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전 남편과 이혼한 지 어언 1년, 뜸했던 단톡방에서 뜬금없이 나를 태그한 반하준. [냉전도 이만하면 됐으니까 그만 돌아와. 다시 시작하자.] 나는 쌀쌀맞게 답장했다. [지금 제정신이야?] 눈치 빠른 사람들이 냉큼 분위기를 파악하고 화해를 종용했다. 반하준이 참지 못하고 또 물었다. [내가 없는 동안 뭘 하고 지냈어?] 나는 아기를 토닥이는 다정한 남편을 슬쩍 보고는 답장을 보냈다. [산후조리 중.] 시끌벅적하던 단톡방이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 반하준이 108통의 전화를 걸어왔지만, 나는 싸늘하게 외면했다. 한때 그를 목숨처럼 사랑했던 여자는 이제 그의 곁에 없었다.
view more비서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대표님, 경찰 쪽 진행 상황은 계속 주시하고 있습니다. 수색대가 밤새 산을 뒤졌지만, 반현민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경찰은?”심은호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그의 말에 비서가 대답했다.“배신한 운전기사가 강나현과의 공모 관계는 전부 털어놓았지만, 화물차에서 반현민을 빼돌려 데려간 사람은 본인이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습니다.”심은호는 차에 앉아 가볍게 핸들을 두드렸다.“배후에 다른 지시자가 있다고 했나?”“없다고 합니다. 저희는 지금 반현민을 진짜로 데려간 사람을 추적 중입니다.”비서가 대답을 기다렸으나 수화기 너머로는 한동안 정적만이 흘렀다.“대표님?”그제야 심은호가 입을 열었다.“최근 한 달간의 해외 송금 내역을 조직적으로 조사해. 7~9자리 금액, 특히 익명 자금이 암호화폐 지갑으로 흘러 들어간 건을 집중적으로 파헤쳐.”수화기 너머의 비서가 당황하며 다급히 말렸다.“대... 대표님, 그건 데이터가 너무 방대합니다만...”심은호는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어두운 차 안, 그의 옆얼굴은 조각처럼 입체적이었다. 미간에 서린 서늘한 기운은 마치 한겨울 호수 위를 덮은 얼음 같아 겉으론 고요해 보여도 그 아래로는 거센 격류가 흐르고 있었다.“24시간 쉬지 말고 조사해. 100명이 부족하면 1,000명이라도 동원해.”비서는 더 묻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으나 결국 해서는 안 될 질문임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심은호는 입꼬리가 차갑게 비틀렸다. 그는 비서가 무엇을 묻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었다.친아들도 아닌 반현민을 찾기 위해 정작 반씨 가문조차 쓰지 않은 막대한 인력과 물력을 쏟아붓고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 아이를 찾지 못하는 한, 강민아는 앞으로 단 하룻밤도 편히 잠들지 못할 터였다.심은호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그 안에는 일말의 의심도 허용치 않는 확고함이 서려 있었다.“뒤에서 어부지리를 노리는 자가 단 한 번으로 만족할 리 없어. 반드시 다시 꼬리를 드러낼 거다!”“아
반우정은 강민아의 다리에 기대어 엎드린 채,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엄마의 옷자락을 꼭 쥔 채 고르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마치 밤새 겪은 놀라움과 걱정을 모두 꿈속에서 부드럽게 흘려보내는 듯했다.심은호는 떠나지 않았다.그는 욕실에서 더운물을 조심스레 대야에 받아와 온도를 가늠해 본 뒤, 협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바닥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잠든 강민아의 얼굴을 따뜻한 수건으로 부드럽게 닦아주기 시작했다.따뜻한 수건이 얼굴에 닿자 그녀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으나, 다행히 잠에서 깨지는 않았다.심은호의 손길은 마치 쉽게 깨져버릴 유리잔이라도 다루듯 한없이 조심스러웠다. 물수건이 그녀의 이마를 따라 부드럽게 훑고 지나가자, 밤바람이 남기고 간 서늘한 한기가 서서히 녹아내렸다.아늑한 주황빛 조명이 그의 옆얼굴에 내려앉자 본래도 입체감 있던 얼굴선이 한층 더 깊고 그윽하게 살아났다.