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1221 - Chapitre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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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1화

마침내.우지원이 소년의 목을 무릎으로 짓누른 채 관자놀이에 총구를 들이대자 한선아가 끝내 버티지 못했다. 그녀는 우지원을 거칠게 밀쳐내며 목소리를 높였다.“그만해! 강현우, 너 지금 도대체 뭐 하려는 거냐!”강현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둡게 가라앉았다. 온몸에서 폭풍우가 몰려올 듯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그는 입가를 비틀며 싸늘하게 웃었다.“왜 그러십니까? 드린 선물이 마음에 안 드세요? 마음에 안 드시면 치워야 하는 게 맞잖습니까. 그런데 어머니는 그게 불만인가 보네요.”한선아는 입술을 달달 떨며 바닥에 쓰러진 소년을 얼른 끌어안았다. 두 팔이 사시나무처럼 흔들리고 얼굴은 이미 공포로 굳어 있었다.윤하경은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며 시선을 강현우와 한선아, 그리고 소년 사이에 번갈아 두었다. 머릿속이 빠르게 굴러가다가 문득 깨달았다.‘혹시... 저 아이가 한선아의...’윤하경은 숨을 들이켰다. 평소 고고하고 절제된 모습만 보였던 한선아가 어린 소년과 얽혀 있다니. 강현우가 분노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윤하경은 소년을 다시 똑바로 보았다. 어디서 본 얼굴 같았다.그러다 문세호의 저택에서 물에 빠졌던 그 소년이 떠올랐다.‘이름이... 그래, 설경진.’윤하경은 속으로 그의 이름을 되뇌며 한발 물러섰다. 원치 않게 큰 비밀을 알게 된 셈이니 괜히 엮였다가 한선아의 원망을 살까 두려웠다.그 사이, 한선아는 온몸을 떨며 설경진을 감쌌고 강현우의 표정은 점점 더 차갑게 굳어졌다.“경진아, 괜찮아?”한선아가 다급히 설경진의 손목에 묶인 밧줄을 풀려 했지만 곧 우지원의 발에 다시 밟히고 말았다.“뭐 하는 거야!”한선아가 분노로 치를 떨며 우지원을 노려보았다.“비켜! 당장 꺼져!”평소라면 결코 품위를 잃지 않던 한선아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절망적인 눈빛으로 설경진을 바라보는 모습은 더없이 초라했다.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려, 그동안 지켜온 기품을 지워버렸다.윤하경은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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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2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가 강현우가 코웃음을 치며 낮게 말했다.“어차피 이렇게 데려왔는데 굳이 모른 척할 필요 있겠어요.”한선아의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잠시 주저하다가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흙먼지를 털어내고 붉게 칠한 손톱으로 얼굴에 흐른 눈물을 훔쳤다. 이내 강현우를 곧게 바라보며 다시 귀부인의 태도를 되찾으려 애썼다.“그래. 맞아.”한선아는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경진이는 내 아들이고 네 동생이야. 그러니 네가 함부로 죽일 수는 없어. 아무리 그래도 형제인데 설마 네 손으로 동생을 해치겠니.”쿵!그 말은 윤하경의 머릿속에 벼락처럼 울려 퍼졌다. 그녀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설경진이... 현우 씨 동생이라고요?”그러나 곧 생각이 꼬였다. 강현우의 아버지는 이미 20년 전에 세상을 떠났는데 설경진은 아무리 봐도 열다섯, 열여섯 살 남짓해 보였다. 윤하경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주변을 둘러보니 놀란 기색을 보이는 건 자신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이 사실을 모르던 건 자신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강현우는 소파에 앉아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비웃음을 흘렸다.“동생이라고요?”그의 매서운 눈빛이 바닥에 묶인 설경진을 향했다.“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벌써 20년이 넘었는데 내가 모르는 동생이 있었다니 웃기는군요.”한선아는 눈을 감은 채 대답을 피했다.강현우는 이를 악문 채 탁자 위에 있던 꽃병을 집어 들어 바닥에 힘껏 내던졌다.쨍그랑! 날카로운 파편 소리에 한선아의 몸이 크게 떨렸다.강현우가 천천히 일어나 한선아 앞으로 다가왔다. 입가에는 웃음이 걸려 있었지만 눈빛은 싸늘하게 얼어붙어 있었다.“저질렀으면 이제는 말해야 하지 않겠어요.”한선아는 입술을 깨물고 여전히 눈을 감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좋아요.”강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없겠네요. 우지원, 총 가져와.”강현우의 두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고 우지원은 곧바로 허리에 찬 권총을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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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3화

