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Bab 481 - Bab 490

650 Bab

제481화

윤하경은 입술을 꾹 다물고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강현우의 위압적인 기세에 입을 열었다.강현우는 그제야 미간을 풀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아이고. 착해라.”칭찬처럼 들리지만 꼭 반려동물을 다루듯 한 말투였다. 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다, 손을 내밀며 말했다.“그만하셔도 돼요. 혼자 먹을게요.”하지만 강현우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흘깃 보더니 다시 죽을 떠서 그녀의 입 앞에 가져다 댔다.그 한 숟가락으로 그의 대답은 충분했다.이 공간에서 그녀는 그저 보호를 받는 입장이었고 더는 고집부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윤하경은 묵묵히 한입, 또 한입 죽을 삼켰다.속이 좀 채워지자, 그녀는 문득 고개를 들었고 강현우를 향한 눈빛에 살짝 의아한 기색이 떠올랐다.강현우는 그 시선을 느끼고 죽 그릇을 내려놓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왜 그렇게 봐?”“아, 아니에요.” 윤하경은 고개를 저었다.강현우 같은 사람에게서 이렇게 정성껏 챙김을 받을 줄은 몰랐다.늘 남을 깔보는 듯한 싸늘한 얼굴, 세상 모든 게 다 귀찮다는 태도, 그런 남자가, 이렇게 다정할 줄이야.하지만 윤하경은 이내 정신을 다잡았다.이건 분명 자신을 유람선에 데려간 건 죄책감이고 이 모든 건 그저 ‘미안함’에서 비롯된 거러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은 찰나, 밖에서 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강현우는 눈살을 찌푸렸다.“분명히 말했을 텐데. 방해하지 말라고.”그의 목소리는 싸늘했고 문 너머, 잠시 침묵이 흘렀다가 다시 누군가의 간절한 음성이 들려왔다.“강 대표님, 제발... 용천수한테 기회를 한 번만 주세요.”노한성의 목소리에 윤하경은 순간 시선을 돌려 강현우를 바라봤다.그는 이를 악물고 있었고 굳게 다문 턱선이 꽤 날카롭게 드러났다.“대표님, 용천수 지금 거의 숨만 붙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대로 두면 정말 죽습니다. 제발... 지난 세월 대표님 곁에서 충성했던 걸 생각해 주세요.”“나가.”강현우의 목소리에 분노가 실렸고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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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윤하경의 말에 강현우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지금... 너, 용천수를 위해서 나서는 거야?”윤하경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냥... 그 사람 상태가 어떤지, 제가 직접 보고 싶어요.”그녀는 조심스레 강현우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가도 될까요?”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한참 바라보더니 꽤 오랜 침묵 끝에 입술을 누르고 말했다.“정말?”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는 입꼬리를 얕게 누르며 말했다.“좋아. 하지만 나중에 울어도, 책임은 못 져.”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그녀는 그 순간엔 이해하지 못했다.하지만 곧, 예전에 구지호가 끌려 들어갔던 그 방에 발을 들이고서야 강현우의 말뜻을 완전히 깨달았다.이미 최악의 상황을 마음속으로 그려왔지만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그 상상을 가볍게 뛰어넘었다.피투성이가 된 채 고문당한 용천수의 모습은 구지호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윤하경은 반사적으로 숨을 들이마셨고 무의식적으로 강현우를 바라보았다.어둠 속에서 그녀의 눈엔, 어느새 두려움이 번지고 있었다.그녀는 사실 노한성이 말한 고통이 어느 정도는 과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래도 용천수는 강현우의 직속 아니었나, 설마 여기까지 했을까 했는데 지금 보니 노한성의 말엔 과장이 없었다.온몸엔 성한 곳이 하나도 없고 숨만 간신히 붙어 있는 상태였고 윤하경과 강현우가 방에 들어왔는데도 눈동자조차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다.만약 가슴이 미세하게나마 오르내리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문득, 강현우가 예전에 배신하면 지옥을 보여주겠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땐 그냥 으름장인 줄 알았지만 지금은 농담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만약 자신이 그를 배신한다면 이렇게 될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걸.강현우는 윤하경의 허리에 얹은 손끝으로 그 떨림을 느꼈고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그래서 내가 오지 말랬잖아.”