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Bab 451 - Bab 460

801 Bab

제451화

나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고 몸의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이때 밖에서 갑자기 무거운 발소리가 들려왔다.“어이, 깼어?”이 목소리는...크리스였다.나는 다급하게 물었다.“지훈 씨는 어디 있어?”“아직도 걔를 걱정해?”“지훈 씨는 어디 있냐고? 난 지훈 씨를 만나야겠어.”나는 계속 석지훈을 찾았고 그는 의아한 듯 내게 말했다.“지훈이가 방금 너를 칼로 찔렀는데 아직도 그를 걱정해?”나는 어리둥절하게 물었다.“무슨 말이야?”“지훈이가 방금 너를 칼로 찔렀다고!”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믿을 수 없었지만 복부의 통증은 너무나도 확실했다.크리스는 나를 감방 밖으로 끌어냈다. 멀지 않은 곳에는 석지훈과 주름투성이 얼굴의 외국인 노인이 위엄 있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크리스가 소개했다.“저분은 송 어르신이야.”나는 그에게 물었다.“송 어르신은 누군데?”크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때 송 어르신이라는 사람이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저 아시아 여자와 무슨 관계냐?”석지훈이 답했다.“아무 관계도 아닙니다.”“크리스는 네 여자라고 하던데.”석지훈이 대답했다.“한낱 여자일 뿐입니다.”그의 말투는 가볍고 무심했다.송 어르신이 담담하게 물었다.“저 여자를 사랑해?”“그런 적 없습니다.”이것은 석지훈의 익숙한 말투였다.그런 적 없다...석지훈은 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예전에 많은 사람이 이 질문을 했었지만 나는 석지훈이 나를 사랑한다고 확신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다른 사람에게 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내가 그저 혼자 착각했던 것일까?“그렇다면 내다 버려라.”크리스가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왜 울어?”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마음이 아픈 것 같았다.나는 그에게 물었다.“송 어르신은 누구지?”“왜? 지훈이가 그에게 협박당해서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해? 믿지 못하겠다면, 곧 지훈이가 올 테니 직접 물어봐.”크리스가 말을 마치자마자 덧붙였다.“벌써 왔네.”나는
Baca selengkapnya

제452화

감옥 안은 너무 어두워 눈앞의 남자 얼굴조차 분간하기 힘들었다. 어둠 속에서 내 눈가에는 눈물이 차올랐고 마음은 쓸쓸하고 절망적인 슬픔에 잠겼다.“그래, 인연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이야.”이별을 고하는 순간에도 석지훈은 참 시적이었다.‘그는 왜 갑자기 나와 헤어지려 하는 걸까? 한때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며 아픔 하나 주지 않았던 그 남자는 어디로 간 걸까?’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복부의 상처를 감싼 손을 풀고 그의 소매를 잡으려 했지만 그는 피하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숙인 채 나를 낯선 사람처럼, 조금의 연민도 없이 바라볼 뿐이었다.복부의 상처에서 피가 천천히 흘러내렸다. 나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며 바보처럼 웃으며 물었다.“오빠, 지금 나 놀리는 거죠? 이건 꿈이 틀림없어요. 꿈에서 깨면 다시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던 오빠로 돌아올 거죠! 응, 꿈이야. 이런 악몽은 꿈일 수밖에 없어!”“꿈이라면 이렇게 아프겠어?”남자는 치명적인 질문을 던졌다. 나는 복부의 깊은 상처를 내려다보았다. 아직도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치 목숨을 앗아갈 듯 깊은 상처였지만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나는 헛된 희망을 품고 물었다.“오빠, 뭐 힘든 일 있어요?”그때 크리스가 갑자기 끼어들었다.“얘 구역에서 누가 감히 위협할 수 있겠어?”‘그래. 여기는 석지훈의 구역이었지. 그가 멈추라면 멈춰야 하는 곳인데 그에게 무슨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는가.’내가 사랑하는 그 남자는 차갑게 대답했다.“없어.”나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절망과 체념으로 가득 찬 웃음이었다.내 인생은 어째서 한 번도 순탄치 않았을까?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왜 항상 나에게 상처만 줄까?어렵게 용기를 내어 누군가를 다시 믿으려 할 때마다 왜 그 믿음은 산산이 부서지는 걸까?그것도 내가 가장 신뢰했던 석지훈에게서 배신당하다니.그는 내 생애 나를 가장 아껴줄 거라 믿었던 사람이었는데.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물만 흘리며 침묵했다. 석지훈은 허리를 굽혀 나를 안아 들었다
Baca selengkapnya

