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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죽기 전엔 못 놔줘: Chapter 1851 - Chapter 1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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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1화

오준수는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지엔 그룹 부사장한테 전화를 걸었다.“부사장님, 여태껏 저희랑 잘 지내왔으면서 이번 건은 왜 갑자기 취소한다는 걸까요?”이때 수화기 너머에서 한껏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굴 건드렸는지 아직도 몰라요?”오준수는 당연히 몰랐다.“저는 건드린 적이 없는데요?”한껏 주눅이 든 목소리는 전혀 오준수답지 않았다.부사장도 이처럼 멍청한 사람은 처음 보는 것 같아 이제는 측은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지엔 그룹의 새 대표님이 누구인지도 모르나요?”매일 술이나 마시고 다니느라 회사 일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한때, 그의 아버지 오현웅은 모든 일을 빈틈없이 깔끔하게 처리했던 사람이라 오준수가 이런 자잘한 일까지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작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모든 부담이 오준수 한 사람에게 떠넘겨지게 되었다.오준수가 다급히 비서에게 묻자 비서는 현재 신임 대표는 정수미의 딸인 박민정이라고 알려줬다.“박민정...”오준수는 왠지 귀에 익은 듯한 이름을 계속 곱씹어 봤지만 정확하게 그녀가 누구였던지 기억나지 않았다.이때, 옆에 있던 비서가 다시 그에게 말했다.“손연서 씨 친구입니다.”순간 오준수는 온몸이 굳어졌다.애써 정신을 차리고 수화기에 대고 대답하려고 보니 상대방 쪽에서는 이미 전화를 끊어버린 상태였다.지엔 그룹 부사장은 지금 오준수와 그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았다.오준수는 끊어진 전화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힘없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왜 그걸 잊어버렸지?”그러면서 머리를 몇 번 세게 두드렸다.“연서가 지엔 그룹의 대표랑 친구 사이라고? 어쩐지 우리랑 갑자기 계약을 취소하더니 외부에도 우리랑 계약하지 말라고 했네.”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오 대표님, 사모님한테 빨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아까까지 손연서라고 이름을 부르던 비서도 눈치껏 사모님이라고 불렀다.그 의미를 눈치챈 오준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손연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신호음만 들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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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2화

그러자 손연서가 느긋하게 하품하며 답했다.“응, 그래야 속이 시원할 것 같은데?”오준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참으며 다시 설득했다.“연서야, 만약 네가 박민정 씨한테 우리랑 재계약할 수 있도록 한 마디만 말해주면 내가 당장 너랑 재혼해 줄게.”그 말에 손연서는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졌다.갑자기 수화기 너머에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자 오준수가 이상하다는 듯이 되물었다.“왜 웃어? 방금 내가 한 말 들었어?”손연서는 한참 웃다가 겨우 멈추고는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저기요, 오준수 씨? 설마 지금 내가 그쪽이랑 재혼하고 싶어서 이런다고 생각하는 거야? 분명히 말하는데 난 당신을 사랑한 적도 없고 재혼도 하기 싫어. 난 그저 당신이 처참하게 당하는 꼴을 보고 싶을 뿐이라고!”“기대해 봐. 이제부터 시작이니까.”말을 마치자마자 손연서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오준수는 또다시 일방적으로 대화가 단절되자 화도 나는 한편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그러면서 예전에 엄마 말을 듣지 않고 기어코 손연서와 이혼했던 자신이 후회스러웠다.누가 손연서한테 이런 황금 동아줄과 같은 친구가 있을 줄 알았단 말인가.“오 대표님, 사모님께서 뭐라고 하나요?”비서가 조심스레 묻자 오준수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사모님은 무슨, 이혼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사모님이야.”“내가 고작 이런 여자한테 당할 줄 알아? 지금 당장 박민정 씨가 어디 있는지 알아봐. 내가 직접 만나러 가야겠어.”“네.”말을 마치자마자 비서는 사무실을 나갔다.그리고 손쉽게 박민정은 지금 정수미와 같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그렇게 오준수는 여러 가지 고급스러워 보이는 선물을 준비한 뒤 빠르게 병원으로 향했다.병원 안.박민정은 마침 손연서와 통화 중이었다.“민정 씨, 너무 고마워요. 덕분에 오늘 제대로 그 사람 골탕 먹였거든요. 그리고 뻔뻔스럽게 저랑 재혼하자는 거 있죠?”그러자 박민정이 눈살을 찌푸리고 답했다.“그래도 아주 멍청한 사람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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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3화

