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폭군의 장군 황후: Bab 1551 - Bab 1560

1590 Bab

제1551화

말굽 소리가 폭풍처럼 황궁을 뒤흔들며 멀어져 갔다. 며칠 전 천옥에서 옮겨진 담대연은 지금 성서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다. 성서 감옥은 흉악한 중죄인들을 가두는 곳으로, 삼엄한 경비가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봉구안이 거의 도착했을 무렵, 하늘을 찌를 듯한 화염이 시야에 들어왔다. 진한길이 급히 외쳤다.“큰일입니다! 성서 감옥에 불이 났습니다!”봉구안은 말의 옆구리를 세차게 찼다.“이럇!”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앞으로 질주했다. 진한길과 오백이 그 뒤를 따랐지만, 그녀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어려웠다.가장 먼저 성서 감옥에 도착한 것은 봉구안이었다. 예상치 못한 광경에 봉구안은 손에 쥔 말고삐를 급히 잡아당겼다.그녀의 눈동자가 크게 확장되었다.불길 속에서 걸어 나오는 자들은 평범한 인간과는 달랐다. 그들의 눈빛은 텅 비어 있었고, 감옥의 쇠창살을 부수고 나와 도망치는 죄수들을 붙잡아 물어뜯고 있었다.비명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봉구안은 변방에서 일어났던 약쟁이 사태가 떠올랐다. 손이 떨려왔다.그것은 두려움이 아닌 분노였다.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분노에 검을 뽑고 말에서 내려섰다. 살릴 수 있는 자는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야 했다.감옥의 병사들은 모두 무공이 뛰어난 자들이었으나, 지금은 완전히 무력해진 채 달려드는 약쟁이들에게 물어뜯기고 있었다. 곧 도착한 진한길과 오백도 그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마마! 모두 약쟁이입니다!”오백이 달려가 봉구안을 도왔다.봉구안은 단숨에 한 약쟁이의 목을 꿰뚫은 후, 허리춤에서 병부를 꺼내 진한길에게 던졌다. 날카롭게 외쳤다.“당장 병력을 집결시켜라! 성서 주변 십 리를 포위하고, 화포를 배치하거라!”“예!”이 사태가 도성 안으로 번지게 해서는 안됐다. 약쟁이에 대한 해독약이 있다 하더라도, 황궁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져서는 더욱 안될 터였다.게다가 이 약쟁이들이 가진 독이, 과거 변방에서 퍼졌던 것과 동일한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혹여 그 독이 변형되었다면… 생각만 해도 봉구안은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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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2화

봉구안은 재빨리 말의 고삐를 낚아채며 등에 올라탔다. 담대연 일행을 뒤쫓겠다는 게 아니었다. 첫째, 그들은 이미 너무 멀리 달아났고, 둘째, 시간도 꽤 흘러버린 상황에서 지금 따라간다 해도 따라잡기는 어려웠다.그녀가 급히 향한 곳은 성벽이었다. 높은 곳에 올라가야만 그들이 어느 방향으로 도주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그래도 시도해볼 가치는 있었다.황궁.소욱은 차가운 눈빛으로 성벽을 담당하는 장수들을 긴급 소집했다.하나는 담대연 체포를 위함이었고, 다른 하나는 약쟁이 사건 때문이었다.“무슨 일이 있어도 백성들의 안전을 최우선시해야한다.”장수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명 받들겠습니다!”그날 밤, 백성들이 잠든 사이 도성 곳곳을 장병들이 순찰하며 수색했다. 밤새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약쟁이'라 불리는 재앙에 대해 그들은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변방이 이 일로 폐허가 되었고, 백성 대부분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황성은 남제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이곳까지 약쟁의 피해가 번지면 남제는 사실상 멸망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다행히 성서 감옥에서 풀려난 약쟁이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지금 보유한 해독약이 효과를 보였다.즉, 담대연이 사용한 약인지독은 소황이 퍼뜨린 것과 동일했다.덕분에 새로운 해독제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어졌다. 재앙을 막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태의원에서는 만의 하나에 대비해 더 많은 해독약 제조에 들어갔다.소욱은 그날 밤 내내 잠들지 않았다. 그는 직접 성서 감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감옥은 거대한 불길에 휩싸여 폐허가 되어 있었고, 땅에는 수많은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해독을 마친 약쟁이들은 의식을 되찾았지만,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황제가 직접 나타나자 그들은 몹시 두려워했다.소욱은 말 위에서 그들을, 특히 그 죄수들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저자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 가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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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3화