제453화

최욱현이었다.‘그가 어떻게 내 곁에 오게 된 걸까? 왜 하필 이런 중요한 순간에 그인 걸까? 왜 내가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그 사람이 아닌 거야? 아니, 아니야. 더 이상 그 사람을 생각하고 싶지 않아.’나는 석지훈이 미웠다. 나에게 이토록 무심한 그가 싫었다.어떻게 내 마음을 이렇게 찢어놓을 수 있단 말인가....기지의 높은 단상 위, 석지훈의 시선은 눈밭에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여자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뜬 채 눈송이가 눈 속으로 떨어지도록 내버려 두었고 눈은 점차 그녀의 눈빛을 덮어갔다.그의 머릿속에는 그녀가 했던 말만 맴돌았다.“나 곧 죽을 것 같아요!”그는... 그녀가 죽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고 그런 결과를 감당할 수 없었다.그는 자신이 이런 행동으로 그녀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주변에 언제든 발포할 준비를 하고 있는 기관총들을 보면 그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그가 조금이라도 잘못 움직이면 눈밭에 누워있는 저 여자는 기관총 세례를 받게 될 것이다.그는 확신했다. 자신에게 적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법을 가르쳤던 그 남자라면 충분히 그런 짓을 하리라는 것을 말이다.그가 계속 그곳에 서 있자 크리스가 그의 곁으로 다가와 놀리듯 말했다.“생각도 못 했지? 떠난 후로 다시는 안 온다더니 어젯밤에 내게 붙잡혀 죄수 신세가 될 줄은.”몇 년 동안 크리스는 계속해서 석지훈을 잡으려 했지만 그의 부하들은 번번이 당하기만 했다.어젯밤, 그는 석지훈이 귀국하면서 주변에 사람을 많이 데리고 있지 않다는 점을 이용하여 중간에 그의 헬리콥터를 가로막았다.사실 석지훈은 연수아를 핀란드로 데려오기 위해 직접 금운시로 갔던 것이었다.하지만 뜻밖에도 기쁨으로 시작했던 일은 상처를 주는 재앙이 돼버렸다.다 그의 탓이었다. 어젯밤은 너무 방심했다.지금 그는 이곳에 혼자였으니 상관없었고 두렵지도 않았다.다만 크리스가 자신의 별장에서 연수아를 기다렸다가 잡아 올 줄은 정말 생각 밖이었다.그리고 송 어르신도
Baca selengkapnya

