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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죽기 전엔 못 놔줘: Chapter 1861 - Chapter 1870

2006 Chapters

제1861화

그러자 정수미는 다혜를 대신해서 너무 기뻐했다.“연서 씨가 입양해 주면 아이한테는 큰 복이지.”사실 유씨 가문에서도 다혜가 필요 없다고 하면 정수미가 데려오려 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는 오래 살지 못한다.하여 손연서가 먼저 입양하겠다고 나서니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저한테도 복인걸요.” 손연서는 마치 자기 친자식인 것처럼 애틋하게 다혜를 바라보았다.정수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고요. 그런데 입양 절차는 어떤지, 어렵지는 않은지 걱정되네요.”윤소현이 만약 판결을 받게 되면 자동으로 양육권을 잃게 된다.하여 지금 상황에서는 유남우 쪽이 관건이다.어쨌든 지금 명목상으로는 유다혜의 친아빠이기도 했다.손연서가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오늘 제가 윤소현 씨한테 찾아가서 물어보려고요. 만약 허락받으면 바로 유남우 씨한테도 가볼게요.” “그래요.”정수미가 고개를 끄덕였다.박민정은 지금 퇴원이 가능했기에 손연서를 보며 말했다.“어려운 일이 있으면 바로 말씀 주세요.”왠지 다혜를 입양하는 게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았다.“알겠어요.”손연서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유다혜를 보고 말을 이었다.“다혜야, 며칠만 병원에서 지내고 있어. 다 나으면 내가 꼭 우리 집으로 데려갈게.”순간 유다혜는 자신을 버리고 가는 줄 알고 안아달라고 양팔을 벌렸다.그 모습을 본 손연서는 단번에 그녀를 안아 올려 살살 달래주기 시작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최대한 빨리 입양 신청을 끝내고 너 데리러 올게. 그리고 나랑 영원히 같이 살자.”다혜는 울지도 보채지도 않고 그저 가만히 그녀의 품에 안겨있었다.아무리 어린아이라고 해도 누가 진심으로 자신을 대하는지 구분할 줄 안다.손연서는 다혜를 다시 병실로 데려다준 뒤 그길로 윤소현을 찾아갔다.그러나 그녀를 보자마자 놀랐던 게 예전의 그 한 마리의 백조처럼 아름답게 춤을 추던 윤소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지금은 온몸이 상처투성이로 변해있었다.이미 익히 윤소현의 만행을 들었기에 손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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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2화

최근에 윤소현은 정윤아한테서 받은 충격 때문에 매일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잘 자지 못했다.“할 말이 뭔데요?”“민정이한테만 말하고 싶으니까 먼저 데려오기나 해요.”윤소현은 혼자만 이런 곳에 갇힌 게 너무 억울했다.그러자 손연서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답했다.“말은 해볼 텐데 올지 안 올지는 모르겠네요.”말을 마친 뒤 곧바로 자리를 떴다.그리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박민정에게 알렸다.사실 박민정도 윤소현이 순순히 양육권을 포기할 사람이 아니란 걸 예상하고 있었다.“어쩔 수 없이 유남우 씨한테 가야겠네요.”박민정의 말에 손연서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답했다.“알겠어요. 그런데 윤소현 씨가 지금 민정 씨한테 꼭 할 말이 있다던데요?”“무슨 할 말요?”“저도 물어봤는데 무조건 민정 씨한테만 말하겠대요.”수화기 너머에서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자 손연서가 다시 말을 이었다.“좋은 일로 오라는 건 아닌 것 같으니까 혹시나 오게 되면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네, 걱정하지 말아요.”손연서와의 전화 통화를 마친 뒤 박민정은 방금 들은 내용을 정수미에게 알려줬다.그러자 정수미도 이상하다는 듯이 되물었다.“왜 갑자기 널 보자고 하는 거지? 고소를 취소해달라고?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그러자 박민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저도 잘 모르겠는데 지금 갇힌 마당에 설마 저한테 해코지하겠어요?”“하긴, 그러면 엄마랑 같이 가자.”그러나 박민정은 단칼에 거절했다.“지금 몸도 안 좋은데 의사 말대로 엄마는 그냥 어디도 가지 말고 병원에만 있어요.”“그래도...”여전히 걱정하는 정수미를 보고 박민정이 활짝 웃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정 걱정되면 제가 남준 씨를 데리고 갈게요, 됐죠?”박민정의 말에 정수미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그래. 그러면 남준이더러 같이 가자고 해. 그래야 내가 마음이 놓여.”“네, 내일 같이 가볼게요.”그러다가 정수미는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다시 박민정의 손을 꼭 잡았다.“민정아, 넌 이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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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3화

