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Chapter 1681 - Chapter 1690

2032 Chapters

제1681화

시간을 정한 후, 양시은은 하민을 데리고 온지유의 집으로 갔다.최근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탓에 온지유는 조금 피곤해 보였다. 문을 열고 양시은을 맞이하며 그녀는 물 한 잔을 내주었다.“앉아요.”“미안해요,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지유 씨 곁에 있지 못해서.”양시은은 온지유의 모습을 보며 점점 속상해졌다.온지유는 살짝 웃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양시은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우리 사이에 그런 말은 필요 없어요.”양시은은 흔한 말로 그녀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온지유는 별다른 말 없이 하민과 놀기 시작했다. 하민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별이 형아가 기분이 안 좋다고 해서 제가 놀러 왔어요. 선물도 가져왔어요.”“별이는 위층에 있어.”온지유는 위쪽을 가리키며 한숨을 쉬었다.“별이는 외할아버지랑 많이 친했거든. 그래서...”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양시은은 다 알았다. 그래서 하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하민아, 가서 별이랑 놀래?”하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 계단을 올라갔다.양시은은 하민이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물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엉망진창인 일들부터 정리해야죠.”온지유는 이마를 문질렀다. 그녀는 매우 힘들어 보였다.“나머지 일들은 나중에 생각하려고요.”양시은은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 묻지 않기로 했다.“알겠어요.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요.”“그럼 필요할 때 편하게 부탁할게요.”대답하고 난 온지유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근데 어쩌다 대회에 참가했어요?”“아, 봤어요?”양시은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자 온지유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드디어 일을 다시 시작하기로 한 거예요?”“네, 늦지 않았기를 바라고 있어요.”양시은은 감회가 담긴 표정으로 말했다.“당연히 늦지 않았죠. 결혼 후에는 오로지 가정에만 집중할 줄 알았는데, 점점 좋아지는 걸 보니 제가 다 기뻐요.”“이제는 특별히 신경 쓸 게 없어요. 그러니 앞으로 나아가야죠.”
Read more

제1682화

“앞로 하민이를 자주 데리고 올게요.”양시은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마워요. 그런데 그건 대회 끝나고 나서 얘기해요.”온지유는 그녀의 호의에 감사하면서도 사려깊게 덧붙였다. 지금은 대회가 먼저이기 때문이다.날이 저물 무렵에서야 그들은 집으로 돌아갔다.하민은 가는 길 내내 신이 나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별이랑 잘 놀았나 보구나. 앞으로 자주 놀러올까?”양시은이 그의 의견을 물었다.“좋아요! 저 이제 형아랑 친구예요. 더 자주 만날래요.”하민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잘 통하는 친구가 생겨서 다행이구나. 엄마가 또 약속을 잡아볼게.”양시은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도했다. 별이가 슬픔에서 벗어나는 데 하민이가 도움이 되길 바라며 말이다.집 앞에 도착하자 나도현이 마중 나왔다.“왜 이렇게 늦었어? 오래 기다렸는데.”“기다릴 필요까지 있었어?”양시은은 그와 함께 현관문을 들어섰다.나도현은 담담하게 웃었다.“승리는 같이 축하해야지.”“예선 통과일 뿐인데 아직 기뻐하기엔 일러.”양시은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줄곧 독학 해왔다. 그래도 신인이라는 점은 변함 없었다. 실전 경험이 없는 그녀에게 본선은 더 험난한 길이 될 것이다.“작은 승리도 축하할 가치가 있어.”나도현이 미소를 지었다.하민을 도우미에게 맡기고 그는 양시은을 침실로 안내했다. 촛불이 어둠을 밝히는 공간에서 정성스러운 식탁이 차려져 있었다.양시은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도현 씨, 정말 고마워.”“앉아봐.”나도현은 신사답게 의자를 당겨줬다.와인 잔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스테이크를 조심스럽게 썰었다.“네가 직접 구운 거야?”“역시 요리사 수준은 따라가지 못하겠어. 금방 알아차리네.”“특별한 맛이야. 정성이 더 중요하지.”그녀는 한 입 더 먹고는 아쉬운 듯 말을 이었다.“이것저것 먹고 왔더니 배가 고프지 않아서 아쉬워. 이럴 줄 알았으면 아무것도 안 먹고 올 걸 그랬어.”나도현은 레코드 플레이어에
Read more

