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651 - Chapter 660

1461 Chapters

제651화

한선아는 손을 툭툭 털고 천천히 몸을 돌려 의자에 앉았다. 차를 따르려는 찰나 이 집사가 재빠르게 다관을 받아 들고는 찻잔을 가득 채워드렸다.“사모님, 저 계집이 저리도 말을 안 들으면 그냥...”이 집사는 말끝을 흐렸지만 한선아가 모를 리 없었다. 찻잔을 입술 가까이 가져가며 그녀의 눈빛이 잠깐 날카롭게 빛났고 살짝 드러난 살의는 곧 다시 고요한 표정 속으로 숨었다.“나도 그러고 싶지. 하지만 현우는 의리를 중시하는 애야. 저 여자가 살아 있으면... 시간이 지나면 잊겠지. 새 여자를 만나면 더 쉽게 정리할 수도 있어.”한선아는 잠시 말을 멈추고 찻잔을 내려놓았다.“하지만 만약 죽으면 그것도 내 손에서 죽었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땐 나랑 현우 사이도 끝이야.”이 집사는 급히 말을 이었다.“겨우 여자 하나 때문에, 사모님하고 도련님 사이의 정을 끊을 수는 없지요. 감히 그 여자 따위가...”한선아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그때 문밖에서 누군가 조심스레 말했다.“사모님, 박소희 양이 오셨습니다.”한선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 집사는 눈짓을 알아차리고 박소희를 데리러 나갔다.잠시 후, 두 눈이 빨갛게 물든 박소희가 안으로 들어왔다.“이모님...”박소희는 울먹이며 다가왔고 한선아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어머나, 얘 왜 그래? 누가 우리 소희 울렸어?”박소희는 눈가를 붉히며 울먹였다.“현우 오빠가... 오빠가 요즘 너무해요...”한선아는 속으로는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겉으론 눈살을 찌푸리며 다정하게 물었다.“무슨 일이야, 말해봐. 이모가 다 들어줄게.”“흑... 오빠가 우리 박성 그룹 사업을 건드리기 시작했어요. 강성 쪽은 완전 손해 보고 있고 엄마도 저한테 막 소리 지르고... 이모님, 저 어떻게 해요...”한선아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어휴, 현우 그놈 성질머리는 여전하구나. 네가 괜히 뭘 자극한 거 아니야?”박소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Read more

제652화

윤하경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이불을 정리한 뒤 다시 침대에 누웠고 무의식중에 손이 아랫배로 향했다.그리고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얼굴은 다름 아닌 강현우였다.지금쯤 강현우는 자기가 사라졌다는 걸 알았을까? 알고 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같은 시각, 책상에 팔을 괴고 잠들어 있던 강현우가 갑자기 눈을 떴고 고개를 들자, 눈앞에는 우지원의 얼굴이 보였다. 우지원은 옆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강현우를 지켜보고 있었다.강현우는 한숨을 삼키듯 조용히 이마를 찌푸렸다.“할 말 있으면 해.”우지원은 입술을 꾹 눌렀다.“며칠간 신인아 씨가 누구를 만났는지 확인해 보라고 하셔서 조사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 이상 없어 보이긴 했습니다만...”그가 말을 흐르자 강현우의 미간이 다시 깊어졌다.“말 더듬지 말고 계속해. 죽고 싶어?”우지원은 강현우의 카리스마에 겁을 먹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아, 아닙니다! 다만 이상한 점이 좀 있어서요.”그는 주춤주춤하다가 결국 말을 꺼냈다.“신인아 씨는 문제없어 보였는데 그 집 주변 CCTV에서 이상한 인물을 발견했습니다.”“누군데?”“예전에 윤하경 씨를 교통사고로 위협했던 인물 같았습니다. 전부 검은 옷에 모자를 눌러써서 얼굴은 확인이 안 됐지만 체형이 같더라고요.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강현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네 말은... 신인아가 두 사건에 다 연관되어 있다는 거야?”그 말투는 너무도 조용하고 담담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 무서웠다.우지원은 속으로 혀를 끌끌 차며 큰일 났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아, 아니요, 대표님. 그런 뜻은 절대 아닙니다!”그는 급히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제 말은요, 그 사람이 신인아 씨 주변을 맴돈 거 보면... 혹시 신인아 씨를 노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어서요.”강현우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잠시 생각에 잠겼던 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계속 윤하경 찾는 데 집중해.”“대표님, 어디 가십니까?”우
Read more

