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이미 멎어 있었다.윤하경은 온몸을 떨며 추위를 견디다가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 들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어딘가 숨어 있을 만한 곳을 찾아 구조를 기다릴 생각이었다.하지만 한 걸음 뗄 때마다 다리에서 쏟아지는 통증은 칼로 찌르는 듯했다.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두 시간이 지났을 무렵, 절벽 아래쪽에 작은 동굴이 하나 보였다. 더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윤하경은 그 안으로 몸을 숨겼다.“후...”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윤하경은 겨우 숨을 고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해 보니 온몸이 크고 작은 상처로 엉망이었다.가장 심각한 부위는 다리였고 아무래도 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운이 좋다면 단순 골절이겠지만 아니면...’윤하경은 동굴 안에서 희미한 바깥 빛을 바라보다, 서서히 밀려오는 허기와 냉기에 고개를 떨궜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마른풀과 돌 몇 개를 모아 불을 피우려 했지만 연기가 적의 눈에 띌까 두려워 손에 든 나뭇가지를 조용히 내려놓았다.겉옷 하나를 벗어 찢어낸 뒤, 응급처치 삼아 상처에 둘둘 감았다. 두 시간 넘게 걸은 데다 몸을 수습하느라 이미 온 기력이 다 빠져 있었다.몸을 가누기도 힘들 만큼 정신이 흐릿해진 윤하경은 결국,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잠에 빠져들었다. 기절한 건지, 잠이 든 건지도 모를 정도로.꿈속에서 윤하경은 강현우를 보았다. 그가 조용히 다가와 손을 내밀며 말했다.“괜찮아, 무서워하지 마.”손을 뻗으려던 찰나, 그 뒤로 신인아가 나타났다. 신인아는 다짜고짜 윤하경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왜 강현우 오빠를 뺏어가? 왜 하필 너야? 오빠는 내 거야, 내 거라고!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내가 죽었어!”“아니야... 나 그런 적 없어... 아니야...”그 순간 윤하경은 비명을 지르듯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눈앞은 눈부실 정도로 새하얗고 낯선 천장이 시야를 채웠다.“대표님! 드디어 깨어나셨네요!”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연지가 윤하경 쪽으로 달려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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