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경은 소지연이 한껏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그럼 내가 대신 가서 유호천 상태 보고 올게.”소지연은 입술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숙이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대신 본다니 나랑 그 사람은 아무 상관도 없어.”그 말투가 못마땅하게 들리자 윤하경은 피식 웃었다.“그래? 그럼 안 가도 되겠네.”다시 자리에 앉아버리자 소지연이 슬쩍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아휴, 알았어. 대신 봐달라니까, 됐지?”길게 한숨을 내쉰 소지연이 덧붙였다.“난 그냥... 죽었는지 살았는지만 알면 돼. 괜히 전 남자 친구 죽었다는 소문이라도 돌면 듣기만 해도 재수 없잖아.”윤하경은 그녀가 괜히 강하게만 말하는 걸 알고 있었기에 굳이 더 묻지 않았다.병실을 나서 응급실 쪽으로 향하니 복도 끝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강현우가 보였다.등받이에 몸을 살짝 기댄 채, 무심하면서도 여유 있는 기운이 풍겼다.윤하경은 순간, 강현우가 혹시 기억을 되찾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요즘 모습이 예전과 점점 더 닮아 있었으니까.하지만 본인이 부정할 게 뻔해 굳이 캐묻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곧 이혼할 사이라, 더 이상 신경 쓸 일도 아니었다.윤하경이 다가가는 순간, 응급실 문이 열리고 의사가 나왔다.“어때요?”의사보다 먼저 강현우가 비웃듯 말했다.“그렇게 걱정하는 걸 보니 모르는 사람은 네 남편인 줄 알겠네.”윤하경은 말없이 그를 흘깃 보더니 곧 시선을 거뒀다. 지금 괜히 말싸움할 필요는 없었다.“의사 선생님, 제 친구 상태 괜찮죠?”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생명에는 지장 없습니다. 다만 왼쪽 팔이 골절돼서 한동안 치료가 필요하겠네요.”그제야 윤하경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조금 전 복도에서 들은 임호원의 말이 떠올랐다. 유호천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니 오늘 일은 자업자득이란 생각이 들었다.그때, 복도 안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선두에 선 건 다름 아닌 유호천의 어머니 장미자였다.장미자는 강현우를 보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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