강현우는 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이상, 얼굴만 봐서는 그의 속마음을 짐작할 수 없었다.지금처럼 분위기가 이미 험악해졌을 때조차, 강현우의 표정은 여전히 한결같이 차갑고 무표정했다. 윤하경은 그가 속으로는 아프지 않을까 짐작했지만 선뜻 다가가 위로할 용기는 내지 못하고 그저 곁에서 지켜볼 뿐이었다.그녀가 아는 한, 한선아는 단 한 번도 강현우에게 이렇게 노골적인 태도를 보인 적이 없었다. 언제나 공손하게 대했고 어쩌면 애정도 있었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분명 설경진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한선아는 설경진의 상처를 대충 확인하고 치명적인 곳은 아니라는 걸 알자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곧장 강현우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현우야, 진이는 그냥 놔줘.”역시나, 부르는 호칭부터 달랐다. 윤하경은 그 차이를 듣자 눈살을 찌푸렸다.강현우의 입가에 싸늘한 웃음이 번졌다. 그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천천히 다가가 한선아를 내려다보았다.“그럼 이 아이, 누구 자식입니까? 누구 피가 섞인 놈이에요?”그 물음에 한선아는 입술만 달달 떨며 대답을 못 했다.강현우가 목소리를 더 높였다.“다시 묻습니다. 누구냐고요!”한선아는 눈을 질끈 감은 채 끝내 말이 없었다. 마치 그 이름을 꺼내는 것 자체가 치욕인 듯 입술만 깨물 뿐이었다.그때였다. 이미 손이 풀려 자유를 얻은 설경진이, 입을 막고 있던 테이프를 거칠게 뜯어내며 싸늘한 눈빛으로 강현우를 노려봤다.“내 아버지가 누군지 궁금해? 좋아, 가르쳐 줄게. 이름은 설영수. 네가 죽인 사람이야!”설경진은 손끝을 떨며 강현우를 가리켰다.“강현우, 넌 살인자야. 우리 아버지 목숨을 돌려내!”두 발이 묶여 있으면서도 설경진은 겁 하나 없이 강현우 쪽으로 기어갔다. 누가 봐도 무모한 짓이었지만 그 눈빛만은 맹수처럼 거칠었다.그러나 그 순간, 강현우의 발이 그의 가슴팍을 강하게 걷어찼다.“컥!”설경진은 공중에 떠밀리듯 튕겨 나가다 윤하경 발치에 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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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4화

한선아가 다급히 손을 뻗어 강현우의 팔을 붙잡았다.“현우야, 엄마 말 좀 들어봐.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강현우는 싸늘하게 비웃으며 곧장 몸을 빼냈다. 그러고는 한선아의 손길이 닿았던 자리를 털어내며 마치 더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제대로 설명해 보세요.”강현우의 살벌한 눈빛에 한선아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강현우가 어떤 성격인지 제일 잘 아는 사람은 한선아였으니까. 강현우는 단호하고 무자비했으며 한번 결심한 일에는 가차가 없었다.친할아버지였던 강호석조차 세상을 떠나기 전 그렇게 대했던 강현우였으니 자신에게는 얼마나 가혹할까. 차마 상상조차 하기 싫어 두려움이 밀려왔고 눈시울은 붉게 물들었다. 한선아는 간절한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며 애원했다.“현우야, 어떻게 됐든 경진이는 죄가 없는 애야. 엄마가 그동안 너무 미안하게 했어. 그러니까 제발 경진이만은 풀어주고... 나머지 일은 천천히 우리끼리 풀자. 제발 부탁이야.”분명 엄마였지만 지금 한선아의 눈빛에는 애원만이 남아 있었다. 윤하경은 그 모습을 보며 안쓰럽다는 생각이 스쳤다가도 한선아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 결국은 당연한 결과라는 마음이 들었다.강현우는 코웃음을 흘렸다.“풀어달라고요? 좋아요.”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머니가 뭘 선택하느냐에 달렸죠.”순식간에 마음을 다잡은 듯, 강현우는 다시 소파에 앉아 상황을 장악한 주인처럼 태연히 등을 기대었다.한선아는 그 말을 듣고 얼굴에 희망의 빛을 띠며 다급히 다가섰다.“현우야, 네가 경진이만 풀어준다면 엄마가 뭐든 다 할게.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할게.”그러나 그 말은 강현우에게는 오히려 잔인하게 들릴 뿐이었다. 그의 눈매가 가늘어지며 차가운 빛이 스쳤다.“좋아요.”강현우는 냉랭하게 입꼬리를 올렸다.“그럼 둘 중 하나예요. 첫째, 설경진이 죽는 거. 둘째, 어머니랑 설경진 둘 다 이 집에서 당장 나가는 거죠. 그리고 다시는 강씨 집안 안주인 행세하지 마세요.”한선아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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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5화

