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1801 - Chapter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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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1화

육연주가 어릴 적부터 사랑만 받고 자랐다 해서 다른 사람은 진흙탕에서 자란 게 아니었고 괴롭힘을 당해도 그저 꾹 참아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육연주는 여전히 일그러진 얼굴로 울고 있었다.“네가 서현재를 꼬시지만 않았어도 내가 너를 괴롭힐 일은 없었지. 다른 사람은 다 내버려두고 너한테만 그랬을 때는 너도 반성해 봐야지. 안 그래?”이렇게 되물으니 너무 웃겼다.소원은 육연주가 가스라이팅에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다. 잘못한 건 육연주인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발끈하면서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소원도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다.“허허.”소원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개가 나를 물었는데 개가 무슨 생각으로 물었는지까지 생각해야 해요?”소원이 덧붙였다.“미안해요. 나는 짐승의 언어를 배워본 적이 없어서 짐승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그게 무슨 헛소리에요.”육연주는 소원이 개라고 욕할 줄은 몰랐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런 욕을 들어본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지금 나 욕한 거야? 독사 같은 년. 삼촌 봐봐요.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른 여자라니까요. 삼촌이 있는데도 이렇게 욕하는데 뒤에서는 나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지 않겠어요? 내가 이렇게 된 게 이 여자 원인도 있다니까요.”소원은 모함하는 말을 듣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저지르지도 않은 일 가지고 당황할 필요는 없었다.게다가 소원은 육연주, 그리고 방민아 같은 사람과는 조금 달랐다. 소원은 인성, 도덕이 있었지만 그들은 사리사욕에 눈이 먼 악마였다.“착각하지 마요. 난 당신들이랑은 달라요. 나를 까밝힐 수 있는 증거가 있으면 가져와 봐요.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소원은 육연주의 표정이 변하는 걸 보고 희열을 느꼈다.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받은 건데 피해자인 소원이 반성해야 할 건 없었다.아까 그 염산만 놓고 보더라도 육경한이 제때 나타나지 않았다면 진작 얼굴이 망가졌을지도 모른다. 백번 양보해서 얼굴이 망가지지 않았다 해도 튕겨 나온 황산이 어떤 상처를 입힐지는 알 수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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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2화

경찰을 본 육연주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괴롭힘을 당하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황산을 구했고 그저 소원을 망가트리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도착하자 졸렸는지 큰소리로 소리를 질렀다.“나 아니에요. 난 그런 적 없어요.”육연주가 울음을 터트리며 불쌍한 척하기 시작했다.“경찰관님, 저도 피해자에요. 저 방금 성폭행당했어요. 저를 성폭행한 사람이 사주를 받았다는데 사주한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아요. 아니, 저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육연주에게 팔을 잡힌 경찰이 미간을 찌푸리며 뿌리치더니 물었다.“아가씨, 일단 진정하고 이거 놓고 얘기해요.”“저 여자예요. 저 여자가 시킨 거예요. 그래서 너무 화가 나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황산을 뿌린 거예요.”그도 그럴 것이 육연주는 아직 머리가 남아있었다. 육경한이 손을 떼자 바로 새로운 길을 찾아낸 것이다. 만약 소원이 사주한 게 맞다면, 그래서 육연주가 복수하러 온 거라면 이 일의 성질이 달라진다. 분노로 인한 우발적 살인이면 양형기준이 조금 달라질 것이고 육연주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백 퍼센트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그때 구급차가 도착했고 구급대원이 육경한을 들것에 올려 차에 실었다. 등 쪽의 옷감은 황산에 녹아 없어진 상태였고 너머로 보이는 피부도 너덜너덜한 게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상처가 등에 나 있으니 육경한도 어쩔 수 없이 들것에 엎드려 있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육연주는 아직도 자기가 처한 상황만 생각했고 한걸음에 들것까지 달려가 들것에 엎드린 남자를 잡으며 울먹였다.“삼촌, 나 좀 살려줘요. 또 들어가면 안 돼요. 제발 좀 도와줘요. 제발요...”육연주는 육경한의 상처를 누르고 있는 것도 모르고 계속 손에 힘을 줬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육경한은 말도 내뱉지 못했고 땀만 뚝뚝 흘리다가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지금까지 버틴 것만 해도 오래 버틴 것이었다. 진작 몸이 불편했지만 누군가 소원을 해치기라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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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3화

