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나현은 지금 겁에 질린 상태였다. 특히 반하준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하며 그녀가 다치는 걸 원치 않아서 달려왔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누굴 바보로 아나!’반하준이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니 갈 곳을 잃고 목숨만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에 강민아 곁으로 숨은 것이었다.“하, 하준 씨, 내 배 속에 있는 아이를 지우려는 건 아니지?”이제 막 병원에서 도망쳐 나온 강나현은 아직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반하준은 자신의 아이조차 직접 없애버릴 수 있는 남자였다. 그녀와 반하준과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고 20년이 넘도록 우정을 나눴지만 반하준은 단번에 부정해 버렸다.한 시간 전 강나현은 하마터면 수술대에 오를 뻔했다. 그런데 지금은 강민아 앞에서 그녀의 아이를 걱정한다고 말했다.이건 그저 강민아를 속이기 위한 말이었다.“강나현, 이리 와.”반하준의 말에 강나현은 흠칫 몸을 떨었다. 날카롭고 차가운 얼음이 땅에서 솟아나 그녀의 발바닥을 쿡 찌르는 듯했다.그녀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강민아 뒤에 숨어 계속해서 반하준에게 조건을 제시했다.“정말 이 아이를 책임질 거야?”남자의 눈에 싸늘한 살기가 담겼다. 그는 우물쭈물하며 거듭 질문만 하는 강나현이 못마땅했다.“올 거야, 말 거야!”강나현이 소리쳤다.“먼저 약속해, 절대 배 속의 아이를 해치지 않겠다고! 지, 지금 당장 SNS에 나랑 결혼할 거라고 게시물 올려.”남자의 눈빛은 날카로운 가시 같았다.“주제넘게 굴지 마.”강민아는 강나현이 반하준을 두려워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코너에 몰리지 않았다면 강나현이 그녀를 찾아올 일도 없었을 거다.강민아가 말했다.“강나현, 네가 먼저 SNS에 반하준 아이 임신했다고 올려. 네가 올리면 반 대표님도 곧 뒤따라 올리겠지.”강민아의 눈동자에 흥미로운 미소가 번지며 고개를 돌려 강나현을 바라보았다.“넌 줄곧 반하준이랑 만나고 싶어 했잖아. 이제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게 됐는데 왜 계속 내 뒤에 숨어 있어?”강나현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반하준 앞에서 한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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