오준수의 얼굴이 순간 굳어버렸다.“설마요? 혹시 저에 대해 명확히 설명한 게 맞아요? 전 오현웅 씨의 아들, 오준수입니다. 그리고 예전에 정 대표님과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저를 젊은 사람이 능력까지 갖췄다고 칭찬도 했었다고요.”순간 경호원의 눈빛이 아까보다 더욱 살벌해졌다.“계속 여기서 소란 피우면 어쩔 수 없이 저희가 손을 대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그러나 오준수는 이대로 가기 싫었다. 막무가내로 병실 안을 향해 달려던 이때, 그와 그의 비서는 몇 명의 경호원에 의해 보기 좋게 쫓겨났다.그렇게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집에 돌아왔는데 그의 얼굴에 울긋불긋 멍이 든 모습을 본 이천애가 깜짝 놀라 물었다.“오빠, 얼굴이 왜 이래? 누구한테 맞았어? 누가 감히 오빠를 때렸는데?”이천애의 쏟아지는 물음에 오준수는 순간 짜증이 밀려왔다.“꺼져!”그러자 이천애도 슬슬 기분 나빠지기 시작했다.“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예전 같았으면 금방에라도 달려가 그녀를 달래줬을 텐데 지금 이천애를 보면 자꾸 손연서만 생각났다.“나한테 도움도 안 되는 게, 왜 쓸데없이 연서한테 시비 걸었어? 안 그랬으면 내가 이혼할 일도 없었잖아!”이혼하지만 않았으면 지금 정씨 가문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그의 말에 이천애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손연서랑 이혼하길 잘했다고 말했던 사람인데 말이다.“오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그녀가 다시 차분하게 되묻자 오준수는 애써 화를 억누르고 오늘 있었던 일을 그녀에게 모조리 말해줬다.이천애는 그의 말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연서 씨가 어떻게 지엔 그룹의 대표랑 친구 사이일 수가 있죠? 그리고 그 박 대표라는 사람은 고작 친구 하나 때문에 회사의 이익도 고려하지 않는대요? 우리가 어떤 가문인지 아직 잘 모르는 게 분명해요.”그러나 오준수는 그녀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지엔 그룹과 같은 대기업은 오씨 가문과 계약해도 그만, 안 해도 아무 손해가 없었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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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4화

그렇게 밤을 꼬박 새웠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오준수의 엄마, 차현영이 그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울먹거리며 물었다.“준수야, 대체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왜 업체들이 갑자기 우리더러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건데?”오준수는 하룻밤 사이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상태로 겨우 말을 내뱉었다.“엄마, 우리 이제 끝난 것 같아요.”두 사람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된 이천애도 마음이 점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아무리 눈치 없다고 해도 오씨 집안이 진짜 큰일 났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차현영이 아침 댓바람부터 이렇게 찾아와 울부짖지도 않았을 것이다.집에는 오직 오성훈만 아무 걱정도 없이 쿨쿨 자고 있었다.차현영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어떻게 된 건지 빨리 말해. 누구한테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거야?”오준수는 어쩔 수 없이 모든 일에 대해 차현영에게 말해줬다.그러자 그녀는 대뜸 오준수를 꾸짖기 시작했다.“이 멍청한 놈, 그때 그렇게 이혼하지 말라고 뜯어말렸는데도 내 말은 귓등으로 흘려보내더니. 손씨 가문 딸이면 우리 가문에도 얼마나 득이 되고 좋아? 하필이면 아무 쓸모도 없는 모델을 데려와서는.”“이천애는 그냥 우리 집안이랑 안 맞는 여자야.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회사에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는 것 좀 봐, 이제 어떡하면 좋지?”“지금 당장 연서한테 가서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사과해!”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돌려보니 이천애가 구석에서 몰래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여우 같은 계집애, 우리 집에서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당장 꺼지지 못해?”이천애는 오랜만에 집에 온 거라 이대로 순순히 돌아가기 싫었다.“어머님, 아무리 그래도 제가 성훈이 친엄마인데 아이 앞에서 굳이 이런 식으로 저를 대해야겠어요?”“그나마 성훈이가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진작에 널 밖으로 끌어냈어.”그러다가 차현영은 갑자기 뭔가가 생각났는지 다시 오준수의 손을 잡고 말했다.“이따 사과하러 갈 때 천애도 같이 데려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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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5화

