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Bab 801 - Bab 810

879 Bab

제801화

김단은 맹영지가 서원 공주를 할퀴는 것을 본 뒤에야 깨달았다. 맹영지의 손톱은 단순히 보기 좋으라고 기른 것이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하늘에 대고 소리쳐도 대답 없고 땅에 대고 외쳐도 반응 없는 그 민씨 가문에서, 아마도 그 열 개의 긴 손톱만이 그녀의 무기가 되어 그녀 자신을 보호해 왔을 것이다.이에 김단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마음속에 피어난 쓸데없는 연민을 억눌렀다.왼쪽 엄지손가락부터 시작하여 김단은 조심스럽게, 조금씩 맹영지의 손톱을 잘라냈다.스스로가 강해지지 않으면 손톱이 아무리 길어도 완벽히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어쩌면 맹영지는 회복된 뒤 더 좋고 강력한 무기를 찾을지도 모른다.그냥 잘라버리자!그날 밤.김단은 침대에 누워 한참을 잠들지 못했다.침대가 불편한 것도 아니었다. 중전의 침소에 어찌 불편한 물건이 있을 수 있겠는가?환경이 바뀌어서도 아니었다.세답방 생활로 단련된 그녀가 어찌 그리 예민할 수 있겠는가?그저 편안한 환경으로 바뀌었을 뿐만 아니다. 하만촌의 낡은 나무 침대에서조차 그녀는 편안하게 잠들어 아침까지 푹 잘 수 있었다.김단은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뒤척였다.그저 궁에서 자야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궁에 대해 왠지 모를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마음이 불편한 것도 당연하지 않겠나?깊은 생각에 빠진 채 김단은 다시 몸을 뒤척였다.분명 부드럽고 향긋한 침대였지만, 그녀는 아무리 뒤척여도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없었다.그녀가 잠 못 이루고 뒤척이던 중, 갑자기 누군가가 방문을 열었다.고요한 밤, 삐걱거리며 열리는 나무문의 소리가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김단은 순간 몸이 얼어 붙었다.강한 불안감이 엄습해 왔고, 등줄기가 순식간에 서늘해졌다.이미 자시가 넘었을 텐데, 누가 그녀의 방을 찾아온 것일까?순간 예전에 세답방 궁녀들이 들려주었던 귀신 이야기가 김단의 뇌리를 스쳤다.김단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침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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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2화

김단은 지금 맹영지의 정신이 또렷하다는 것을 확신했다.그녀는 곧장 그녀 옆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맹 낭자께서는 저를 알아보시겠습니까?”“김 낭자, 의녀, 저를 민씨 가문이라는 지옥 같은 감옥에서 데리고 나와 주신 분이시죠.”맹영지의 대답은 그녀가 지금 정신이 깨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하지만 김단은 낮 동안 멍한 상태였던 맹영지가 왜 갑자기 멀쩡해졌는지 이해할 수 없어 물었다. “맹 낭자께서는 이전에 뭘 드셨거나 마셨습니까?”그녀는 혹시 궁궐에 숨어 있는 고수가 그녀가 모르는 사이에 맹영지에게 약을 먹였을까 생각했다.하지만 맹영지는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저는 늘 이러합니다. 밤이 되면 정신이 들고, 낮에 있었던 일도 기억이 납니다.”지난 5년 동안 줄곧 그래 왔다.맹영지는 밤에 정신이 맑아졌기에 김단이 자신을 치료하러 온 것을 기억하고 있었고, 멍한 상태에서도 김단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이는 김단에게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소식이었다.하지만 그녀는 기뻐할 겨를도 없이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그럼 맹 낭자께서 소하 오라버니를 해쳤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맹영지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졌다.“그 독은 제가 중독시킨 겁니다. 군의관이 소 오라버니께 약을 발라 드릴 때, 제가 독가루를 약과 섞었습니다.”김단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독이었습니까?”“융골산이었습니다.”맹영지는 말함과 동시에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아버지가 그러셨습니다. 소씨 가문으로부터 병력을 빼앗기만 한다면, 저를 소 오라버니께 시집보내 주시겠다고요.”이 말을 들은 김단은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 “그러니까, 맹 낭자께서는 소 오라버니의 두 다리를 불구로 만든 뒤, 소 오라버니께 시집가 평생 그분을 돌보려는 생각이었단 말입니까?”맹영지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그리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양에 돌아오자마자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죠. 그런데 아버지께서 저를 속였습니다! 혼인 전에 신랑 신부는 만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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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3화

