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141 - Chapter 1150

1183 Chapters

제1141화

이건 분명, 기억을 잃지 않았던 강현우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기억난 거 맞죠?”윤하경의 눈빛이 반짝였다. “언제부터 기억이 돌아온 거예요?”그 말을 들은 강현우의 눈이 잠시 멈추더니 낮게 잘라 말했다.“아니.”강현우는 윤하경을 풀어주며 자리에서 일어나 셔츠 소매를 가볍게 정리했다.“그럼 아까 그 말은 왜 한 건데요.”윤하경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이를 악물고 그를 바라봤다.‘이게 그렇게 재미있는 장난이라도 된다는 건가? 아니면 애초에 기억 상실이라는 것부터 거짓이었던 걸까?’강현우는 그녀를 힐끔 보더니 담담히 말했다.“아니라고 했으면 아니야.”윤하경은 여전히 믿지 않았다.하지만 강현우는 그녀가 믿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듯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널 찾은 건... 할 얘기가 있어서야.”“무슨 얘기인데요.”강현우는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돌렸다.“본가 쪽에 일이 좀 있어서 같이 가야 해.”“그런 건 저한테 말할 필요 없어요.”윤하경은 강씨 집안 일에 얽히고 싶지 않았다. 강현우는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그건 네 마음대로 안 돼. 우리가 법적으로 부부인 이상, 넌 가야 해.”윤하경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럼 지금 당장 구청 가죠.”“오늘 주말이야.”강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윤하경은 이를 악물었고 소파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강현우가 다시 몸을 숙여 그녀를 소파에 눌렀다.“나랑 이혼하고 싶어? 이 일만 끝나면 이혼해 줄게.”윤하경은 잠시 멈춰 그를 의심스럽게 바라봤다.“진짜예요?”강현우는 한쪽 눈썹을 가볍게 올렸다.“믿기 싫으면 안 믿어도 돼. 그 대신, 내가 언제 시간을 낼지 장담 못 하지.”그는 비꼬듯 덧붙였다.“민진혁 말로는 내 스케줄이 이미 반년 치 꽉 찼다더라.”노골적인 협박에 윤하경은 이를 갈았다. 역시 강현우는 강현우였다. 기억을 잃었든 아니든, 똑같이 성가신 사람.잠시 갈등하던 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물었다.“얼마나 걸리는데요.”강현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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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2화

소지연은 순간 멈칫하더니 아무렇지 않은 듯 식탁에 앉아 윤하경에게 장난스럽게 말했다.“역시 하경이가 제일 좋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다 알잖아. 너무 감동이야!”소지연은 윤하경의 허리를 끌어안고 살짝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그 모습이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윤하경은 소지연이 일부러 유호천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려는 걸 눈치채고 모른 척 대화를 이어갔다.윤하경은 자리에 앉아 소지연의 접시에 반찬을 덜어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지연아, 원래는 네 곁에서 퇴원할 때까지 같이 있으려고 했는데... 현우 씨가 오늘 나한테 부탁할 일이 있다고 해서 그거 끝나야 이혼하겠대. 그래서... 아마 내일 오전에 떠나야 할 것 같아.”“괜찮아, 네 일 바쁘면 가. 나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어.”소지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나도 이제 어린애 아니잖아. 뭐가 그렇게 걱정돼?”사실 윤하경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소지연의 결혼 이야기가 왠지 모르게 꺼림칙했기 때문이다.윤하경은 잠시 고민하다가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결혼식 전에 꼭 돌아올게.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섣불리 움직이지 마. 내가 돌아오면 무슨 일이든 같이 해결하자.”소지연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네가 너무 걱정하는 거야. 아무 일도 없어. 그냥 네가 돌아와서 내 결혼식에 참석해 주면 돼.”소지연은 환하게 웃으며 덧붙였다.“걱정하지 마.”윤하경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마음 한구석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병원을 나왔을 때는 이미 밤이 깊어 있었다. 유호천은 여전히 복도 끝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윤하경은 그가 왜 이렇게까지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선택이니 굳이 뭐라 하지 않고 발길을 돌렸다.그러나 몇 걸음 가지 않아, 뒤에서 유호천의 낮고 날 선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네가 감히 또 여길 와?”윤하경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봤다. 유호천은 휠체어에 앉은 한 남자 앞에 서 있었고 온몸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윤하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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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3화