봉구안은 정예군을 이끌고 맹렬히 추격해 나갔다. 기계 새와의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아무리 하늘을 날 수 있다 해도, 그 거대한 기계 새의 속도로는 경공술에 능한 정예군들을 따돌리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여러 명을 태우고 있어 한층 더 둔중해 보였다.정예군 중 일부는 벽을 타고 오르는 데 쓰는 갈고리 밧줄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정확한 조준으로 갈고리를 기계 새를 향해 던져댔다. 사방에서 날아든 여러 줄의 밧줄이 기계 새의 몸체와 날개를 얽어매자, 더 이상 자유롭게 날 수 없게 되었다.격렬한 흔들림에 담대연 일행은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지붕 능선 위에 서 있던 봉구안의 옷자락이 바람에 펄럭이며, 그녀의 차가운 시선이 번뜩였다. 날카로운 외침이 터져 나왔다.“당겨라!”밧줄을 붙잡은 정예군들이 일제히 힘을 모으며 함성을 질렀다.“끌어내려라!”“떨어뜨려!”기계 새는 폭풍우 속 배처럼 심하게 요동쳤고, 당장이라도 추락할 듯 위태롭게 흔들렸다. 고도 또한 서서히 낮아지고 있었다.그순간 기계 새 양측면의 목판이 위로 솟아오르더니, 그 뒤로 무수한 화살통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봉구안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번뜩이며 급히 소리쳤다.“어서 피해라! 화살이다!”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기계 새에 설치된 화살 기계장치가 작동했다. 수천 개의 화살이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으아악!”여러 명의 병사들이 화살에 맞아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부하들이 하나둘 쓰러지는 모습을 본 봉구안의 눈에 분노의 불길이 타올랐다.“후퇴하라! 전원 즉시 후퇴하라!”하지만 몇몇 정예군은 명령을 무시했다. 밧줄을 담당한 그들은 이렇게 허무하게 놓칠 수 없다며 끝까지 기계 새를 끌어내리려 했다.화살 기계에도 사각지대는 있었다. 바로 앞뒤 양끝 부분이었다. 그곳에는 화살통이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사들은 그 취약점을 노려 밧줄을 집중적으로 걸고 필사적으로 당겼다.그러나 양끝에 화살통은 없을지언정, 활을 든 궁수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다시금 화살이 빗발쳤고, 또 다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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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4화

황성의 성문 안쪽에는 전사한 정예병들의 시신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 위로 하얀 천이 덮여 있었고, 살아남은 병사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무거웠다. 함께 훈련하고 성장해온 전우들이었다. 누가 죽었든 상관없이, 남은 자들의 마음은 슬픔과 아쉬움으로 가득했다.봉구안은 차분하게 시신들을 바라보며 명령을 내렸다.“부상자들은 먼저 치료를 받고, 나머지는 부대로 복귀하거라.”“예!”오백도 화살에 맞았지만, 자신의 부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마마, 먼저 궁으로 돌아가시겠습니까?”오늘 밤은 정말 위험했다. 성서 감옥의 약쟁이들과 싸운 일에 이어 담대연을 추격한 일까지. 가장 분통이 터지는 것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그놈 하나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오백의 마음은 편치 않았지만, 무엇보다 봉구안의 안위가 우선이었다.봉구안은 마지막으로 시신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장례는 정중히 치르고, 조정에서 내리는 위문금은 반드시 유가족들에게 직접 전달하도록 하거라.”“예, 마마!”……황궁.소욱이 먼저 도착했고, 곧이어 봉구안도 돌아왔다. 둘은 마주 선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그러다 동시에 입을 열었다.“내 부주의였다…”“제가 그 자를 너무 믿었습니다.”눈이 마주쳤다. 소욱이 먼저 말을 이었다.“내가 방심하지 말았어야 했다. 난 그저 담대연이 너와 나 사이를 이간질하려 한다는 생각만 하였다. 너에게 알리지 않고 그 자를 성서 감옥으로 옮긴 것이 결국 도망칠 기회를 준 셈이 되었구나.”봉구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설령 폐하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어도, 저는 그 자가 탈출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본질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그 자를 경계하면서도 진심으로 남제에 남으려 한다고 믿었습니다.”“어쨌든 그 자는 남제 천옥에서 오랜 세월을 버텨왔지 않습니까. 진심으로 떠날 생각이었다면 기회는 수없이 많았을 것입니다.”그녀가 말을 이었다.“그리고 폐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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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5화