한선아는 그동안 몰래 설경진을 만나러 갈 때마다 늘 두려움에 시달렸다. 혹여 강현우에게 들켜 모든 것이 탄로 날까 봐, 매번 가슴을 졸이며 숨어 지냈다. 그래서 지금껏 생활비만 남몰래 보내주었을 뿐, 더 많은 걸 주지도 못했다.그런데 이제 이 집에서 쫓겨난다면 남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걸 어찌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한선아가 차마 입을 열지 못하자 강현우는 억눌린 웃음을 흘리며 손에 들린 권총을 탁 던져 발치에 떨어뜨렸다.“가기 싫으십니까? 그럼 방법은 하나뿐이죠.”그는 또박또박 단어를 씹듯 내뱉었다.“저 자식을 직접 죽이세요. 그러면 어머니는 여전히 강씨 집안의 안주인으로 살 수 있을 겁니다.”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제안이었다. 한선아는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안 돼, 안 돼... 그럴 수 없어!”강현우는 재촉하지도 않았다. 그저 싸늘한 시선으로 한선아가 어떤 선택을 할지 묵묵히 기다릴 뿐이었다. 한선아는 떨리는 눈빛으로 바닥에 떨어진 권총을 보았다가 곧 고개를 돌려 설경진을 바라보았다. 두 눈은 이미 공포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마침내 한선아는 목이 쉬어 허탈한 소리로 중얼거렸다.“현우야... 제발 이러지 마라. 경진이는 무슨 죄가 있니... 그 아이는 네 동생이야.”말을 마치고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흐느꼈다. 누가 보아도 처연한 모습이었으나,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누구도 심지어 설경진조차도 동정하지 않았다. 설경진은 입술이 터져 피범벅이 된 얼굴로 곁에 놓인 권총에 시선을 쳐다봤다. 순간, 그는 번개처럼 몸을 날려 권총을 움켜쥐더니 곧장 강현우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탕!윤하경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떴을 때, 소파에 앉아 있던 강현우는 여전히 그 자리에 태연히 앉아 있었다. 대신, 설경진은 우지원의 발길질에 나가떨어져 바닥을 구르며 신음을 토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윤하경은 황급히 강현우에게 달려가 안겼다.“현우 씨! 괜찮으세요? 다친 데 없어요?”강현우는 눈앞에서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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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6화

강현우는 끝까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윤하경을 조수석에 태우고는 담담히 차를 몰아 별장으로 돌아왔다.집에 도착하자마자 강현우는 혼자 서재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그러다 우지원의 전화가 윤하경에게 걸려 왔다. 그제야 강현우가 아예 우지원의 연락조차 받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형수님, 형님께 전해주세요. 일은 다 끝났습니다. 이제 경성에는 한선아란 사람은 없습니다.”윤하경은 입술을 꼭 다물며 낮게 물었다.“정말 죽은 건가요?”우지원은 코웃음을 치듯 대꾸했다.“죽긴요. 차라리 그랬으면 싶었는데 형님이 끝내 숨통은 남겨두셨습니다. 사모님하고 그 꼬마를 시골로 내쳤습니다.”윤하경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마음속에 이는 감정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전화를 끊은 그녀는 잠시 시선을 들어 2층 서재를 바라보다가 곧 하녀를 불렀다.“아까 부탁했던 음식 준비 다 됐어?”하녀가 부엌에 다녀온 뒤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모님. 이미 준비됐습니다.”“그럼 그릇에 담아 줘.”윤하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까지 따라가 국을 건네받았다. 김이 피어오르는 그릇을 두 손으로 조심스레 들고 천천히 2층 서재 문 앞까지 올라갔다.섬세한 손가락으로 노크를 했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문을 살짝 밀고 들어갔다.“콜록, 콜록...”순간, 자욱한 연기에 목이 막혀 기침이 쏟아졌다. 방 안은 연기로 가득해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였다.윤하경은 국그릇을 든 채 손으로 허공을 저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연기를 가르다 겨우 시야가 트였을 때, 의자에 축 늘어진 강현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 순간 윤하경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지금껏 강현우를 알면서도 이렇게 무너진 모습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긴 몸은 가죽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고 손가락 사이에는 꺼져가는 담배 한 개비가 끼워져 있었다. 타오르는 불씨는 어둠 속에서 별빛처럼 깜박였다.강현우의 서재는 50평이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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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7화

