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을 본 육연주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괴롭힘을 당하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황산을 구했고 그저 소원을 망가트리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도착하자 졸렸는지 큰소리로 소리를 질렀다.“나 아니에요. 난 그런 적 없어요.”육연주가 울음을 터트리며 불쌍한 척하기 시작했다.“경찰관님, 저도 피해자에요. 저 방금 성폭행당했어요. 저를 성폭행한 사람이 사주를 받았다는데 사주한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아요. 아니, 저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육연주에게 팔을 잡힌 경찰이 미간을 찌푸리며 뿌리치더니 물었다.“아가씨, 일단 진정하고 이거 놓고 얘기해요.”“저 여자예요. 저 여자가 시킨 거예요. 그래서 너무 화가 나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황산을 뿌린 거예요.”그도 그럴 것이 육연주는 아직 머리가 남아있었다. 육경한이 손을 떼자 바로 새로운 길을 찾아낸 것이다. 만약 소원이 사주한 게 맞다면, 그래서 육연주가 복수하러 온 거라면 이 일의 성질이 달라진다. 분노로 인한 우발적 살인이면 양형기준이 조금 달라질 것이고 육연주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백 퍼센트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그때 구급차가 도착했고 구급대원이 육경한을 들것에 올려 차에 실었다. 등 쪽의 옷감은 황산에 녹아 없어진 상태였고 너머로 보이는 피부도 너덜너덜한 게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상처가 등에 나 있으니 육경한도 어쩔 수 없이 들것에 엎드려 있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육연주는 아직도 자기가 처한 상황만 생각했고 한걸음에 들것까지 달려가 들것에 엎드린 남자를 잡으며 울먹였다.“삼촌, 나 좀 살려줘요. 또 들어가면 안 돼요. 제발 좀 도와줘요. 제발요...”육연주는 육경한의 상처를 누르고 있는 것도 모르고 계속 손에 힘을 줬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육경한은 말도 내뱉지 못했고 땀만 뚝뚝 흘리다가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지금까지 버틴 것만 해도 오래 버틴 것이었다. 진작 몸이 불편했지만 누군가 소원을 해치기라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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