제653화

강현우는 키도 크고 다리도 길었다. 거의 190에 가까운 키는 웬만한 사람에게도 압도감을 주기에 충분했는데 하물며 휠체어에 앉아 있는 신인아에게는 말할 것도 없었다.강현우가 그녀 앞에 서면 신인아의 시선은 그의 허리쯤에 겨우 닿을 뿐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신인아가 저런 표정을 지은 순간 강현우는 이미 다가가서 다정하게 달래줬지만 오늘은 달랐다.강현우는 신인아와 서너 걸음 정도 거리를 둔 채 멈춰 섰고 매서운 눈빛으로 신인아를 똑바로 바라봤다.신인아가 고개를 숙이자 앞머리가 내려와 그녀의 눈을 가렸고 그 어두운 눈빛 속에서 아무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한참을 말없이 서 있던 강현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니야. 누구도 예상 못 한 일이잖아.”담담하게 들리는 목소리였지만 방금 전까지 피운 담배 때문인지 약간 거칠고 쉰 듯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신인아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작게 말했다.“그래도... 제가 오빠한테 부탁해서 하경 언니랑 같이 나가게 해달라고 해서 시작된 일이잖아요... 하경 언니가 사라진 것도 결국은 제 탓인 것 같아서요.”강현우는 짧게 눈썹을 찡그리면서 딱히 동의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그는 곧 긴 다리를 뻗어 소파 쪽으로 향했고 천천히 몸을 기대자 예전의 부드러운 분위기 대신,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예전에는 신인아 앞에서 한 번도 이런 날을 세운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가 보여주는 태도는 분명했다.‘윤하경’이라는 존재가 그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신인아는 심장이 조여오면서 두 손은 자신도 모르게 무릎 위에서 꽉 쥐어졌고 속으로는 후회가 들끓었다. 차라리 그때, 자신이 직접 윤하경을 데려갔다면 굳이 한선아에게 알릴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그러나 아무리 속이 복잡해도, 신인아는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울먹이는 얼굴로 변해 있었다.“오빠가... 저한테 화난 거 알아요. 저 정말 재수 없는 애 맞아요. 가는 곳마다 민폐만 끼치고. 차라리 절 다시 유럽으로 보내세요. 저, 거
Read more

제654화

강현우가 ‘헤븐’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깊은 밤이었다. 그는 한숨도 자지 못한 채 방에 들어가 간단히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잠깐 눈을 붙였다.며칠 만에 겨우 눈을 붙인 잠이었지만 자는 내내 강현우의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지워지지 않았다.얼마나 지났을까, 강현우는 갑자기 벌떡 몸을 일으켰다. 옷도 제대로 챙겨 입지 못한 채, 몸에 수건 하나만 걸치고는 그대로 서재로 달려갔다.마침 문을 두드리려던 우지원은 이 황당한 모습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거 여자애들이 봤으면 또 몰려들었겠는데...’우지원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감탄을 삼켰고 곧바로 서재로 들어간 강현우를 따라 들어가며 물었다.“대표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강현우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모니터를 켜고 영상의 타임라인을 앞뒤로 움직이더니 화면 속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트럭, 찾아.”화면은 백화점 후문 골목 쪽 CCTV였다. 우지원은 모니터를 슬쩍 보며 말했다.“이거 그냥 평범한 트럭인데요...”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현우의 날카로운 눈빛이 그대로 자신에게 향하자, 그는 황급히 말을 바꿨다.“네, 바로 확인하겠습니다.”곧바로 화면을 캡처해 직원들 단톡방에 전송하고 트럭의 정보 조회를 요청했다.강현우는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며 우지원이 머뭇거리자, 강현우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뭔데.”우지원은 콧등을 문질러가며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웨딩드레스 매장에서 전화가 왔는데요, 윤하경 씨가 언제쯤 드레스 사이즈를 재러 올 수 있냐고...”결혼식이 이제 고작 3, 4일밖에 남지 않았고 매장에서는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왔지만 도무지 이 타이밍에 보고를 올릴 용기가 없었다.역시나 말을 꺼내자마자, 강현우 주변의 공기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죄송합니다. 바로 매장에 연락해서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고 하겠습니다.”우지원이 전화기를 꺼내려는 찰나, 강현우가 다시 한번 냉정하게 말했다.“정해진 시간에 웨딩드레스 보내라고 해.
Read more

