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1161 - Chapter 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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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1화

김단은 잠시 망설였다.그러나 뜻밖에도 탁립이 먼저 입을 열었다.“김 낭자께선 혹 선화궁 일로 의문을 품고 계신 것입니까?”그 말에 김단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탁립은 담담히 말을 이었다.“숨길 것 없이 말씀드리자면, 어제 김 낭자를 뵈었을 때, 이미 알아보았사옵니다.”김단이 내시 복장을 하고 있었음에도, 그가 예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단번에 눈치챈 것이었다.김단은 눈썹을 살짝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선화궁 안에 누가 갇혀 있는지 알고 있소?”탁립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하총령께서 저희에게 선화궁 출입을 금하였기에, 멀리서 잠시 엿보았을 뿐이지만… 얼굴이 온통 종기로 뒤덮여 있었으나…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사옵니다. 혹시, 그분이…”그는 끝내 입으로는 그 말을 하지 못하고, 조심스레 입 모양으로 두 글자를 만들었다.주상.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김단도 더는 숨길 이유가 없다고 여겼다.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탁립은 크게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이미 마음속으로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단언을 듣고 나니 마음이 급속히 어지러워졌다.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조심스레 물었다.“그렇다면… 지금 매일 조참에 나서는 분은…”“가짜십니다.” 김단은 무겁게 대답했다. “예전에 길상진에서 역용술을 쓰는 자를 만난 적이 있소. 지금 조참에 나서는 자도, 그와 같은 역용술을 쓴 자일 가능성이 크오.”곁에 있던 탁엄의 얼굴도 어두워졌다.“그럼, 김 낭자께서 저희를 찾으신 것은… 무엇을 하길 바라셔서이옵니까?”김단은 그 말을 듣고 다시금 탁립을 바라보았다.잠시 망설였으나, 곧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자네는 혹 중전의 사람인가?”탁립은 잠시 놀란 듯했으나 곧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천만에요! 금군은 원래부터 주상 전하의 명만 받들어 움직이는 이들입니다. 다만 지금은 궁 안에서 모든 일을 중전께서 장악하고 계시니, 저희 또한 어쩔 수 없이…”“지금 궁 안의 형세는 이미 예전과 같지 않소. 두 분께서도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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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2화

이튿날, 김단은 평소처럼 내의원으로 당직을 나갔다.예전과 다름없이 내의원 안 사람들은 각자 맡은 일을 분주히 하고 있었고, 특별한 기색은 없었다.사람이 없는 틈을 타 김단은 당 어의를 불러 조용히 말했다.“선화궁에 가야 합니다. 준비해 주십시오.”당 어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곧 자리를 떴고, 각자의 일로 바쁘게 움직였다.정오 무렵, 모두가 식사를 위해 자리를 비운 틈에, 김단은 다시 소림의 차림으로 갈아입고 서둘러 선화궁 쪽으로 향했다.모퉁이에서는 소안이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고, 그의 손에는 식상자가 들려 있었다.김단은 그것을 받아 들고 조용히 선화궁 앞까지 걸어갔다.오늘도 입구를 지키고 있는 이는 탁립과 또 다른 금군이었다.다행히도 김단이 미리 은전을 건넨 터라, 금군은 아무런 말 없이 식상자조차 열어보지 않고 김단을 들여보냈다.다시 마주한 주상은 여전히 온몸에 농종이 번진 모습이었다.김단은 조심스레 다가가 나직이 불렀다.“주상 전하, 신이 다시 찾아뵈었사옵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주상은 천천히 눈을 떴고, 김단을 알아본 순간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졌다.입을 가린 채 ‘우우’ 하고 무언가를 말하려 했으나, 억울함과 원망이 뒤섞인 소리만 흘러나왔다.김단은 급히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전하, 죄송하옵니다. 어제는 사정이 급박하여 약속을 지키지 못하였사오나, 이제는 모든 준비가 되어 있사옵니다. 신이 반드시 전하를 구해내겠사옵니다.”말을 마치며 김단은 식상자의 뚜껑을 열었다.그 안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생선국밥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그것을 꺼낸 김단은 상자의 안쪽에 감춰져 있던 비밀 격자를 열었다.그 아래에는 약선 음식이 담긴 또 다른 그릇이 있었다.김단은 조심스레 그것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이는 신이 따로 사람을 시켜 정성껏 끓인 약선이옵니다. 전하의 몸에 도움이 될 것이오.”주상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알겠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김단은 약선을 한 숟갈 떠 살짝 식힌 후, 조심스레 전하의 입가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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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3화

