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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1화

“남 친구들 모임에 자기가 왜 끼어드냐고?”벨라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이엘리아?온하랑은 자기가 아는 이엘리아를 말하는 건지 의심했다.이어 벨라가 말을 이었다.“페이, 이따가 나랑 옆 방에 한 번 다녀와.”“왜?”“알렉스가 왔어. 아도니스랑 애들이 지금 같이 놀고 있어.”진도원이 벨라에게 이 일을 말한 적 있지만 공교롭게도 오늘 같은 클럽에 그것도 옆 방에 있을 줄은 몰랐다.이엘리아 그 바보를 보지 않았다면 벨라도 몰랐을 것이다.“그래, 알겠어.”온하랑은 며칠 전 최동철과 이야기를 나누던 것이 생각났다. 최동철은 그녀가 필라시에서 적응하는 것에 대해 관심했고 며칠 후에 자신도 필라시에 한 번 올 것이라고 언급했었다....옆방.비슷한 또래의 청년 몇 명이 원탁에 둘러앉아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자, 동철아, 한 잔 마셔.”윌리엄은 잔을 가득 채우고 웃으며 말했다.“그래.”“이게 대체 얼마 만이에요. 오늘 제대로 마셔요.”진도원이 웃으며 말했다.그는 술을 많이 마셔서 얼굴에 이미 붉은 노을이 조금 끼었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잔을 들어 최동철과 건배했다.“됐어, 그만해.”술 한 잔을 마신 최동철이 손을 내저었다.“나 비행기에서 방금 내렸어. 더는 못 마셔.”“참, 형 겨우 이 정도에요?”“하하하, 도원이가 너 겨우 이 정도냐고 해? 증명해야 하지 않겠어?”마침 이엘리아가 밖에서 들어왔다.“뭘 증명해?’“아무것도 아니야.”윌리엄이 웃으며 대답했고 진도원이 즉시 화제를 돌렸다.룸 안이 매우 떠들썩했다.오랜 친구 몇 명이 오랜만에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즐겁게 이야기했다.벨라는 손에 술잔을 들고 문을 두드리더니 곧장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런 우연이 다 있네.”룸안은 조용해졌고 입구의 온하랑과 벨라 두 사람을 보며 각자 눈빛이 달랐다.온하랑은 평온하게 룸안의 사람을 스캔했다. 최동철, 진도원, 이엘리아, 윌리엄. 그리고 그녀가 모르는 세 사람이 있었다.이엘리아가 정말 여기에 있었다.보아하니 벨라가 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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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2화

온하랑이 들어와서 대답했다.“아주 좋아요. 동...”“알렉스, 둘이 아는 사이야?”최동철이 온하랑에게 말을 거는 것을 들은 이엘리아는 안색이 변하며 그들의 말을 끊었다.최동철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너도 하랑이랑 아는 사이야?”이엘리아는 웃음기를 띠고 있는 온하랑의 눈을 보며 입술을 삐죽거렸다.“두 번 정도 봤어. 친한 건 아니야.”어찌 친하지 않을 뿐이겠는가?그야말로 악연이 아닐 수 없었다.이엘리아는 갑자기 최동철의 취미도 사진 촬영이었고 어느 정도 유명세가 있었지만 신분 문제 때문에 포토그래퍼의 직업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온하랑은 마침 포토그래퍼였다.최동철이 당시 필라에 왔을 때, 사진 촬영을 하며 윌리엄을 알게 되고, 업무로 인해 연도진을 알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였고 그들을 통해 이엘리아와도 알게 되었다.이엘리아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최동철은 이미 그녀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했고, 그녀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챘지만 말하지 않았다.“그렇군.”최동철은 테이블의 모든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소개할게. 온하랑은 내 친구이자 학생이야. 필라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너희들이 잘 돌봐 줘.”“당연하지!”“네 친구는 우리 친구나 다름없어. 안심해.”“...”윌리엄은 입술을 씰룩거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얼마 전 최동철이 자신의 친구에게 윌리엄의 연락처를 알려줬다고 연락이 왔던 것이 문득 생각났다.그 친구가 M국에 와서 필라에서 포토그래퍼로 일하게 된다면 윌리엄에게 연락할 수도 있으니 잘 부탁한다고 했다.하지만 윌리엄은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그는 최동철의 친구가 필라에 남지 않았거나 포토그래퍼 일을 종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최동철의 친구가 바로 페이일 줄이야.페이는 한국인이었다. 그때 진작 알아챘어야 했다.온하랑은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잔을 들며 말했다.“동철 오빠가 도원 오빠와 벨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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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3화