우뚝 솟은 눈썹뼈 아래로 깊게 자리한 눈매와 그 밑으로 짙게 드리운 속눈썹 그림자는 마치 가냘픈 나비가 날갯짓하듯 아련하게 아른거렸고 곧게 뻗은 콧대 아래 굳게 다문 얇고 매력적인 입술선에는 절제된 다정함과 지극한 정성이 고스란히 서려 있었으며 날렵한 턱선과 길게 뻗은 목덜미를 지나 살짝 흐트러진 셔츠 깃 사이로 살며시 드러난 쇄골 라인은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밤을 지새워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그의 모습은 오히려 그 피로함 덕분에 더욱 아련하고도 위태로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그는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보물을 다루듯 아주 느리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강민아의 외투를 벗겨내었다.그러고는 잠시 망설이던 끝에 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녀의 양말까지 부드럽게 벗겨내 주었다.은은한 조명 아래로 드러난 가녀린 발목과 창백하리만치 하얀 피부를 마주한 순간 그의 손끝이 찰나간 굳어버렸고 이내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반우정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들어 심은호가 안아 들어 올릴 때도 깨지 않았다.침대에 아이를 부드럽게 눕힌 그는 아이의 얼굴을 닦아주고 외투와 양말을 벗긴
강민아는 반우정을 품에 꼭 끌어안고 딸의 머리 위에 턱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제 탓에 이 어린것이 감당해야 했을 숱한 일들을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졌다.문득 반씨 저택에 나타났던 반우정의 모습이 떠올라 강민아는 차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엄마 말 들어봐. 우리 정이는 그렇게 애써서 강해지지 않아도 돼.”강민아가 입을 열자 반우정은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물었다.“그 말은 여자애는 여자애다워야 한다는 뜻인가요?”강민아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넌 엄마 딸이니까...”그녀는 반우정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속삭였다.“넌 아직 아기 새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가 이 날개 품에 너를 꼭 안아 지켜줄 거야.”“엄마도 모든 일에 다 강해질 필요는 없어요.”반우정의 말에 강민아는 멍해졌다.아이는 멈추지 않고 조곤조곤 말을 이었다.“엄마라고 해서 매번 나서서 내 앞을 막아줄 필요는 없다고요.”반우정은 앳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흔들림 없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내가 지금 몇 살이든 난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어린이가 될 거예요. 난 원래 그런 아이니까요!”강민아의 눈동자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앞 좌석에서 묵묵히 운전대를 잡고 있던 심은호의 눈빛에서도 따스한 온기가 일렁이고 있었다....차가 강민아의 아파트 건물 앞에 멈춰 섰다.차에서 내린 심은호는 뒷좌석 문을 열고 반우정을 안아 올리려 했지만 강민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직접 카시트에서 딸을 안아 들었다. 반우정은 엄마의 목을 꼭 끌어안은 채, 앳된 얼굴을 엄마의 어깨 사이에 묻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위까지 바래다줄게요.”심은호의 말에 강민아는 거절하지 않았다.엘리베이터가 위로 움직이며 숫자가 하나씩 깜빡였다. 세 사람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고 폭풍전야와도 같은 고요함이 좁은 공간을 짓누르듯 가라앉아 있었다.현관 앞에 이르자 강민아는 아이를 안은 채 한 손을 빼내어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렀다.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선