윤하경이 병실로 들어갔을 때, 소지연은 침대 머리에 기대어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을 이미 들은 듯, 윤하경이 다시 들어오자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밖에 무슨 일이야?”윤하경은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 뒤, 그녀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임호원 그 임씨 가문 큰아들이 왔어.”“뭐?”소지연이 순간 멍해졌다.“그 사람이 여기에는 왜 와?”“혹시 네가 입원한 걸 알게 된 건 아니야? 너한테 시비 걸려고?”윤하경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럴 리 없어.”소지연이 단호하게 말했다.“왜?”윤하경이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이 일, 임호원 쪽에서 알면 절대 넘어가지 않을 거야. 그땐 아마 주씨 가문 쪽까지 얽혀서 시끄러워질걸.”그 말을 들은 소지연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정말?”윤하경은 그 미묘하게 들뜬 표정을 놓치지 않고 눈썹을 살짝 올렸다. 소지연은 그제야 멈칫하며 코끝을 만지고 민망한 듯 웃었다.“내 말은 그럴 리 없다는 거지.”윤하경은 대꾸하지 않고 문밖 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들어봐.”문 밖에서는 임호원의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려왔다.“유호천, 잘 만났다. 네게 갚을 날만 기다렸는데 스스로 기어들어 오네. 말해두는데 오늘 네 다리 하나는 부러뜨리지 않으면 절대 끝나지 않아.”임호원은 겁이란 걸 모르는 성격이었다. 유호천이 혼자 있다는 걸 확인하자 전혀 주눅이 들지 않았다.그는 비웃으며 뒤쪽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손짓했다.“때려.”어차피 유호천이 먼저 주먹을 썼으니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손을 대도 명분은 있었다.유호천 쪽 집안이 화를 낸다 해도 잘못은 그쪽 아들한테 있었으니 크게 문제 될 게 없었다.곧, 임호원 뒤편에서 십여 명의 경호원들이 몰려와 유호천을 포위했다. 아무리 싸움에 능해도 수적으로 밀리면 방법이 없다. 하지만 유호천은 도망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안에서 듣고 있던 윤하경과 소지연은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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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4화

대화를 듣던 윤하경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혹시 임호원이 유호천과 소지연의 관계를 전혀 모르는 건 아닐까.“저 자식 좀 더 패! 힘껏!”임호원은 휠체어에 앉은 채 목이 터져라 고함쳤고 목소리가 이미 갈라져 있었다.윤하경은 사람들 틈 사이로 보이는 유호천의 얼굴을 확인했다. 멍투성이에 피범벅이 된 모습에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시계를 보니 겨우 십 분이 지났을 뿐이었다. 이대로 강현우 쪽 사람들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면 유호천이 정말 큰일 날 수도 있었다.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뒤돌아보니 얼굴이 굳은 소지연이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나갈 기세였다.“잠깐만.”윤하경이 재빨리 길을 막았다.소지연은 그녀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막지 마. 유호천, 저러다 죽겠어.”윤하경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네가 이제 그 사람 신경 안 쓴다면서. 죽든 살든 무슨 상관인데?”그 말에 소지연의 표정이 굳더니 눈빛 속에 망설임이 스쳤다.“그래도... 눈앞에서 죽는 건 못 보겠어.”평생 엮이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 해도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소지연이 말하자마자 문을 열려 하기에 윤하경이 다시 붙잡았다.“너는 나가지 마. 지금 네 신분이 너무 위험해. 나가면 그동안 준비한 일들이 전부 물거품이 돼.”소지연의 눈에 놀람이 번졌다.“그걸... 어떻게 알아?”윤하경이 짧게 웃었다.“내가 널 얼마나 잘 아는지, 너는 아직 몰라.”그녀는 소지연의 손을 가볍게 두드렸다.“게다가 지금 난 아직 강현우 아내 신분이야. 임호원이 아무리 막 나가도 날 함부로 건드리진 못해.”이혼이 눈앞에 있긴 하지만 사람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체면을 따질 때는 아니었다.게다가 구하려는 사람이 강현우의 사촌 동생이니 빚지는 셈도 아니었다.윤하경은 손잡이를 잡고 문을 활짝 열더니 난투극이 벌어지는 쪽을 향해 크게 외쳤다.“그만해!”목소리가 그리 크진 않았지만 싸움판이 너무 시끄러워 유호천은 듣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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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5화