제1683화

나도현은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수건 하나만 두른 채 이리저리 둘러봤지만 양시은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서재에 있을 거라고 짐작했고, 곧 문틈 아래로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순간 그의 모습은 마치 날개를 활짝 펼친 공작새 같았다. 허리에 둘러맨 건 수건 한 장뿐이었고, 머리카락에는 작은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탄탄한 가슴 근육을 따라 물방울 하나가 서서히 흘러내렸다.그러나 양시은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고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너 먼저 자. 나 아직 판례 보고 있어.”“이거 몇 번이나 봤잖아?”나도현은 그녀의 앞에서 어슬렁거렸다.“그래도 부족해. 내가 제일 뒤떨어지는 건 경험이잖아. 그건 짧은 시간 안에 메우기 힘들어.”양시은이 한숨을 쉬었다.“다음 라운드까지 며칠 남았으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마.”나도현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거의 그녀의 손을 자기 가슴팍에 갖다 댈 뻔했다.하지만 양시은은 여전히 분위기를 몰랐다. 법 조항을 들여다보느라 고개도 들지 않고 다시 말했다.“며칠 안 남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례를 언제 다 보겠어!”나도현은 답답함을 느꼈다. 법 조항이나 판례가 자신보다 더 매력적인가 싶을 정도였다. 뭐가 됐든 그녀가 통나무인 탓이겠지만 말이다.그는 여러 번 시도했지만 결국 허탕이었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방금 샤워를 마친 양시은의 머릿결에 남아 있는 습기를 보고 드라이어를 꺼냈다. 그러면서 말했다.“머리 젖은 채로 오래 두면 두통 생길 수도 있어.”그는 양시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말려 주고 빗으로 차분히 빗겨 주었다.한참 뒤에야 양시은이 반응하며 고개를 들었다.“고마워, 도현 씨.”이제야 나도현의 어깨가 훤히 드러난 모습을 본 그녀는 잠시 다정한 눈빛을 보이더니 시선이 저절로 아래로 내려갔다. 허리에 수건 한 장만 두른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유혹적이었다.오래된 부부 같은 사이인데도 양시은은 얼굴이 빨개졌다.“안 추워?”“추워
Read more

제1684화

누군가 일부러 여론을 몰아가는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유명한 계정이나 언론 매체들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었다.양시은은 부정적인 댓글들을 보며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그녀는 알았다. 이런 때에는 근거 없는 비난이나 헛소문을 굳이 상대하지 않는 게 가장 현명하다는 걸 말이다.더군다나 내일 대회가 있으니 지금은 준비에 전력을 다해야 했다.그녀는 뜬소문에 휘둘리지 않고 대회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음 날 현장에 도착하자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예선에 임했는데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꽤 힘이 들었다.이때 권 변호사가 다가왔다.“요즘은 뒤봐주는 사람만 있으면 뭐든 다 돼요. 뭐 하러 이기겠다고 애쓰겠어요?”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쪽으로 쏠렸다.양시은은 고개를 들고 차가운 눈빛으로 권 변호사를 바라봤다.“다른 사람이 어떻게 말하든 상관없지만 권 변호사님은 변호사시잖아요. 근거 없는 소문을 함부로 떠드는 건 잘못 아닌가요?”양시은의 단호한 말에 주변의 수군거림이 잠시 잦아들었다.권 변호사는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시은 씨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누가 알겠어요? 딱 봐도 뭔가 수상쩍잖아요.”“저는 한낱 신인일 뿐인데 왜 예민하게 구세요? 설마 저한테 지면 체면이 구겨질까 봐 걱정되시는 건가요? 소문이 뭐라고 하든 실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믿어요.”양시은은 조금도 밀리지 않고 되받아쳤다.“그런 건 시은 씨가 지닌 오점을 다 털어낸 다음에 말씀해요.”권 변호사는 콧방귀를 뀌었다.양시은이 대답할 틈도 없이 나도현이 그녀 뒤에 나타나 어깨를 감싸안았다.“제가 제안한 자리는 맞습니다. 매년 대회 주최 측은 스폰서에게서 참가자를 추천받거든요. 권변이 그 사실을 모르진 않았을 텐데요.”나도현이 나타나자 주변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그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기세를 뿜어냈다.주위 사람들은 호기심과 놀라움이 뒤섞인 시선을 보냈다.권 변호사는 나도현의 기에 눌린 듯 얼굴이 굳었지만 여전히 억지를 부렸다.“그렇다 해
Read more