윤하경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조용히 숨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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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넌 참 독특한 방식으로 사람을 살리더라.”강현우가 말하자 윤하경은 눈썹을 살짝 내리깔고 단호하게 말했다.“전, 사람 살린 적 없어요. 그냥 복수했을 뿐이에요.”그녀가 그런 선택을 한 건, 용천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노한성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윤하경은 원수를 반드시 갚는 사람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은혜 역시 잊지 않는 사람이었다.노한성이 끝까지 자신이 숨은 위치를 말하지 않고 죽을 각오까지 했던 일은 분명 윤하경의 마음속 깊이 남아 있었다.오늘, 그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나서서 용천수를 위해 부탁했다면 그녀는 절대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쉽게 마음이 약해지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그녀의 단호한 말에 강현우는 특별히 반응하지 않았고 윤하경은 돌아서려던 강현우의 손목을 붙잡으며 말했다.“저기...”윤하경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저... 여기 말고 다른 데서 지내면 안 될까요?”몸이 다친 상태라서인지 이번엔 강현우가 유난히 인내심이 있었다.“그래? 그럼 어디서 지내고 싶은데?”윤하경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제... 원래 살던 아파트요.”하지만 강현우는 그녀의 어깨를 흘긋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몸 상태로 거기 가겠다고? 죽고 싶은 거야?”말은 안 했지만 뉘앙스는 절대 안 된다는 뜻이었다.다친 몸으로 혼자 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책임질 사람도 없으니까.강현우의 거절에 윤하경의 얼굴이 금세 시무룩하게 내려앉았다.그런 모습을 본 강현우는 잠시 말없이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꼭 여기 아니어도 되긴 해.”그 말에 윤하경의 눈이 반짝이며 되살아났다.“정말요?”“응.”강현우는 짧게 대답한 뒤, 말도 없이 그녀를 번쩍 안아 침대에서 들어 올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윤하경은 깜짝 놀라 그의 목을 급히 감싸며 물었다.“어디 가는 거예요?”“여기 싫다고 했잖아.”말을 마친 강현우는 그녀를 안고 차고로 내려갔고 차에 태워 어딘가로 향했다.윤하경은 그가 아파트로 데려다주는 줄 알고 기대했지만 도착한 곳은 예전에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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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여보세요.”어두운 밤이라 그런지, 강현우의 목소리에 묻은 그 차가움이 더 뚜렷하게 느껴졌다.“그 여자가 돌아오기 싫대? 난 지금 자리를 뜰 수가 없어.”윤하경은 그 말을 들으며 강현우가 자신을 힐끗 쳐다보는 걸 느꼈고 눈을 살짝 뜬 채 상황을 살펴보다, 바로 다시 감아버렸다. 괜히 들은 척도 못 할 상황인데 마치 남의 전화 몰래 엿들은 것처럼 괜히 민망해졌다.어둠 속에서 강현우는 단단히 이를 악물었고 날카롭게 뻗은 턱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한참 침묵이 흐른 뒤, 그는 짧게 말했다.“잘 지켜봐. 그래.”전화를 끊은 강현우는 다시 이불 안으로 돌아왔지만 윤하경은 그가 좀처럼 잠에 들지 못하고 있다는 걸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아예 다시 일어나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릴 때, 윤하경도 눈을 천천히 떴다.‘꽤 중요한 일이었나 보네.’강현우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좀처럼 속을 내보이지 않는 사람이 이토록 신경을 쓰는 모습은 드문 일이었다.그만큼 이번 일은 심상치 않다는 뜻이었지만 그건 그녀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었다.강현우가 방을 떠난 뒤, 묘하게 누르고 있던 압박감이 사라지자 오히려 윤하경은 더 깊게 잠에 빠져들었다.다음 날 아침,눈을 뜨자 창가 틈새로 햇살이 살며시 비집고 들어왔다. 시간이 꽤 지나 있었고 그녀가 일어나려 할 때쯤, 강현우가 방으로 들어왔고 깊은 눈빛을 머금은 그는 곧장 침대 앞으로 다가왔다.“며칠 일이 있어서 자리를 비워야 해. 여기서 널 돌볼 사람은 미리 배치해 뒀어. 무슨 일 있으면 우지원한테 연락해.”윤하경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는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말고 일 보러 가세요.”강현우는 이를 살짝 악물더니 낮게 말했다.“나 보고 싶으면 전화해도 돼.”“...”윤하경은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방해 안 할게요.”그 말에 강현우는 눈빛이 조금 더 어두워졌다.무언가 말하려는 듯했지만 하녀가 식사를 들고 들어오자 입을 다물고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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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현우 씨가 이번에 며칠 자리를 비우게 돼서요, 제가 대신 하경 씨를 돌보러 왔어요.”