황진수는 소원에게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도망치듯 병실에서 나왔다. 무슨 문제가 있으면 의사를 불러야 하는데 황진수가 없으니 소원도 자리를 비울 수는 없었다.소원은 병실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침대에 누운 육경한은 수술하느라 마취를 투여하긴 했지만 양이 많지 않았기에 약기운이 반쯤 빠진 상태였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눈을 뜨자마자 바로 이렇게 외쳤다.“소원아.”목소리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육경한이 이렇게 당황한 모습은 윤혜인도 처음이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침대에 누운 육경한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또 한 번 소원의 이름을 불렀다.“소원아...”상처를 금방 치료했는데 이렇게 움직이면 다시 갈라질 게 뻔했기에 어쩔 수 없이 마른기침하며 가까이 다가갔다.“나 여기 있어.”육경한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너 괜찮아?”“괜찮아.”소원이 대답하고 나서야 육경한이 그나마 시름을 놓았다.아까 어렴풋이 잠이 들었는데 악몽을 꾸고 말았다. 육연주가 칼을 들고 소원에게 달려드는데 그 칼이 마침 소원의 아랫배에 꽂히는 꿈이었다.육경한이 갑자기 손을 뻗어 소원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머리가 마침 소원의 배에 닿았지만 육경한은 너무 바짝 붙일 엄두가 나지 않아 상처가 벌어져 아픈데도 불편한 자세로 아이의 존재를 느끼려 했다.“소원아, 이 아이 절대 버리지 마. 알았지?”소원은 갑작스러운 포옹이 불편해 벗어나려 했지만 그럴수록 육경한이 팔에 힘을 더 세게 줬다. 바짝 기대지 않고 비스듬히 기댔지만 손은 여전히 소원의 옷을 잡고 있었다.“부탁이야...”육경한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더니 고개를 들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소원을 바라봤다.“소원아. 내가 이렇게 빌게. 아이는 버리지 마. 약속한 건 무조건 지킬 테니까.”소원은 그 자리에 우뚝 선 채 표정도 그대로 얼어붙었지만 왠지 모를 거부감이 묻어났다. 이런 무의식적인 거부감이야말로 몸속 제일 깊은 곳에서 나오는 원초적인 반응이었다.육경한이 멈칫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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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4화

집으로 돌아간 소원은 일단 다른 건 제쳐두고 잠부터 잤다.사실 황산이 하늘에 흩뿌려졌을 때 소원도 마음속으로 너무 두려웠다. 여자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몸에 난 상처는 옷으로 가려본다 해도 얼굴은 어떻게 가려도 가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황산으로 인한 상처는 아무리 돈을 들여도 완전히 회복할 수 없는 상처였기에 영향이 매우 컸다.같은 여자로서 어떻게 그렇게 악독한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절체절명의 순간 육경한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왔는데 소원도 사람인지라 고마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원이 육연주를 먼저 건드린 것도 아니고 육경한이 오냐오냐 키우지만 않았다면 육연주가 이렇게 무법천지가 될 일도 없었다. 이렇게 생각하면 소원의 마음속에 생겼던 감격도 많이 줄어들었다.육경한은 사람에게 잘해줄 때 적정선이라는 게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 자기가 심어놓은 화근에 걸려들고 말았다.한잠 자고 일어난 소원은 정신이 말짱해졌다. 그 뒤로도 병원은 가볼 시간이 없었다. 육경한이 입원해 있는 동안 소원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낮에는 한이 그룹 일로 바빴다. 회사는 진작 등록해 아버지가 하던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다시 일어서는 게 생가보다 너무 어려웠다.몇 년간 여러 기업이 생겨나고 바뀌면서 한이 그룹 같은 오래된 기업은 에너지 영역에서 우세를 차지할 수 없게 되었다.게다가 처음엔 능력 좋은 사람들을 채용하지 못해 혼자서 여러 사람의 업무를 도맡아 하느라 보고서도 만들고 회의도 하고 프로모션도 해야 했다.일이 너무 많기도 했고 임신 초기라 마침 피곤할 때였기에 거의 매일 휴식이 모자란다는 생각만 들었다. 게다가 저녁이 되면 유진도 봐야 했고 중간중간 짬을 내 요양원에 어머니 보러도 가야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육경한이 입원해 있다는 사실은 뒷전이 되고 말았다.소원이 이렇게 미친 듯이 일하는 것도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두 아이가 원하는 걸 선택할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누군가에게 잡혀 살지 않아도 되도록 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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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5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원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고 원보경을 해고할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알고 보니 원보경은 한이 그룹으로 오기 전 미우 그룹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사실 소원은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원보경처럼 말도 잘하고 여러 방면으로 능력이 뛰어나려면 일개 영업팀 직원이 아닌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이어야 했다.그러다 원보경이 미우 그룹에서 일하던 사원이라는 걸 알고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그리고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왜 한이 그룹처럼 작은 회사에 남으려 하는지도 알 것 같았다.소원은 육경한의 그 어떤 도움도 받고 싶지 않았기에 엄숙하게 원보경에게 사직을 권고했지만 원보경이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대표님, 제가 대표님 회사로 온 건 돈을 벌기 위해서 온 거지 시간 때우려고 온 게 아닙니다. 미우 그룹에서 일한 적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여기로 오기 전에 여러 큰 기업에서 제 이력서를 통과했지만 결국엔 미우 그룹에서 나와 한이 그룹을 선택했습니다. 원인이라면 이곳에서는 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지만 미우 그룹을 포함한 다른 회사는 워낙 인재가 많으므로 제가 알고 있는 방법은 써먹을 기회도 없을뿐더러 얄팍한 수단이라고 여겨지기도 했습니다.”“큰 기업에는 저보다 능력 좋은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외모도 빼어난 게 없고 능력도 특출난 건 아닌데 동료들과 이익 다툼도 해야 하니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게 여러모로 생각하고 검토한 결과 한이 그룹으로 오는 걸 선택했습니다. 육 대표님이 보내서 온 게 아닙니다.”“사실 육 대표님이 황 비서님께 빠릿빠릿한 사원을 뽑으라고 해서 저는 선택받지 못했고 더 노련한 분이 선택받았는데 미우그룹을 떠나 전망도 모르는 작은 회사로 가지 않으려 했습니다.”“하지만 저는 한이 그룹 자료를 찾아보고 황 비서님께 먼저 지원한 사람입니다. 황 비서님도 제가 의향이 강하니까 결국 저를 선택해 주셨어요. 게다가 미우 그룹에서 이미 퇴사해서 제가 모실 분은 이제 육 대표님이 아닙니다. 제가 여기 남으려고 한 건 제 능력을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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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6화

