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의 표정은 아주 진지했고, 유건은 그 안에서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읽을 수 있었다. “그래?”그래서 웃으며 농담 섞인 어조로 말했다.“영원히 내 곁에 있어 달라는 것도 들어줄 거야?”‘뭐?’순간, 시연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놀라움보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입을 조금 벌렸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대답하지 마.”유건은 시연의 말을 끊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냥 아무 말이나 해본 거지, 정말 그러길 바란 건 아니야. 내가 말했지?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각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사실, 시연이 말을 꺼내려 할 때, 유건의 마음은 분명 요동쳤다. 만약 시연의 대답이 은범을 위한 게 아니었다면... 유건도 당당했을 거다. 하지만, 은범을 위해서 시연이 그런 ‘희생’을 하는 건, 유건도 원치 않았다. 그렇게 되면, 은범은 정말로 평생 두 사람 사이에 끼게 될 테니까.시연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자, 유건은 허벅지 위에 수건을 펼친 뒤, 몸을 숙여 여자의 다리를 안아 올렸다.그러고는 정성스레 닦아주었다. 시연은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선 뭐든 말해야 해.’ ‘하지만, 뭐라고 말하지?’‘고맙다고?’그 말은 너무 빈약해서, 유건에게 잔인할 수도 있었다. 시연은 한참 고민하다가,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유건 씨, 고마워요... 이번 일은 절대 잊지 않을게요...”이 말이 떨어지자, 유건은 수건을 내동댕이치고, 시연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그러고는 침대로 향해, 고개를 숙인 채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처음에, 시연은 눈을 뜨고 있었다.순간, 눈동자 속엔 남자의 준수한 얼굴이 잔잔히 어른거렸다. 키스는 점점 더 격렬해졌다. 시연은 눈을 감은 채 그의 목덜미를 감쌌다. “시연아.”유건이 그녀의 귓가에 낮게 물었다.“다리 상태도 많이 좋아졌잖아. 이제 괜찮지?” “네... 살살 하면요.” “응, 조심할게.”깊은 밤.시연은 지쳐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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