제1685화

양시은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곧 오늘 대회가 시작되겠네요. 저는 제가 가진 전문성으로 끝까지 가볼 거예요. 설령 못 간다고 해도 떳떳하게 임할 거고요.”그 말을 남기고 양시은은 돌아섰다.곧이어 대회가 시작됐다. 유언비어 때문인지, 방청석에 있던 사람들은 그녀를 편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무시하는 기색까지 드러냈다.그러나 양시은은 전혀 개의치 않고 법 조항을 들고 무대에 올라 당당하게 변론을 펼쳤다.“이모 씨가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 증언에 따르면 가해자는 여전히 행동 능력이 있었고 침해 행위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모 씨의 생존을 위한 반항은 정당방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봅니다.”상대 변호사는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반박했다.“법의학자가 부검한 결과, 피해자는 당시 이미 행동 능력을 상실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도 이모 씨가 공격을 이어간 건 방어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죠.”양시은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이모 씨는 체구가 작아서 키가 160도 안 되는 반면 가해자는 180에 달합니다. 체격 차이가 꽤 크기 때문에 가해자가 완전히 재공격 능력을 잃었다고 확신하기 전까지는 손을 뗄 수 없었겠죠? 이모 씨에게 가해자를 고의로 해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양시은의 목소리는 단단했고, 사건에 대한 이해와 법 조항 활용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 줬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녀의 전문성에 저절로 감탄하는 분위기였다.상대 변호사 역시 그녀의 논리에 흔들린 듯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반박했다.“그래도 이모 씨의 행동은 필요한 한도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가상 판사가 기침을 하며 둘 사이의 공방을 제지했다.“핵심은 이모 씨의 행동에 주관적 고의가 있었는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입니다.”양시은은 미묘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실무에서 주관적 고의 판단은 언제나 가장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였기 때문이다.“이모 씨는 가해자가 이미 행동 불능 상태인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양시은은 차분하게 설명했다.“이
Read more

제1686화

“훌륭합니다. 양시은 변호사는 법 조항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능력이 인상 깊네요. 주장도 명확하고 논리 정연해서, 이번 사건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줬어요.”다른 심사위원들도 잇달아 동의하며 양시은의 변론을 높이 평가했다.대회가 끝난 뒤, 양시은은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왔다.그녀는 전혀 예상치 못했지만 탈락한 여성 변호사가 갑자기 주먹을 쥐고 외쳤다.“이건 불공평합니다.”조금 전 무대에서 사용했던 마이크가 꺼지지 않았던 터라, 그 소리는 대회장 안팎으로 크게 울려 퍼졌다.순식간에 장내가 조용해졌다.“이번 변론은 양시은 변호사 쪽이 훨씬 수월하게 짜여 있습니다. 게다가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까지 있는 데 왜 참가 자격을 박탈하지 않은 거죠?”그녀의 말에 주위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양시은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표정은 차분하면서도 단호했다.“상황을 잘 모르시는 것 같네요.”양시은의 목소리는 추호의 흔들림도 없었다.“저는 어떤 특혜도 받지 않았어요. 모든 절차는 대회 운영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쳤고, 온라인상의 소문은 실력 있는 사람을 함부로 정의하지 못한다고 믿습니다.”여성 변호사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여전히 목소리를 높였다.“그래도 지금 누리는 편의가 전부 다 나도현 변호사 덕분이잖아요. 이게 뒤를 봐주는 게 아니면 뭐겠어요?”양시은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나도현 변호사는 대회의 스폰서 중 한 명이고, 스폰서가 추가로 한 명을 뽑을 수 있다는 건 공개된 조항이에요. 그건 운영위원회의 결정이고, 저는 그 범위 안에서 경쟁했을 뿐이죠. 만약 이게 뒤를 봐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스폰서의 추천을 받는 모든 참가자를 그렇게 의심해야 하지 않을까요?”주위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양시은의 말은 많은 이들에게도 나름의 설득력이 있었다.“게다가 대회 중 제가 보여 준 실력은 심사위원과 관중들이 다 지켜봤다고 생각해요.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결과가 아니었다면, 저는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Read more