소원은 운전기사의 성격이 이렇게 불같을 줄은 몰랐다. 이제 정말 운전기사를 하나 뽑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임신한 관계로 차를 직접 운전할 수가 없어 맨날 차를 잡고 다녔는데 확실히 불편한 점이 많았다. 차를 다시 잡으려는데 어떤 차가 앞에 멈춰 섰다. 차창이 열리고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소원을 보더니 놀란 듯 물었다.“소원 씨? 소원 씨가 왜 여기 있어요?”소원도 이런 난감한 상황에 주석훈을 만날 줄은 몰랐다. 쪽팔리지만 택시 기사가 길가에 내려주고 그냥 가버렸다는 얘기를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주석훈이 씩씩거리며 말했다.“해도 해도 너무하네. 어떻게 소원 씨를 길가에 버려두고 가요. 위험한데.”주석훈이 운전석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어줬다.“타요. 데려다줄게요. 시간이 늦어서 택시 잡아서 가는 건 위험해요.”맞는 말 같아 소원은 주석훈의 차에 올랐다.“근데 어떻게 이런 우연이 다 있어요. 마칠 퇴근하는데 길에서 소원 씨를 만나다니.”주석훈이 말했다.“그러게요. 기막힌 우연이네요. 아참, 저번 일은 고맙다는 인사도 못 드렸네요. 고마워요. 주 변호사님.”소원은 그날 현장에서 주석훈이 육연주를 제압한 일에 대해 정식으로 인사했다.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주석훈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 달려왔다. 다만 육경한이 더 가까이 서 있어서 소원을 구한 것이다. 그것 외에 재판에 관한 일도 성심성의껏 소원을 대신해 타이르고 있었다.“별말씀을. 소원 씨, 우리 안 지 꽤 오래 지났는데 친구라고 해도 되는 거 아니에요?”주석훈은 늘 성격이 서글서글하고 온화했다. 가끔 소원은 주석훈을 화나게 하는 일이 이 세상에 과연 있을까 생각해 본 적도 있었다.“아무튼 감사 인사는 꼭 전하고 싶었어요.”소원이 말했다.“그러면 소원 씨 시간 될 때 밥이나 한번 사줘요.”주석훈이 말했다.“당연하죠.”소원이 웃으며 대꾸했다.주석훈은 소원의 목적지가 병원인 줄 몰랐기에 집으로 가는 줄 알고 그쪽으로 차를 몰았다. 전에 가본 적이 있어서 주소가 어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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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7화