오준수는 말을 마치자마자 이천애에게 눈치를 줬다.“빨리 연서에게 사과하고 우리 두 사람은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설명해.”이천애는 내키지 않았지만 오씨 가문과 자기 아들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었다.“연서 씨, 정말 미안해요. 일부러 나쁜 마음을 먹고 연서 씨한테 그랬던 건 아니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오빠랑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두 분 다시 재혼해 주시면 안 될까요? 오빠 마음속에는 여전히 연서 씨뿐이에요.”손연서는 이천애의 말을 듣자마자 하마터면 입안의 물을 뿜어낼뻔했다.‘내가 저딴 말을 믿을 만큼 바보로 보이나?’“아, 괜찮습니다. 그러면 그쪽 아들은 어떻게 되는 거죠?”손연서는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두 사람을 제대로 골탕 먹여야겠다고 생각했다.이때, 이천애의 얼굴이 삽시에 어두워졌다.“다 지나간 일이잖아요.” 그러자 오준수도 빠르게 답했다.“맞아, 다 지나간 일이야. 그리고 너도 성훈이를 엄청 예뻐했잖아. 이제부터 네가 성훈이 엄마로 되는데 내가 나중에 꼭 너한테 효도하라고 할게.”효도라...사실 손연서도 오성훈이 여태껏 키워준 정을 봐서 그녀에게 고마워할 줄 알았다.그러나 고마워하기는커녕, 자기 친엄마 편만 들고 음식에 약까지 타서 먹인 바람에 손연서는 평생 아이를 낳지 못하게 되었다.저런 아들이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것이다.“미안한데 난 다른 사람의 자식까지 키워줄 만큼 마음이 너그럽지 못해. 그리고 그 두 사람 때문에 내가 지금 아이를 못 낳고 있잖아?”손연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오준수를 바라보며 말했다.“나랑 재혼하고 싶다고? 좋아, 그전에 저 두 모자를 집에서 내보내.”순간 이천애의 얼굴이 삽시에 어두워졌다.“연서 씨, 너무한 거 아니에요? 제가 오늘 이렇게 직접 와서 사과도 했잖아요. 그리고 성훈이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인데 애가 무슨 죄가 있겠어요?”손연서는 뻔뻔스러운 그녀의 말에 순간 참지 못하고 코웃음이 터져 나왔다.“방금 사과했었어요? 몰랐네요.”그리고 다시 오준수를 바라보았다.“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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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6화

그러자 오준수가 빠르게 해명했다.“연서야, 이런 헛소리는 그냥 무시해. 나 이번에 진짜 많이 반성했고 내가 진심으로 사랑한 여자는 너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어.”“퉤! 어제까지만 해도 나한테 연서 씨 험담을 했었으면서.”이천애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 사람은 또다시 욕설을 주고받으며 싸우기 시작했다.손연서는 그저 옆에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가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박민정에게 보내줬다.“민정 씨, 제가 재밌는 거 보여줄게요.”박민정은 영상 속 두 사람이 서로 욕설을 퍼부으며 싸우는 모습이 너무 웃겨 정수미에게도 보여줬다.그러자 정수미도 깔깔거리며 웃었다.“쌤통이다.”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손연서는 이제 좀 지루해진 것 같아 두 사람에게 말했다.“준수 씨, 그만해. 그리고 내 앞에서 이렇게 서로 헐뜯을 필요 없어. 솔직하게 말하면 난 내가 결정한 일은 계속 밀고 나갈 생각이고 재혼도 안 할거야.”오준수의 얼굴은 이미 이천애의 손톱에 긁힌 자국으로 가득했고 이천애의 얼굴과 머리도 엉망진창이었다.두 사람은 손연서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제야 손연서에게 놀아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이때 이천애가 한껏 코웃음을 치며 오준수에게 말했다.“오빠, 들었어? 연서 씨는 그저 오빠를 갖고 놀았을 뿐이지 재혼할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는데?”오준수는 순간 끓어오르는 화를 더는 참지 못하고 단번에 손연서 쪽으로 달려갔다.“손연서, 내가 오냐오냐해주니까 만만해 보여?”애석하게도 손연서는 미리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 알고 경호원을 문밖에 배치해 뒀는데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들은 빠르게 달려와 오준수와 이천애를 단번에 제압했다.“뭐 하는 짓이야, 이거 안 놔?”허구한 날 매일 술만 마셨던 사람이라 경호원의 힘을 감당해 내기는 여간 쉽지 않았다.그리고 이천애는 더 말할 나위 없이 손쉽게 끌려갔다.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손연서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가 이상하게 기분이 점점 씁쓸해졌다.한때는 자기 전남편이자 자신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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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7화