송시안의 말투는 참 진심처럼 부드러웠다. 하지만 방금 전, 윤하경은 송시안이 자신을 훑어보던 날카롭고 계산적인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그것만 아니었어도, 송시안이 꽤 괜찮은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말이다.윤하경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바쁘신데 이렇게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하네요, 시안 씨. 그런데 전 정말 괜찮아요. 현우 씨에게도 전해주세요. 돌봐줄 사람 필요 없다고요.”그렇게 단호하게 잘라 말하자, 송시안의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그녀는 수년 동안 강현우 곁을 맴도는 수많은 여자를 봐왔지만 이렇게 오래, 그리고 깊숙이 그의 곁에 머문 여자는 처음이었다. 심지어 별장까지 따로 마련해줄 정도라니.송시안은 고개를 돌려 저택을 한 번 쓱 훑었다. 그 눈빛엔 잠깐 스쳐 지나간 복잡한 감정이 있었고 곧 다시 평정을 되찾은 얼굴로 돌아왔다.“하경 씨가 아무리 거절하셔도, 현우 씨 성격 아시잖아요. 한 번 정한 건 절대 안 바꾸는 사람이라...”그 말투만 보면 두 사람이 꽤 친밀한 사이라는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여자의 직감이라는 게 무섭기도 하고 기막히기도 하지.송시안과 강현우의 관계는 단순한 인연이 아니라는 걸 윤하경도 느꼈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렇다면 편하게 하세요.”송시안은 그 평온한 반응에 뭔가 가슴이 턱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잠시 망설이다가,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하경 씨는... 궁금하지 않으세요?”꽃을 보고 있던 윤하경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뭐가요? 제가요. 혹시 저랑 현우 씨 사이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전혀요.” 윤하경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시안 씨가 그 얘기 하시려는 거라면 전 굳이 듣고 싶지 않아요.”그건 그녀의 진심이었다.애초에 자기와 강현우는 시작조차 불가능한 사이였다. 그러니 송시안과 무슨 관계든,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하지만 그 말은 듣는 사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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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윤하경이 고개를 살짝 돌리자, 송시안의 눈에서 엷게 번지는 자만이 너무 쉽게 보였다.윤하경이 대답하지 않자 송시안이 혼자 웃으며 말했다.“여자 때문이에요. 현우 씨한테 정말 중요한 여자가 있어서요.”그 말을 들은 윤하경은 문득, 오늘 아침 강현우가 떠나기 전 침대 옆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떠올랐다. 잠시 멍해졌던 그녀는 곧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대답했다.“시안 씨는 원래 이렇게 한가하신가요?”그 말은 조금의 여지도 없이 날카로웠다. 송시안이 아무리 태연한 얼굴을 유지하려 해도, 순간적으로 일그러지는 표정을 숨기진 못했다.그러나 윤하경은 못 본 척, 여전히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시안 씨가 이런 얘기를 하시는 이유가 저랑 현우 씨 사이를 갈라놓고 싶은 거라면... 굳이 안 그러셔도 돼요. 세상엔, 말이 많을수록 바보 같아 보이는 순간이 있거든요.”그러고는 느긋하게 덧붙였다.“시안 씨가 하실 말씀 다 하셨으면 이제 돌아가셔도 돼요.”말투는 여전히 다정하고 여유로웠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하나하나 송시안을 정통으로 찔렀다.결국 그녀는 이를 악물고 돌아섰다.저택을 나서며 한 번 돌아본 송시안의 눈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한참을 서 있던 그녀는 핸드백에서 휴대폰을 꺼냈고 몇 초간 망설이다가 메시지를 보냈다.“윤하경,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어디 두고 보자고.”메시지를 보낸 뒤, 송시안은 다시 승리의 미소를 얼굴에 걸고 하이힐을 끌며 차에 올라탔다.별장 안.윤하경은 소파에 기대앉아 있었지만 눈은 TV 화면을 멍하니 바라볼 뿐,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누가 봐도 마음이 복잡해 보였다. 송시안의 말들이 딱히 신경 쓰인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강현우에게 중요한 여자라는 말이 머릿속에 자꾸 맴돌았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어젯밤 강현우가 전화를 받았던 장면을 떠올렸다.“하경 씨, 과일 좀 드세요.”마침 하녀가 잘 손질된 과일 접시를 내왔다.“고마워요.”윤하경은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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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혹시 내가 부탁했던 일, 소식이 좀 있어?”