맹영지는 순간 눈을 크게 뜨며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어, 어떻게 그럴 수가...”그녀는 정말로 한빙산이라는 독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김단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분명 낭자의 아버지가 융골산에 한빙산을 섞었을 겁니다. 낭자가 모르는 것도 당연해요. 원래 낭자를 속일 생각이었을테니...”이 말을 들은 맹영지의 눈에서는 이미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김단이 물었다. “하지만 낭자의 아버지 손에 분명 해독제가 있을 겁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아버지 손에서 해독제를 빼낼 방법이 있을까요?”맹영지는 애써 심호흡하며 겨우 울음을 참았다. “저희 아버지, 아버지 서재에 비밀 공간이 있습니다. 융골산도 그 공간에서 꺼낸 것이었어요! 하지만 해독제도 그 안에 있는지는 모릅니다. 찾아보는 수밖에 없어요.”찾아본다는 것은 맹영지가 맹씨 가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고, 심지어 맹 대감의 서재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김단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궁에 머무르고 있으니, 맹씨 가문으로 돌아가려면 병이 낫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맹 대감은 낭자가 과거 사기 혼인을 당한 일로 원한을 품고 있다는 걸 알고 낭자를 의심할 테니, 쉽게 믿지 않을 겁니다.”그러니 맹영지가 맹씨 가문으로 돌아간다 해도 한빙산의 해독제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제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하면 어떻겠습니까?”순간 맹영지가 물었다. “제 기억이 과거 혼인 전으로 돌아간다면요?”만약 그렇다면 맹영지는 맹씨 가문의 착한 딸로 돌아가는 것이니, 맹 대감의 서재에 들어가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하지만 김단은 걱정되었다. “맹 대감이 믿을지 모르겠습니다.”“그래도 해볼 수밖에 없습니다!”맹영지는 김단의 손을 붙잡으며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하루라도 안 되면 한 달이라도, 제가 계속해서 기억을 잃기 전처럼 행동한다면 아버지도 언젠가는 저를 믿을 겁니다! 제가 직접 독을 풀었고, 제 손으로 소 오라버니를 해쳤어요.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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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4화

이 말을 들은 김단은 등 뒤에서 알 수 없는 서늘한 기운을 느껴졌다.하지만 그녀는 조금도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고, 골똘히 생각했다. 이곳이 비록 중전의 거처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긴 했지만, 뜰 안에서 하는 말은 중전 쪽 거체에 있는 사람들의 귀에까지 들어갈 수 있을 터였다.하지만 어젯밤 그녀와 맹영지는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눴고, 중전이 뜰에 서 있었다 해도 이를 들을 리가 없었다.그러니 서원 공주는 중전이나 중전의 측근에게 들은 것이 아니라, 그녀와 맹영지의 시중드는 몇몇 궁녀들에게 들은 것일 터였다.그렇다면 변명의 여지가 있다.이에 그녀는 서원 공주에게 공손히 대답했다. “공주 마마께 아룁니다. 어젯밤 소신과 맹 낭자는 이야기를 나눈 것이 아닙니다. 그저 맹 낭자께서 낯선 환경에 잠을 못 이루시어 소신을 찾아와 재워드린 것뿐입니다.”서원 공주는 김단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녀에게 보고한 궁녀는 김단과 맹영지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고, 단지 두 사람이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고만 전했다. 하지만 김단이 그저 맹영지를 달래 재운 것인지, 맹영지가 어리석게 입을 놀렸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이에 그녀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고 섬뜩한 눈빛으로 맹영지를 바라보았다.“그렇다면, 저 맹 낭자도 바보는 아닌가보오. 낭자를 찾아와 달래달라고 할 줄도 알고 말이오.”어제 맹영지가 공격한 것에 대해 서원 공주는 아직까지 앙심을 품고 있었다.김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서원 공주가 맹영지가 바보인 척 연기하는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서원 공주는 천천히 맹영지에게 다가갔다.한 걸음 한 걸음, 시험하듯 말이다.결국 김단은 입을 열어 조심스럽게 말했다. “공주 마마, 조심하십시오.”하지만 서원 공주는 김단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맹영지의 앞에 다가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쓸어내렸다.얼굴에 손이 닿는 순간, 멍하니 있던 맹영지는 갑자기 격하게 몸을 떨며 두 손을 마구 휘저었다. “저리 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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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5화