차현영은 겨우 달래주더니 다시 오준수에게 물었다.“어떻게 됐어? 서연이 는 아직도 용서해 줄 마음이 없대?”오준수는 오늘 일을 사실대로 말할 용기가 없어 그저 한숨을 쉬며 답했다.“나한테 돌아올 마음도 없고 이대로 계속 밀고 나갈 건가 봐요.”“엄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금방 갈게요.”“그래.”그러나 전화를 끊자마자 또다시 빚 독촉 전화에, 회사 직원이 갑자기 난동을 부린다는 보고에, 갑자기 단체로 사직서를 내겠다는 등등 별의별 일들로 전화가 몰려오기 시작했다.오준수는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여태껏 이런 위기는 맞아본 적도, 처리해 본 적도 없어 순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손만 바들바들 떨고 있다가 갑자기 큰소리를 치면서 전화를 끊어버렸다.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이천애도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설마 이대로 오씨 가문이 망하는 건가?’‘그러면 그동안 열심히 일했던 사업들도 다 물거품이 된다는 소리잖아?’이천애는 오준수가 이렇게 쓸모없는 인간이란걸 진작에 눈치채지 못한 자신이 순간 너무 후회스러웠다.그렇게 차는 어느덧 오씨 가문 별장에 도착했다.그리고 멀리서부터 오준수는 자기 어머니가 사람들을 가로막고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우리 물건에 손대지 말라고요!”그러나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계속 물건을 나르는 사람들 때문에 오성훈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이건 다 제 물건이라고요! 당장 내려놔요!”오준수는 재빨리 차에서 내린 뒤 그들한테 달려갔다.“무슨 짓이에요? 왜 갑자기 통보도 없이 압류에 들어간다는 거죠?”“오준수 씨 맞습니까?”맨 앞에 서 있던 사람이 그에게 걸어오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은행에 갚아야 할 돈이 지금 두 달이나 연체되어 은행에서 강제 집행 신청을 했습니다.”“하여 이 집도 경매로 넘어갈 겁니다.”오준수는 그제야 얼마 전 회사 계좌가 적자가 나는 바람에 급하게 은행에서 큰돈을 빌렸던 일이 떠올랐다.하여 이번 지엔 그룹과의 계약이 잘 이루어지면 그 빚은 금방 갚을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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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8화

이튿날, 오준수는 아침 일찍 차현영을 깨워 그 장신구들을 달라고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보석함을 열어보니 안은 이미 텅텅 비어 있었다.“다, 다 어디 갔지?”차현영은 순간 당황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한껏 기대했던 오준수도 실망감에 그녀에게 되물었다.“엄마, 혹시 다른 곳에 보관해 두고 잊어버리신 거 아니에요?” “그럴 리 없어.”차현영은 다급하게 다른 곳도 뒤져보았지만 끝내 찾지 못했고 온 집안을 다 찾아보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문득 차현영이 고개를 돌리고 오준수에게 물었다.“천애는? 아직도 자고 있어?”그러자 오준수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몰라요. 저더러 편하게 자라고 어제는 성훈이랑 둘이 잤거든요.”순간 차현영은 뭐가 생각났는지 급히 이천애의 방으로 달려갔다.그러나 방안에는 오성훈만 곤히 자고 있을 뿐, 이천애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준수야, 천애가 내 보석을 갖고 도망갔어!”오준수도 달려와서 확인해 보더니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어...”그리고 곧바로 이천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핸드폰은 꺼져있었다.“어떻게 이런 식으로 내 뒤통수를 쳐?”오준수는 여태껏 이천애가 자기 직업이나 모든 명예마저 버릴 만큼 자신만 바라볼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의 곁에 붙어 있었던 이유가 오직 돈 때문이었다.그리고 지금은 자기 친아들도 버리고 도망가 버렸다.차현영은 이 상황을 보고 그를 나무라지 않을 수 없었다.“네가 데려온 여자가 어떤지 똑똑히 봐. 그 애는 우리 집 돈만 보고 들어온 여자라고 내가 말했는데도 넌 믿지 않았잖아. 이제 어떡할래? 그건 내가 평생 모아온 재산이란 말이야!”오준수는 대답 대신 빠르게 경찰서에 도난신고부터 했다.그러나 이천애는 이미 멀리 도망간 상태라 한동안 찾아내기는 힘들어 보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은행 쪽 사람들은 또다시 차현영 집으로 찾아와 빚 독촉을 했고 불과 며칠 만에 오준수는 빈털터리가 되어버렸다.한편.손연서는 박민정과 정수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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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9화

