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전 남편과 이혼한 지 어언 1년, 뜸했던 단톡방에서 뜬금없이 나를 태그한 반하준. [냉전도 이만하면 됐으니까 그만 돌아와. 다시 시작하자.] 나는 쌀쌀맞게 답장했다. [지금 제정신이야?] 눈치 빠른 사람들이 냉큼 분위기를 파악하고 화해를 종용했다. 반하준이 참지 못하고 또 물었다. [내가 없는 동안 뭘 하고 지냈어?] 나는 아기를 토닥이는 다정한 남편을 슬쩍 보고는 답장을 보냈다. [산후조리 중.] 시끌벅적하던 단톡방이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 반하준이 108통의 전화를 걸어왔지만, 나는 싸늘하게 외면했다. 한때 그를 목숨처럼 사랑했던 여자는 이제 그의 곁에 없었다.
view more처음에 그의 눈빛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그러나 자신이 갇혀 있는 비좁은 공간과 구석에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자신을 바라보는 두 아이를 발견한 순간, 동공이 바늘구멍만 하게 수축했다.남자는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하지만 두 손이 묶여 있어 균형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쿵 하고 나동그라졌다.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정이와 반석현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의 얼굴 근육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충격과 황당함, 그리고 모든 게 끝장났다는 절망감이 뒤섞인 표정이었다.“너희...”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목구멍에서 떨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너희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그때 화물칸이 갑자기 크게 흔들렸다. 정이가 포탄처럼 튀어 나갔다.아직 어린아이였지만, 강민아를 닮아 체격이 다부진 편이었다. 평소 엄마를 따라 요가도 하고 여기저기 뛰어놀며 자란 덕분에 작은 몸에는 힘이 넘쳐흘렀다.게다가 지금은 아드레날린까지 솟구치는 상황이었다.정이는 그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라 방금 정신을 차린 남자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대로 남자의 허리 위에 거칠게 내려앉았다.“으윽!”두 손이 묶인 남자는 제대로 저항할 수도 없었다.마치 작은 산 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았다. 간신히 일으켰던 상체가 다시 쾅 소리를 내며 철판 바닥에 처박혔다.차갑고 더러운 화물칸 바닥에 얼굴이 짓눌리자 코끝으로 지독한 쇠 냄새가 밀려들었다.정이는 두 다리를 벌려 말을 타듯 남자의 등 위에 올라탔다.그녀는 작은 두 손으로 남자의 뒷덜미를 있는 힘껏 움켜쥐고 머리를 바닥에 짓눌렀다.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관자놀이에는 핏줄까지 불거졌다. 정이는 이를 악물고는 낮고 매서운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움직이지 마. 이 나쁜 사람아. 또 움직이면 때릴 거야.”남자는 놀라움과 분노에 휩싸여, 굴욕감에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40여 년을 살아온 그가 고작 다섯 살짜리 꼬맹이에게 깔려 꼼짝도 못 하는 신세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것도 이렇게 볼썽사나운 꼴로 말이다.
달리던 차가 갑자기 덜컥 멈춰 섰다. 타이어가 바닥을 긁으며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마찰음을 냈다.관성에 밀린 정이와 반석현은 뒤쪽 철제 벽에 세게 부딪혔다.반석현이 낮게 신음하자, 정이는 다급히 반석현을 끌어안고 그의 머리를 제 어깨에 파묻었다. 벽에 머리를 부딪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두 사람이 미처 자세를 바로잡기도 전에 엔진이 꺼졌다.세상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차 밖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바람 소리와 이름 모를 벌레 울음소리만 남았다.‘벌써 도착한 거야?’