이튿날.박민정은 유남준과 같이 윤소현을 만나러 왔다.그리고 유남준은 밖에서 기다리라고 한 뒤 혼자 들어갔다가 윤소현의 몰골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눈앞의 그녀는 얼굴이 이미 누구한테 맞은 건지 파랗게 멍이 들어 있었고 몸 군데군데 상처투성이인 데다가 머리카락도 헝클어진 채, 두피가 다 보일 정도로 기름져 있었다.그러나 그 와중에도 윤소현은 박민정을 원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쏘아보았다.박민정은 어리둥절한 상태로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에게 물었다.“저한테 꼭 해야 할 말이 있다고요?”왠지 행복해 보이는 박민정의 모습을 발견한 윤소현은 또다시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참고 어렵게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다혜가 어떻게 생겨난 줄 알아?”순간 박민정의 눈살이 찌푸려졌다.‘엄마라는 사람이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가 있지?’“무슨 뜻이에요?”“사실 유남우 씨가 나한테 복수하기 위해, 또 너를 돕기 위해 일을 벌인 거였어!”윤소현은 악에 받쳐 또박또박 말했다.그녀도 박민정과 유남우의 관계가 특별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유남우는 아직도 박민정을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아 이런 식으로 유남우의 실체를 밝히고 싶었다.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임신하게 되었는지도 모두 박민정에게 말해줬다.모든 사실을 다 들은 박민정은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 멍한 얼굴로 되물었다.“그러면 남우 씨가 사람을 시켜서...” 박민정은 뒷말을 끝내 내뱉지 못했다.아무리 유남우가 변했다고 해도 이렇게 무섭고 극악무도한 사람일 줄은 몰랐다.더구나 자기 약혼자한테 어떻게 이런 추악한 짓까지 벌일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내가 한 말이 믿기지 않지? 나도 처음에 그랬는데 남우 씨가 직접 자백한 사실이야.”윤소현은 씁쓸하게 미소를 짓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나도 참 멍청했지. 여태껏 나를 해쳤던 범인을 찾고 있었는데 글쎄 그 사람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자였네?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까지 나를 망쳐놓은 걸까?”다른 사람한테 지은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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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4화

유남준과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정윤아는 박민정을 발견하자마자 급히 뛰어왔다.“민정 언니, 윤소현 씨가 또 뭐라 하지 않던가요?”이상하게 조급해 보이는 정윤아의 모습에 박민정은 자기 예감이 맞을 거라 생각되었지만 애써 모르는 척 답했다.“아니요. 그저 여기서 나가게 해달라고만 했어요.”정윤아는 윤소현과 사촌 언니 동생 사이로 지내다가 하마터면 그녀도 당할뻔했다.하여 지금 윤소현이 저 모양 저 꼴이 된 것도 어떻게 보면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박민정도 당연히 윤소현의 고작 몇 마디 말로 마음 약해질 사람이 아니었다.정윤아는 혹시나 박민정이 눈치채고 자신을 오지랖이 넓고 악독한 사람이라고 오해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가 그녀의 대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무 일도 없으면 다행이고요. 그런데 언니는 이제 될수록 이곳에 오지 말아요. 저런 사람은 언제 또 나쁜 마음먹고 언니한테 덤빌지 모르니까.” 그러자 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알아요. 두 번 다시 당할 일은 없을 테니까 너무 걱정 안 해도 돼요.”“그리고 지금은 근무시간인데 빨리 회사로 돌아가요.”그러자 정윤아가 얼굴이 빨개진 채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네, 지금 바로 갈게요. 오늘은 반차 낸 걸로 해줘요.”그렇게 정윤아는 싱글벙글 차에 올라탄 뒤 곧장 회사로 돌아갔다.그녀가 떠나가자마자 유남준이 다가와 박민정에게 물었다.“윤소현 씨가 진짜 뭐라고 했는데?”역시나 정윤아의 눈은 속여도 유남준의 눈은 속이지 못했다.방금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그는 단번에 박민정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하여 어쩔 수 없이 유남우의 모든 과거의 만행에 대해 알려줘야 했다.“진짜 남우 씨가 그런 일들을 했다는 게 아직도 안 믿겨요.”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어떻게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에게 그런 짓을 벌일 수 있을까?더구나 그 당시 두 사람은 이미 약혼도 한 사이였는데 이런 일을 벌여서 자기한테 이로운 점이 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유남준은 맨 처음에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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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5화