그녀는 급히 내시의 흉내를 내어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조아리는 모습이었다.중전의 냉소 어린 눈빛이 그녀를 스치듯 훑었으나, 다행히도 얼굴을 알아보지는 못하고는 곧장 선화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방문이 열리자마자 썩어가는 듯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중전은 반사적으로 코를 막으며 미간을 찌푸렸다.곁에 있던 나인이 눈치를 채고는 서둘러 방 안으로 들어가 문과 창을 열어 냄새를 환기시켰다.이윽고 몸을 돌려 중전에게 공손히 인사했다.“마마, 안으로 드시지요.”중전은 가볍게 “그래” 라고 대답한 뒤 손을 내리고 조심스레 냄새를 맡아보았다.역한 냄새가 많이 가신 것을 확인한 후에야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주상, 신첩이 뵈옵니다.”침상 곁에 다가선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사했다.주상의 문드러진 얼굴이 눈에 비쳤지만, 중전의 입가에는 도리어 더욱 넓은 미소가 번졌다.주상은 천천히 눈을 떴다.중전을 보자마자 억눌렀던 분노가 폭발하듯 치솟았고, 두 눈을 부릅뜬 채 중전을 향해 날카롭게 울부짖었다.“아! 아아!”중전은 오히려 더욱 흥겨운 듯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신첩도 참, 저처럼 고고한 주상께서 이렇게까지 전락하실 줄은 몰랐사옵니다. 신첩의 못난 오라비가 남긴 물건, 쓸 만하군요.”“아아—!”주상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지만, 중전의 얼굴에서는 어느새 웃음이 사라지고 서늘한 빛이 떠올랐다.그녀는 주상을 내려다보며 싸늘한 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사실 주상께서 이리 고통받으실 필요는 없사옵니다. 전위조서만 내려주신다면, 신첩이 황아로 하여금 주상께 태상황의 자리를 드리게 하겠사옵니다. 어차피 이 강산은 조만간 세자의 것이 될 텐데, 하루 이틀 빠르다고 무엇이 달라지겠습니까? 주상, 어찌하여 이토록 스스로를 혹사하시나이까. 보시지 않사옵니까? 온몸이 썩어 문드러져, 멀쩡한 피부 한 점도 남지 않았사옵니다…”주상이 두어 번 크게 소리친 뒤, 마치 모든 기운이 빠져나간 듯 눈을 감아버렸다.더는 중전을 상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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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4화

한편, 김단은 황급히 내의원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는 서재에 앉아 주상이 그녀의 손목 위에 남긴 필획을 떠올렸다.사실, 그것이 과연 글자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곧바로 종이와 붓을 집어 들고, 주상이 손끝으로 그려낸 필획을 하나하나 따라 적어 내려갔다.그러나 아무리 봐도, 도무지 완전한 글자 하나를 이루는 것 같지 않았다.혹시… 주상이 아무 의미 없이 휘갈긴 것일까?아니다.김단은 곧장 그 생각을 부정했다.비록 중독이 깊은 상태였지만, 주상의 정신은 여전히 또렷했다.그 급박한 순간에 그녀를 붙잡아 무언가를 써 내려갔다면, 틀림없이 그 내용은 매우 중요한 뜻이 담겨 있을 터.김단은 다시금 그 필획들을 따라 적어보기 시작했다.잠시 뒤, 종이 위에 한 글자가 또렷이 드러났다.회화.주상께서 어째서 이 '회화'라는 글자를 남기신 걸까?무엇을 뜻하는 것일까?회화나무?김단은 저도 모르게 깊은 생각에 잠겼다.생각해 보니, 이 궁 안에서는 회화나무를 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적어도 어화원에는 없었고, 강녕전에도 없었으며, 덕빈궁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아, 중궁전에만 한 그루의 ‘용조회’가 있었다.혹시, 주상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그 용조회였던가?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던 중, 문밖에서 급히 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김 나으리, 중전 마마께서 부르십니다.”그 말에 김단은 곧장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정리해 넣고, 문을 열었다.밖에는 중전궁 소속의 작은 내시 하나가 서 있었다.그 내시는 공손한 태도로 김단을 향해 말했다.“김 나으리, 중전 마마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김단의 마음속에 묘한 의문이 스쳤다.중전은 방금 전까지 선화궁에 가지 않았던가?어찌하여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것인지.김단을 내시에게 물었다.“중전 마마께서 어디 편찮으신 데라도 있으신가요? 제가 준비를 좀 하겠습니다.”뜻밖에도, 작은 내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중전 마마께서는 정신이 아주 또렷하셨습니다. 아마도 김 나으리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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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5화

