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담벼락으로 둘러싸인 어두운 정원에서 남자 시종들이 횃불을 들고 방금 끌고 온 안란심을 겹겹이 에워쌌다. 그들의 정중앙에서 한 사내가 안란심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폭력을 휘두르고 있었다.“미천한 것, 내 첩으로 들어왔으면 영광으로 알고 얌전히 살았어야지. 아직도 네가 무슨 귀족 아가씨인 줄 알아?”“미천한 서녀 주제에 어디 내 앞에서 건방을 떨어? 네 아비가 얼마를 받고 널 팔았는지는 알아?”살이 뒤룩뒤룩 찐 사내는 두터운 손바닥으로 안란심의 이마를 치며 악에 받쳐 말했다.“만 냥이야! 중서령 가문의 서녀를 만 냥에 팔아 넘겼다고. 네 아비가 가진 권력이 아니었으면 너 따위가 만 냥 값을 한다고 생각해? 차라리 그 돈이면 기루의 간판을 사고 말지!”안란심은 이를 악물고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돼지처럼 우람진 몸집의 사내를 노려보았다.하지만 곧이어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그렇게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왜 굳이 저를 곁에 두시려는 겁니까? 돈이 아까우면 차라리 아버지한테 가서 만 냥을 돌려받으세요. 차라리 그 돈으로 적녀인 제 언니를 들이시던가요.”“나야 그러고 싶지. 하지만 적녀는 적녀고 서녀는 서녀야. 네 언니야말로 진정한 귀족 아가씨고 나 같은 건 감히 넘볼 수 없는 분이지.”비록 말은 그렇게 해도 방현덕의 눈은 음란하게 빛나고 있었다.다만 신분에 귀천이 있어 감히 얘기를 못 꺼냈을 뿐이다.하지만 서녀인 안란심은 달랐다.비록 중서령이 나서서 혼사를 주선한 것은 아니나, 중서령 부인의 뜻이었다.중서령이 부인 눈치를 보고 사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서녀를 사서 중서령 가문과 연줄을 맺는다면 밑지는 장사는 절대 아니었다.그런데 안란심이 신혼밤에 죽기 살기로 반항할 줄은 몰랐다.게다가 도망까지 시도하니 방현덕은 참을 수 없는 부아가 치밀었다.“미천한 년, 네게 마지막 기회를 주지. 얌전히 내 시중을 들면 목숨은 살려주마. 내가….”“퉤!”안란심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피 묻은 침을 그의 얼굴에 뱉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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