소원이 얼른 말했다.“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그저 배가 좀 아파서 병원에 왔는데 친구 차 타고 왔어요.”원보경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지만 여전히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어느 병원에 있어요? 제가 지금 바로 갈게요.”“아니에요.”소원은 원보경도 술을 적지 않게 마셨다는 생각에 이렇게 말했다.“얼른 들어가서 쉬어요. 나는 정말 괜찮아요. 수액만 다 맞으면 집으로 갈 거예요.”“어떻게 그래요?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원보경은 여전히 시름을 놓지 못했다.“정말 그럴 필요 없어요.”소원이 말했다.“조금 이따 친구가 데려다줄 거예요. 여기 멀리 떨어져 있어서 보경 씨 도착할 때쯤이면 진작 수액 다 맞았을 거예요. 병원에서 기다릴 바엔 차라리 두 사람 다 집에 가서 쉬는 편이 나아요.”원보경은 그제야 포기하고 여러 번 당부하더니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소원은 아직도 남아있는 주석훈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주 변호사님도 얼른 들어가요. 많이 나아져서 이제 혼자 들어가도 돼요.”소원이 아까 그렇게 말한 건 수고한 원보경이 여기까지 오는 걸 막으려고 그랬다. 지금은 몸이 많이 좋아졌으니 이제 혼자서도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주석훈이 말했다.“그럴 순 없죠. 친구한테 나라는 친구가 이따 태워다 준다고 말했는데 약속 지켜야죠. 이따 바래다줄게요.”소원은 주석훈의 농담에 웃음이 터졌다. 주석훈은 성격이 밝았기에 같이 있으면 꽤 편했다.“그래요.”소원도 이미 신세를 진 이상 끝까지 신세 지기로 마음먹고는 딱히 거절하지 않았다. 소원은 속으로 주석훈을 위해 좋은 선물을 하나 골라야겠다고 생각했다. 현금으로 주면 너무 속물 같아서 주석훈이 받지 않을 것 같았다.게다가 주석훈은 확실히 이미 협의한 비용 외에 다른 비용은 받지 않았다. 이렇게 많이 도와줬는데 소원도 그냥 넘어가긴 마음이 걸렸다.수액이 끝나자 주석훈이 간호사를 불러와 바늘을 빼고는 휠체어를 끌어왔다. 소원은 앞에 놓인 휠체어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이... 이건 필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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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8화

소원은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이 사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소원이 언짢은 표정으로 취객과 함께 온 사람을 바라봤다. 동행한 사람은 주석훈 손에 난 상처를 보고 깜짝 놀라더니 연신 이렇게 말했다.“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술에 취해서 그렇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미안합니다. 내가 대신 사과할게요...”주석훈은 동행자의 태도가 좋자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됐어요. 얼른 데리고 올라가요.”취객이 여전히 중얼거리며 말했다.“음냐... 맛있다. 음냐...”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데 주석훈이 여전히 앞에 서서 그들이 떠나가길 기다렸다. 소원은 주석훈 손에 난 상처가 걱정되어 이렇게 말했다.“주 변호사님, 상처 아무래도 소독해야 될 것 같은데요.”주석훈이 말했다.“괜찮아요. 그렇게 성가실 필요는 없어요.”소원은 그래도 시름이 놓이지 않아 이렇게 말했다.“치료해요. 어차피 지금 병원이잖아요. 상처 처리하는데 뭐 얼마나 걸린다고.”주석훈은 소원의 권고에 치료하러 향했다. 간호사가 바쁘다 보니 한참 기다려서야 소독할 수 있었고 치료를 마쳤을 땐 이미 30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주석훈이 다시 휠체어를 밀어주려는데 소원이 이미 자리에서 일어났다.“주 변호사님, 저는 괜찮아요. 이제 휠체어 안 타도 돼요. 다 나았는데 앉아 있으려니까 낯 간지럽네요.”주석훈은 소원의 상태가 확실히 괜찮아 보이자 휠체어에 앉으라고 강요하지 않고 다시 원래 자리로 가져다 놓더니 나란히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당황한 기색의 간호사 두 명이 토론하는 게 들렸다.“너 그거 알아? 큰일 났대.”“무슨 일?”“아까 실려 온 환자가 있는데 혈액 검사를 해보니 에이즈래. 그 환자와 접촉한 사람은 전부 검사받아야 한다던데?”“뭐? 접촉한 사람은 다 받아야 한다고? 그런 병이 있다고 직접 밝히진 않았나 보지?”일반적으로 이런 유형의 환자는 병원에서도 매우 조심스러웠지만 소수의 환자가 병을 속여서 혈액으로 감염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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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9화