객잔 안.온 방이 뒤엉켜 있었다. 부서진 기물, 긁힌 벽, 피가 엉긴 바닥까지. 치열했던 격전의 흔적이 생생히 남아 있었다.원 노인은 중상을 입은 채 침상에 누워 있었고, 그의 곁을 지키던 암위들은 거의 전멸하거나 피투성이가 된 채 겨우 숨만 붙어 있었다.봉구안은 직접 현장으로 향했다.냉철한 시선으로 방을 훑어보고, 즉시 부하들에게 물었다.“소무를 납치한 자가 누구지? 단서는?”부하들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그녀는 알 수 있었다.오늘 밤 담대연이 감옥에서 탈출한 그 시각, 절묘하게도 소무가 납치되었다.이 두 사건은 절대 우연일 리 없었다.그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담대연. 그의 목적은 처음부터 소무였던 걸까?원 노인은 의원의 손에 이끌려 간신히 치료를 받고 있었다.다행히도 치명상은 피했지만, 안색이 좋지않았다.그는 봉구안이 다가오자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그 당시 저는 옆방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 방에서 인기척이 들리더군요.”“달려와 보니,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소무를 기절시키고 데려가려 하고 있었습니다.”“막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목조로 만들어진 새를 타고 달아났습니다…”‘목조로 만들어진 새’라는 단어에 봉구안의 눈이 번뜩였다.그건 담대연이 사용하는 기계였다.확신이 섰다.소무를 데려간 건, 바로 담대연의 무리였다.하지만 왜 소무를 데려간 것일까? 단순히 소무의 신분이 황자여서일까?남제의 피를 잇기 위함이었다면, 이미 그에겐 소황이 있었다.소무는 황실에서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아였다.그런 아이를 담대연이 굳이 데려갈 이유가 있을까?그녀는 말없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원 노인은 봉구안의 얼굴에서 복잡한 심정을 읽고 조용히 물었다.“소무 말고, 또 누가 다쳤습니까?”봉구안은 눈을 내리깔았다.이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선 원 노인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그래서 망설임 없이 자신의 추측을 털어놓았다.그 말에 원 노인의 표정이 굳었다.“담대연이 소무를 데려갔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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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6화

소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낯선 방 안이었다. 주변에는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원을 그리며 서 있었고, 모두가 그를 마치 괴물이라도 보듯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그의 손발은 단단히 결박되어 있었고, 입에는 천이 틀어막혀 있었다. 마신 수면제의 기운이 아직 완전히 빠지지 않아 머리가 무겁고 멍했다.소무의 목구멍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으으…”몸부림치며 저항해보았지만, 검은 옷의 무리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그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물부터 먹여라.”입을 틀어막고 있던 천이 빠지자, 소무는 간신히 목소리를 짜냈다. “대체 왜 나를 납치한 거야?”그들의 태도를 살펴보니, 당장 죽일 생각은 아닌 듯했다. 그럴 작정이었다면 여관에서 바로 처리했을 터. 그렇다면 자신을 어디론가 데려가 무언가에 이용하려는 셈일까?우선 상대가 누구인지, 목적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어설픈 질문에 답해줄 바보는 없을 터였다.검은 옷을 입은 자가 소무에게 물을 먹였다. 소무는 허겁지겁 몇 모금을 들이키며 눈동자를 굴려 주위를 살폈다. 모두 얼굴을 가리고 있어,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뿐이었다.소무는 속으로 한탄했다. 이렇게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서 혼자 힘으로 탈출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외할아버지는 무사하실까. 부디 다치지 않고 자신을 찾아주시길 바랄 뿐이었다.그 순간, 그는 자신이 소중히 간직하던 검을 떠올렸다. 사부께서 특별히 건네주시며 절대 잃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셨던 검이었다.“내 검은 어디 있지?”소무는 눈을 크게 뜨며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러자 검은 옷의 남자 하나가 대답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꼬마야. 검은 우리가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으니.”소무는 이를 드러내며 소리쳤다. “너희들! 대체 정체가 뭐야! 무엇을 노리는 거지?”‘개자식들!’……죽산진.이 은거해 있던 고요한 마을이었다. 그곳은 여전히 평온해 보였지만, 주검사 서 노인은 이미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몇 해 전 큰 병을 앓고 난 뒤로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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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7화