“민정 씨, 정말 고마워요.”손연서는 연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아니에요. 아직 일이 어떻게 될지 저도 장담하기 어려운데 한번 노력해 볼게요.”박민정은 유남우가 왜 만나서 얘기하자고 하는지 궁금하기만 했다.그리고 전화를 끊자마자 이 일을 유남준에게 알려줬는데 어차피 박민정이 결정한 일이기에 굳이 말리지 않았다.“그러면 나랑 같이 가.”“네.”곧바로 유남우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았고 그는 주소 하나를 보냈다.그러나 박민정은 그 주소를 보자마자 낯빛이 변했다.그곳은 유씨 가문의 옛 저택 근처에 있는 작은 호숫가였는데 어렸을 때 집에서 몰래 나와 그곳에서 유남우와 자주 만나곤 했었다.어쩔 수 없이 곧바로 알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다른 한 편.유남우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옆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홍주영은 유남우가 왜 손연서의 제안을 거절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분명 아이한테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조차 막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묻지도 못했다.유남우는 자기 앞에서 바삐 일하고 있는 홍주영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다.“주영아, 앉아서 좀 쉬어.” 그러자 홍주영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에게 답했다.“괜찮습니다.”“너랑 할 말이 있어.”홍주영은 그제야 유남우와 제일 멀리 떨어진 소파 끝에 앉았다.“네, 말씀하세요.”“내가 정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지?”홍주영은 원래부터 솔직한 성격이라 단도직입적으로 답했다.“네, 왜 손서연 씨가 입양하는 걸 반대하시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그분은 진짜로 다혜를 예뻐하고 진심으로 입양하고 싶어 하는 것 같거든요.”“그리고 아무리 윤소현 씨가 친엄마라고 해도 여태껏 다혜한테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 그와 반대로 손연서 씨는 다혜를 엄청 사랑해 줄 것 같거든요.”유남우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한 마디를 내뱉었다.“나도 알아.”그러자 홍주영이 되물었다.“사랑이 그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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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6화

호숫가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박민정과 유남준은 먼저 도착해 작은 정자를 하나 찾아 비를 피하고 있었다.익숙한 풍경을 바라보던 유남준이 입을 열었다.“예전에 너랑 여기 같이 온 적 있어.”“네?” 박민정은 잠깐 멍해졌다.“나랑 여길 같이 왔다고요?”“잊었어?”유남준이 고개를 살짝 기울여 그녀를 바라봤는데 어딘가 씁쓸한 표정이었다.박민정은 차마 말하지 못했다. 아마 잊은 게 아니라 헷갈렸던 것일지도 모른다고.유남준과 유남우는 너무도 닮았다. 어쩌면 그때 자신조차 누구인지 분간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그런 그녀의 눈치를 읽은 듯 유남준이 슬며시 웃었다.“그때 말이야, 네가 반 친구한테 맞고 울면서 오다가 나를 딱 마주쳤지. 네가 내 품에 안겨선 자초지종을 다 말하더라.”“내가 그놈 혼쭐을 내주고 결국 전학까지 시켰잖아.”유남준의 말에 박민정은 천천히 기억을 더듬었다.“...그게 남준 씨였네요.”어쩐지 그날따라 유남준이 조금 낯설다고 느꼈던 게 기억났다. 평소엔 늘 다정한 그였는데 그날은 거칠게 이렇게 말했다.“울긴 왜 울어, 한심하게. 맞았으면 맞은 만큼 되갚아야지!”그땐 그저 기분이 안 좋았나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사람이 바뀌어 있었던 거다. 그날 자신은 억지로 유남준을 끌고 이곳까지 왔었다. 그는 귀찮다는 듯 나무에 기대 서 있었고 울고 있는 박민정을 바라보며 질색하는 눈빛을 감추지 않았다.“또 울면 나 간다. 이런 한적한 곳에서 추운 바람이나 쐬고 있고 싶진 않거든.”그 말에 박민정은 와락 울음을 터뜨렸지만 유남준은 끝내 떠나지 않았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밤이 깊도록 그녀 곁을 지켜주고 집까지 바래다주었으니까.과거의 기억에서 빠져나온 박민정은 다시 유남준을 바라보았지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가만 보면 네가 처음 좋아한 사람이 꼭 유남우였다고는 말 못 하겠는데.”유남준은 질투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설마 두 사람 다 좋아한 거야? 자기도 모르게? 그럼 이건 이중 플레이야, 양다리라고.”박민정은 피식 웃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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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7화

