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1321 - Chapter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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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1화

“큰오라버니는 제게 훈계만 하실 뿐, 숙부님만큼 상냥하지 않으시지 않사옵니까?” 목몽설은 가볍게 웃으며 손에 든 책을 목강수의 눈앞으로 가져갔다.목강수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한 틈을 타, 목몽설의 넓은 소매 속에 감춰져 있던 손이 번개처럼 빠르게 뻗어 나왔다.그녀의 손끝이 탁자 위에 올려진 최지습의 손등을 정확히 스치고 지나갔다. 깃털이 스쳐 지나간 것처럼 가벼운 동작이었지만, 그녀는 아주 단단하게 뭉쳐진 작은 종잇조각을 남겨 두었다.최지습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멈칫했고, 이내 아주 자연스럽게 종이를 소매 안으로 거두어들였다.목강수는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연신 구절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목몽설은 그의 간략한 설명을 듣고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 이제야 알겠사옵니다! 숙부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소신도 이제 더 이상 숙부님과 대군의 바둑을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왔을 때와 같이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유유히 떠났다.목적을 달성하자, 그녀는 미련 없이 자리를 떴다.목강수는 목몽설을 보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우리 가문이 무슨 저주에 걸렸을지도 모르겠소. 대대로 딸이 단 한 명뿐이니 말이오. 몽설이가 지금 우리 가문의 유일한 여자아이니, 버릇없이 응석받이로 자라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소!”이 말을 듣자 최지습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렇다면, 임씨 부인께서도 목씨 가문의 내 유일한 딸이었던 적이 있었단 말이오?”목강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다만 멀리 시집가, 내가 단이를 보았을 때 왠지 모를 친근함을 느낀 것이오.”이 말을 들은 최지습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또 다른 의문이 떠올랐다.깊은 밤, 목씨 가문 저택의 뒷마당.달빛은 옅은 구름에 가려져 흐릿했다.울퉁불퉁한 가산들은 밤의 어둠 사이로 겹겹이 쌓여 져 마치 귀신 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최지습은 저택의 호위병들을 피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그의 모습은 밤의 어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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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2화

산 사람을 가두는 곳이 아니라니?어둠 속에서 최지습의 미간이 미묘하게 찌푸려졌다.이 말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설마 금지 구역에 죽은 사람이 갇혀 있다는 뜻일까?목몽설은 그제야 자신이 괜한 말을 했다고 생각한 듯 황급히 말을 이었다. “어쨌든, 제가 큰오라버니에게 호랑이 군의 행방을 확실히 물어볼 것이니, 대군께서는 부디 가만히 계시며 쓸데없는 일을 일으키지 마십시오. 호랑이 군을 구해내는 대로 언니와 함께 이곳을 떠나시고, 영원히 돌아오지 말라는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그녀가 오늘 온갖 방법을 동원해 최지습을 불러낸 것도 바로 이 말을 하기 위함이었다.마찬가지로 그날 그녀가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둘째 황자 저택에 갔던 것도 오직 김단에게 이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목씨 가문은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었다.있어서는 안 될 곳이었다.목몽설의 표정을 본 최지습의 눈빛은 밤의 어둠 속에서 더욱 차갑게 빛났다.이윽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낭자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겠소.”목몽설은 어쩐지 미심쩍은 느낌이 들었다. 최지습의 태도가 너무나 순순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곧 순찰하는 호위병들이 올 것이었기에, 그녀는 서둘러 떠나야 했다.이에 그녀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몸을 돌려 떠났다.눈 깜짝할 사이에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목몽설을 보며, 최지습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보였다.금지 구역의 비밀을 목강수가 알고 있는 것이라면, 그곳에 대한 단서는 목강수의 서재에 있을지도 모른다!머리가 번개처럼 빠르게 돌아갔다. 최지습은 문득 오늘 낮 서재에서 바둑을 두며 목강수의 서안 한쪽에 놓여 있던 작은 장식품을 떠올렸다.어쩐지 낯이 익다고 느꼈으나, 정확히 어디서 본 것인지는 기억해내지 못했다.하지만 지금, 기억이 점차 또렷해지기 시작했다.과거 심목이 약왕곡의 시련 기관을 떠났을 때 누른 장치와 매우 흡사했다!그렇다면, 목강수의 서재에도 무슨 장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예를 들면… 밀실 같은?이러한 생각은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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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3화