윌리엄은 간단하게 설명하였다.“그날 온하랑이 이엘리아 촬영을 맡았는데 이엘리아가 목걸이를 잃어버릴 줄 누가 알았겠어...”사실을 왜곡한 것은 아니지만 온하랑이 아무 이유 없이 회사를 그만둘 일은 없으니까 분명 억울한 일을 당했을 것이다. 다만 이엘리아가 자신이 일부러 한 것임을 숨겼을 뿐, 마치 단순히 목걸이를 잃어버려서 생긴 평범한 오해인 것처럼 말이다.“그렇군.”진도원은 양아치처럼 느긋하게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윌리엄, 너는 작업실 주인으로서 일을 더 난감하게 만들면 안 되지. 직원이 이런 일을 당하면 실망하기 마련이야. 이런 상황에선 네가 앞장서 직원들 앞에 나서야지. 게다가 넌 동철 친구잖아? 고의는 아니겠지만 넌 동철마저 온하랑 앞에서 난처하게 만들었다고.”한 친구가 웃으면서 말했다.“그러고 보니 이엘리아, 끝까지 사과를 안 했지? 그건 너무 했잖아. 누명을 씌우고 어떻게 사과도 안 할 수 있니?”이엘리아는 입을 삐죽거리며 떳떳한 듯이 반박해 나섰다.“일부러 한 것도 아닌데 조금 화가 난 걸로 일을 그만둘 줄 누가 알겠어? 어쨌든 지금 새 직장도 구했잖아. 이미 지난 지 오란 일인데 그 말을 왜 또 꺼내?”그 친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엘리아가 윌슨 가문의 큰 아가씨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가 하고 싶지 않다는 일은 부모님과 연도진 외에 그 누구도 그녀를 강요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녀의 부모님과 연도진 또한 온하량 편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아니면 그만두자. 이미 지나간 일인데 뭐, 더 말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 온하랑도 다시 일자릴 찾았으니까 다행이야.”또 다른 친구가 말했다. “정말 마음에 걸린다면 윌리엄이 밥 한 끼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최동철은 부정할 수 없다는 듯 말이 없었고 그윽한 눈빛으로 담담하게 윌리엄과 이엘리아를 바라보았다. 윌리엄은 고민하다가 말을 꺼냈다.“내 잘못이 맞아. 내가 가서 온하랑에게 사과할게.”“사과? 누구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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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화

이엘리아는 마음이 답답하고 분했다.온하랑을 반드시 가만 놔두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며 결심했다.이엘리아는 곧장 옆방으로 가서 온하랑에게 달려가 오만한 기세로 또박또박 말했다.“미안, 됐냐?”온하랑은 상황 파악이 안 된 나머지 말을 잇지 못했다.“?”“모르는 척하지 마!”이엘리아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쏘아붙였다.“네가 벨라에게 그들 앞에서 네가 새 직장 구한 일을 말하라고 한 거, 나보고 사과하라고 일부러 그런 거지.”온하랑은 벨라의 의도가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말하면 어때? 전부 사실이잖아. 네가 한 일을 차마 남에게 알릴 용기가 없는 거야?”이엘리아는 이를 악물고 독이 든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했다.“너 딱 기다려. 절대 가만 안 둘 거야!”이엘리아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온하랑은 벨라와 눈이 마주쳤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온하랑의 표정과는 달리 벨라는 오히려 문득 무언가를 깨닫는 모습이었다. 알고 보니 페이를 목걸이 훔친 범인으로 모함한 여자가 바로 이엘리아였다.‘역시 걘 바보였어.’“페이, 지난번 일은 정말 미안해.”윌리엄이 갑작스레 방에 나타나 입을 열었다.“이엘리아에게 사과하라고 할 테니 동철의 체면을 봐서라도 마음에 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윌리엄 씨의 사과는 받아들였으니 그만 돌아가세요.”온하랑은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래, 이만 나가 볼게.”윌리엄은 방을 떠나자 벨라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하여튼 성의가 조금도 안 보여. 너를 모함한 사람이 이엘리아라는 걸 난 이제 알았어. 걘 전과 다름없이 여전히 못되고 미련한 년이네.”“예전에도 그랬어?”온하량이 물었다.“예전엔 이보다 훨씬 심했어. 걘 교만하고 제멋대로 행동하고 자기밖에 몰라. 또 워낙 질투심이 많고 마음도 좁쌀만 하고, 자기 가문을 믿고 함부로 남을 괴롭혔어.”이엘리아의 결점을 말한다면, 벨라는 얼마든지 더 말할 수 있었다.“중학교 때, 걔가 좋아하던 남자애가 다른 여자애를 예쁘다고 한마디 칭찬한 일로 학교 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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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5화