“형, 민정아.”유남우가 정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두 사람을 향해 불렀다.박민정과 유남준은 동시에 돌아보았다.유남준은 짧게 대답한 뒤, 고개를 돌려 박민정에게 조용히 말했다.“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난 여기 있을게.”“네.”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정자에서 걸어 나왔다.유남우가 우산을 들어 그녀 위에 씌워주었다.“고마워요.” 박민정은 공손하게 인사하며 살짝 몸을 뒤로 물러섰다.그녀의 그런 작은 움직임까지 유남우는 다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박민정은 망설임 없이 본론부터 꺼냈다.“연서 씨는 제 오랜 친구예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라 다혜를 정말 진심으로 입양하고 싶어 해요. 다혜가 그 친구랑 함께 지낼 수 있게 해줄 수 있어요?”박민정의 다급한 말투에 유남우는 손에 쥔 우산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그는 대답 대신 주변을 둘러보았다.“우리, 이곳에 온 것도 참 오랜만이지?”박민정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네.”“요즘 따라 자꾸 어린 시절 꿈을 꿔. 다시 돌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유남우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지나간 일은 지나간 거예요. 난 오늘 다혜 얘기를 하러 온 거지, 어린 시절 이야기하러 온 게 아니에요.”박민정이 단호하게 선을 긋자 유남우는 말을 멈췄다.“...다혜는 내 딸이야. 남에게 맡길 수 없어.”박민정은 손을 꽉 쥐었다.“알아요. 다혜는 오빠랑 혈연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빠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요.”조 비서가 가끔 유다혜를 보러 병원에 간다고 했다. 간호사들 말로는 유남우는 거의 병원에 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지금 다혜는 아버지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다.유남우는 그 말에 짧게 웃었다.“다혜랑 혈연관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그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확신하지?”박민정은 그의 부드럽고 단정한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굳이 콕 집어 말할 필요 없잖아요. 서로 다칠라.”그녀는 끝까지 윤소현이 다혜를 어떻게 임신했는지는 입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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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8화

박민정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홍 비서님?”홍주영이 급히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도련님이 거절하신 거예요?”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네.”홍주영은 믿기지 않는 듯 얼굴이 굳었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그 아이가 도련님한테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사람은 겉만 봐선 모르죠.”박민정이 담담하게 말하자 홍주영은 그녀의 손을 꼭 붙잡았다.“도련님께 무슨 사정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민정 씨, 너무 원망하진 말아요. 제가 가서 말씀드릴게요. 꼭 연서 씨가 다혜를 입양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볼게요.”유다혜라는 아이는 홍주영도 자주 보아온 터였다.그렇게 사랑스럽고 그렇게 착한 아이가 고아로 살아가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그래 준다면 너무 고맙죠.” 박민정이 말했다.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조용히 덧붙였다.“그치만 남우 오빠가 딱히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진 않아요. 홍 비서님, 한 가지만 조심하세요. 그 사람한테 속지 마세요.”홍주영의 얼굴에 어색한 기색이 스쳤는데 무슨 뜻인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 듯했다.“도련님이 좀 집착이 강하긴 해도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예전엔 박민정도 그렇게 생각했다.홍주영이 더 뭔가 말하려던 찰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전화를 받아들고 화면을 확인하니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그녀는 약간 의아해하면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무슨 일이죠?”“홍주영 씨 되시죠? 약혼자분께서 교통사고를 당하셨습니다. 병원으로 빠르게 와주십시오.”교통사고?홍주영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네, 네. 지금 바로 갈게요.”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전화를 끊은 그녀는 박민정을 돌아보며 말했다.“민정 씨, 미안해요. 급한 일이 생겨서 이만 가볼게요.”그 말을 마친 뒤, 홍주영은 급히 병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하민재가 왜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한 걸까?병원에 도착했을 때쯤, 하민재는 이미 일반 병실로 옮겨진 상태였다. 의사는 다행히도 외상 정도만 입은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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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9화