벽에는 촛불이 있었다.최지습은 차례로 몇 개의 촛불에 불을 붙였고, 그제야 밀실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밀실은 넓지 않았다. 앞뒤 좌우로 불과 서너 발짝 거리의 크기였다.정중앙에는 거대한 돌 탁자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정체 모를 약 가루가 담긴 병과 항아리들이 쌓여 있었다.최지습은 그것들을 구별할 수 없었기에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조금씩 묻혀 두었다. 다음에 그가 김단을 만나게 되면 그녀에게 이것이 무엇인지 물어볼 생각이었다.돌 탁자 뒤편 벽에는 거대한 인체 경락도 몇 점이 걸려 있었다.이 그림들은 약왕곡에서 많이 보았던 것들이었다.하지만 약왕곡의 그림들과는 달리, 이 경락도들 옆에는 깨알 같은 작은 글씨가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최지습은 가까이 다가가 보았고, 이윽고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단혼산과 사혼산은 공생의 효과가 있음.”“경맥 역류 효과.”“생명력 이식의 가능성 존재.”그리고 다른 한쪽 벽에는 매우 상세하게 표시되어 있는 목씨 가문 저택의 거대 지형도가 걸려 있었다.그중 금지 구역의 위치에는 눈에 띄게 빨간 동그라미로 여러 차례 표시되어 있었다!역시 옆에는 주석이 달려 있었는데, 글씨는 거칠게 휘갈겨 쓴 듯했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곳. 오직 혈인만이 열 수 있으며, 시간이 한정되어 있음!”“혈인?” 최지습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의 시선은 그 글자에 고정되어 있었다.발바닥에서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았고, 불씨를 든 손에는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단혼산은 이전에 심묵이 김단에게 썼던 독이었다.심월이 그에게 말해주었 듯, 독을 풀어야만 김단이 약왕곡을 떠날 수 있다했던 바로 그 독이었다.그리고 ‘혈인’이라는 두 글자가 그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직감적으로 목씨 가문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김단을 당국으로 데려온 이유가 바로 이 ‘혈인’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런데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니?특정한 날, 특정한 시간에만 열 수 있다는 뜻일까?아니면 열린 후 일정 시간 동안만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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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4화

“삐걱.” 하는 소리와 함께 서재의 문이 열렸다. 긴 창을 들고 허리에 날카로운 칼을 찬 몇 명의 호위병들이 우르르 들어왔고, 그들의 손에 들린 등롱이 순식간에 실내를 밝혔다.서재는 넓었지만 숨을 곳은 없었다.호위병들은 곧바로 흩어져 책장 뒤와 책상 아래를 샅샅이 뒤졌다.하지만 그들은 사람의 그림자조차 찾아내지 못했다.“이상하다, 방금 분명 소리가 났는데!” 우두머리 호위병은 경계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흔들리는 촛불이 자줏빛 자단 책장을 비추고, 쌓인 두루마리들을 지나 마침내 한쪽으로 열린 창문에서 멈추었다.밤바람이 그곳을 통해 불어와 책상 위의 종이 몇 장을 팔랑거렸고, 창문마저 살짝 흔들었다.“창문이 열려 있습니다!” 한 호위병이 창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바람 때문에 열린 모양입니다.”다른 호위병은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 “대감께서는 창문을 닫는 것을 단 한 번도 잊으신 적이 없지 않습니까?”호위병 대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매와 같은 눈빛으로 사람이 숨을 만한 구석을 모두 훑었다.그리고는 천천히 열린 창문으로 걸어갔다.창문 빗장은 낡아 있었다. 그가 몇 차례 시도했지만 힘을 주어야 겨우 닫을 수 있었다.그제야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일 대감께 아뢰어 수리하도록 하거라!”말을 마친 그는 밖으로 나가려 했다.그때 한 호위병이 물었다. “혹 놓친 것이 없는지 다시 확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무언가 사라지기라도 한다면....”이 말에 모두 서로를 쳐다보았다.목씨 가문의 규칙은 매우 엄격했다.만약 서재에서 정말로 무언가 사라진다면, 그들은 큰 곤경에 처할 터였다.호위병 대장은 잠시 침목했다. 그의 시선은 바람에 흔들리는 창에서 머물렀고, 책상 위에 쌓인 목강수의 귀한 서책들과 비밀 서류를 훑어보았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끝내 한숨을 쉬었다. “됐다. 대감께서는 다른 사람이 서재 물건을 함부로 만지는 것을 가장 싫어하신다. 아무리 우리라도 명 없이 함부로 들어와 뒤질 수는 없다. 방금 그 소리는 십중팔구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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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5화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차가운 쇠집게 같은 손이 번개처럼 튀어나와 그녀의 가늘고 연약한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힘이 너무 센 나머지 순간 그녀는 숨이 막히고 말을 잇지 못했다.최지습의 두 눈에서는 무시무시한 살기와 광기가 담겨 있었고, 온몸에서는 매서운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잠깐…” 목몽설은 극심한 공포에 사로 잡혔다. 질식감에 눈앞이 캄캄해졌고, 두 손은 연신 최지습의 단단한 팔뚝을 긁어댔지만, 조금의 영향도 주지 못했다.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점잖던 사람이 어찌 이렇게 하룻밤 사이에 무시무시하게 변했단 말인가?“말하시오!” 최지습의 목소리는 낮고 굵었다. 마치 지옥에서 불어오는 음산한 바람 같았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독이 서린 한기가 담겨 있었다. 그의 손이 더욱 조여들었다. “금지 구역 안에 대체 무엇이 숨겨져 있는 것이오?”목몽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마어마한 공포심이 그녀의 심장을 움켜쥐었다.그제야 최지습이 본래 어떤 사람인지 떠올린 듯했다.조선의 평양 원군. 홀로 돌궐을 막아내 수년간 조선을 침략으로 부터 지켜냈다.그는 피바람 속에서 직접 걸어 나온 인물이었다. 그의 손가락,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이다!지금 그는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으며 당장이라도 그녀를 죽여버릴 것 같았다!질식감이 점점 강하게 느껴졌다.하지만 최지습은 적당히 힘을 조절하여 목몽설이 말을 할 수 있도록 했다.“당신… 당신이 대체… 무엇을 알고 있는 것입니까?” 그녀는 힘겹게 끊어 말하며 목에서 소리를 쥐어짜냈다. 그의 눈에 서린 광기의 근원을 알고 싶었다.최지습은 숨이 부족해 붉어진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라 응시하며 마치 저주를 걸듯 한 자 한 자 내뱉었다.“삶도 죽음도 아닌 곳, 오직 혈인만이 열 수 있는 그곳!”쿵!그 말에 목몽설은 마치 벼락을 맞은 듯 심장이 내려앉았다.그녀의 얼굴에 간신히 남아 있던 혈색마저 사라졌고, 몸부림조차 멈추었다.놀라운 가득했던 그녀의 표정은 공포에 사로잡힌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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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6화