그러나 정수미는 길연서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런데 행복하지 않잖아. 엄마라는 사람은 지금 보살펴주지도 않지, 친아버지는 누구인지도 모르지.”“그렇네요...”길연서도 어느새 정수미 따라 한숨을 내쉬었다.그 어린아이는 지금 병실 침대에 혼자 외롭게 누워있는데 윤소현은 아이를 이용하고 싶을 때만 입 밖에 꺼냈다.정수미는 얼마 전, 윤소현이 동정표를 얻어 석방되기 위해 아이가 아픈 사실을 공개했다고 들었다.이때, 손연서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더니 호기심에 물었다.“누구네 집 아이예요?”박민정이 유다혜의 일을 간단하게 말해주자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그러면 다혜는 유씨 가문의 아이가 아닌 건가요?”윤소현이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고 해도 유씨 가문에서는 아이를 계속 돌봐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러자 박민정이 고개를 저었다.“유남우 씨의 친딸이 아니랬어요.”박민정조차 아이의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랐고 애초에 이런 일을 버린 사람이 유남우라는 사실은 더욱 알지 못했다.“아이만 불쌍하네요.”손연서는 안타까워하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대뜸 정수미에게 물었다.“정 대표님, 혹시 제가 그 아이를 만나볼 수 있을까요?”그러자 정수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왜요?”손연서는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제가 올해 서른이 되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최근 들어 계속 딸아이 하나 입양하고 싶었습니다.”정수미는 그제야 그녀의 말뜻을 깨닫고는 재빨리 길연서에게 말했다.“길 비서, 지금 바로 다혜한테 데려다줘.”만약 손연서가 유다혜를 입양하게 되면 이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그러자 손연서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가보겠습니다.”마침 유다혜도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기에 만나보는 데 얼마 걸리지 않는다.“그래요.”그렇게 두 사람이 자리를 뜨자마자 정수미가 박민정에게 말했다.“네 친구 사람도 괜찮은 것 같은데 만약 다혜도 따라가겠다고 하면 애한테는 너무 잘된 일이야.”“그러게요.”박민정도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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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0화

한편, 손연서는 유다혜 병실로 오게 되었다.다혜는 현재 상황이 호전되어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그러나 그녀의 병실에는 오직 간호사뿐이었다.일찍 철이 든 유다혜는 아빠 엄마가 아무리 자신을 보러 오지 않아도 울거나 떼쓰지 않고 그저 침대에 가만히 누워 창밖에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길연서가 말했다.“다혜는 참 용감한 아이예요. 간호사가 와서 주사를 놔줘도 아프다고 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손연서는 고개를 끄덕인 뒤 한 발짝 다가가 낮은 소리로 유다혜를 불러보았다.“다혜야.”손연서의 목소리에 유다혜의 몸이 살짝 반응하듯 꿈틀거리더니 천천히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는데 그녀의 커다란 눈망울을 보자마자 손연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겨우 한 살밖에 안 된 아이의 눈빛이 너무 허망해 보였기 때문이다.순간 손연서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다시 몇 발짝 유다혜에게 다가갔다.“다혜야, 이모랑 같이 살지 않을래?”알아듣지 못하는 걸 당연히 알고 있지만 손연서는 계속 말을 이었다.“이모가 우리 다혜 엄마가 되어줄게, 어때?”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길연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살짝 놀랐다.아무리 유다혜의 병은 많이 호전되었다고 해도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또 친엄마라는 사람도 그다지 좋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손연서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의 눈빛이 반짝거리더니 알아들은 듯 아닌 듯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이때, 길연서가 다시 아이에게 물었다.“다혜야, 이 이모 어때? 이모랑 이제부터 같이 살까?” 사실 다혜 보러 올 때마다 참 불쌍하다고 생각했기에 아이가 고개를 끄덕여주길 간절히 바랐다.아주 가끔 유남우도 다혜 보러 왔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아이를 안아준 적이 없었고 계속 무뚝뚝한 얼굴로 보고만 있다가 가곤 했었다.이때, 유다혜는 손연서와 눈을 맞추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에 손연서는 활짝 웃더니 아이를 조심스레 품에 안았다.“다혜야, 이제부터 너는 내 딸이야.”사막처럼 고요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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