제655화

‘가족?’한선아의 말에 윤하경은 본능적으로 움찔하며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무슨 뜻이죠?”설마 한선아가 강현우와 자신의 결혼을 진심으로 허락한다는 뜻은 아닐 거라고 윤하경은 마음속에서 곧장 그 생각을 부정했다.한선아가 정말 결혼을 허락할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이런 식으로 자기를 납치해서 가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건 감금이나 다름없었다.하지만 그런 윤하경의 의심스러운 표정을 보고도 한선아는 전혀 화내지 않았고 오히려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너는 모를 거야. 아들이 결혼하는데 엄마랑 한마디 상의도 안 하고. 내가 화 좀 낼 수도 있잖아?”그녀는 말끝을 길게 늘이며 윤하경을 바라봤다.“내가 너를 이렇게 부른 것도, 단지 우리 집 규칙을 알려주려는 거였어. 현우가 너를 좋아하니 나라고 꼭 떼어놓겠다고 고집부릴 필요는 없잖니.”말을 마친 한선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윤하경을 바라보았다.“며칠 지켜보니까, 너도 생각보다 말 잘 듣는 아이더라. 그래서 내가 현우한테 말했어. 너랑 결혼해도 좋다고.”“네?”윤하경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싸늘하기만 했던 한선아가,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태도를 바꿀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아랫배 쪽으로 손을 가져갔고 한선아는 그 미세한 동작을 놓치지 않았다. 한선아는 눈빛이 잠깐 흔들렸지만 곧 다시 평정심을 되찾고는 부드럽게 웃었다.“내가 너한테 거짓말하겠어? 정말 너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했다면 이 며칠 동안 벌써 했겠지.”윤하경은 고개를 숙이며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그녀는 자신을 아주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바보도 아니다. 이렇게 급작스러운 태도 변화에는 반드시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다.윤하경은 고개를 들고 다시 웃으며 말했다.“그럼 사모님 말씀대로라면 오늘부턴 저를 풀어주시겠다는 건가요? 나가도 되는 거죠?”한선아가 그렇게까지 말했다면 더는 자신을 붙잡아둘 이유도 없지 않은가.하지만 한선아는 오히려 여유로운 웃음을 지었다.“그
Read more

제656화

윤하경은 한선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윤하경의 긴 속눈썹이 가볍게 떨릴 때마다, 그 얼굴은 여전히 나약하고 여려 보였지만 눈빛만큼은 단단하게 빛나고 있었고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느껴졌다.한선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런 윤하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끝내 냉소 섞인 웃음을 흘렸다.“좋아. 계속해 봐.”윤하경은 조용히 입술을 눌러 다물었다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사모님. 만약 저희 사이에 ‘협력’이라는 가능성이 있다면요?”한선아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눈빛에 의심을 담아 되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지?”“제가 강씨 가문 며느리가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거 알아요. 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요.”“현우랑 결혼하기 싫다는 거야?”한선아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고 윤하경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길게 내려온 속눈썹 아래로 감춰진 그녀의 눈빛 속엔 복잡한 감정이 숨어 있었다.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게 간단할 수 없다. 그동안 강현우와 함께했던 시간 속에서 분명 감정은 생겼지만 동시에 그는 지나치게 강한 집착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와 결혼하게 된다면 언제 어떤 일로 폭발할지 모를 상황이 반복될 것이 뻔했다.윤하경은 솔직히 겁이 났다. 사랑보다 생존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비겁할지 몰라도, 그게 지금의 진심이었다.“맞아요.”윤하경은 다시 고개를 들고 한선아를 똑바로 바라봤고 눈빛은 흔들림 없이 또렷했다.한선아는 그 눈빛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뚫어지게 바라봤다. 정말 속마음과 같은 말을 하는 건지, 거짓을 꺼낸 건 아닌지 끝까지 지켜보았지만 결국엔 그 단단한 눈빛 외엔 어떤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하, 진짜 의외네.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한선아는 몸을 소파에 기대며 냉소 섞인 웃음을 내뱉었다.“그래서 어떤 방식의 협력인데?”윤하경은 한참을 고민한 듯 침묵하다가, 이내 작게 숨을 고르고 말을 꺼냈다.“제가 원하는 건 단순해요. 사모님도 저를 집으로 들이고 싶지 않으시잖아요. 저도 원하지 않아요. 하지만 조
Read more

