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목소리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술기운을 빌려, 오랫동안 억눌렸던 후회와 고통이 마침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난 최지습처럼... 낭자를 한 치의 의심 없이 믿지 못했소. 낭자가 누군가 곁에 있어 주는 것을 가장 필요로 할 때... 나는 망설였고, 이익과 손해를 저울질했소... 내가 바로... 낭자 앞을 막아서지 못했소.”“미안하오... 미안하오, 내가 그 당시... 부모님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낭자를 포기하는 선택을 했소...” 그는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눈가는 새빨갛게 충혈되었고, 눈물이 예고 없이 흘러내려 뺨을 타고 흘러 탁자에 떨어지며 짙은 자국을 남겼다. “나는 매일매일 후회하고 있소... 단이 낭자, 정말로... 미안하오...”그는 죄를 지은 무력한 아이처럼 미안하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목소리는 갈라졌고, 끝없는 고통과 자책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평소의 침착하고 위엄 있던 장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의 그는 후회에 영혼이 잠식된 한낱 사내일 뿐이었다.김단은 그저 조용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달빛이 그녀의 평온하고 잔잔한 얼굴을 비추었지만, 그 안에서 어떤 희로애락도 엿볼 수 없었다. 그녀는 그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그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았다. 마음속에 동요가 없지는 않았으나, 그 동요의 깊은 곳에는 피로함과... 묘한 해방감이 더 크게 자리 잡았다.소한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 억눌린 흐느낌만 남았을 때, 김단은 그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바람처럼 가벼웠지만, 모든 것을 끊어내는 듯한 단호함이 있었다.“다 지난 일입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고, 치맛자락이 축축한 풀잎을 스쳤다. 의자에 주저앉아 눈물로 시야가 흐려진 소한에게 다시 한번 눈길을 주지 않고, 몸을 돌려 자신의 별채 방향으로 걸어갔다.달빛 아래 그녀의 뒷모습은 유난히 가냘퍼 보였지만, 비정상적으로 단호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아무런 미련 없이 슬픔과 추억에 젖어 있는 장소에서 걸어 나갔고, 소한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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