제454화

나는 계속 혼란스러운 상태였고 머릿속에서는 주마등처럼 인생 전체가 스쳐 지나갔다. 가장 먼저 의식 속에 나타난 것은 부모님이었고 다음은 연시혁과 오혜원, 그리고 내 인생의 첫 번째 빛인 고정재였다. 그 뒤를 이어 나의 비참했던 결혼생활과 고현성, 마지막으로 내 삶에 나타난 것은 석지훈이었다.나는 살면서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석지훈 덕분에 나는 소중히 여겨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었다.그는 나를 과거의 수렁에서 끌어내어 확고부동한 사랑을 주었고 내게 신념을 주었다.아니, 그 자체가 나의 신념이 되었다.나는 그를 사랑했다. 마치 신념을 사랑하듯이.신념이란 무엇인가?바로 평생 유일하게 따르며 절대 모독할 수 없는 것이었다.하지만 석지훈의 칼날과 차가운 말들은 내 신념을 무너뜨렸다.결국 그의 어머니는 그를 파멸로 끌어내린 마지막 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그가 전에 이 일은 자신에게 맡기라고 장담했음에도 말이다.머릿속은 계속 혼란스러웠고 눈꺼풀은 너무 무거웠다.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어머니, 의사 말로는 수아가 스스로 깨어나려 하지 않는다고 해요. 지금 석씨 가문 사람들이 그들의 가주로 데려가려고 하고 있어요.”온화한 목소리가 결정하듯 말했다.“수아를 그들에게 보내. 어쨌든 이 아이는 그들의 가주이니 계속 여기에 있으면 성이 조용하지 않을 거야. 그건 수아의 병세에 좋지 않아!”나는 누군가에게 옮겨지는 것 같았지만 눈을 떠서 상황을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그때 머릿속에 7~8개월 된 아기 둘이 기어 들어왔다. 그들은 그 남자와 많이 닮았다. 나는 무서워서 소리치고 싶었지만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그들의 모습이 점점 선명해졌다. 나는 그들을 쫓아내려고 애썼지만 그들은 갑자기 일어서더니 석지훈의 모습으로 변했다.“함 집사님, 가주의 정신 상태가 매우 불안정합니다.”또 다른 익숙한 목소리가 말했다.“악몽을 꾸는 건가? 어서 의사를 불러.”나는 내 심장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쿵쿵, 마치 귓가에서
Baca selengkapnya

제455화

운성에서 가장 좋고 비싼 별장 단지는 도시 외곽 산꼭대기에 있었다. 그곳은 인적이 드물어 너무나 조용했다.그리고 산꼭대기에 있기 때문에 운성에 눈이나 비가 내리는 것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나는 전에 이곳에 온 적이 있었다. 고현성이 나를 데리고 하룻밤 묵었었다.현정우가 차를 몰고 한 별장을 지나갈 때 나는 현관에 웅크리고 있는 작은 노란 고양이를 보았다. 짧은 털이 모두 젖어서 몹시 불쌍해 보였다.별장 안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보니 누군가 살고 있는 것 같았다.설마 고현성도 여기에 있는 건가?나는 함승윤에게 지시했다.“저 집의 상황을 알아봐 줘요.”함승윤은 전화를 걸어 주소와 호수를 알려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내게 말했다.“가주님, 저 집은 고현성의 소유이고 지금 유근수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나는 의아하게 물었다.“유근수라고?”함승윤이 자세하게 설명했다.“네, 얼마 전 가주님 지시대로 유서정을... 그녀가 결국 미쳐버리면서 유씨 가문은 완전히 무너졌고 고씨 가문에 흡수합병됐습니다. 사실상 고현성 손에 넘어간 셈이죠. 고현성은 이 저택을 유근수 부부에게 넘겨줬고 그들은 유씨 가문의 몇몇 어린 후배들과 함께 여기서 지내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여전히 서당에 남아있지만 유서정은 현재 정신병원에 갇혀 지내고 있습니다.”얼마 전 반경우 누나의 약혼식에서 유서정을 만났는데 그녀는 그때도 정신을 못 차리고 나랑 싸우려 들었다. 그래서 나는 함승윤에게 전화해서 유서정을 처리하라고 했다.그 후로 나는 이 일에 대해 더 이상 묻지 않았는데 그녀가 정신병원에 갇혔다니.이것도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겠지.나는 한숨을 쉬며 더 이상 묻지 않고 조용히 손바닥으로 배를 쓰다듬었다.이곳은 이미 흉터가 생겨 더 이상 처음처럼 피투성이가 아니었다.그리고 그 칼은 정말 정확하게 바로 도라지 꽃 위에 꽂혔었다.곧 함승윤이 나를 위해 마련한 저택에 도착했다. 고현성의 저택 바로 위쪽에 위치해 있었다.여기에서는 고현성의 정원에서 일어
Baca selengkapnya