팔월 중순, 남강. 왕성 안.방 안에는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있었고, 그 사이로 하녀가 차를 따르고 있었다. 차향이 그윽하게 퍼졌지만, 그 향기가 사람의 마음을 적셔주지는 못했다.소황이 매서운 눈빛으로 맞은편의 인물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담대연, 너는 벌써 동산국을 배반한 자가 아니더냐.”담대연은 한 벌의 백의를 입고 있었다. 먼지 하나 묻지 않은 듯 맑고 고아한 자태였다. 그는 가볍게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배반이라는 말은 너무 무겁습니다. 현명한 새는 좋은 나무를 택해 깃들고, 군자는 무너질 벽 아래 서지 않지요. 이치로 따지자면 제 선택이 그리 탓할 만한 일은 아닐텐데요.”소황이 비웃듯 콧김을 뿜었다.“허. 그 말인즉슨, 이제는 남제가 그 무너질 벽이 되었다는 말이냐? 네놈이 밝은 곳으로 몸을 옮긴 것이냐, 아니면 예전 수법을 다시 써서 나를 속이고자 함이냐? 남제를 위해 나를 염탐하려 드는 것이냐?”그의 목소리는 점차 날카로워졌다.“내가 동산국의 그 어리석은 자들과 같을 줄 아느냐! 아무 조사도 없이 네놈 말만 믿을 것 같으냐! 네놈이 이 몇 년간 남제에 머물며 천형에 처해져서도 병법을 가르쳤다지? 온 힘을 다해 일했다더군!”그러나 담대연은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는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올리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가 남제에 있었던 건 고작 네 해뿐입니다. 이에 비해, 대인께서 동산국에 숨어 계셨던 삼십여 년은 그야말로 비교가 되지 않지요.”소황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곧 그 얼굴에 살기가 떠올랐다.그리고는 문득, 다실 안 여기저기서 검은 그림자들이 튀어나왔다. 수십 명의 자객들이 나타나 날카로운 칼끝을 일제히 담대연에게 겨눴다.담대연이 데려온 인물들은 모두 마당에 남아 있었기에, 지금 이 순간 그는 완전히 고립되어 있었다.그야말로 도마 위의 생선, 칼을 드는 자의 손아귀에 놓여 있는 처지였다. 그러나 담대연은 놀라지도 않았다. 그저 한 모금, 조용히 차를 들이켰다.소황은 날선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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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8화

소황은 한참을 침묵하며 깊이 생각에 잠겼다가, 마침내 담대연에게 입을 열었다.“소무는 정녕 우리 손안에 들어올 자가 맞느냐? 그리고 너는…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이냐?”담대연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소무가 저희 뜻대로 움직이든 그렇지 못하든, 지금 저희가 택할 길은 그것뿐입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바는 지극히 단순합니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천하를 하나로 통합하고, 역사에 제 이름을 남기는 것입니다.”소황은 크고 시원하게 웃어젖혔다.“하하하! 좋구나! 좋아! 그렇다면 네 각오부터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 내가 너를 가볍게 믿어본들, 그것으로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 결국엔… 투명장이 필요한 법이다. 겨우 소무 하나 데려와 놓고서, 나더러 너를 받아들이라 하는 건 아니겠지?”담대연은 털끝 하나 흔들림 없이 침착하게 대답했다.“저는 이 목숨을 바쳐 대인께 힘을 보태겠습니다. 남강을 이용해 대하를 멸하고, 다시 동산국을 공격하여 동방의 모든 제국을 하나로 아우르겠습니다. 그리하여 남제를 동쪽에서 꺾고, 그 세력을 완전히 허물어뜨리겠습니다. 남제가 무너지면 그에 속한 속국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서여국 정도야 손바닥 뒤집듯 손에 넣을 수 있겠지요.”소황은 비웃듯 콧방귀를 뀌었다.“말은 참으로 쉽구나. 넌 대체 무엇을 믿고 그런 허황한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사실 소황 자신도 남강왕을 꾸어내어 대하를 공격하게끔 부추겼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남강의 군세를 북쪽으로 끌어내려, 그 틈을 타 남강을 공격하기 위한 계략에 불과했다. 정말로 대하를 멸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것은 자신조차 이뤄낼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그런데 담대연이 그런 말을 태연자약하게 내뱉다니. 담대연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과거 남제 황제 일행이 우성에서 포위당했을 때, 제가 그들을 무사히 빠져나오게 하였습니다.”소황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그 우성의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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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9화

