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에서 사내의 목소리와 김단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어떨 때는 원한에 차 있다가, 어떨 때는 앙큼하고 애교가 넘쳤다.어떻게 된 일일까?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끝없는 어둠이 다시 몰려왔다. 마치 사막의 모래 폭풍처럼 모든 것을 완전히 집어삼켰다…둘째 황자 저택, 서재.우달이 소리 없이 서재로 들어와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이내 앞으로 다가가 둘째 황자 우문호의 귓가에 무언가를 나지막이 속삭였다.우문호는 붓을 잡은 손을 살짝 멈췄다. 뽀얀 종이 위에 먹물이 번져 작은 얼룩을 만들었다.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가늘고 긴 눈이 더욱 가늘어졌다. “정말이냐? 소한이 정말 손을 썼단 말이냐?”“틀림없습니다.” 우달은 고개를 더욱 숙였지만, 어조는 매우 확신에 차 있었다. “소인이 직접 보았습니다. 소한이 비수로 김단의 복부를 찔렀는데, 그 정도가 매우 깊었습니다. 만약 최 대군이 창문을 깨고 들어오지 않았다면, 김단은 틀림없이 죽었을 것입니다! 대군이 진노하여 소한에게 한 방 먹여 중상을 입혔고, 곧장 피를 흘리는 김단을 안고 황급히 떠났습니다.”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아무래도 얼마 전 심월이 소한에게 한 ‘세뇌’가 성공한 듯합니다.”우문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허리춤에 찬 서늘한 옥패를 매만졌다.미간은 크게 찌푸려졌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그날, 그는 소한이 기억을 잃어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무심코 한마디 했다. “김단은, 네 놈의 가문을 몰살시킨 원수다.”그는 그저 김단을 약간 곤란하게 만들려 한 것이었지만, 상황은 그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그가 소형을 ‘일깨워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우연히 심월이 의식을 잃은 소한의 침상 옆에 앉아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소한의 귓가에 무언가를 반복해서 속삭이는 것을 보았다.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어렴풋이 몇 마디를 엿들을 수 있었다. “하늘로 치솟는 불길… 시체가 즐비하고… 모두 그 여자 때문이야… 김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