최지습은 흠칫 놀랐다. 어젯밤 목강수가 목씨 가문은 대대로 딸이 한 명뿐이었다고 했던 말이, 사실은 대대로 한 명의 딸만 살아남게 했다는 뜻이었던 것이다!목몽설은 살았다는 것에 대한 엄청난 공포와 함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애통함이 뒤섞여 격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저는 첫 번째 장치조차…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것이라 했습니다…”“처음에는… 믿지 않았습니다. 3년 전… 큰 올케 언니가 딸을 낳자마자 그 아이를 데리고 몰래 금지 구역으로 들어가는 것을 직접 보았고… 다시 밖으로 나오지 못한 것을 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목몽설은 3년 전 큰 올케의 출산일 당시 벌어진 참상을 떠올리며 순간 눈시울을 붉혔다.최지습은 목씨 가문의 금지 구역에 숨겨진 비밀이 이토록 잔인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마침내 그는 손을 놓았다.하지만 목몽설은 이미 슬픔에 잠겨 헤어 나오지 못했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그녀는 가산에 기대어 천천히 주저앉았다.“그 아이는 너무 어려 젖 한 모금조차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심지어 고모인 저조차, 그 아이를 안아보지 못했습니다…”눈물이 뚝뚝 떨어졌다.그날 이후, 작고 귀엽던 아기의 얼굴은 목몽설의 악몽이 되었다.이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칼로 베이는 것처럼 아파왔다!최지습의 눈빛은 매우 싸늘했다.“그대의 큰 오라버니와 큰 올케는 이에 대해 아무런 이의도 갖지 않았소?”목몽설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큰 올케 언니는 매일 눈물을 지새웠고, 큰 오라버니를 볼 때마다 아이의 행방을 물었습니다. 그로 인해 마음의 병을 얻어, 산후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큰오라버니에 관해서는…”말을 마친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목몽설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최지습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절망감이 가득했다. “오라버니는 이것이 목씨 가문 사람으로서의 사명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아이가 목씨 가문에 태어났으니, 이러한 재앙을 겪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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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7화