소원은 즉시 병원으로 향했다. 주석훈은 이번에 병원을 바꿔 제일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이곳에 있는 전문가들이 이런 유형의 감염류 질병에 더욱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소원이 도착하자 수액을 맞던 주석훈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소원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소원이 말했다.“마침 근처로 왔다가 얼굴이나 보려고 왔죠.”소원은 주석훈이 신세 지기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주석훈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주석훈의 창백해진 얼굴이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었다.“목마르죠? 물 좀 마실래요?”주석훈은 목이 마르지 않았지만 목이 불편해 이렇게 말했다.“괜찮으면 소원 씨가 뜨거운 물 좀 따라줄래요?”“그래요. 지금 바로 다녀올게요.”소원이 말했다.“컵은 내 가방에 있어요. 움직이기 불편하니까 소원 씨가 좀 가져다줘요.”소원이 주석훈의 가방에서 컵을 꺼내다 주석훈의 사원증이 딸려 나왔다. 사원증 뒷면에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는데 보관 상태가 아주 양호했다. 사진에 보이는 여자는 밝고 수수하고 웃음이 참 예쁜 사람이었다.소원은 그 사람이 주석훈의 여자 친구라고 생각했다. 본적도, 그렇다고 들어본 적도 없는 여자였지만 그래도 사진을 사원증 뒷면에 넣어두고 다닌다는 건 무척 사랑한다는 의미였다.주석훈은 머리가 흐리멍덩한 상태라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다. 소원이 사원증을 다시 집어넣고는 뜨거운 물 받으러 갔다.뜨거운 물을 받고 왔던 길로 돌아가는데 마침 육경한의 비서 황진수가 보였다. 황진수는 소원을 보고 헤벌쭉 웃으며 물었다.“소원 씨, 혹시 대표님 보러 오셨어요?”소원은 황진수의 열정에 살짝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아니요.”황진수는 소원이 들고 있는 남성용 컵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친구가 홍콩에 있어서요.소원이 설명했다.“아 그래요?”황진수의 말투에서 실망이 묻어났다. 소원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떠나려는데 황진수가 입을 열었다.“소원 씨, 우리 대표님 좀 보러 가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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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0화

황진수가 잠깐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미우 그룹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많은데 하나같이 대표님의 권한을 기다리고 있어요. 게다가 회의도 많아서 시시각각 대표님 곁을 지킬 수가 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대표님 복귀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도 속이 바질바질 타요. 대표님이 빨리 업무 복귀하셨으면 좋겠어요.”황진수은 소원에게 왜 육경한을 보러 오지 않냐고 대놓고 질책하지 않고 월급쟁이로서 얼마나 난처한 상황인지만 얘기했다. 이렇게 되면 가스라이팅까지는 아니지만 누구든 부담 없이 받아들이고 수락하게 될 것이다.하지만 소원은 바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비서님, 수고하셨어요. 시간 되면 그때 찾아갈게요.”가겠다고 명확히 말하지 않고 시간 될 때 찾아간다고 말했다. 지금 바로 병원인데 시간이 안 될 것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황진수도 이 말까지 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그러면 소원 씨, 일 보세요. 일 끝나면 대표님 좀 꼭 보러 오시고요.”소원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컵을 들고 자리를 떠났다. 수액실로 돌아와 보니 주석훈은 자리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소원은 딱히 깨우지 않고 옆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주석훈 눈에 난 다크서클만 봐도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하기 그렇게 큰일이 일어났는데 그 누구든 잠이 오지 않을 것이다. 주석훈의 정서도 다른 사람에 비하면 이미 너무 안정적인 편이었다.침을 뺄 때가 되자 주석훈이 잠에서 깨 간호사를 불렀다. 안으로 들어온 간호사는 역시나 중무장하고 들어왔다. 병원 측은 주석훈의 상황을 대비해 수액실도 단독으로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바늘을 뽑은 간호사들은 주석훈에게 오늘 밤 다시 열이 나는지 체크해야 하므로 밖에는 나가지 말라고 당부했다.주석훈은 아직도 병실에 남아있는 소원을 보며 멋쩍게 말했다.“소원 씨, 정말 너무 고마워요. 이렇게 옆에서 있어 주기 힘든데.”“괜찮아요.”소원이 말했다.“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요.”소원이 물을 주석훈에게 건네주는데 핸드폰이 올렸다. 배달 기사가 걸어온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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