윤하경은 잠시 멍하니 굳어 섰다. 위로해 주려던 마음이 무색하게도 강현우는 오히려 오글거린다며 잘라냈으니 서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입술을 삐죽이며 몸을 돌려 방을 나가려 했다.그러나 발을 떼기도 전에 강현우의 손이 곧장 손목을 움켜쥐었다. 이어서 그의 이마가 윤하경의 가슴께에 기댔고 뜨거운 팔이 그녀의 허리를 힘껏 끌어안았다.“가지 마. 그냥... 옆에 있어 줘.”낯설 만큼 낮게 깔린 목소리였다. 윤하경은 그제야 깨달았다. 누구보다 강해 보이는 강현우도 이렇게 상처 입고 흔들릴 수 있구나.그녀는 고개를 숙여 강현우의 머리 위를 바라보았다. 따뜻한 숨결이 목덜미를 간질였다. 윤하경은 살짝 손을 들어 그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 한 번씩 조심스럽게 두드리며 다정하게 속삭였다.“괜찮아요. 현우 씨에게는 제가 있잖아요.”강현우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사냥꾼의 껍데기를 벗은 짐승처럼 깊게 상처 입은 동물이 위로를 구하듯 윤하경을 끌어안았다. 그런 모습의 강현우는 낯설었지만 동시에 가장 진짜 같았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의 호흡은 점점 고르게 바뀌었고 이내 그녀 품에서 잠든 듯 움직임이 멎었다. 윤하경은 몸을 기댄 채 그대로 가만히 있어 주었다.어느새 바깥은 어둑해졌다.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강현우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윤하경은 몸이 굳어 있던 탓에 관절이 뻣뻣해져 있었지만 애써 미소 지으며 물었다.“깼어요?”막 눈을 뜬 강현우의 눈가에는 붉은 기가 가시지 않았다. 그녀가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고 잠시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왜 깨우지 않았어?”윤하경은 대답 대신 책상 위에 식어 버린 국을 바라보았다. 애초에 그것을 전해주러 들어왔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국이 식어 버렸네요. 새로 데워서 가져올까요?”윤하경이 강현우의 얼굴을 감싸며 묻자 강현우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안 먹어.”그는 손으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분명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였다. 윤하경 역시 낮에 겨우 바나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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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8화

강현우는 백지유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러자 윤하경이 미소를 띠며 옆자리를 가리켰다.“아니에요. 마침 잘 왔네요. 우리도 막 먹기 시작했어. 여기 앉아요.”그러고는 곧바로 하인을 향해 말했다.“식기 좀 더 가져와요.”백지유는 손사래를 치며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괜찮아요.”그러면서도 조심스레 강현우 쪽을 흘끗 바라보았다. 윤하경은 그 눈빛만 보고도 그녀가 강현우를 두려워한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괜찮아요. 와서 앉아요.”윤하경은 웃으며 손짓했다. 백지유에게 윤하경은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그녀가 아니었다면 강현우는 이미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그랬다면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을 터였다. 그래서 처음에 조금은 사적인 마음이 있었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누구나 완벽할 순 없는 법. 윤하경도 자신이 하는 일마다 계산 없이 움직이지는 않으니까.더구나 나중에 강현우에게 들었을 때, 백지유가 바란 건 그저 학업을 도와달라는 소망뿐이었고 다른 요구는 전혀 없었다.그걸 보면 본성은 착한 아이였다.“괜찮아요. 지유 씨가 현우 씨를 살려줬잖아요. 이제는 우리 식구나 다름없는데 뭘 그렇게 긴장해요.”윤하경은 가볍게 웃으며 직접 백지유를 의자 앞으로 이끌었다.하지만 막 자리에 앉자마자 강현우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난 다 먹었어.”백지유는 움찔하며 눈치를 보았다. 윤하경은 부드럽게 백지유의 손을 두드리며 달랬다.“괜찮아요. 오늘 현우 씨 기분이 좀 안 좋은 것뿐이에요. 신경 쓰지 말고 먹어요.”그러고는 반찬 하나를 집어 그녀의 앞에 올려주며 물었다.“오늘은 무슨 일로 온 거예요? 도움 필요한 게 있나요?”백지유는 다시 손을 저으며 고개를 숙였다.“아니에요. 전혀 그런 거 아니에요. 민폐 끼치려는 건 아니고요. 사실은...”“괜찮아요.”윤하경은 최대한 따뜻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일이 있으면 도와주는 게 당연한 거예요. 부탁한다고 해서 싫어할 사람 아니에요.”백지유는 순간 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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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9화