나가서 놀다 우연히 유호천을 만나, 이유도 모른 채 한참을 두들겨 맞았다. 간신히 복수할 기회를 잡았더니 이번에는 한 여자가 목에 칼을 들이대고 협박해왔다.속으로는 욕이 목까지 치밀었지만 얼굴에는 티도 내지 못했다.윤하경이 그를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호원 씨, 실례했네요. 저도 어쩔 수가 없어서요.”그녀는 천천히 칼을 거두며 말을 이었다.“원래 이런 일에는 관여 안 하는 성격인데 맞고 있는 사람이 우리 남편의 사촌 동생이거든요. 그럼 저도 그냥 모른 척할 수 없잖아요.”윤하경은 말을 마치며 어깨를 으쓱, 난처한 듯 웃어 보였다.임호원은 잠시 복잡한 표정으로 윤하경을 바라보다 물었다.“당신... 강현우 부인인가?”윤하경은 가볍게 웃으며 눈썹을 올렸다.“보아하니 호원 씨는 뉴스를 잘 안 보시나 보네요.”그 말에 임호원의 기세가 반으로 꺾였다. 경성에서 무서워하는 사람이 몇 없지만 강현우는 예외였다. 직접 엮인 적은 없지만 그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성격에 대해서는 이미 귀가 아프도록 들어왔다.임호원은 숨을 고르고 말했다.“좋아요, 오늘은 제가 운이 없었다고 치죠. 이 일은 없던 걸로 하고 제 사람들이랑 가겠습니다. 됐죠?”윤하경이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그건 곤란하죠. 이렇게 사람을 만들어 놓고 그냥 가면 저희 사촌 동생은요? 이 소문이 퍼지면 유씨 가문이나 강씨 가문은 웃음거리가 될 텐데요.”그 말에 임호원의 표정이 굳고 눈빛이 날카로워졌다.“그럼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내가 유호천한테 맞은 건 괜찮고 복수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당신 강현우 믿고 너무 함부로 하는 거 아닌가요?”“그래요?”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임호원의 어깨가 순간 굳었다. 고개를 돌리자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느긋한 표정으로 서 있는 강현우가 보였다.윤하경은 그가 오자 천천히 칼을 거두었다. 이제부터는 자기 몫이 아니라는 듯 한 발짝 물러섰다.강현우는 먼저 임호원을 차갑게 훑어보고 이어 땅에 쓰러진 유호천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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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6화

임호원은 강현우에게 끌려 ‘헤븐’으로 가게 된다면 절대 좋은 일이 일어날 리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혹시나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 생각을 끝까지 이어가진 못했지만 불길한 예감은 이미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 우지원이 그의 경호원들을 모조리 붙잡아 제압하더니 직접 휠체어를 밀며 바깥으로 향했다.“임호원 씨, 그렇게 긴장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냥 ‘헤븐’ 가서 얘기 좀 하자는 거니까요.”우지원이 뒤에서 느긋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차분히 말로 풀면 될 일을, 왜 이렇게 손을 세게 쓰셨습니까?”그는 혀를 두 번 차며 임호원의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아랑곳하지 않고 차에 태웠다.사람들이 싹 빠져나가자, 병원 복도에 몰려 있던 구경꾼들도 하나둘 흩어졌다. 복도에는 이제 몇몇 사람만 남았고 윤하경은 벽에 기대어 서 있다가 강현우를 흘끗 바라본 뒤, 소지연의 병실로 들어가려 했다.그 순간, 강현우가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윤하경은 잡힌 손을 내려다보며 미간을 살짝 좁혔다.“왜요?”그녀의 표정은 마치 강현우를 불쾌하게 여기는 듯 차가웠다. 강현우는 짧게 냉소를 흘렸다.“아까 내 이름 들먹이며 사람 겁줄 때는 이런 얼굴 아니었잖아.”윤하경은 그의 손을 툭툭 두드리며 뿌리치려 했지만 힘이 너무 세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그건 당신 조카 구하려고 어쩔 수 없이 쓴 거예요. 저 혼자 이득 본 건 전혀 없으니까요.”그 말투는 마치, 서로 얽힐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듯 선을 긋는 느낌이었다.그러자 강현우의 눈매가 가늘게 좁혀졌다.“아직 할 일 남았어요. 오늘 못 끝내면 내일 못 떠납니다. 유호천 상태나 가서 확인하세요.”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낮게 말했다.“내일... 절대 늦지 마.”“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약속 안 어깁니다. 대신 현우 씨도 우리 조건 잊지 마시고요.”말을 마친 윤하경은 소지연의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다.강현우를 복도에 홀로 남겨둔 채였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말투와 태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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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7화