이 말을 들은 김단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민태훈의 앞날이 걸린 일이니, 민씨 가문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학대를 부부 간의 사소한 다툼으로 둔갑시키다니, 정말이지 역겨웠다!서원 공주는 코웃음을 쳤다. “심지어 나까지 함께 탄핵하겠다더군.”그 말을 하는 서원 공주의 눈빛은 싸늘한 살기로 물들어 있었다.그녀는 그 누구든 자신의 아버지 앞에서 그녀 자신을 험담을 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아무리 아버지가 그녀를 아낀다 해도, 그녀를 호되게 야단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이에 그녀는 고개를 돌려 김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맹 낭자를 독살하려 했다면, 이 일은 단순한 부부 간의 문제로 치부될 수 없지 않겠소? 그렇지 아니하오?”과연 그렇다!김단은 그제야 깨달았다. 서원 공주는 김단에게 민태훈을 함정에 빠뜨리라고 시키려는 것이었다.김단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공주님의 계책은 매우 훌륭하십니다만, 소신의 말 한 마디만으로 민 대감을 끌어내리는 것은 어려울 듯합니다.”“그건 낭자가 상관할 바 아니오. 내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니.” 서원 공주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떠나기 전, 그녀는 한마디 말을 남겼다. “아바마마께서 잠시 뒤 낭자를 불러 물으실 것이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내가 말 안해도 알고 있을 것이오.”“공주 마마, 안심하십시오. 소신도 잘 알고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원 공주는 비로소 만족해하며 떠났다.그리고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본 김단의 입가에도 어느새 미소가 띄워졌다.서원 공주와 민씨 가문의 갈등이 이렇게 빠르게 발전된 줄 몰랐다.하지만 그다지 놀랍지도 않았다. 민씨 가문이 서원 공주를 탄핵하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눈치챘어야 했다. 복수심 강한 서원 공주의 성격 상 쉽게 물러설 리 없다는 것을 말이다!자고로 개싸움은 격할 수록 좋은 법이다!서원 공주의 예상대로, 주상은 일을 끝내자마자 김단을 대전으로 불러들였다.김단이 도착했을 때, 대전 안에는 몇 명의 대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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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6화

소한은 미간을 찌푸린 채 민태훈을 바라보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부인이 정신이 온전치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민 대감께서는 부인과 그리 심하게 다투었단 말이오?”참으로 웃기는 일이 아닌가?하지만 민태훈은 뻔뻔스러운 얼굴로 침착하게 말했다. “나와 부인은 금슬이 아주 좋았소. 우리 부부 사이의 일을 소 장군이 이해하실 리 없소.”소한은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머금고 천천히, 그러나 강한 조롱이 섞인 어조로 말했다. “나조차 부인이 병에 걸리면 잘 보살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소. 정신이 온전치 않은 사람을 멍들게 했다는 것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소.”민태훈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영의정이 말했다. “이 일은 실로 저희 아들이 어리석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부부 사이의 일입니다. 그런데 저 의녀가 공주 마마를 등에 업고 이유도 묻지 않은 채 저희 며느리를 데려갔으니, 지금 온 한양의 백성들이 모두 우리 민씨 가문을 욕하고 있습니다. 이 일은 우리 민씨 가문에서도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부디 주상 전하께서 중재해 주시지요!”주상의 표정은 이미 굳어 있었다.그때 구태부가 입을 열었다. “주상 전하, 소신은 저 의녀와 몇 차례 연이 있었습니다. 사람됨됨이가 어질고, 함부로 다른 사람을 모함할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이 일에는 필시 다른 내막이 있을 것입니다.”영의정은 피식 코웃음을 쳤다. “태부께서는 저 의녀와 고작 몇 번 만난 것뿐이니, 저 의녀의 진짜 됨됨이를 모르시는 걸 것입니다.”구 태부는 미간을 찌푸렸으나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때 진산군이 나섰다. “주상 전하, 저 아이는 정말 착한 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소신이 보증할 수 있습니다!”진산군은 자신이 김단의 친아버지이니, 몇 번 본 사이가 아니기에 당연히 자신의 말이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영의정은 계속해서 코웃음을 쳤다. “진산군이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저 의녀가 지금처럼 김 씨 성을 쓰게 하지 않았지 않겠소!”3년 전의 일에 대해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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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7화