김단은 중전이 어째서 갑자기 임씨 부인 이야기를 꺼내는지 알 수 없었다.이틀 내내 그녀는 일부러 임씨 부인을 외면했다.중전에게 자신이 임씨 부인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함이었다.그래야 중전도 임씨 부인을 빌미로 자신을 압박하려는 생각을 거두지 않겠는가.어쩌면 임씨 부인을 다시 궁 밖으로 내보낼지도 모른다.그래서 김단은 중전의 말에도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중전 마마의 말씀이 옳습니다.”중전은 입가에 엷은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너도 본궁의 말이 옳다 생각하는 것이니, 내일부터는 너의 어미를 자주 찾아가 보아라. 네가 곁을 지키면 병세도 훨씬 나아지겠지.”“예.” 김단은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불안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이로 보아 중전은 결코 임씨 부인을 쉽게 궁 밖으로 내보내지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이제부터 김단은 주상을 구하기 위해 절대로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서는 안 되었다.그렇지 않으면 임씨 부인까지 화를 입게 될 터였다.바로 그때, 밖에서 다시 통성이 울려 퍼졌다.“중전 마마, 소안이 도착했습니다.”김단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소안이?매일 선화궁에 점심을 들이는 그 내시가?중전은 무심한 듯 김단의 얼굴빛을 흘끗 보았다.그러나 특별히 이상한 낌새는 느끼지 못한 듯했다.이내 담담히 말했다.“들이라 하여라.”곧이어 소안이 응접실 안으로 들어섰다.첫눈에 김단을 알아보았으나, 얼굴빛 하나 바꾸지 않고 곧장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노비 소안, 중전 마마께 문안드립니다. 천세 만복을 누리시옵소서.”“그래.”중전은 냉랭히 받아치고는 곧장 물었다.“오늘, 선화궁에 점심을 들인 자가 너이더냐?”소안은 즉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예, 노비가 맞습니다.”“무엇을 들였느냐?”중전이 다시 물었다.소안은 곧장 답했다.“예전처럼 생선국밥을 들였습니다.”“주상께서 모두 드셨느냐?”“마마께 아룁니다. 예, 모두 드셨습니다.”“허.”중전은 냉소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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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6화

김단은 자신이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소안이 죽을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진실을 말한다 한들 소안이 죽지 않을까?아니다. 그 뿐만 아니라 고 영감, 당 어의, 탁립까지…모두가 그 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굳어진 표정으로 모든 가능성을 떠올려 보았다.오늘 중전은 분명 어떠한 단서를 발견했기에 소안을 이토록 추궁하는 것일 터였다.어떤 단서일까?곰곰이 생각해 보니, 의심되는 것은 약선 한 그릇밖에 없었다.깊이 숨을 들이쉰 김단은 마침내 일어나 중전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었다. “부디 소안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중전 마마.”그 말을 들은 중전은 눈썹 치켜 올리고 마치 예상했다는 듯 기세등등한 표정을 보였다. “그 이유를 말해보시오.”김단은 고개를 들어 중전을 바라보았다. “소인이 그 어탕 국밥을 바꿔치기하였습니다.”이 말을 들은 중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고, 의아한 눈빛으로 김단을 보며 말했다. “낭자는 그것이 누구에게 가는 것인지 알고 있었던 것이오?”김단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중전은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고 곧장 옆에 있던 유모에게 말했다. “소안을 풀어주시게!”유모는 대답을 전해주러 자리를 떠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안의 비명 소리가 멈췄다.김단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중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 “김 낭자는 오늘 중으로 나에게 합당한 연유를 설명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오.”김단은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 “중전 마마께서는 소신이 세상을 등진 채 살고 계시던 명의로부터 의술을 사사받았다는 걸 들으신 적이 있으십니까?”중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낭자가 직접 말하지 않았소?”김단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중전 마마께서는 이 세상에 명의라 불릴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이 말을 들은 중전의 표정이 점차 굳어졌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그녀 역시 알고 있었지만, 새삼 믿기 어려운 듯했다.이에 김단이 그녀를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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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7화