제456화

폭우가 지나간 후 운성시에는 뜻밖에도 해가 떠올랐다.나는 현정우가 내게 가져다준 흔들의자에 누워 햇살을 즐기며 함승윤이 가져온 석씨 가문의 권력 분포도를 한 장씩 넘겨보았다.이것은 내가 처음으로 석씨 가문이 전 세계적으로 어떤 권력을 지니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게 된 자료였다.차근차근 살펴보니 석씨 가문의 위세는 소름 끼칠 정도였는데 내가 보고 있는 자료는 석지훈조차 모르는 자료였다.‘이렇게 보니 나의 생부는 아들에게조차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네.’나는 권력 분포도를 보며 별장 아래 정원에서 몇몇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제일 큰 아이는 일고여덟 살 정도 되어 보였고 가장 어린아이는 세네 살쯤 되어 보였다.도시의 소음에서 멀리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은 꽤 행복해 보였다.손에 든 권력 분포도를 내려놓고 아래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임신과 출산을 겪어서 그런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은 나에게 유난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별장에서 고은경이 여섯 일곱 달 된 아기를 안고 나왔다.그녀의 뒤에는 두 명의 가정부가 뒤따랐는데 그들도 각각 여섯 일곱 달 된 아기를 안고 있었다.‘유씨 가문은 자손이 번성하네.’고은경은 아기를 담요를 깔아둔 화단에 내려놓고는 차를 타고 떠났다.정원에는 여러 명의 아이만 남아 놀고 있었다.내가 아이들을 너무 오래 바라보고 있었는지 옆에 있던 현정우가 제안했다.“가주님, 아이들이 좋으시면 내려가서 보시죠.”나는 그를 힐끔 보며 물었다.“얼마 전에 유서정을 상대로 한 일을 생각하면 유근수가 날 반겨줄 것 같나요?”현정우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석씨 가문 사람을 거부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아무리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해도 돈 앞에서는 장사가 없을 테니까요.”‘모든 사람이 권력과 이익을 추구하는 건 아닐 텐데.’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동의했다.“한번 가볼까요.”현정우가 내 어깨에 코트를 걸쳐 주었고 나는 그와 함께
Baca selengkapnya

제457화

사별이와 사현이는 순번에 따라 이름이 주어지지 않았다.차례대로라면 아이들의 이름은 서구와 서십이 되어야 했다.가정부가 웃으며 설명했다.“아이가 너무 많아서 어르신께서 서팔 이후의 아이들은 별자리로 이름을 짓자고 하셨어요. 며칠 후 전갈자리인 아이 하나가 더 이곳에 와서 같이 생활하게 될 거예요. 어르신께서 그 아이의 이름은 전유라고 지어주셨어요. 사모님께서는 어르신이 게을러서 아이 이름 짓는 것도 귀찮아하신다며 웃으셨죠. 하지만 그냥 애칭일 뿐이라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긴 하죠.”나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가정부는 드물게 친절하게 덧붙였다.“내일이면 저희는 서당시로 돌아가 설을 보낼 거예요. 설이 지나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니 그때 다시 아이들을 만나러 오세요. 그땐 사모님께서 허락하실 거예요. 저는 가정부일 뿐이라서 그런 권한이 없네요.”“감사합니다.”갑자기 사별이 내 손가락을 꼭 잡더니 흐릿한 목소리로 엄마라고 불렀다.부드러운 아이의 목소리는 내 심장을 단번에 파고들었다.순간 멈칫한 나는 붉어진 눈시울로 사별이를 바라보았다.나는 얼른 물었다.“사별이가 뭐라고 했나요?”옆에 있던 가정부가 웃으며 답했다.“사별이가 방금 무의식적으로 엄마라고 불렀어요. 여섯 달 된 아기는 아직 말할 수 없지만 가끔 무의식적으로 단어를 내뱉곤 합니다. 아가씨도 나중에 직접 아이를 키워보시면 알게 되실 거예요.”‘아이가 여섯 달이라고? 사별이... 사자자리... 여섯 달짜리 쌍둥이면서 사자자리면 죽은 나의 아이와 똑같네. 사별이도 나를 엄마라고 부르고. 하지만 이 아이는 유씨 가문 아이인데? 유씨 가문 핏줄이야. 나랑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나는 차오르는 눈물을 억누르며 물었다.“아이 부모님은 어디 있나요?”“서당시에서 일하고 있어요. 내일 아이를 데리러 올 거예요.”“아, 그렇군요.”나는 넋이 나갔다.“아가씨, 괜찮으세요?”나는 얼른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괜찮아요.”나는 도망치듯 그곳을 떠났다.내 마음을 눈치챈
Baca selengkapnya