제657화

“좋아, 그럼 이따가 현우한테 전화해서 네가 내 쪽에 있다고 말할게. 그다음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알지?”한선아가 의미심장하게 묻자, 윤하경은 잠시 고민하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강현우는 우지원의 연락을 기다리며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전화를 받은 순간, 그의 목소리엔 피곤함이 그대로 묻어났다.“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얘 좀 봐. 이게 몇 날 며칠인데 한 번을 집에 안 와? 네 엄만 안 보고 싶냐?”한선아는 들으라는 듯 콧소리를 섞어 핀잔을 줬다.“요즘 시간이 없어서요.”강현우는 냉랭하게 받아쳤다.“바쁘긴 뭐가 바빠. 사람 찾느라 정신없는 거겠지.”강현우는 순간 눈썹을 살짝 찌푸렸고 막 입을 떼려는 찰나, 한선아의 말이 이어졌다.“그만 찾아도 돼. 네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애, 내 쪽에 있어.”강현우는 이를 악물 듯 어금니를 살짝 깨물었다.“무슨 뜻이에요?”“말 그대로야. 얼른 와. 윤하경, 지금 너 기다리고 있어.”그러고는 말 끝나기가 무섭게 전화를 끊어버렸다.강현우는 화면이 꺼진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깊은 눈빛으로 무언가를 곱씹듯 응시했다.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고 이내 의자에 걸쳐둔 재킷을 움켜쥐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집을 나섰다.그가 저택에 도착했을 땐 이미 늦은 밤이었다. 정원에 도착하자, 마침 한선아가 마당에서 차를 마시며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하경이는 어딨어요?”강현우는 다가오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눈빛은 싸늘했고 감정은 하나도 섞이지 않은 말투였다.“엄마 보자마자 얼굴 한 번 보고 인사도 없이 그게 할 소리니?”한선아가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지만 표정만큼은 어딘가 흥이 나 보였다.“이 집사, 윤하경 데려와.”한선아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도련님이 아주 성이 났네요.”이 집사가 자리를 뜨자, 한선아는 강현우의 손을 잡아 억지로 자리에 앉혔다.“앉아서 차 한 잔 마셔. 뭐 그렇게 급하게 굴어.”하지만 강현우의 시선은 아예 집 쪽을 향해 고정돼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Read more

제658화

두 사람의 뒷모습은 나름 잘 어울려 보였지만 한선아는 그 모습이 몹시 눈에 거슬렸다.강현우와 윤하경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 있던 한선아는 끝내 참지 못하고 차탁 위에 놓인 찻잔들을 손으로 쓸어내렸다.그러자 도자기가 바닥에 부딪히며 깨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이 집사가 깜짝 놀라 달려오며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사모님, 혹시 데이신 거 아니세요?”한선아는 가볍게 손을 뿌리치고 의자에 앉아 냉소를 터뜨렸다.“봤지? 내가 그렇게 공들여 키운 아들이라는 애가, 겨우 여자 하나 때문에 자기 엄마한테 저런 태도를 보이네.”이 집사는 조심스럽게 입술을 다물었다가, 한선아를 달래듯 부드럽게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도련님은 지금 잠시 윤하경한테 눈이 먼 거예요. 조금만 지나면 사모님 마음도 이해하실 거예요.”이야기하면서 이 집사는 하인들을 불러 방 안의 어질러진 잔해들을 치우게 했다.한선아는 그 말에 시큰한 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래도 윤하경이 제법 눈치는 있더라. 이 집안에 들어오기 쉽지 않다는 걸 안 거겠지.”그러고는 문득 입을 닫고 말끝을 흐렸지만 이 집사는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아챘다.이 집사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그저 어린애일 뿐이잖아요. 아무리 도련님이 지금은 아껴주신다 해도 잠깐이에요.”“사모님께서야 말로 이 집의 안주인이신데 그런 아이가 감히 어찌 따라오겠어요. 상대가 안 되죠.”그 말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한선아의 굳었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옷 좀 갈아입자. 바람이나 쐬러 나가서 차 한 잔 마셔야겠어.”...차 안.며칠 만에 다시 마주한 강현우는 윤하경이 보기에도 꽤 지쳐 보였다.겉모습은 여전히 완벽한 그였지만 눈가에 남은 피로는 숨기지 못했다.그렇게 정력적이고 항상 빈틈없던 그에게서 이런 모습이 드러나다니... 윤하경은 왠지 마음 한쪽이 찌릿했다.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강현우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자신을 바라
Read more