온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소식은 있어.”윤하경은 반가움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다가 상처를 건드렸는지 얼굴을 찡그렸지만 아픈 내색도 하지 않고 말했다.“정말이야? 빨리 주소 보내줘.”온지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장소는 알아냈는데 거기서 윤하연을 보진 못했어. 요즘 너무 바빠서 내가 직접 봐줄 시간은 없고 네가 직접 확인하러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여기까지 알아봐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주소만 줘,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응.”곧바로 윤하경의 휴대폰에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고마워. 나중에 밥 한 번 살게.”말을 마치고는 온지우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고 주소를 확인한 윤하경은 잠깐 고민에 빠졌다.온지우 말처럼, 윤하연은 분명 남쪽에 있었다. 보통 때였다면 문제없이 직접 갔겠지만 윤하경은 자신의 어깨 쪽을 내려다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의 그녀는 엄연히 부상자였다.하지만 어렵게 찾아낸 단서였고 늦게 가면 윤하연과 임수연이 또 자취를 감춰버릴지도 몰랐다.결국 윤하경은 결심을 굳히고 항공권을 예매했다.짐을 챙겨 내려가던 중, 하인 하나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하경 씨, 어디 가세요?”윤하경은 환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볼일이 좀 있어서요. 금방 다녀올게요.”그 얼굴이 너무 순하게 생겨서일까, 하인은 별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빨리 다녀오세요.”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저택을 나섰다.강현우도 그녀가 멋대로 나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지, 딱히 감시 인력을 붙여두진 않은 듯했다.덕분에 그녀는 큰 제지 없이 공항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탄 차량 뒤로, 누군가 조용히 시동을 걸고 그녀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공항에 도착한 윤하경은 비행기를 기다리며 무심코 휴대폰을 확인했다.아무런 메시지도, 부재중 전화도 없었다.순간, 묘하게도 실망감이 스쳤다. 몇 시간 전에 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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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솔직히 말해서 낯선 곳에서 혼자 돌아다니는 건 아무래도 조금 겁이 났다. 그래서 윤하경은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야구 모자에 트렌치코트까지 걸쳤다.혹시라도 정말로 윤하연을 마주치게 된다면 자신을 보고 놀라 도망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고 또 한편으론 괜한 사고를 피하고 싶기도 했다. 이 거리 자체가 ‘헌팅 명소’로도 알려진 곳이라, 누가 헛된 기대를 품고 말을 걸어오지 말란 법도 없었기 때문이다.그녀가 머무는 숙소는 윤하연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클럽과 멀지 않았다. 불과 몇백 미터 거리, 호텔을 나와 골목 하나만 돌면 바로 도착하는 위치였다.클럽 안은 벌써 사람들로 북적였다. 본격적인 밤이 시작되는 시간, 남녀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었고 어디선가 입을 맞추는 커플들도 보였다.하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그런 풍경쯤은 너무나도 익숙한 일상 같았다.윤하경은 바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바텐더에게 조용히 말했다.“오렌지 주스 한 잔이요.”그렇게 음료를 주문한 뒤, 사람들 틈을 두리번거리며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알록달록 번쩍이는 조명 아래서는 윤하연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혼자 오신 거예요?”바텐더가 혼자 있는 그녀를 보며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저희 클럽엔 동행 서비스도 있어요. 모델, 대학생, 트레이너까지... 필요하시면 말씀만 하세요.”딱 봐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동행 서비스’라 쓰고 실상은 그저 그럴듯하게 포장한 유흥 서비스일 뿐.윤하경은 고개를 저었고 문득 떠오른 생각에 바텐더에게 되물었다.“여자도 가능한가요?”바텐더는 그녀를 위아래로 흘깃 살피고는 씩 웃었다.“우린 다양한 취향을 존중해요. 손님이 원하시는 대로...”말하면서 엄지와 검지를 비비는 동작까지 곁들였다.“조건만 맞으면 뭐든지 가능합니다.”윤하경은 어느 정도 확신을 얻었고 잠시 뜸을 들이더니 사진 한 장을 꺼내 보여줬다.“이 사람, 가능할까요?”바텐더는 사진을 받아 들고 한참 들여다봤다. 