제1687화

지석훈과 최주하가 동시에 나도현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결혼까지 다 해놓고 그러냐. 하여간 너도 참 대단하다.”여이현은 나도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이미 애도 있는데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네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주면 되는 거야. 게다가 네 와이프 지유랑 같이 있는 거 보니까 괜찮던데?”나도현은 최근 양시은의 상태를 떠올렸다.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을 다시 하게 된 뒤로는 이전처럼 피곤해 보이지 않아 상태가 훨씬 낫기는 했다.지석훈이 끼어들었다.“나 다음 달 지방 출장 가야 해서 오늘이 아니었으면 못 올 뻔했어.”“나도 내일 해외 나가야 해.”최주하도 맞장구쳤다.그렇게 짬을 내서 다 같이 모인 것이다.여이현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도현이 놀리다가 너희도 똑같이 될 줄 알아. 너희는 언제쯤 가정 꾸리고 애 낳을 건데? 우리 애들 중학생 될 때까지도 결혼 안 하고 이러고 있을 거야?”그들은 이미 서른을 훌쩍 넘겼다. 여이현은 온지유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루면서부터 안정을 선호하게 되었다.하지만 최주하는 달랐다.“좋아하는 사람이 없는데 아무나 붙잡고 결혼할 수는 없잖아.”지석훈도 거들었다.“여이현처럼 지유 씨랑 먼저 결혼해 놓고 천천히 좋아하게 되는 쪽도, 나도현처럼 재회한 뒤 오해로 얽히고설키는 쪽도, 내 취향은 아냐.”그는 결혼에 전혀 흥미가 없다는 태도였다.“결혼해서 뭐 해? 맨날 아내랑 애들만 신경 쓰게 되잖아. 난 지금 일하는 게 더 재밌어. 인생이 꼭 결혼이 전부는 아니지.”솔직히 말해서, 그는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전혀 부럽지 않았다. 결혼이 도대체 뭐가 좋다는 건지 의문이었다.매일 아내와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일하는 게 훨씬 더 매력적이지 않나. 게다가 인생이 결혼만이 전부는 아니었다.최주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석훈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나도 그렇게 생각해. 둘이 결혼했다고 우리까지 끌어들이려는 것 같아.”“뭐야, 네 명이 아니면 못 하는 거라도 있어?”최주하는 여
Read more

제1688화

나도현이 양시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늘 이현이네랑 만났어. 시은아, 내일 나랑 같이 연회에 가지 않을래?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나한테 말해줘.”양시은에게 상류층 행사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진짜 중시하는 건 나도현의 곁에 함께 있는 일뿐이었다.하지만 나도현은 그녀에게 세상을 보여 주고 싶어 했다. 사람들에게 그녀를 소개하고 싶었고, 가능한 모든 인맥과 자원을 총동원해 그녀의 앞길을 활짝 열어 주고자 했다. 양시은은 지금 이 작은 공간에서 조용히 지내는 편이 더 좋은데도 말이다.“난 지금으로 충분해. 연회 같은 거 별로 관심도 없어. 그냥 안 가면 안 될까?”양시은은 차라리 하민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종종 별이도 만나서 둘이 친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훨씬 즐거웠다.“당연히 네 의견이 우선이야. 하지만 앞으로 점점 더 큰 자리에 나가야 하는 일이 많아질 텐데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알았어. 먼저 샤워부터 해. 내가 비타민C 챙겨둘게.”이미 나도현이 결정한 듯 보였기에 양시은도 굳이 반대하지 않았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나도현이 푹 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었다.나도현은 그녀를 살짝 끌어안고 속삭였다.“난 네가 아이를 하나 더 낳아주면 좋겠지만 출산은 고통스럽지. 그리고 우리가 이현이네랑 같은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일까 봐 좀 꺼려지기도 해. 우선 네가 좀 더 편하게 이 생활을 누리면 좋겠어. 다른 건 나중에 천천히 생각하자.”양시은이 예전에 겪었던 삶은 너무 힘겨웠다. 이제는 일단 편안한 생활을 누리고, 혹시 나중에 정말 원하게 되면 무슨 일이든 해줄 수 있다는 뜻이었다.“응, 다 네 말대로 할게.”그녀는 나도현을 사랑했고, 당연히 그의 아이를 낳는 일도 기쁘게 여겼다. 예전에 둘이 떨어졌을 때도 아이를 기어코 낳은 건 그를 향한 마음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었다.두 사람은 서로를 꼭 껴안고 잠들었다. 둘 사이의 거리는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단단했다.다음 날, 나도현은 양시은을 데리고
Read more