제659화

“자자.”오늘 강현우가 말한 ‘자자’는 진짜 잠을 자자는 뜻이었다. 그가 얼마만큼 제대로 쉬지 못했는지, 윤하경도 짐작 할 수 있었다.강현우는 그녀를 끌어안은 채 침대에 누웠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하경의 귀에 고르고 부드러운 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윤하경을 품에 안은 채, 큰 손은 조심스럽고 단단하게 그녀의 아랫배 위에 올려져 있었다.윤하경은 미동도 하지 못한 채 조용히 누워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살며시 몸을 돌려 강현우와 마주 보았다.방금 샤워를 마친 그의 몸에선 은은한 향이 풍겼고 윤하경은 그 향이 꽤 마음에 들었다. 강현우는 눈을 꼭 감은 채 자고 있었지만 미간에는 어딘가 고민이 느껴지는 주름이 남아 있었고 마음속에 뭔가 걸리는 게 있는 듯했다.만약 그녀의 계획대로 된다면 앞으로 며칠이 강현우와 함께 보내는 마지막 시간이 될 테니 윤하경은 괜히 마음이 뒤숭숭했다.얼굴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아 몸을 틀려는 순간, 강현우가 갑자기 눈을 떴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생각해?”그의 눈빛은 늘 날카로웠다. 막 눈을 뜬 상황인데도, 마치 그녀의 마음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윤하경은 괜히 찔린 마음에 고개를 살짝 돌리며 억지웃음을 지었다.“당신 생각하고 있었어요.”그가 의심할까 봐, 그녀는 일부러 그의 품에 얼굴을 비비듯 안겼다. 강현우는 방금 샤워를 마친 탓에 얇은 반팔 홈웨어만 입고 있었고 옷 너머로 느껴지는 그의 단단한 몸이 전해졌고 생각보다 손에 닿는 감촉이 좋았다.윤하경은 마치 고양이처럼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비볐다.강현우는 코웃음을 치듯 웃었다.“그래? 아까는 전혀 그런 거 같지 않았는데.”입꼬리에 걸린 미소에는 비꼬는 기운이 느껴졌다.윤하경은 단박에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챘다. 아까 시가에서 그녀가 먼저 다가가지 않았던 일을 말하는 거겠지.그녀는 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적당히 둘러댔다.“현우 씨 어머님 앞에서는 좀 점잖아 보이고 싶었어요.”강현우가 한쪽 눈
Read more

제660화

윤하경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묻자 강현우는 앞에 있던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왜, 그렇게 놀랄 일이야?”잠시 후 정신을 차린 윤하경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요. 그냥... 바로 이해가 안 돼서요.”그 말인즉슨, 앞으로 며칠 동안 강현우는 어디 가지도 않고 계속 집에 있다는 뜻이었다. 결혼식 날까지 계속 이 집에서 그와 함께 지낸다는 말 아닌가?이 생각이 들자 윤하경은 갑자기 식은땀이 났다.강현우는 그녀의 눈빛이 자꾸 흔들리는 걸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곧장 윤하경 앞까지 다가왔다.그는 원래 키가 크고 기세도 강한 사람이라,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압박감이 컸다. 하물며 이렇게 바로 앞까지 다가와, 눈빛을 거침없이 쏟아붓는다면 마치 마음속까지 꿰뚫어 볼 듯한 느낌이었다.“내가 보기에는... 별로 안 기뻐 보이는데?”강현우의 낮고 거친 목소리가 위에서부터 내려왔고 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럴 리가요.”강현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윤하경은 그가 믿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묵직한 분위기는 여전했다.다행히도 그때, 하인 한 명이 다가와 말했다.“대표님, 하경 씨.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윤하경은 구세주라도 나타난 듯 바로 식당 쪽으로 향했다.“오늘은 뭐예요?”준비된 식탁에는 여러 가지 반찬들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고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윤하경은 일부러 강현우의 표정을 보지 않고 빠르게 식사를 마쳤다.식사를 마친 후, 강현우가 말했다.“올라가서 옷 갈아입어.”“네?”윤하경은 놀라며 고개를 돌려 그를 봤다.“어디 가요?”“가 보면 알아.”그가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듯 보여 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었다. 거울 앞에서 단정하게 옷을 챙겨 입고 서 있던 그녀는 눈빛이 잠시 흔들리며 혼잣말을 했다.“윤하경, 딱 이틀이야. 강현우와 함께할 마지막 시간. 그래, 마지막이라 생각하자. 조금은 좋은 기억도 남
Read more
PREV
1
...
6465666768
...
147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