭘 먹인 거야?”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걸음을 멈추더니
Read more

제1699화

“나한테 먹인 거 뭐야?”소원이 세 번째 질문을 던지자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말했다.“그거 만병통치약이라 천금을 줘도 못 사.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살 수 없는 약을 먹은 거라고. 당신이 쓸모가 없다면 꿈도 못 꿀 약이라는 거지.”그 알약은 무녀가 기르는 뱀이 조금씩 뱉어낸 단백을 10년간 천천히 우려내야 얻을 수 있었고 수만 마리의 뱀을 써도 고작 한 알이 나올까 말까 했다.그렇게 소중한 알약을 세 알 먹은 소원은 몸이 말끔하게 나아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무리 몸에 칼을 대고 수술해도 소원의 몸은 정상인보다 훨씬 건강했다.소원은 무녀가 하는 말을 듣고 좋아하기는커녕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내가 큰 쓸모가 있나 봐. 그렇게 소중한 알약을 다 먹이고.”소원이 말했다.“그렇지.”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당신이 뭐라고 그 약을 먹어?”이 말에 소원은 무녀가 그녀의 몸을 이용하려고 이렇게 공을 들인다는 걸 알게 되었다.‘근데 내 몸을 이용해서 뭘 하려는 거지...’소원은 처음에 나타났던 그 늙은 여자를 떠올렸다.‘설마 아까 그 늙은 여자와 관련된 건가?’소원이 빨간 옷을 입은 여자를 보며 말했다.“나이가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왜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하는 거야?”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웃음을 터트렸다.“틀렸어. 내 나이는 어쩌면 당신 할머니보다 더 많을걸?”소원은 흠칫 몰라며 이 말의 진위를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여자는 외모가 아름다울뿐더러 피부도 탱글탱글해 아무리 봐도 노인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이 화제를 이어갈 생각이 없었는지 그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되물었다.“어떤 걸 말하는 거야?”“서현재.”소원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서현재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서현재.”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매혹적으로 웃었다.“그건 내가 그런 거 아니지. 서씨 가문 어르신이 시킨 거야. 서현재 목숨으로 외국에 있는 아들이 잘 먹고 잘살 수 있게 해주려나 보던데. 서
Read more

제1700화

소원이 어젯밤 찾아낸 뾰족한 대나무로 손을 묶었던 케이블 타이를 끊어내기 시작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타이가 천천히 느슨해지 시작했고 어젯밤 한참 만지작거린 덕분에 끝내 끊어내는 데 성공했다.자리에서 일어난 소원은 몸이 너무 거뿐했다. 분명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데 배고프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오히려 위에서 뿜어져 나온 열량이 여러 장기로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듯 온몸이 따듯해지며 편안해졌다.그 알약이 만병통치약이라 몸에 좋다던 무녀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설마 그 알약이 너덜너덜한 내 몸을 치유해 주고 있는 건가?’소원은 믿기지 않았다. 전에 의사가 수술 후 운 좋게 5년이라는 위험 기간을 넘기면 10년, 많게는 20년까지도 살 수 있다고 했으니 말이다.아무튼 오래 살지는 못한다는 말이었지만 10년, 20년이면 유진이 독립해서 장가를 들 나이가 될 테니 그때가 되면 아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소원도 몸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미련이 남으면 하루라도 더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 옆을 지키고 싶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일단 생각을 접어둔 소원은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문이 있는 방향을 찾아 살짝 열어봤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소원을 감시할 사람은 남기지 않았지만 문도 잠그지 않을 만큼 경계를 늦추지는 않았다.문틈으로 내다보니 밖은 빗장만 걸려있을 뿐 자물쇠가 걸린 건 아니었기에 빗장만 들어 올리면 되지만 그 과정에 소리가 날 게 뻔했고 그러면 뱀이 잠에서 깰 수도 있다.비록 겉으로는 미동이 없어 공격성이 없어 보이지만 쉽게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기에 있는 물건들은 하나같이 상식을 벗어난 것이었고 그 무녀도 너무 신비로웠다. 아까 소원의 할머니보다 나이가 많다고 말하는데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걸 봐서는 사실인 것 같았다. 그런 사람이라면 이상한 요술이나 마법 같은 걸 부릴지도 모른다.상대의 실력을 알기 전에는 소원도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 생각이었다. 안전하게 도망갈 수 있는
Read more
PREV
1
...
168169170171172
...
187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