윤하경은 소지연이 한껏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그럼 내가 대신 가서 유호천 상태 보고 올게.”소지연은 입술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숙이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대신 본다니 나랑 그 사람은 아무 상관도 없어.”그 말투가 못마땅하게 들리자 윤하경은 피식 웃었다.“그래? 그럼 안 가도 되겠네.”다시 자리에 앉아버리자 소지연이 슬쩍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아휴, 알았어. 대신 봐달라니까, 됐지?”길게 한숨을 내쉰 소지연이 덧붙였다.“난 그냥... 죽었는지 살았는지만 알면 돼. 괜히 전 남자 친구 죽었다는 소문이라도 돌면 듣기만 해도 재수 없잖아.”윤하경은 그녀가 괜히 강하게만 말하는 걸 알고 있었기에 굳이 더 묻지 않았다.병실을 나서 응급실 쪽으로 향하니 복도 끝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강현우가 보였다.등받이에 몸을 살짝 기댄 채, 무심하면서도 여유 있는 기운이 풍겼다.윤하경은 순간, 강현우가 혹시 기억을 되찾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요즘 모습이 예전과 점점 더 닮아 있었으니까.하지만 본인이 부정할 게 뻔해 굳이 캐묻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곧 이혼할 사이라, 더 이상 신경 쓸 일도 아니었다.윤하경이 다가가는 순간, 응급실 문이 열리고 의사가 나왔다.“어때요?”의사보다 먼저 강현우가 비웃듯 말했다.“그렇게 걱정하는 걸 보니 모르는 사람은 네 남편인 줄 알겠네.”윤하경은 말없이 그를 흘깃 보더니 곧 시선을 거뒀다. 지금 괜히 말싸움할 필요는 없었다.“의사 선생님, 제 친구 상태 괜찮죠?”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생명에는 지장 없습니다. 다만 왼쪽 팔이 골절돼서 한동안 치료가 필요하겠네요.”그제야 윤하경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조금 전 복도에서 들은 임호원의 말이 떠올랐다. 유호천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니 오늘 일은 자업자득이란 생각이 들었다.그때, 복도 안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선두에 선 건 다름 아닌 유호천의 어머니 장미자였다.장미자는 강현우를 보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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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8화

윤하경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그... 유호천이랑 임호원이 싸운 게, 혹시 소지연 때문인가요?”그 말을 들은 강현우의 입가에 비꼬는 듯한 웃음이 스쳤다.“네가 뭐라고 생각해?”역시, 괜히 물어본 거였다. 대답을 들을 것도 없이 이미 짐작이 갔다.윤하경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강현우를 바라봤다.“저기...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말해 봐.”“아까 보니까, 임호원은 아직 소지연이랑 유호천 일에 대해 모르는 것 같아요. 싸운 이유가 소지연 때문이라는 걸요.”윤하경은 방금 전 상황을 곱씹었다. 임호원은 한마디도 소지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아마 자신이 왜 맞았는지도 모를 가능성이 컸다.“그냥 임씨 가문과 유씨 가문 문제로만 넘어가면 좋겠어요. 소지연 이름은 절대 거론되지 않게요.”방금 병원에서 본 장미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만약 그 사실이 장미자 귀에 들어간다면 소지연이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는 건 뻔했다.윤하경의 표정을 가만히 지켜보던 강현우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유호천이랑 임호원이 왜 싸웠는지 덮어달라는 거네?”강현우는 역시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도와주실 수 있나요?”강현우의 시선이 그녀의 입술에 잠시 머물렀다. 잠깐이었지만 그 눈빛이 묘하게 깊어졌다. 곧, 의미를 가늠하기 어려운 미소가 번졌다.“내가 왜 도와줘야 하는데?”“그게...”윤하경이 말을 잇기도 전에 강현우가 냉정하게 잘랐다.“우린 곧 이혼할 사이잖아.”윤하경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래도 예전에 현우 씨가 저한테 부탁한 일은 제가 다 들어줬잖아요.”“부탁?”강현우가 짧게 웃었다.“그건 부탁이 아니라 거래였어. 이미 조건을 정했고 넌 그걸 받아들였잖아. 그러니까 서로 퉁인 거지.”윤하경은 속으로 이를 꽉 물었다. 정말 한 치의 손해도 안 보는 사람이다.“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강현우는 그제야 미소를 짓더니 천천히 말했다.“네 부탁, 들어주는 건 간단해.”그는 몸을 숙여 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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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9화