남제 황성.원 노인은 마음이 타들어가는 듯했다.소무가 납치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소무의 생사조차 알 길이 없었다.어느 곳에 있는지, 무사한지조차 모른 채 기다리는 나날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그에겐 이제 단 하나 남은 외손자뿐이었다.그 아이마저 잃는다면, 더는 삶을 버틸 이유가 없었다.그는 자신의 생명조차 돌보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수하의 암위들 모두를 내보내 소무의 행방을 쫓게 하고는, 직접 황제를 알현하고자 했다.허나 소욱은 바쁜 나날이었다.대신 그를 맞은 이는 영화궁의 봉구안이었다.봉구안은 침착한 얼굴로 그를 맞이했다.“소무에 관한 일은 저희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소무는 담대연에게 붙잡혀 있으며, 당장은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예. 저도 짐작은 합니다. 그들이 죽일 생각이었더라면 진작 죽였겠지요. 굳이 데려가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군요. 혹시라도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질까 두렵습니다. 황후 마마께서는 담대연이 무슨 속셈으로 저런 일을 벌인 건지… 짐작하시는 바가 있으십니까?”원 노인의 안색은 이미 죽은 이와 다르지 않았다.상처는 아직 채 아물지 않았고, 피로가 얼굴에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그는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도무지 편해 보이지 않았다.마치 의자 위에 가시라도 박힌 듯, 온몸이 불편하고, 마음은 내내 어수선했다.봉구안은 신중히 말을 꺼냈다.“그자가 추구하던 것은 언제나 하나였습니다. 바로 천하통일이지요. 동산국에 몸담고 있을 때도 그러하였고, 남제로 들어와서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소황과 손을 잡았으니, 그를 통해 자신의 뜻을 이루고자 하는 듯합니다.”“허나 소무가 이 일에 끼어들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원 노인의 목소리는 다급했다.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감출 수 없다는 듯 물었다.“그러니 한 말씀 여쭙고자 합니다. 원비, 혹은 원가에 무언가 담대연이 노릴 만한 것이 있습니까? 그 자가 천하를 얻는 데 도움이 될 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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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0화

원 노인의 대답은 단호했다.“반드시 손을 잡고, 소황과 담대연을 먼저 제거해야 합니다.”그러면서도 그는 소무를 깊이 염려하고 있었다.지금 이 순간, 소무는 적의 손에 붙잡혀 인질이 된 상태였다.원 노인은 봉구안에게 공손히 예를 올리며 간청했다.“황후마마, 소무를 구하는 일에 있어서 부디 마마와 폐하께서 마음을 모아 주시기를 바랍니다.”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물론입니다. 공적으로 보자면, 소무는 남제 황가 사람입니다. 사사로이 보아도 폐하는 소무의 사형이니, 깊은 정이 깃들어 있습니다. 제가 비록 부족할지라도, 폐하께서는 반드시 마음을 다하실 것입니다.”그 말은 원 노인을 안심시키기 위한 배려였다.그날 밤.소욱은 정사를 마친 뒤 영화궁으로 돌아왔다.봉구안은 원 노인과 나눈 대화를 빠짐없이 전했다.며칠 전, 적연검이 쌍검이라는 사실을 처음 밝힌 것도 그녀였다.소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곧장 눈치를 챘구나. 동산국이 남제와 연합하여 적을 막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봉구안의 얼굴엔 근심이 짙게 드리웠다.“다만… 과연 동산국 황제가 원 노인의 간언을 받아들일지가 문제입니다.”소욱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혹 동산국이 담대연에게 넘어갈까 염려하는 것이냐?”“예. 담대연이 지금쯤이라면, 대하를 공격하기에 앞서 장애물을 제거하려 하겠지요. 동산국이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이치로 대하에 협력하게 된다면, 이번 전쟁은 훨씬 불리하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소욱은 낮게 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결국 저들이 보유한 병력도 제한적이다. 남강의 잔여 병사와 몇몇 소부족의 무리가 고작 삼만 남짓이니, 그리 위협적인 수는 아니지.”“허나, 만일 동산국이 그쪽에 붙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일리 있구나. 담대연은 말을 잘하는 자이니, 마음만 먹으면 동산국 황제를 홀릴 수도 있겠지.”“스스로 복속을 청하며, 그간의 모든 행보가 동산국 통일을 위한 대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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