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는 가정부도 없고 혼자 사는 터라, 윤하경은 가운 하나만 걸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문을 열자, 짙은 다크서클이 자리 잡은 민진혁이 서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민진혁 씨...”윤하경은 잠시 몰라볼 뻔했다.민진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모시러 오라고 하셨습니다.”윤하경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어제 강현우와의 만남이 썩 유쾌하지 않았던 터라,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잠시 망설이다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모성에 다녀와야 해서 시간이 없어요. 대표님께 그렇게 전해주세요.”그 말과 함께 문을 닫으려는 순간, 민진혁이 손으로 문을 막았다. 그는 여전히 공손하게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안 가시면 후회하실 거라고 하셨습니다.”대놓고 위협처럼 들리는 말에 윤하경의 표정이 굳었다.“무슨 뜻이죠?”민진혁의 웃음은 여전했지만 목소리는 한층 단호했다.“대표님이, 대표님이 안 오시면 직접 끌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사모님도 그렇게까지 오고 싶진 않으시겠죠?”그 말을 마친 민진혁은 환하게 웃으며 하얀 이를 드러냈다. 그렇게 문 앞에 서서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윤하경의 대답을 기다렸다. 윤하경은 그 말을 듣자 손가락을 힘껏 움켜쥐었다.‘강현우, 정말이지... 예나 지금이나 뻔뻔하기는...’마음속으로는 욕을 해도 강현우가 말하면 반드시 실행에 옮길 사람이라는 걸 윤하경은 너무 잘 알았다.그녀는 민진혁을 잠시 노려보다 이를 악물고 말했다.“잠시만 기다리세요. 옷 갈아입고 올게요.”그 말을 듣자 민진혁은 안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네,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하경은 문을 쾅 하고 닫았다.위층으로 올라간 그녀는 계절에 맞춰 시원한 민소매 원피스를 꺼내 입고 어깨에 얇은 숄을 걸쳤다. 머리를 느슨하게 틀어 올려 목덜미 뒤로 떨어뜨리니 은근히 나른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묻어났다.문을 열고 나왔을 때, 민진혁은 잠시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간단한 차림인데도 윤하경은 충분히 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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