반하준은 육성민이 갑자기 눈앞으로 들이민 휴대폰 화면 때문에 눈이 부셔 미간을 찌푸렸다.인상을 찌푸린 채 내려다보니 라이브 방송의 채팅창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반하준은 콩밥 좀 먹어야 해!][반하준이 들어가서 정신 차리게 해야지.][반하준보다 심은호가 훨씬 괜찮네.][다들 너무한 거 아님? 하하하.]조롱과 비난이 폭주하는 채팅창 위로 화면 중앙에는 심은호가 몸을 돌려 강민아의 외투를 여며주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밤바람 속에서 살짝 숙인 심은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강민아의 어깨를 매만지는 그 손길만큼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정했다.강민아는 그 손길을 밀어내지 않고 조용히 서서 어둠이 짙게 깔린 숲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언뜻 보기에도 두 사람 사이를 감싼 기류는 너무나도 친밀하고 자연스러워, 마치 서로를 이미 마음 깊숙이 받아들인 연인처럼 보였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반하준의 안색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졌다. 쏟아지는 조롱 섞인 댓글 때문이 아니었다. 그를 분노케 한 것은 오직 심은호의 손끝이었다. 강민아의 어깨 위에 머무르며 외투 옷깃을 부드럽게 감싸 쥔 저 다정한 손. 원래라면 강민아를 감싸 안았어야 할 저 자리는, 온전히 제 몫이어야 했다....결국 강민아는 거듭된 권유에 못 이겨 차 안으로 발길을 돌렸다.그녀의 팔을 잡아 이끈 것은 심은호였다. 억세지 않은 아귀힘이었으나, 거부할 수 없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여기 서 있는다고 해결될 일 아니에요. 일단 차에 들어가서 눈 좀 붙여요. 새로운 소식이 들리는 즉시 바로 알려줄 테니까.”밤을 꼬박 지새운 탓인지, 그의 목소리는 낮게 갈라져 있었다.강민아는 더는 고집을 피우지 않았다.그녀 역시 한계에 다다른 터였다. 다리에 천근만근 납덩이라도 매단 것처럼 한 걸음 한 걸음이 제 발이 아닌 듯 무거웠다.심은호가 얹어준 외투를 온몸으로 감싸 안으며, 강민아는 조용히 차에 올랐다.뒷좌석 카시트에는 작은 담요를 덮은 반우정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자고 있었다.
“심 대표님, 우강 그룹 인수를 축하드립니다.”“우강 그룹을 인수했다는 건 강 부사장과 좋은 소식이 있다는 뜻인가요?”심은호와 강민아가 교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경 전체가 술렁였다.재계 인사들이 이곳에 참석한 것도 직접 현장에서 소식을 전해 듣기 위해서였다.심은호가 한 손을 양복바지 주머니에 넣자 양복에 주름이 잡혔다.“앞으로 민아 씨와 저에게 좋은 소식이 생기면 가장 먼저 여러분께 알려드리죠.”참석한 사업가들은 심은호와 강민아가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채며 두 사람이 정말 사랑하는 사이라고 생각했다.“잘됐네
“내일부터 정식으로 대시해도 돼요? 언젠간 당당하게 민아 씨 사람이 되고 싶어요.”어둠이 강민아의 표정을 가렸고, 두 사람의 거리는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워졌다.강민아가 고개를 들어보니 어둠 속에서 밝게 타오르는 심은호의 눈동자가 보였다.심은호는 강민아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싫다는 건가?’그녀의 머리 옆에서 지탱하던 손이 조금씩 움츠러들었다.그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밝은 빛이 튀어나와 강민아의 얼굴과 심은호의 시야를 환하게 비췄다.그리고 남자는 벽에 기대어 있던 강민아
친한 사람들과 말을 주고받으며 귓속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경 모두가 강나현이 반 대표 좋아하는 걸 다 알고 있는데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제대로 손을 쓰려고 했네. 반 대표가 체면 때문에 떠들지 않고 그냥 넘어갈 거라 생각했겠지. 반 대표가 이렇게 고집스러운 사람인 것도 모르고.”누군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경멸하듯 말했다.“강나현도 참 멍청해. 반 대표가 마음이 있었으면 강나현 언니가 반씨 가문 사모님이 됐겠냐고.”강민아는 우강 그룹 직원 몇 명에게 지시했다.“나현이 아래층으로 데려가요. 지금쯤 구급차가 왔을
눈을 크게 뜬 강나현은 반하준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렸지만 여전히 어리둥절한 채 물었다.“하준 씨가 왜 여기 있어?”반하준은 굳어진 얼굴로 침착하려고 애쓰며 조목조목 분석했다.“강민아 비서는 강민아가 따로 만나고 싶어 한다며 나보고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어.”강나현이 등 뒤로 향한 그의 손을 보았다.“하준 씨 손은... 왜 수갑이 채워져 있어? 강민아가 그러라고 시켰어?”반하준의 얼굴이 검게 탄 냄비처럼 어둡게 변했다. 짜증이 난 그는 멍청한 자신을 욕할 수밖에 없었다.대체 어쩌다 강민아가 그런 걸 즐긴다고 생각했는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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