두 사람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서로를 바라봤다.끼익.짐칸 뒷문의 잠금장치가 풀리더니, 눈부신 햇빛 한 줄기가 칼날처럼 안으로 파고들었다.정이는 눈이 부셔 가늘게 뜬 채 방수포 틈으로 밖을 내다봤다.운전석 쪽에서 회색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남자는 다른 사람 하나를 등에 업고 있었다. 그는 등에 업힌 사람을 거칠게 짐칸 안으로 내던졌다.쿵!정신을 잃은 남자가 짐칸 안으로 굴러떨어지며 이마를 바닥에 부딪쳤다.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정이는 놀라 온몸을 움찔했다. 반석현은 재빨리 정이의 입을 틀어막았다. 두 사람은 숨조차 멈춘 채 꼼짝하지 않았다.운전자는 문밖에 서 있었다. 역광 때문에 표정은 보이지 않았고, 그저 주머니에서 플라스틱 케이블 타이를 꺼내 짐칸에 쓰러진 남자의 두 팔을 등 뒤로 꺾어 단단히 묶는 모습만 보였다.그러고는 발로 남자를 걷어차 짐칸 안쪽으로 밀어 넣은 뒤, 문을 거칠게 닫았다.찰칵.잠금장치가 걸리는 소리가 짧고 선명하게 울렸다.다음 순간 엔진이 다시 요란하게 울부짖었다. 차체가 크게 한 번 떨리더니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는 자갈길을 짓밟으며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어둠이 다시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짐칸 안에 건장한 성인 남자 한 명이 더 늘어나자, 공기마저 한층 답답해진 듯했다.기름 냄새와 곰팡내가 뒤섞인 공기 사이로 희미한 피비린내까지 스며들었다.정이와 반석현은 방수포 아래에서 몸을 굳힌 채 서로
눈이 부실 만큼 강한 손전등 불빛이 차 안으로 훑고 들어와 종이상자와 방수포 위를 거칠게 비췄다.정이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작은 얼굴을 반석현의 어깨에 파묻었다. 두 손으로 그의 옷자락을 꽉 움켜쥔 탓에 손톱이 옷감 속으로 파고들 지경이었다.그녀는 반석현의 몸도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긴장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반석현은 한 손으로 정이의 뒤통수를 감싸 보호하고, 다른 손으로는 방수포 아래에서 태블릿을 꽉 쥐고 있었다.‘절대 들켜서는 안 돼.’“젠장, 냄새 한번 지독하네.”한 남자가 코를 막으며 투덜거렸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얼른 차부터 처리해. 괜히 시간 끌었다가 문제 생기면 골치 아파.”먼저 입을 열었던 남자가 계속 중얼거렸다.“젠장, 돈 많은 놈들은 진짜 아까운 줄도 모른다니까. 이 차, 헐값에 팔아도 몇백만은 받을 텐데. 그냥 폐차시키라니. 내 생각엔 차라리...”그러자 다른 남자가 버럭 소리쳤다.“야, 됐어. 시키는 대로만 해. 괜히 일을 더 키우지 말고. 이번에 제대로 한 건 했으니, 빨리 차 처리하고 빠져나가야지.”두 남자는 앞으로 자신들의 안전을 생각해서라도 더는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쾅!차 문이 거칠게 닫혔다.곧이어 금속 잠금장치가 돌아가는 철컥 소리가 들렸다.순식간에 짙은 먹물 같은 어둠이 차 안을 완전히 집어삼켰다.정이는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반석현이 곧바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따뜻한 손바닥에는 긴장으로 맺힌 땀이 살짝 배어 있었다.반석현은 정이의 귓가에서 아주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숨결로 소식을 전했다.‘소리 내지 마.’곧 엔진이 거친 듯한 굉음을 토해 냈다. 곧 차체가 크게 한번 흔들리더니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타이어가 깨진 유리 조각과 자갈을 밟고 지나가며 귀에 거슬리는 바드득 소리를 냈다.차체는 폭풍우 속을 헤쳐 가는 작은 배처럼 격렬하게 요동쳤다.정이와 반석현은 이리저리 휘청거렸다.정이는 얼른 다리에 힘을 주고 자세를 낮춘 채 반석현을 끌어안았다. 그가 뾰족한 상자 모