아까 소지연이 본 유호천의 모습은 바닥에 쓰러져 기어오르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그 장면이 떠오르자 왠지 모를 불안감이 스쳤다.윤하경은 그녀를 한 번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괜찮아.”사실 문제가 있는 쪽은 유호천이 아니었다.윤하경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 마음을 가다듬었다.“지금 유 씨네 사람들이 병원 안에 있으니까 절대 돌아다니지 마. 유호천이 너 때문에 싸운 거라는 것만 안 들키면 아무 일 없어.”그제야 소지연도 윤하경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눈치챈 듯했다. 그녀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가 풀며 잠시 눈빛이 흔들렸다.“알았어. 명심할게.”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많으니 괜한 문제를 만들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유호천 이야기가 나오자 소지연은 이마를 찌푸렸다.“이미 끝났다고 했는데 왜 굳이 임호원을 건드린 거야?”“아마 자존심이 상했겠지.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 네가 있어서... 다만...”“알아.”소지연이 말을 끊었다.“어쨌든 죽지만 않으면 돼. 앞으로는 나랑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니까.”윤하경은 굳이 반박하지 않고 대신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그럼 푹 쉬어. 난 이만 가볼게.”그리고 문을 나서기 전 다시 한번 당부했다.“정말 절대 돌아다니지 마.”“알았어.”소지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병원 밖으로 나온 윤하경은 차에 올라탔지만 시동을 바로 걸지 않았다. 양손이 운전대 위에서 굳어 있었고 표정에는 갈등이 묻어났다. 방금 강현우가 던진 말들이 머릿속을 스치며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사실 이 일을 풀 수 있는 다른 방법이 하나 더 있었다. 윤하경은 잠시 생각하더니 병원 건물을 올려다보며 차에서 내렸다.유호천의 병실은 VIP 구역에 있었다. 넓고 조용한 복도에서 간호사에게 병실 위치를 묻자 간호사는 윤하경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에야 방 번호를 알려주었다.그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하이힐 소리가 복도에 또렷이 울렸다. 병실 문 앞에 서 있던 두 명의 경호원이 즉시 시선을 돌리더니 길을 가로막았다.“누구 찾으십니까?”“유호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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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0화

장미자가 원래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윤하경도 잘 알고 있었다.그렇다 해도 지금 이 말은 너무 심했다.윤하경은 표정을 굳히더니 곧 입꼬리를 올려 냉소를 지었다.“아주머니 역시 사람들이 말하던 그대로네요.”“누가 뭐라 그랬는데?”장미자가 걸음을 멈추며 물었다. 그러자 윤하경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다만 오늘 이렇게 뵈니 다른 사모님들이 하신 말씀이 딱 맞는 것 같아서요. 아주머니는 정말...”끝까지 말하지 않고 입술을 손끝으로 가볍게 눌러 웃음을 흘렸다.“됐어요. 아주머니가 이렇게까지 안 반기시는데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그러고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돌아섰다.“누가 뭐라고 했는지 당장 말 안 해? 윤하경, 거기 서!”장미자가 뒤에서 소리를 높였지만 윤하경이 설 리 없었고 오히려 발걸음을 더 재촉했다. 원래부터 기죽는 성격이 아니었고 오늘처럼 노골적으로 불쾌한 말을 들었는데 그냥 넘어갈 생각은 일도 없었다.이런 부잣집 사모님들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고고한 체하며 살아도 사실은 남들 시선을 제일 신경 쓰는 사람들이었다. 상류층 사교 모임이란 게 늘 경쟁과 비교로 가득 차 있으니까.집안 자랑, 옷차림 비교, 남편 이야기까지...그러니 앞으로 모임이 있을 때마다, 장미자는 사람들을 대할 때 분명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그 생각이 들자 속이 조금은 풀렸다.하지만 차에 올라탄 순간, 윤하경의 표정은 금세 풀렸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강현우를 설득해 소지연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게 하려고 했지만 방금 대화를 보니 그 방법은 완전히 막혀 버렸다.시계를 들여다보니 6시 50분.7시 전에 강현우를 만나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윤하경은 깊게 한숨을 내쉬고 시트에 몸을 기대더니 손끝으로 콧등을 지그시 누르며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6시 59분, 결국 윤하경은 휴대폰을 들어 강현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다시 걸었더니 이번에는 민진혁이 받았다. 그는 평소처럼 공손한 목소리였다.“사모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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