그는 감히 더 말을 꺼내지 못했다.하지만 그가 해야 할 말은 이미 분명히 했다.남편인 민태훈은 맹영지에게 손을 댄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친아버지인 맹 판서는 민태훈을 책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이 ‘집안 싸움’은 이쯤에서 큰일을 작게, 작은 일을 없던 일로 만들기에 충분한 듯했다.하지만 김단이 ‘권세를 믿고 함부로 행동하며’, ‘충신을 모함했다’는 죄명은 끊임없이 확대할 수 있었다.순식간에 대전에 있던 몇몇 신하들의 입장이 명확하게 드러났다.민씨 가문과 맹씨 가문의 관계 역시 굳건해 보였다.주상은 표정을 굳히고 이 일에 대한 결단을 내리려 했으나, 뜻밖에도 김단이 다시 입을 열었다.“주상 전하, 소신이 아직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민태훈과 일행들은 모두 미간을 찌푸렸고, 김단이 왜 아직까지 발버둥을 치려하는 것인지 의문을 품었다.주상 역시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말해보시오.”“맹 낭자의 병은 단순한 학대로 인한 것이 아닌, 중독에 의한 것입니다.”이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깜짝 놀랐다.민태훈은 더욱 격노하여 소리쳤다. “김단, 함부로 짓거리지 마시오! 내가 어찌 맹 낭자에게 독을 먹였겠소!”김단은 속으로 그를 비웃었지만, 민태훈을 바라보며 담담한 표정으로 물었다. “소인은 민 대감께서 독을 넣은 것이라 말씀드리지 않았는데, 민 대감께서는 어찌 그리 다급하게 해명하시는 겁니까?”민태훈은 흠칫 놀라며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김단이 자신에게 독에 대한 죄를 뒤집어 씌우려 한다고 생각한 나머지, 순간적으로 정신없이 말을 내뱉은 것이다!그의 한마디에 대전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반전되었다.영의정은 속으로 깜짝 놀라 입을 열려 했으나, 이윽고 주상의 엄하고 날카로운 호통이 들려왔다. “모두 입 다무시오! 김단, 자네가 말해 보시오!”김단은 그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주상 전하께 아뢰옵니다. 민 대감의 말씀에 따르면, 맹낭자는 이미 4, 5년 간 병을 앓아 왔습니다.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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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8화

이 말에 영의정은 순간 깨달았다. 김단이 이미 민씨 가문에 수를 써놓았다는 것을 말이다.아니, 아니다.김단은 일개 의녀일 뿐, 민씨 저택에서는 맹영지의 거처에만 들어 갔을 뿐이었다.만약 그녀가 맹영지의 방에 증거를 남겼다면, 그가 쉽게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김단 본인이 남겨놓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그녀를 궁지로 몰아갈 수도 있다.김단의 소행이 아닐 것이다. 그럼, 누구란 말인가?영의정의 뇌리에 순간 서원 공주의 의기양양한 냉소가 떠올랐다.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주상 역시 명령을 내렸다. “사람을 보내 민태훈의 거처를 철저히 수색하거라!”민씨 저택 전체를 수색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이로써 영의정에게 체면을 차려준 것이다.이 일이 민씨 가문 전체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영의정에게 언질을 주는 것이기도 했다.영의정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 만약 민태훈의 방에서 정말로 독극물이 나온다면, 그는 민씨 가문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장손을 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민태훈은 얼굴은 이미 창백해졌다.김단이 저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민씨 가문에 손을 써놓았다는 것을 뜻했고, 그 역시 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다만 그는 김단이 왜 자신을 이렇게까지 공격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그들 사이에는 어떠한 원한도 없지 않은가!이 생각에 그의 두 주먹은 저절로 꽉 쥐어졌고, 머릿속으로 맹영지를 학대하던 순간을 떠올렸다. 당장이라도 김단을 맹영지처럼 마구 때려줘야 분이 풀릴 것 같았다!김단은 그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은 채, 속으로 몹시 불안해했다.결국 이 이후의 일들은 모두 서원 공주가 사람을 보내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하지만 일을 제대로 끝냈는지 아닌지, 심지어 사람을 보냈는지조차 그녀는 알 수 없었다.만약 주상의 사람들이 민씨 가문에서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녀는 빼도 박도 못하게 모함죄로 처벌받게 될 것이다.그녀 스스로가 자신을 변호하여 죄를 면할 수는 있을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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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9화