그제야 홍주영은 지금이 근무 시간이라는 걸 떠올렸다.그녀는 급히 하민재에게 배달 음식을 하나 시켜주고는 약간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나 회사에 잠깐 다녀와야 해요.”하민재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날 병원에 혼자 두고 가는 거예요? 의사 말로는, 지금 상태면 최소 이틀은 입원해서 경과를 봐야 한다던데. 혹시라도 내부 장기에 손상이라도 있으면 어쩌려고요...”그 말에 홍주영은 잠시 망설였다.“퇴근하자마자 바로 올게요.”“근데 밥은요? 씻는 건요? 누가 도와줘요?”하민재가 묻자 홍주영은 곧 결심한 듯 말했다.“회사 가서 이틀 휴가 내고 올게요. 병간호는 내가 해줄게요.”그제야 하민재는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근데 유남우 대표는 뭐라고 안 할까요?”홍주영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을 거예요. 저 지금껏 한 번도 휴가 낸 적 없으니까요. 게다가 약혼자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당연히 내가 돌봐야지요.”그녀는 이미 마음을 정한 상태였다. 이번엔 꼭 하민재 곁을 지켜야겠다고.두 사람은 약혼한 사이였고 앞으로는 가족 다음으로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될 사람이었으니까.“주영 씨는 정말 착하네요.”하민재가 진심을 담아 말하자 홍주영은 괜히 얼굴이 붉어져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됐어요. 아까 시킨 음식 곧 도착할 테니까 받아서 먹고 있어요. 나 회사 잠깐 다녀올게요.”“네!”하민재는 고개를 연달아 끄덕였다.하지만 그녀가 병실을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민재의 얼굴에 번지던 웃음은 천천히 사라졌다.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이 계속 진동하고 있었다.그는 화면을 확인한 뒤 메시지를 눌러 열었는데 부하 직원에게서 온 보고였다.[이번 일, 유남우 씨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고를 낸 택시 운전사가 과거에 유남우 씨와 자주 연락했던 기록이 있습니다.]유남우...하민재는 그 이름을 입 안에서 굴리듯 천천히 되뇌었다. 처음 사고가 났을 땐 연씨 집안 사람들 쪽에서 자신을 노린 줄 알았다. 설마 유남우일 줄이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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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0화

잠시 후, 홍주영은 병원에 도착했다.병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문 너머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몰래 엿들을 생각은 없었지만 그 안에서 ‘유남우’라는 이름이 나오는 순간, 그녀의 발걸음이 저절로 멈췄다.결국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그대로 가만히 서 있었다.“그 유남우란 사람, 설마 자기 형 복수라도 하려는 건가?”낯선 남자의 목소리였다.“그럴 리 없어. 유남우랑 유남준 사이 엄청 안 좋았어.”하민재가 친구에게 단언하듯 말했다.“이번 일은 내가 졌다고 인정해야지. 세상에, 이렇게까지 음험한 짓을 할 줄은 몰랐어. 나를 해치려고 일부러 교통사고를 꾸미다니.”그 말에 홍주영은 그 자리에 굳은 듯 멈춰 섰다.유남우가 하민재를 해치려고 사람을 시켜 교통사고를 냈다고? 그게 정말 사실일까?하지만 왜? 이유가 뭐지?“난 이만 간다.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해.”대화를 나누던 하민재의 친구가 자리를 뜨려는 기색이었다.홍주영은 재빨리 복도 모퉁이로 몸을 숨겼다. 사람이 완전히 떠난 뒤에도 한참을 기다렸다가 마음을 다잡고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주영 씨, 안 오는 줄 알았어요.”하민재는 그녀를 보자 두 눈이 반짝였는데 정말 기뻐하는 게 느껴졌다.홍주영은 조용히 다가가 그의 곁에 앉았다.“밥은 먹었어요?”하민재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주영 씨가 시켜준 음식 진짜 맛있었어요.”“그래요?”홍주영은 속으로 좀 민망했다. 배달 음식이 맛있을 게 뭐가 있다고...그녀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고 조심스레 물으며 분위기를 살폈다.“근데 말이에요, 이번 교통사고에서 혹시 다른 사람은 안 다쳤어요?”하민재는 그녀가 건넨 물을 한 모금 마시곤 그대로 숨기기로 마음먹었다.“아니요, 나만 다쳤어요. 내가 좀 재수가 없었죠.”그는 알고 있었다. 유남우가 홍주영에게 어떤 존재인지. 혹여 진실을 말하면 그녀는 자신을 도와주기는커녕 화를 낼지도 몰랐다.하지만 홍주영은 감정에는 조금 둔할지 몰라도 바보는 아니었다. 하민재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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