제458화

운성시의 따뜻한 햇살이 그 남자에게 내려앉아 아련한 느낌을 더했다.마음도 따뜻한 사람이었는데 하는 말은 너무나도 냉정하고 가슴을 찔렀다.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당신이랑은 상관없잖아요.”전화기 너머로 고현성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수아야, 우리 반년 만에 만나는 거야. 그동안 나는 미상국에서 치료받고 있었는데 이제 상태가 안정돼서 귀국할 수 있었어. 내 생각은 안 했어?”고현성의 정신 상태가 불안정해진 건 유서정 때문이었다.나는 그가 줄곧 다른 인격과 싸우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또한 다른 인격이 저지른 일을 건강한 그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용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고 나는 그를 용서할 수 없었다.나는 평생 그를 경계하며 살아갈 것이다.“그래요. 축하해요.”나는 성의 없이 답했다.이 자리에서 나는 고현성이 따뜻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는 이웃집 청년처럼 전화기 너머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너 보러 가도 될까?”그의 목소리에는 신중함이 묻어 있었고 그런 그를 보니 마음 한구석이 저렸다.한때 너무나도 사랑했던 남자였고 또한 나는 그가 내 평생의 동반자가 될 거라고 확신했다.그는 나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던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무조건적인 사랑은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남부럽지 않은 것이었다.‘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된 걸까?’인생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많았다.고현성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앞이 막힌 사람이었다.그는 나를 구하려 했지만 나는 그를 떠났다.누구보다 단호하게 말이다.나는 한숨을 쉬며 답했다.“현성 씨, 저는 곧 동성시로 돌아갈 거예요.”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그의 과거를 용서한다는 뜻이었고 동시에 나 자신을 놓아주는 것이기도 했다.사랑을 더욱 아름답게 마무리 짓고 싶었다.내가 그의 이름을 차분하게 부르자 전화기 너머로 고현성이 낮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냈다.“수아야, 고마워.”그는 내 뜻을 이해했다.“그래요.
Baca selengkapnya