게다가 그때 김단의 곁에는 그가 있었다.그렇기에 목씨 가문 사람들은 온갖 핑계를 대고 온갖 수단을 써서 김단을 당국 수도로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그렇다면 그 이후는?최지습은 생각에 잠겼다.목씨 가문은 언제쯤 움직이기 시작할까?밤은 칠흑같이 어두웠다.사방이 고요했고, 오직 야간 순찰 중인 호위병들의 규칙적이고 둔탁한 발소리와, 멀리서 가끔 들려오는 새 소리만이 이 죽은 듯한 침목을 깨고 있었다.최지습은 검은색 무복을 입고 밤의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금지 구역의 일에 대해 긴 시간 고민한 그는 마침내 모험을 감행하기로 결정했다!목씨 가문이 움직이기 전에 그 빌어먹을 장치들을 모조리 부숴서 그들의 음침한 악습을 끊어낼 생각이었다!어젯밤 목강수의 서재 밀실에서 보았던 지형도를 바탕으로, 최지습은 금지 구역 밖으로 빠르게 다가갔다.그는 울창한 호랑가시나무 뒤에 엎드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어둠을 너머 금지 구역 밖에 서 있는, 바위와 거의 하나가 된 두 사람의 형체에 시선을 고정했다.지형도에 표시된 무기와 장치의 위치는 이미 그의 머릿속에 새겨져 있었다. 지금 가장 골치 아픈 것은 바로 이 두 명의 무공들이었다.두 사람의 무술 실력은 그보다 뒤쳐지지 않았다.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어떻게든 그들을 유인해야 했다!이에 그는 손에 돌멩이 두 개를 집어 들고 손끝에 내공을 실어 정확히 30걸음 떨어진 곳의 장치를 향해 던졌다.“딸깍! 딸깍!” 두 차례 미세한 소리가 울렸고 돌멩이는 정확히 장치를 건드렸다.이어서 몇 개의 암살 장치가 바닥을 뚫고 나왔고, 달빛 아래 날카로운 곡선을 드러냈다.그 순간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의 형체가 귀신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둘은 양쪽으로 갈라져 놀라운 속도로 장치가 작동된 곳으로 향했다!바로 지금이다!최지습은 힘이 넘치는 표범처럼, 무공들이 사라지는 순간 호랑가시나무 뒤에서 튀어나왔다!그는 지도에 표시된 장치와 함정의 위치를 정확히 피하며, 두 무공이 장치에 도착하는 동시에 금지 구역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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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8화

책상과 의자를 본 최지습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방 안에는 그 두 가지 물건만 있었다. 얼핏 봐서는 이것들이 밀실을 여는 장치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하지만 그가 만약 이 방의 주인이었다면 그 책상과 의자를 미끼로 침입자를 죽이는 장치를 만들었을 것이다!이런 생각에 최지습의 눈은 다시 방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지형도에는 이 방이 그려져 있었지만, 아무런 표식이 없었다.그렇다면 가능성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이 방 안의 살인 장치가 매우 단순하여 굳이 따로 표식을 해 둘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다시 말해, 그 책상과 의자만 건드리지 않으면 이 방은 매우 안전하다는 것이었다.이에 최지습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불을 꺼내 들고 천천히 탐색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벽에는 실금 하나 없었고, 바닥 역시 이상한 점이 없었기에 이 밀실에 대체 어떤 장치가 숨겨진 것인지 의아했다.설마, 밖에 있는 것 아닐까?최지습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가 불씨를 끄고 나가려 손을 뻗어 문을 여는 순간, 문빗장이 약간 헐거워져 있음을 발견했다.‘작은 것조차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최지습이 문빗장을 돌려 보자, 정말로 돌아가기 시작했다!이어서 뒤편으로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순간적으로 최지습이 몸을 돌렸다. 책상과 의자가 앞뒤로 천천히 벌어지며, 지하로 통하는 통로가 드러났다.통로 안 촛불이 서서히 켜지며 앞길을 밝혔다.최지습은 입구로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길고 긴 돌계단이 구불구불한 검은 용처럼 지하로 끝없이 이어져,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아무래도 목몽설이 말했던 그 장치가 바로 이 아래에 있는 모양이었다!그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마침내 돌계단에 발을 디디며 천천히 내려갔다.얼마나 걸었을까.통로의 끝에 다다르자 갑자기 공간이 넓어졌고, 넓은 석실이 나타났다. 석실 중앙에는 기이한 형태의 돌 탁자가 놓여 있었다.돌 탁자는 전체가 새까매 어떤 재질인지 알 수 없었지만, 표면에는 복잡하고 기괴한 부호들이 새겨져 있었다.탁자 한가운데에는 사발 크기만 한 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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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9화