소한은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민 대부는 증거를 가지고 말씀하셔야 할 것이오. 계속 헛소리를 늘어놓는다면, 내 허리에 찬 칼을 가만 두지 않을 것이오.”민태훈은 또다시 깜짝 놀라더니, 순간 무언가를 떠올린 듯 다급히 말했다. “공주 마마입니다! 공주 마마께서 사람을 시켜 저를 해치려 한 것입니다! 주상 전하, 이는 분명...”“짝!”청아한 소리와 함께, 묵직한 손바닥이 민태훈의 뺨에 내리꽂혔다.영의정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망할 놈!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함부로 입을 놀리며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려 하는 것이냐!”따귀 한 대와 따끔한 말 한마디에 민태훈은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오늘, 그는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계속해서 날뛴다면, 민씨 가문에 더 큰 화를 불러올지도 모른다.이에 그는 가슴속에 여전히 분노와 억울함이 가득했지만, 끝내 조용히 입을 다물고 더 이상 말도 하지 않았다.그의 두 눈은 붉게 충혈되어 눈물을 흘렸고, 몸은 가늘게 떨렸다.주상 또한 극도로 분노하여 말했다. “아주 대담하오! 아내를 학대한 것도 모자라, 감히 독살이라는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다니, 실로 죽어 마땅하오!”이 말을 들은 영의정은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주상 전하...”간청을 드린다는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늙은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옆에 있던 맹 대감 또한 그를 따라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주상 전하, 민태훈이 독을 푼 것은 실로 가증스럽습니다만, 영지가 아직 멀쩡히 살아 있으니, 그의 죄가 죽을 죄까지는 아닌 듯 하옵나이다...”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한이 가로막았다.“맹 대감께서는 참으로 너그러우시오. 딸이 독에 중독되어 저 상태가 되었는데도 오히려 범인을 위해 용서를 구하시다니, 그 넓은 아량에 소인은 정말이지 감탄할 따름이오.”이 말을 들은 맹 대감은 끝내 입을 다물고 더 이상 말도 하지 않았다.옆에 있던 진산군 또한 분개하며 말했다. “방금 전까지는 내 딸이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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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0화

서원 공주는 이 광경을 구경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영의정이 겨우 참고 있는 모습을 본 서원 공주의 조롱은 더욱 심해졌고, 입가의 웃음을 머금은 표정은 더욱 거만해졌다.반쯤 죽어가는 늙은이 주제에, 감히 그녀에게 맞서려 하다니, 정말이지 제 분수를 모르는 사람이지 않은가!비록 이번에는 고작 민태훈 한 명이었지만, 감히 또다시 그녀를 건드린다면 다음번에는 민씨 가문 전체를 옥에 처넣어 버릴 것이다!이런 생각에 서원 공주는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고, 이내 김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잘했소. 이제 나를 따라 어마마마를 뵈러 가세!”말을 마친 서원 공주는 몸을 돌려 떠났다.하지만 김단은 그녀를 바로 따라가지 않고 고개를 돌려 대전 쪽을 바라보았다.구 태부는 이미 홀로 떠났고, 맹 대감은 영의정과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었다.그리고 진산군과 소한은 나란히 서서 그녀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마치 그녀가 돌아와서 그들에게 무언가를 말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김단은 미간을 찌푸린 채 시선을 거두고 서원 공주를 따라 빠른 걸음으로 나아갔다.중전의 침소로 가는 길은 그리 짧지 않았다. 서원 공주는 방금 전 영의정의 초상 치른 듯한 얼굴을 떠올리며 기분이 좋아져 대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물었다.김단은 사실대로 고했고, 마지막에는 이렇게 말했다. “소신이 보아하니 민 대감이 이 일이 공주 마마께서 뒤에서 조종하신 것이라고 눈치챈 듯합니다. 공주 마마께 원한을 품고 복수하려 할 수도 있으니, 부디 조심하시지요.”이 말을 들은 공주는 코웃음을 치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 늙은이가 생각을 고쳐먹는 편이 좋을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사람 구실도 못하게 만들어 줄 테니!”말하는 도중 그녀는 무언가 생각난 듯 김단을 곁눈질하며 말했다. “더욱이 그가 원한을 품는다 해도, 가장 먼저 상대할 사람은 내가 아닐 것이오.”이 말을 들은 김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공주가 영의정이 가장 먼저 상대할 사람이 김단 자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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