그러고는 사진과 윤하경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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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윤하경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짜증 섞인 듯 작게 혀를 차더니 몸을 돌려 클럽의 후문 쪽으로 빠져나왔다.남자가 뒤늦게 쫓아 나왔을 땐 이미 택시를 잡아타고 떠난 뒤였다.호텔로 돌아온 윤하경은 곧바로 다른 호텔로 옮겨 체크인을 마치고서야 마음을 놓았다.같은 시각, 클럽 2층.바텐더가 복도 맨 끝 방 앞에 다다라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더니 곧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방 안엔 몇몇 남자들이 앉아 있었고 그 중심에 수북한 수염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나이는 대략 마흔 전후로 보이는 그는, 한 여자를 무릎에 앉힌 채 향락을 즐기고 있었다.여자는 얇은 나시를 걸친 채, 흰 손으로 그의 셔츠 틈 사이를 더듬고 있었다. 노골적인 행동은 누가 봐도 유혹이었고 방 안 사람들은 익숙하다는 듯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때 바텐더가 들어서자, 남자의 표정엔 방해받은 듯한 불쾌함이 스쳤다.“뭐야?”“아, 누가 하연 씨를 찾는다고 해서요.”바텐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남자의 무릎 위에 있던 여자가 그 말에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짙은 화장을 하고 그 여자는 바로 윤하연이었다. 단, 지금 그녀의 모습은 이전의 청순한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고 진한 아이라인에 도톰한 입술에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날 찾았다고?” 윤하연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누구?”“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여자였고 모자에 조명까지 낮춰서 얼굴은 안 보였어요. 다만 말투나 억양으로 봐선, 경성 쪽 사람 같더라고요.”‘여자... 그리고 경성에서 왔다고?’윤하연의 머릿속에 반사적으로 윤하경의 얼굴이 떠올랐다.그녀를 찾을 사람이 있다면 그럴 가능성은 딱 한 명뿐이었다.순간적으로 얼굴이 굳었지만 옆에 앉은 남자가 손을 뻗어 그녀의 등을 어루만졌다.“왜, 겁먹은 얼굴이야?”그 말에 윤하연은 금세 얼굴에 연기를 덧씌웠다.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을 머금은 채로 몸을 숙여 남자 품에 안기며 말했다.“오빠... 아마, 저 찾으러 온 사람이 제 언니일 거예요. 너무 무서워요...”“언니?”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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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남강은 미안국과 인접해 있었다.유진호는 그 말에 껄껄 웃더니 손을 뻗어 윤하연의 턱을 살짝 쥐며 말했다.“아주 그냥, 여우야 여우.”윤하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조용히 말했다.“진호 오빠, 제가 나쁜 게 아니라, 진짜 너무 몰려서 그런 거예요. 그 여자가요... 그 남자 하나 믿고 저랑 엄마를 윤씨 가문에서 내쫓았어요. 저도 딸인데요. 근데 지금은 이 지경이 됐고... 오빠 같은 분 안 만났으면 전 정말 어떻게 됐을지 몰라요.”그녀의 표정엔 애절함이 서려 있었다.“전 그냥... 그 여자가 사라지기만 하면 다시 경성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오빠도 경성 쪽 사업 키우고 싶다 하셨잖아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윤하연은 유진호의 목에 팔을 감고 달콤하게 말했다.유진호는 그 말에 흐뭇한 듯 웃으며 그녀의 뺨을 꼬집듯 살짝 눌렀다.“이 여우 같은 것, 이제 내 걱정까지 해주는 거야? 좋아. 그 정도 마음먹었다면 내가 도와줘야지. 여자 하나 미안국 쪽으로 넘기는 거? 일도 아냐.”그의 손이 그녀의 턱선에서 내려와 천천히 아래로 흘러내렸고 눈빛엔 노골적인 욕망이 담겨 있었다.윤하연의 미소는 점점 짙어졌고 눈빛 속에 감춰진 오만함을 이제 더 이상 감추려 하지 않았다.‘윤하경, 네가 감히 여길 왔으니 이젠 돌아갈 생각은 하지 마.’그녀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손을 유진호의 배 쪽으로 내렸다.그다음은 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하지만 그 순간, 바깥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렸고 윤하연은 몸을 돌려봤다.들어온 이는 긴장한 얼굴의 바텐더였다.“진호 형님, 하연 씨. 그 여자... 없어졌습니다.”“뭐라고?” 윤하연은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고 바텐더는 땀을 닦으며 말끝을 흐렸다.“방금 전까진 있었는데 내려갔더니 사라졌어요.”윤하연은 이를 악물고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고 유진호는 그녀를 팔로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그리고 허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뭘 그렇게 조급해해? 남강까지 와 놓고 내가 못 찾을 사람이라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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