벨라는 호기심에 물었다.“뜻밖의 사고 아니었어? 이제 와서 또 새로운 발견이라고?”“나도 몰라. 우린 이미 서로 화해까지 했고 경찰서는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했는걸. 혹시 스미스 씨의 사람들이 그의 뒤를 밟다가 뭔가를 발견했을까?”“아, 그건 아니야. 지난번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차 주인이 경찰서에 실려 갔었어.”“그럼 나 일단 무슨 일인지 확인하러 가볼게.”온하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희들 잘 놀고 있어, 나 먼저 갈게. 다음에 또 봐.”“오케이.”온하랑은 가방을 들고 객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복도 한 모퉁이를 지나자 그의 발걸음은 순간 멈춰졌다.바로 앞에 보이는 화장실 문 옆에 한 여자가 남자를 뒤로 꼭 껴안고 있었다.남자는 금테 안경을 쓰고 연한 파란색 셔츠에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어 올렸고 여자는 웨이브한 긴 머리에 명품 롱스커트를 입고 있었다.옆모습이 좀 낯익었고 그날 록펠러 저택에서 만난 앨리스와 흡사했다. 온하랑은 거의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찰칵’하는 소리가 존재감 있게 들려왔다. 셔터를 닫는 것을 깜빡했기 때문이다.남자는 즉시 여자의 팔을 뿌리치고 곧장 온하랑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알 수 없는 눈빛과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온하랑, 사진 지워.”“내가 안 지운다고 하면?”온하랑은 팔짱을 끼고 연도진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연도진, 여자 친구도 있는 넌 지금 앨리스랑 이러고 있어? 너는 여자 친구를 내연녀로 만들고 싶었구나? 너 설마 네 여자 친구가 딴 여자랑 바람피우는 걸 가장 싫어한다는 거 몰라?”“일단 사진 지워, 내가 설명해 줄게...”“걱정 마, 네가 앨리스에게 매달리지 않는 이상 이 사진은 절대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야.”연도진는 골치가 아픈듯 숨을 깊게 들이쉬며 말했다.“난 쟤랑 아무 관계 없어. 쟤가 나한테 집착하고 있는 거야.”“쟤가 너한테?”온하랑은 우습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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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6화

“하지만 그는 나에게 관심이 없어.”앨리스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속상한지 머리를 푹 숙였다.“언젠가 좋아하게 될 거야, 그 여자 이름이 뭔지 알아? 어떻게 생겼는데?”“페이라고 불리는 한인이야. 벨라의 친구인데 최근에야 M 국으로 온 것 같아. 카이사르도 마침 얼마 전 한국에 다녀오지 않았어?”이엘리아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페이?한인?벨라의 친구?고민할 필요조차 없었고 분명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사람이었다.이엘리아는 곰곰이 회상해 보았다. 얼마 전, 카이사르가 한국으로 돌아가 몇 달 동안 머물다가 며칠 전에 금방 돌아왔고 페이 또한 며칠 전 금방 M 국에 도착했다.그녀는 또 방금 방에서 최동철이 페이에게 사과할 일을 언급하자, 연도진은 즉시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자신더러 페이에게 사과하라고 강요했던 것이 생각났다.카이사르가 좋아하는 사람이 정말 페이라고?이엘리아는 온몸이 짜증과 분노의 절정에 도달한 것만 같았다.젠장!!!열받아!도대체 왜!페이는 이곳에 오자마자 벨라랑 친해졌고 진도원의 도움을 받으며 최동철도 그를 잘 챙겨주었다. 심지어 다른 친구들도 전부 페이의 편이었고 지금은 자신의 오빠 카이사르마저 그녀를 좋아한다니!안색이 급격히 안 좋아진 이엘리아에게 앨리스가 물었다. “왜? 설마 페이랑 아는 사이야?”이엘리아는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아는 사이뿐만이 아니야... 흥, 기다려, 난 절대 그녀를 윌슨 가문의 문턱에 발을 내딛지 못하게 할거야!”‘페이 그 가난한 촌놈 주제에 감히 내 오빠에게 손을 대려고 해? 자신이 무슨 주제인지 거울이나 좀 똑바로 보지 그래?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더니 참 자기 분수를 모르고 있어!’ “이엘리아, 정말 고맙지만 너희 남매 감정에 영향 될가 봐 걱정이야.”“그럴 리 없어. 생각해 봐,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그가 돌아가지 않았는데 과연 페이에게 있어 봤자 얼마나 많은 감정이 있을 수 있겠어? 나는 그가 오로지 한 여자 때문에 나랑 관계를 끊을 거라고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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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7화

