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는 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이상, 얼굴만 봐서는 그의 속마음을 짐작할 수 없었다.지금처럼 분위기가 이미 험악해졌을 때조차, 강현우의 표정은 여전히 한결같이 차갑고 무표정했다. 윤하경은 그가 속으로는 아프지 않을까 짐작했지만 선뜻 다가가 위로할 용기는 내지 못하고 그저 곁에서 지켜볼 뿐이었다.그녀가 아는 한, 한선아는 단 한 번도 강현우에게 이렇게 노골적인 태도를 보인 적이 없었다. 언제나 공손하게 대했고 어쩌면 애정도 있었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분명 설경진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한선아는 설경진의 상처를 대충 확인하고 치명적인 곳은 아니라는 걸 알자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곧장 강현우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현우야, 진이는 그냥 놔줘.”역시나, 부르는 호칭부터 달랐다. 윤하경은 그 차이를 듣자 눈살을 찌푸렸다.강현우의 입가에 싸늘한 웃음이 번졌다. 그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천천히 다가가 한선아를 내려다보았다.“그럼 이 아이, 누구 자식입니까? 누구 피가 섞인 놈이에요?”그 물음에 한선아는 입술만 달달 떨며 대답을 못 했다.강현우가 목소리를 더 높였다.“다시 묻습니다. 누구냐고요!”한선아는 눈을 질끈 감은 채 끝내 말이 없었다. 마치 그 이름을 꺼내는 것 자체가 치욕인 듯 입술만 깨물 뿐이었다.그때였다. 이미 손이 풀려 자유를 얻은 설경진이, 입을 막고 있던 테이프를 거칠게 뜯어내며 싸늘한 눈빛으로 강현우를 노려봤다.“내 아버지가 누군지 궁금해? 좋아, 가르쳐 줄게. 이름은 설영수. 네가 죽인 사람이야!”설경진은 손끝을 떨며 강현우를 가리켰다.“강현우, 넌 살인자야. 우리 아버지 목숨을 돌려내!”두 발이 묶여 있으면서도 설경진은 겁 하나 없이 강현우 쪽으로 기어갔다. 누가 봐도 무모한 짓이었지만 그 눈빛만은 맹수처럼 거칠었다.그러나 그 순간, 강현우의 발이 그의 가슴팍을 강하게 걷어찼다.“컥!”설경진은 공중에 떠밀리듯 튕겨 나가다 윤하경 발치에 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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