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김단은 황급히 내의원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는 서재에 앉아 주상이 그녀의 손목 위에 남긴 필획을 떠올렸다.사실, 그것이 과연 글자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곧바로 종이와 붓을 집어 들고, 주상이 손끝으로 그려낸 필획을 하나하나 따라 적어 내려갔다.그러나 아무리 봐도, 도무지 완전한 글자 하나를 이루는 것 같지 않았다.혹시… 주상이 아무 의미 없이 휘갈긴 것일까?아니다.김단은 곧장 그 생각을 부정했다.비록 중독이 깊은 상태였지만, 주상의 정신은 여전히 또렷했다.그 급박한 순간에 그녀를 붙잡아 무언가를 써 내려갔다면, 틀림없이 그 내용은 매우 중요한 뜻이 담겨 있을 터.김단은 다시금 그 필획들을 따라 적어보기 시작했다.잠시 뒤, 종이 위에 한 글자가 또렷이 드러났다.회화.주상께서 어째서 이 '회화'라는 글자를 남기신 걸까?무엇을 뜻하는 것일까?회화나무?김단은 저도 모르게 깊은 생각에 잠겼다.생각해 보니, 이 궁 안에서는 회화나무를 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적어도 어화원에는 없었고, 강녕전에도 없었으며, 덕빈궁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아, 중궁전에만 한 그루의 ‘용조회’가 있었다.혹시, 주상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그 용조회였던가?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던 중, 문밖에서 급히 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김 나으리, 중전 마마께서 부르십니다.”그 말에 김단은 곧장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정리해 넣고, 문을 열었다.밖에는 중전궁 소속의 작은 내시 하나가 서 있었다.그 내시는 공손한 태도로 김단을 향해 말했다.“김 나으리, 중전 마마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김단의 마음속에 묘한 의문이 스쳤다.중전은 방금 전까지 선화궁에 가지 않았던가?어찌하여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것인지.김단을 내시에게 물었다.“중전 마마께서 어디 편찮으신 데라도 있으신가요? 제가 준비를 좀 하겠습니다.”뜻밖에도, 작은 내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중전 마마께서는 정신이 아주 또렷하셨습니다. 아마도 김 나으리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