저녁 식사가 끝난 뒤, 백지유는 곧바로 자리를 정리하고 돌아갔다.강현우는 다시 서재로 들어가 문을 잠갔고 윤하경은 그가 혼자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에 굳이 방해하지 않았다. 그녀도 이윽고 잠자리에 들려고 위층으로 올라가려던 찰나, 또 다른 방문객이 찾아왔다.이번에는 민진혁이었다. 그는 별다른 인사도 없이 들어오더니 윤하경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가 물었다.“형수님, 대표님은요? 전화를 몇 번 했는데 안 받으시더라고요.”윤하경은 잠시 입술을 다물다가 조용히 대답했다.“오늘은 기분이 좀 안 좋으신 것 같아요. 일이면 내일 다시 얘기하는 게 좋겠어요.”“아... 그렇군요.”민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막 나가려는 순간, 윤하경이 그를 불러 세웠다.“잠깐만요.”민진혁이 다시 돌아보자 윤하경은 한숨을 내쉬다 말고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오늘은 그냥 돌아가서 쉬세요. 모성에서 있었던 일은 내일 제대로 얘기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아, 참...”윤하경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덧붙였다.“아까 백지유 씨가 잠깐 들렀다 갔어요. 급한 일로 진혁 씨를 찾던데요.”민진혁은 순간 굳어졌다가 머리를 긁적였다.“아... 네. 알겠습니다.”윤하경은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제야 자신이 놀림을 당하고 있음을 눈치챈 민진혁의 얼굴이 벌게졌다.“그... 형수님, 저...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집을 빠져나갔고 윤하경은 그가 도망치듯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민진혁은 차를 몰고 강현우의 집을 벗어났지만 이미 백지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잠시 망설이던 민진혁은 결국 곧장 백지유의 집으로 향했다.도착했을 때, 마침 막 샤워를 끝낸 백지유가 있었다. 급히 나오는 바람에 머리도 제대로 말리지 못했고 온몸에는 수건 하나만 걸친 상태였다.문을 열자 낯익은 얼굴이 서 있었다.“진혁 오빠...?”백지유는 순간 얼어붙었다.“하경 씨 말씀으로는 오빠가 모성에 있다고 들었는데요?”작은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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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0화

백지유는 하얀 끈 슬립 원피스를 걸치고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은 비단처럼 등에 흘러내려 그녀의 분위기를 순수하면서도 묘하게 아슬아슬하게 만들었다.소파에 앉아 있는 민진혁의 뒷모습을 본 백지유는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조심스레 두 걸음 다가섰다.“진혁 오빠, 뭐 마실래요?”민진혁은 괜히 부끄러워 대충 대답했다.“아무거나 괜찮아.”백지유는 부엌으로 향해 투명한 유리잔에 오렌지 주스를 따랐다. 그러나 시선은 내내 민진혁에게 머물러 있어 주스가 가득 찼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결국 주스가 손등을 타고 흘러내렸다.“아!”차가운 감촉에 그녀가 놀라 움찔한 순간, 뒤에서 민진혁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괜찮아? 다친 건 아니지?”백지유는 등에 닿는 뜨거운 체온과 단단한 가슴팍을 느끼며 숨을 삼켰다. 가슴이 쿵쿵 뛰며 마치 어린 사슴이 날뛰는 듯했다.예전 강현우 앞에서는 늘 두렵고 긴장되기만 했는데 지금 민진혁 앞에서는 그와 다른 알 수 없는 설렘이 가슴 속에 피어올랐다.한참 고개를 떨군 채 머뭇거리던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그냥 주스가 조금 흘렀을 뿐이에요.”백지유는 휴지로 서둘러 닦은 뒤 컵을 건네며 웃었다.“여기요.”민진혁은 그녀가 다친 데가 없는 걸 확인하고 컵을 받아서 들며 낮게 일렀다.“조심해. 혼자 사는데 혹시 무슨 일 생기면 곤란하잖아.”그의 말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묻어 있었고 백지유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소파에 앉았다. 백지유는 민진혁을 몰래 훑어보다가, 며칠 못 본 사이 그가 더 수척해진 듯 느껴졌다.피부는 건강한 구릿빛으로 그을려 있었고 얇은 회색 티셔츠는 그의 탄탄한 몸매를 드러내며 오히려 제 몸에 작아 보였다.팽팽히 당겨진 천 너머로 선명한 근육이 드러났고 단단한 팔과 어깨는 마치 한 번 휘두르면 뭐든 부술 수 있을 것만 같았다.그 순간을 상상하자 백지유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하며 가느다란 떨림을 보였다.민진혁은 그녀의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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