제459화

「호밀밭의 파수꾼」책은 오래된 느낌이 들었다.책을 받아 첫 페이지를 펼치자 석지훈의 유려한 필체로 적힌 서명이 보였다.아래에는 20세기 초라고 시간이 표기되어 있었다.이 책은 그가 젊은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책이었다.책 중간에는 책갈피가 끼워져 있었다.나는 책을 더 넘기는 대신 현정우에게 던지며 입을 열었다.“보관해 두세요.”석만호가 왜 나에게 이 책을 보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한 이상 시간이 나면 한번 읽어볼 생각이었다.나는 현정우와 함께 연씨 별장에 들렀다.별장에는 부모님뿐만 아니라 연시혁도 와 있었는데 어머니는 연시혁이 설을 함께 보내러 집에 왔다고 했다.연시혁은 마침내 연씨 가문을 자신의 집이라고 인정한 것이다.아버지는 내가 집에 온 것을 보고 매우 놀라며 물었다.“운성시에는 갑자기 어쩐 일이야? 3일 뒤면 네 25번째 생일이면서 설 전날인데 어떻게 보낼 예정이야? 지훈이가 생일 챙겨준대?”부모님 눈에 석지훈은 이미 예비 사위였고 내 미래의 남편이었다.부모님은 내 모든 일을 그가 나서서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다.잔혹했던 석지훈의 모습이 떠오르자 배가 점점 꼬이는 것처럼 아파진 나는 얼른 거짓말로 둘러댔다.“네. 핀란드에서 새해를 보내려고요. 그래서 설에는 함께 하지 못할 것 같아요.”곧 명절인 상황에 굳이 부모님께 나와 석지훈 사이에 발생한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그저 아무것도 모른 채 편안히 새해를 맞이했으면 했다.어머니는 기대하며 물었다.“그럼 새해가 지나면 집에 올 거니?”내가 혼자 집에 온다면 어머니는 걱정하실 것이다.석지훈과의 관계도 끝났으니 어머니께 다른 예비 사위를 보여드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그러면 어머니는 더 걱정하실 것이다.나는 또다시 하얀 거짓말을 했다.“요즘 너무 바빠요. 석씨 가문 일도 많아서 상황이 정리되면 다시 찾아뵐게요.”소파에 앉아 있던 연시혁이 갑자기 물었다.“언제 결혼해? 알아야 미리 축의금도 준비하지.”연시혁이 묻자 부모님도 동시에 나를
Baca selengkapnya

제460화

석지훈이 직접 쓴 글씨체는 나에게 익숙했다.아래에는 날짜가 적혀 있었는데 우리가 약혼한 날이었다.석지훈은 나를 사랑했지만 그뿐이었다.그는 자기 어머니에게 굴복했다.비록 그가 받았던 스트레스를 알고 있었지만 용서하기는 어려웠다.오히려 모르는 상황에서 자궁에 손상을 준 행동으로 인해 나는 석지훈을 원망하고 있었다.너무도 절망적이었다.손에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은 나는 더는 읽고 싶지 않았다.나는 아파트로 돌아와 샤워한 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많은 일을 겪으면서 나는 여전히 내 감정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어떻게 화를 억제하고 마음속 슬픔을 다스리는지에 대해서 말이다.하지만 감정을 억누를수록 마음은 점점 더 답답하고 힘들어졌다.결국 나는 잠을 설쳤다.[이전까지 다른 사람을 사랑한 적은 없었어. 네가 처음이야. 내가 미숙해서 네가 사랑을 그저 그런 것으로 생각하게 될까 봐 두려워.]석지훈이 남긴 글은 사랑 고백인 동시에 치명적인 독 같았다.책갈피에 적힌 글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우리의 사랑은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남겼다.깊은 한숨을 내쉰 나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짜증이 났다.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함승윤이 보내준 자료를 확인했다.조직 이름은 타이탄으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조직이었으며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크리스와의 만남은 여전히 생생히 기억났다.‘내 인생에서 가장 치욕적인 순간이었어. 오만방자하게 아무나 괴롭힌다는 거지? 석씨 가문이 정말 그냥 이대로 넘어갈 거로 생각하는 건가? 그렇다면 복수해야지. 평온한 설을 보내고 나면 그 뒤에는 처절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핸드폰을 내려놓은 나는 현기증을 느꼈다.가벼운 뇌진탕 후유증일 거로 생각한 나는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을 먹고 다시 누웠다.늦은 밤에도 나는 잠들지 못한 채 눈을 뜬 채로 날이 밝는 걸 지켜보았다.하늘이 완전히 밝아졌을 때야 겨우 잠이 들었다.다시 눈을 떴을 땐 창밖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비와 눈이 많은 운성시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
...
4445464748
...
81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