강남시.부현승과 서혜민의 결혼식은 연기되었다.부승민이 체포되고 BX 그룹에 난리가 났는데 부현승이 지금 이 시각에 혼례를 치를 리가 없었다. 서혜민도 부승민이 부현승에게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이 태산이었다.현재 결혼 날짜가 정해지지 않자 부현승은 서혜민과 함께 그녀의 본가에 들렀다.서혜민의 본가는 강남시 북구 황길진 오하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마을 사람들은 서 씨네 둘째 영감의 큰딸이 도시에 돈 많은 남자 친구가 있다는 걸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그는 대범하고 모든 걸 아낌없이 주었다. 덕분에 서혜민은 집에 가전제품도 사두고 자동차도 살 수 있었으며 동생들의 전학 수속도 밟아 주었다.들은 바에 의하면 서 씨 둘째네는 서혜민이 남자 친구와 결혼한 후 시내에 집을 살 계획도 있다고 한다.옆 사람들은 부러워할 몫밖에 없었다. 다들 서 씨 둘째가 팔자 좋게도 좋은 딸을 두었다고 했다.하지만 뒤에서 수군대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들은 도시에 사는 부자가 왜 고등학교도 못 다녀 본 시골 여자와 결혼하겠어, 그저 가지고 노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또 어떤 마을 사람들은 부자랑 겨우 몇 년 만났는데 돈이 그렇게 많아진 거로 보아 나중에 헤어져도 서혜민은 손해 볼일이 없기에 지금 몸과 마음을 모두 그에게 맡기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서혜민과 그의 남자 친구의 결혼 날짜는 7월로 정해졌고 서 씨네 둘째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친척과 친구들에게 시내 고급 호텔에서 함께 식사 하자고 일일이 초대하였다.그제야 모두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었고 속으로는 한편 부럽기 그지없었다.이 소식은 서 씨네 둘째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태도마저 크게 바뀌게 하였다.서 씨네 둘째는 속이 좁고 쩨쩨하며 깨알만 한 이익도 놓치지 않는 사람이어서 명성이 썩 높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지금 도시에 돈 많은 사위가 생겼으니, 앞으로 그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마을 사람들은 태도가 돌변하였다.물불 안 가리고 양심을 어겨서라도 듣기 좋은 말이라면 전부 서 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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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8화

이런 소문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바로 이때 부현승과 서혜민이 오하마을에 도착했다.서 씨네 둘째는 일찍부터 집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바깥에 인기척이 들려오자, 그는 급히 아이들더러 나가 살펴보라고 했다.서혜민의 두 여동생과 남동생은 오래 참았다는 듯 쏜살같이 뛰어나갔다.집 문 앞에 세워진 세 대의 고급 승용차와 차에서 내리고 있는 부현승, 그는 종잇장같이 흰 셔츠에 명품 양복바지, 스마트하고 귀티가 흘러넘치는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를 본 세 남매는 자신의 서툰 행위가 서혜민의 체면을 구길까 봐 조금 겁을 먹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작은 소리로 불렀다.“언니.”“혜진아, 혜정아, 영민아, 어서 형부라고 불러.”세 아이는 차례로 형부에게 인사하고 부현승과 서혜민을 집안으로 맞아들였다.서 씨 둘째네 집 앞은 진작 구경꾼들로 시끌벅적했다.부현승은 젊고 눈에 띄는 잘난 외모에 훤칠한 키를 지니고 있었고 지식인들의 특유한 점잖음과 여유로움이 그의 모든 말과 행동에 침투되어 있었으며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람들은 서혜민이 팔자가 참 좋다고 생각했다.마을 곳곳에서 돌던 소문은 그제야 자취를 감추었다.부현승은 결코 빈손으로 처가를 방문할 사람이 아니었다. 고급 차 세대에 각 승용차 트렁크마다 쌓여있는 선물들, 유명한 담배와 술, 고급 선물 세트, 그리고 서혜민의 동생들에게 따로 골라준 선물까지 만단의 준비를 하고 왔다.기사들은 왔다 갔다 몇 번을 뛰어다닌 후에야 짐들을 전부 집안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이 굉장한 장면을 구경하던 마을 사람들은 감탄하며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았다.부 씨 일가와 함께 방문한 사람들 가운데는 부현승외에 그의 가까운 친척들이 몇 명 더 있었는데 부 씨 본가보단 세력이 약해도 서 씨 둘째네 가문에게는 건들지 못할 어마어마한 부자들이었다.처음에 서 씨 둘째는 그래도 장인의 위엄을 부려보자고 했다.그는 거실에 앉아 밖의 인기척에 귀를 기울이며 조마조마한 듯 손잡이를 꽉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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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9화