중전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이미 김단이 과거 한 번 그녀를 속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살짝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런게 아니라면 왜 선화궁에 약선을 보낸것이오?”“소신이 생각했을 때 중전 마마께서 원하시는 것을 아직 얻지 못하셨을까 염려되었습니다. 그 자가 죽으면 마마께서 공들이신 것이 헛되이 질까 염려되어, 어탕에 약간의 약재를 넣어 목숨을 부지한 것입니다.”마치 자신이 한 모든 일이 중전을 위한 것처럼 말하였다.중전은 더욱 믿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왜 그런 생각을 한 것이오?”“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소신과 마마께서는 동병상련의 처지이옵니다.”이 말을 들은 중전의 눈빛은 싸늘하게 변했다.그럼에도 김단은 꿋꿋이 말을 이어갔다.“소신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친족을 직접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더욱 잘 알고 있습니다.”그 말과 함께 김단은 손을 들어 이마 위의 머리카락을 들어올려 상처를 드러냈다.“마마, 이걸 보십시오. 이게 바로 임씨 부인이 내리 쳐 생긴 상처이옵니다. 그때 소신은 그 자리에서 기절하였습니다. 의원님께서 제때 치료해주지 않으셨다면 소신은 진작에 목숨을 잃었을 것입니다.” 이어서 그녀는 팔에 있는 상처들을 드러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소신은 이 상처들을 볼 때마다 지난 날의 모든 일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채찍 자국 하나하나가 소신이 가장 가까운 이들로부터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죽느니만 못한 삼 년을 어찌 보냈는지! 저에게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지난 일을 되새기니 그녀는 도저히 진정할 수가 없었다.이에 그녀의 눈빛에 담긴 억울함과 증오심이 중전에게까지 생생하게 전달되었다.이에 자연스레 약간의 신뢰를 갖게 되었다.하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했다.이윽고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기로 낭자는 덕빈과 사이가 참 좋았소.”“명정 대군이 소신을 거의 죽일 뻔하였는데, 소신이 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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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8화

중전이 김단을 바라보는 눈빛이 점차 싸늘해졌다. “낭자가 이런 사람일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소. 난 낭자가 평양원군을 사모하여 기꺼이 그를 위해 희생한 줄 알았거늘……”김단은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지었다. “그런 어리석은 짓은 소신이 열다섯 살 전이라면 가능했을지 모르나, 열다섯 살 이후로는 그런 일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중전은 김단이 소한을 지칭하고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알아들었다.이내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보니 소한 장군도 젊은 나이에 일찍 세상을 떠났군…”“인과응보일 뿐입니다.”김단은 매우 태연하게 대답했다.중전은 그제야 손을 들어 올렸다. “됐소, 이만 일어나 보시오!”김단은 곧장 인사를 올리며 일어섰다.중전은 그녀를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낭자가 말한 것을 나 역시 이해할 수 있다만, 단 한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소. 어찌 선화궁을 알고 있는 것이오?”이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그녀는 도대체 누가 입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지 알아내야 했다.그러나 김단은 자신이 지목하는 자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이에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마마,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그날 주상 전하께서 가짜라는 것을 안 뒤, 소신은 온갖 방법으로 수소문에 나섰습니다. 그러던 중 매일 선화궁으로 어탕국밥이 드나들고 있다는 걸 듣고 난 뒤 집중한 것입니다.”그 말을 들은 중전은 흠칫 놀랐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나 역시 백방으로 조심했지만, 예상치 못하게 그 어탕국밥 한 그릇이 발목을 잡았군.”김단도 따라서 미소 지었다. “마마께서 패하셨다는 뜻이 아닙니다. 마마께서 원하시는 것을 얻게 되시면, 이 천하는 모두…”“입 조심하시오.”중전이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치며 김단의 말을 끊었다.김단은 입을 다물고 그녀의 비위에 맞췄다.중전은 김단을 쓱 훑어보았다.키가 크지 않고, 꽤나 말랐다.관복 사이로 유난히 하얗고 부드러운 그녀의 피부가 돋보였다.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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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9화