제1689화

양시은은 자신과 나도현의 관계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뭐라 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두 사람이 오래갈 것 같아요? 둘 사이에는 애초에 신분 격차가 있어요. 나도현 씨가 정말 신경을 안 썼다면 이렇게 자주 연회에 왔겠어요? 결국에는 신경 쓰고 있다는 거겠죠.”말투에서 은근히 도발적인 기색이 풍겼다. 상대는 우아하고 고상해 보였지만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아 보였다.양시은은 낮은 목소리로 비꼬듯 대꾸했다.“도현 씨가 신경 쓴다고 해도, 그건 저희 문제지 그쪽과는 상관없잖아요? 그리고 이런 말, 정말 당당하면 도현 씨 앞에서도 해봐요. 근데 저만 붙잡고 이러는 거 보니까 그럴 용기는 없나 보네요.”양시은은 이 상황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낯선 여자가 모른다고 해도 그녀는 잘 알았다. 나도현이 그녀에게 얼마나 헌신적인지를 말이다.“나도현 씨 앞에서도 얼마든지 말할 수 있어요. 그렇게까지 안 한 건 당신이 눈치 있는 사람인 줄 알아서였는데... 보다시피 아니네요.”여자는 이렇게 말하고 돌아섰다.마침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나도현은 곧장 움직였다. 양시은에게 시비를 건 여자가 임다혜의 친구인 단미주라는 걸 바로 알아챘기 때문이다.단미주가 양시은의 앞에 나타난 목적은 뻔했다.그렇게 생각한 나도현은 대화를 나누던 무리에서 벗어나 양시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는 잠시 망설이지도 않고 양시은과 함께 곧장 단미주를 찾아갔다. 단미주는 나도현이 나타난 걸 보자마자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다.“당신 고자질하는 취미도 있었네요.”단미주는 나도현이 자신의 앞에 온 이유가 양시은이 무언가 일러바쳤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직접 찾아올 리 없다고 여긴 것이다.“시은이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제가 직접 본 거거든요. 남 험담하는 게 그렇게 좋으면 재능 살릴 만한 직업이라도 구해줄까요, 단미주 씨?”나도현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서빙 트레이에 있던 술잔을 집어 들어 단미주의 얼굴에 그
Read more

제1690화

“위에 CCTV도 있어요. 임다혜 씨를 위해 화풀이하려는 거라면 이렇게 말씀드리죠. 나씨 가문 일이라고 하든, 임씨 가문 일이라고 하든, 외부인인 단미주 씨가 낄 자리는 없어요. 이 술 한 잔으로 경고하는 거예요. 제 한계를 시험하려 들지 마요.”나도현의 한계란 곧 양시은이었다. 다른 사람이 그녀를 괴롭히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여러분 다 들으셨죠? 술로 저를 경고하겠다네요. 여러분은 이게 맞는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몇 마디 했다고 이 지경을 만드는 게 말이나 돼요? 나도현 씨 같은 사람은 분명히 벌을 받게 돼 있어요! 다들 궁금하지 않나요? 변호사로 잘 나가던 사람이 왜 갑자기 회사를 운영하겠어요. 변호사가 상업에 뛰어들면 안 된다는 건 기본 상식이에요.”단미주는 나도현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지만 이대로 물러나긴 억울했다. 그 억울함은 임다혜를 대신한 것이기도 했고, 동시에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그녀는 한평생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굴욕을 당해 본 적이 없었다. 나도현이 무슨 권리로 함부로 술을 끼얹느냐는 분노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그 말이 떨어지자 장내가 일제히 술렁거렸다.“그러고 보니 나도현 씨 전에는 유명한 변호사였는데 왜 갑자기 진로를 바꿨지? 설마 내막이 있는 거 아냐?”“그야 뻔하죠. 뒷배경 없이 어떻게 변호사 접고 곧장 대표 자리에 오르겠어요?”“변호사라는 직업 특성상 인맥도 많고 나씨 가문의 오랜 기반도 있잖아요. 뭐든 상상 초월인 거죠.”“돈 많고 힘 있는 사람은 언제나 원하는 걸 얻기 마련이니까,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나도현은 양시은을 데리고 세상 구경을 시키려 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곳은 어느새 나도현을 몰아세우는 비난의 장소로 바뀌어 버렸다. 사람들 태도가 하나같이 막무가내였다.양시은은 나도현을 끌고 나가려 했으나, 그가 오히려 양시은의 손을 단단히 잡았다.나도현은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말했다.“제 직종 변경은 모두 절차에 따른 겁니다. 변호사 자격증도 이미 말소했고, 나
Read more
PREV
1
...
167168169170171
...
204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