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혜란은 한창 예민할 나이기에, 내가 살짝 건드리기만 했는데도 반응이 왔다. 하지만 내가 일부러 그랬는지 모르고 그랬는지 알 수 없어 아무것도 모르는 척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혜란은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길 바랐다. 그렇지 않으면 고민도 없이 내 뺨을 후려갈길 생각도 했다.아무리 그래도 딸과 연애하다가 하마터면 사위가 될뻔했던 사람인데, 자기한테 무례한 짓을 저지른다면 분명 인품에 문제 있는 사람일 게 뻔했으니까.다행히, 그 한번을 끝으로 더 이상의 부딪힘은 없었다.그렇다는 건 의도하지 않았다는 뜻이었기에, 고혜란도 마음에 둘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자꾸만 피어오르는 이상함을 마음속에 묻었다.뭐라고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려우나 뭔가 조금 이상했다.마치 마음속에 불이 지펴진 것처럼, 고혜란은 진정할 수가 없었다.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고, 각자 일에 몰두했다.나도 사실 마음이 계속 두근거렸다. 다만 나는 고혜란이 내 행동을 오해할까 봐 걱정되어서였다.때문에 나는 계속 고혜란의 반응을 살폈다.다행히 고혜란이 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내 걱정도 드디어 가라앉았다.내가 평온한 모습을 보여야 고혜란도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을 거다.역시나 고혜란도 평온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이제 도울 필요 없으니 밖에 앉아 기다려. 식사 준비 거의 다 됐어.”“아, 네.”이번에 고혜란은 내가 지나갈 수 있도록 알아서 몸을 피했다.보아하니 고혜란은 아까 느낀 게 확실한데, 단지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나는 손을 닦고 주방에서 나와 다시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이태웅은 업무가 바쁘지 전화를 하고 있어, 거실에는 애교 누나뿐이었다.나는 아직도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무엇보다는 방금 전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수호 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애교 누나가 갑자기 물었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누나, 물 마실래요? 제가 따라줄게요.”나는 얼른 말을 돌렸다.애교 누나는 웃으며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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