서혜민의 말 덕분에 넷째 삼촌은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는 부현승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여 서씨 가문에 대한 인상이 나빠질까 걱정되어 급히 화제를 돌렸다.부현승 역시 여러 가지를 생각하였다. 젊은 여대생이 단기간에 많은 돈을 모으려면 스폰서를 찾거나 몸을 팔 수밖에 없다. 물론 최고 명문 대학의 일부 전공 졸업생들은 몇 개월 만에 높은 월급을 받으며 그 돈을 모을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어떻게 보나 서혜민의 사촌 언니는 후자에 속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기꺼이 희생을 했다는 점에서 효심이 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능력과 처지가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그런 길을 선택하는 게 바로 평범한 사람들이 자주 겪게 되는 무력감이었다.그래서 부현승은 이 일 때문에 서혜민의 사촌 언니에게 나쁜 감정을 가지지 않았고 오히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는 먼저 말을 꺼냈다. “혜민아, 돌아가면 큰아버지를 뵈러 가자.”이미 신장 이식을 했으니 후속 치료와 면역억제제 비용, 합병증 치료 비용도 많아야 수천만 원 정도일 것이다. 그 정도라면 그가 도와서 낼 수 있거나 사촌 누나에게 자선 기관을 연결해 줘 그녀가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 할 수 있다.그러나 이 말에 서혜민은 표정을 굳히더니 시선을 피하며 애매하게 대답했다. “돌아가서 얘기하자.”큰아버지를 뵈러 가면 서수현을 마주칠 수 있었다. 서혜민은 부현승이 서수현을 보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 그가 서수현을 보면 그날 밤의 일을 떠올릴까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녀는 그날 온천 리조트에서 있었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땐 이미 밤이 되었고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KTV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서수현은 몸이 불편하다며 먼저 돌아갔고 친구들에게는 천천히 즐기라고 했다.이번 모임은 서수현이 주최한 것이었고 서혜민은 다른 친구들과 그다지 친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도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사촌 언니를 배웅한다는 핑계로 따라나섰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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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0화

서혜민은 깜짝 놀라 손을 덜덜 떨며 문을 닫았다. 다행히 그 남자는 온 신경을 서수현에게 쏟고 있어서 이쪽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누군가 서수현을 강간하고 있었던 것이다.서혜민의 심장은 벌렁벌렁 뛰었고 다리는 힘이 빠졌는데 몇 분이 지나서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이성적으로는 당장 뛰어 들어가 사촌 언니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들어가지 마, 못 본 척해’라는 유혹이 들렸다. 만약 마을 사람들이 서수현이 강간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여전히 그녀를 칭찬하고 그녀와 자기 자녀들을 비교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연민의 눈으로 서수현을 바라보며 ‘훌륭한 대학생인데 안타깝게 됐다’ 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뒤에서는 그녀를 비웃고 손가락질할 것이다.결국, 서혜민은 그 문을 열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안쪽의 소리가 사라졌을 때 그녀는 문틈을 조금 열어 보았다. 계단에는 아무도 없었고 바닥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몇 방울의 액체만 남아 있었다.서혜민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 방으로 돌아갔다.다음 날 그녀는 서수현을 만났을 때 일부러 유심히 살펴보았다. 서수현은 조금 지쳐 보였다. 친구들은 모두 그녀가 몸이 불편하다고 생각했지만 서혜민만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서수현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걸 보니 그녀도 명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돌아간 후 서혜민이 이 일을 어떻게 폭로할지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낯선 남자들이 그녀의 앞을 막았다. 그들은 그녀를 차에 태워 어느 집으로 데려갔고 취조하듯 물었다.“3일 전 온천 리조트에서 저녁 8시에 어디에 있었고, 무슨 일을 했지?”서혜민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온몸은 덜덜 떨렸다. 3일 전 온천 리조트, 그건 바로...서혜민은 그 강간범이 그녀가 그때 엿보고 있었던 것을 알아차리고 그녀를 죽이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겁에 질려 아무것도 모른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그들은 그녀가 그날 밤의 일을 떠올렸기 때문에 이토록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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