정이와 반석현은 철문 틈새로 몸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갔다.공장 안에는 코를 찌르는 화학약품 냄새가 남아 있었고, 녹슨 쇠 냄새와 퀴퀴한 곰팡이 냄새까지 뒤섞여 있었다.바닥에는 깨진 유리병과 찌그러진 화학약품 통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누렇게 말라붙은 잡초가 갈라진 시멘트 틈을 비집고 무성하게 자라나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발목을 긁힐 것 같았다.반석현은 쪼그려 앉아 태블릿으로 바닥을 찍었다.“뭐 찾았어?”정이가 다가왔다.반석현은 바닥에 나란히 찍힌 두 줄의 타이어 자국을 가리켰다.흔적은 아주 선명했다.가장자리도 또렷했고 빗물에 씻긴 흔적도 없었다.게다가 타이어 무늬 사이의 간격까지.반석현은 태블릿에서 미리 저장해 둔 사건 관련 화물차 사진을 불러냈다.사진과 자국을 비교한 그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민이를 납치한 그 차야.]정이가 목소리를 낮춘 채 다급히 속삭였다.두 줄로 길게 이어진 타이어 자국은 흉터처럼 망가진 바닥을 가르며 공장 깊숙한 곳으로 이어져 있었다.정이와 반석현은 벽에 바짝 붙어 이동했다.본관 뒤편에 산더미처럼 쌓인 폐파이프 더미를 돌아간 끝에, 반쯤 무너진 철제 지붕 아래에서 마침내 목표물을 발견했다.흰색 중형 화물 밴이었다.차량에는 낡은 검은색 방수포가 대충 덮여 있어 뒤쪽 일부만 드러나 있었다.하지만 전에 뉴스에서 경찰이 추격하던 차량과는 달랐다.이 차량의 왼쪽 범퍼에는 새로 생긴 듯한 긁힌 자국이 있었고, 차체에는 바리케이드에서 묻은 것 같은 짙은 붉은색 페인트가 남아 있었다.반석현은 몸을 낮춰 타이어 표면을 손가락으로 훑었다.손끝에 미세한 고무 가루가 묻어났다.그는 태블릿을 들어 화면 속 사진과 꼼꼼히 비교했다.타이어 무늬 간격과 마모 정도까지 시스템에 저장된 두 번째 화물차와 완벽하게 일치했다.틀림없었다.바로 이 차였다!정이의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정이는 최대한 소리를 죽인 채 차 뒤쪽 발판에 올라섰다.그리고 살짝 열려 있는 화물칸 문에 손을 뻗었다.끼이익.금속 경첩이 귀
강민아가 반용화와 눈빛을 주고받은 뒤 전화를 받으니 우경아의 나른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강민아 씨, 양자 테크 담당자가 된 걸 잊었어요? 듣기론 요즘 회사에도 안 왔다던데.”다소 나무라는 듯한 우경아의 어투에 강민아가 대꾸했다.“우 대표님은 바빠서 제가 입원한 걸 모르셨나 봐요.”“오늘 퇴원했다면서요.”우경아의 목소리는 서늘했다.강민아는 그녀가 조바심을 낸다는 걸 알고 이렇게 답했다.“오늘 양자 테크에 갈 거예요.”그녀는 소파 등받이에 기댄 채 여유롭고 한가한 자세로 부드럽게 우경아와 말을 이어갔다.“우 대표님
무대에 있던 강민아도 순간 멈칫했다.반진경은 떨리는 손을 들어 자기 얼굴을 감싸며 눈을 크게 떴다.부은 뺨을 만지자 머리카락보다 가는 수백만 개의 바늘이 혈관을 뚫고 피부를 찢는 것만 같았다.반진경은 그제야 자신이 맞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왜 날 때려요?”반진경이 빽 소리를 지르자 우경아는 그저 웃었다.눈꼬리가 위로 올라가고 풍성한 속눈썹은 눈가에 내려앉은 나비가 날갯짓하듯 펄럭거렸다.“때리는 거로는 부족하지. 머리에 구멍을 뚫어 구정물을 다 내보내야 하니까.”우경아가 키 172에 15센티 하이힐까지 신으니 그녀 앞
강민아는 반진경을 돌아보았다. 그녀가 무슨 꿍꿍이인지 알았기에 둘의 시선이 마주치자 허공에 불꽃이 튀며 타는 냄새가 났다.반씨 가문에서도 반진경은 강민아에게 그다지 친절하게 대하지 않았고, 그땐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 강민아도 의식적으로 반진경을 피했다.그런데 여전히 자신을 저격하는 그녀의 모습에 강민아는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편견이란 게 한번 자리 잡으면 사라지기 어렵고 재벌일수록 원래 외부인을 경멸하는 경향이 강하다.반진경 역시 반하준과 마찬가지로 그녀를 진심으로 경멸했다.강민아가 반씨 가문으로 시집온 순간부터 반진경은
아이는 자신이 한 말이 강민아에게 아픈 가시가 될 거라는 걸 알았다.그래서 일부러 가시 돋친 말로 강민아를 자극했다.말을 마친 민이가 승리자처럼 강민아를 주시하며 그녀가 아프고 고통스러운 기색을 드러내길 기다렸다.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어딜 찔러야 제일 아픈지 잘 알았다.시골에서 태어나 레이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강민아 같은 여자는 반씨 가문 도련님의 엄마가 될 자격이 없었다.“민아, 만약 내가 시범 경기에서 1등 하면?”강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서늘한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민이의 말에 기분이 몹시 불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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