그때, 귓가에서 “딸깍” 하는 소리가 들렸다.아주 미세한 기계 장치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그런데 그 소리는 돌 탁자가 아닌, 돌 탁자 뒤에 있는 견고한 돌벽에서 나는 것이었다!최지습은 그 순간 경계심이 들며 순식간에 칼을 거두고 몇 걸음 뒤로 물러나 경계 태세를 갖췄다.돌벽이 소리 없이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며 틈새를 드러냈다. 돌 탁자에서 나던 피비린내보다 백 배는 더 진하고, 숨이 막힐 듯 끈적이며, 마치 수만 구의 시체가 동시에 썩는 것 같은 악취가 둑이 터진 홍수처럼 틈새에서 쏟아져 나왔다!최지습은 과거 전장에서 시체를 수도 없이 봐오며 썩은 냄새에 익숙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의문의 악취에 위장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그는 곧장 숨을 참고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 매처럼 날카로운 눈 만을 드러내고 있었다.틈새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큼의 폭이고, 안은 칠흑 같았다.최지습은 옆 벽에서 촛불 하나를 떼어 들고는 천천히 석실 안으로 들어갔다.촛불의 희미한 빛은 간신히 눈앞의 짙은 어둠을 몰아냈고, 동시에… 지옥을 밝혔다!최지습은 눈앞의 광경을 보고 눈빛이 흔들렸다. 발에서부터 머리끝까지 한기가 올라왔고, 몸속의 피마저 얼어붙는 것 같았다!밀실은 크지 않았지만 눈에 보이는 바닥부터 벽의 겹겹이 쌓인 돌 선반 위에까지 빽빽하게… 해골이 쌓여 있었다!아주 작고, 가늘고 연약해 보이는 해골들이었다. 아직 닫히지 않은 숨구멍, 작고 아담한 손가락뼈…그것들은 마치 버려진 장작처럼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많은 해골에는 아직 완전히 썩지 않은 강보 조각들이 붙어 있었다. 한때는 선명했을 깨끗했을 천 조각들은 지금 낡고 어두운 색으로 남아 말없는 비명을 토해내고 있었다.희고 차가운 뼈들은 희미한 촛불 아래에서 소름 끼치는 잿빛 광택을 뿜어냈다. 그 수가 백 구는 넘어 보였다!목몽설의 떨리는 목소리가 다시 그의 귓가에 울렸다. “백 년 동안… 목씨 가문에서 여자 아이가 태어나면… 금지 구역으로 끌려갔습니다…”최지습은 마음이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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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0화

목강수는 비단 도포를 입고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고양이가 쥐를 잡았을 때처럼 잔혹한 웃음이 서려 있었다. 음침하고 서늘한 눈빛의 그에게서 평소의 고상하던 가주 모습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대군께서 이 밤중에 우리 가문의 금지 구역을 방문하시다니, 내 ‘선물’이 마음에 드시오?”목강수의 말에는 희롱이 담겨 있었다. 그의 시선은 최지습의 창백한 얼굴과 살짝 떨리는 손을 향했고, 이내 바닥에 널브러진 하얀 해골들에서 멈췄다. 마치 평범한 잡동사니를 보는 듯 그의 눈에는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없었다.“몽설 그 계집아이는 아직도 입을 함부로 놀리는 모양이군.”최지습은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대어 비틀거리는 몸을 지탱했다.약효가 밀물처럼 밀려와 그의 정신력과 체력을 갉아먹었다.주먹을 쥐어보려 했지만, 손가락에는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들었다. 비록 시야는 흐릿했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그는 목강수를 똑바로 응시했다. 목소리는 탈진으로 인해 작고 쉬어 있었지만, 놀라울 만큼 또렷했다. “대감… 그 허황된 보물을 위해… 이렇게 많은… 무고한 아이들을… 해친 것에 대한 벌을… 달게 받아야 할 것이오!”“무고하다니?” 목강수는 어이없는 농담이라도 들은 듯 입꼬리를 올렸다. “우리 목씨 가문을 위해 선조의 보물을 여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니, 그들에게는 영광이오! 그들의 희생은 우리 가문의 기틀을 만들기 위함이오! 여인처럼 여린 마음으로 무슨 큰일을 이루겠소?”그는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가 최지습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그래, 최지습. 나는 자네가 똑똑한 사람이라 생각했소. 우리 집에 손님으로 와서 얌전히 지낼 줄 알았건만. 감히 밤에 내 서재를 뒤지고, 우리 목씨 가문의 가장 큰 비밀을 알려고 할 줄이야!”최지습은 침목했다.온 몸의 진이 다 빠진 상태였고, 무력감은 더욱 심해졌다. 심지어 똑바로 서 있는 것조차 어려웠다.심지어 시야도 점점 흐릿해졌다.“끌고 가라!” 목강수는 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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