그 말을 들은 중전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 “내 낭자를 믿지 않는 것은 아니다만, 지금은 선화궁이 시끄러운 상태이니 괜히 그곳에 발을 들이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오.”김단을 배려하는 듯했지만, 사실은 더 이상 끼어들지 말라는 경고에 불과했다.김단은 곧장 대답했다.이어서 중전이 몇 마디 덧붙였고, 김단은 그녀의 모든 말이 끝난 뒤에야 예를 올리고 물러났다.김단이 나가자마자 문 앞에 있던 나인이 안으로 들어와 중전 곁으로 다가가 중전의 어깨를 주물렀다.“마마께서는 오늘 김 낭자가 한 말들을 믿으십니까?”“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있는데, 어찌 분별할 수 있겠느냐?” 중전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한 가지 정도는 믿을 만하구나.”“그게 무엇이옵니까?”나인이 궁금해하며 물었다.중전이 말했다. “김 낭자는 약왕곡 주인의 직속 제자이다.”그 말을 들은 나인은 깜짝 놀랐다. “정말이옵니까? 그런데 그 약왕곡 주인이라는 사람을 스승으로 모시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옷깃조차 만져보지 못한 다는 사람이 어찌 낭자를 선택했단 말입니까?”중전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나도 잘은 모르겠다만, 낭자의 의술이 빠르게 발전한 것은 사실이고, 약왕곡의 독을 한눈에 알아보았던 것 역시 사실이다. 약왕곡 주인 말고 또 누가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사실 이전에 소하의 다리 병을 치료했을 때부터 나는 이미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맹씨 가문 사람만이 소하의 다리 문제의 전말을 알고 있었다.그렇기에 당시 김단이 소하의 다리 병을 치료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중전은 김단이 약왕곡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었다.나인 역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마마, 만약 낭자가 진실을 고한 것이 아니고 주상 전하에 대한 일을 발설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네 생각은 어떠느냐?” 중전은 웃으며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낭자는 줄곧 자신의 스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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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0화

바로 그때, 멀리서 꾸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망할 놈, 누가 너더러 흙을 뒤엎으라고 했느냐!”김단의 주의가 그곳으로 쏠렸고, 시선 역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향했다.그곳에는 관복을 입은 남자 한 명이 환관을 꾸짖고 있었다.김단은 단번에 그 사람의 신분을 알아차렸고, 순간적으로 회화나무 주변에 새로 일궈진 흙을 떠올렸다. 이에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그쪽으로 다가갔다. “원예사 우 대감이지 않소?”상대는 깜짝 놀랐고, 환관을 꾸짖다가 분노가 채 가시지 않은 듯한 얼굴로 김단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에야 황급히 몸을 굽혀 인사를 올렸다. “아, 내의원 김 낭자 오셨습니까?”원예사는 보통 민간에서 선발되어 후원의 조경 관리를 전담하는 칠품 관리였다.김단 같은 오품 관리를 보면 곧장 예를 갖추는 것이 당연했다.김단은 미소 지었다. “우 대감은 무슨 일 때문에 그리 화를 내는 것이오?”우 대감은 다시 환관을 노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 망할 놈이 감히 제 허락도 없이 느티나무 주변의 흙을 다 뒤엎어 버렸지 않겠습니까!”흙을 뒤엎은 것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무뿌리를 상하게 할 수도 있도 심지어 나무를 말라 죽게 할 수도 있다.이는 원예사로써 직무 유기라는 큰 죄를 받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환관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소인은 대감께서 얼마 전 중전 마마 궁궐의 흙을 뒤엎는 것을 보고 이 역시 뒤엎어야 하는 줄 알았던 것입니다.”그는 자신이 일을 잘했다고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설마 꾸중을 듣게 될 줄 알았겠는가?우 대감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고, 다시 그를 꾸짖으려 했으나 김단이 문득 질문을 던졌다. “이것도 회화나무인 것이오? 궁궐에는 중전 마마 침전에 있는 회화나무 한 그루밖에 없는 줄 알았거늘!”앞에 있는 몇 그루의 나무들은 회화나무와는 조금도 닮아 보이지 않았다.우 대감이 말했다. “예, 이것은 느티나무입니다. 중전 마마 침전의 회화나무와 마찬가지로, 같은 종류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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