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전 남편과 이혼한 지 어언 1년, 뜸했던 단톡방에서 뜬금없이 나를 태그한 반하준. [냉전도 이만하면 됐으니까 그만 돌아와. 다시 시작하자.] 나는 쌀쌀맞게 답장했다. [지금 제정신이야?] 눈치 빠른 사람들이 냉큼 분위기를 파악하고 화해를 종용했다. 반하준이 참지 못하고 또 물었다. [내가 없는 동안 뭘 하고 지냈어?] 나는 아기를 토닥이는 다정한 남편을 슬쩍 보고는 답장을 보냈다. [산후조리 중.] 시끌벅적하던 단톡방이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 반하준이 108통의 전화를 걸어왔지만, 나는 싸늘하게 외면했다. 한때 그를 목숨처럼 사랑했던 여자는 이제 그의 곁에 없었다.
View More강나현은 정신이 아득해져 그 자리에 멍하니 멈춰 섰다.귓가에 이명이 들려왔고 다시 강민아를 바라보았을 때 그녀의 눈동자는 이미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강나현의 촬영을 돕던 카메라맨은 곧바로 렌즈를 강나현에게 고정했다.라이브 방송 시청자들은 강민아가 강나현을 때리는 모습에 댓글 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격렬하게 반응했다.“강민아! 네가 감히 날 때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얻어맞은 쪽 뺨에 다시 한번 손바닥이 날아와 꽂혔다.강민아는 보기보다 손매가 매서웠고 강나현 역시 강민아의 손아귀 힘이 그렇게 강할 줄은 미처 몰랐다.순간 입안에서 비릿한 피 냄새가 느껴졌고 입을 떼려는 순간 얻어맞은 뺨이 벌에 쏘인 것처럼 욱신거리며 부어올랐다.수천 번 쏘인 듯 촘촘하게 밀려오는 고통에 강나현은 말을 내뱉는 것조차 힘겨워졌다.“너!”입술을 질끈 깨문 강나현의 얼굴은 치밀어 오르는 화에 시뻘겋게 달아올랐다.그녀가 강민아를 향해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심은호가 다가왔다.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마치 수호신처럼 무언의 압박감을 뿜어내며 강나현의 기세를 단숨에 꺾어버렸다.심은호는 물티슈를 꺼내더니 강나현을 때린 강민아의 손을 붙잡고 꼼꼼히 닦아주었다. 마치 강민아가 아주 불결한 것을 만졌다는 듯한 태도였다.굴욕감을 느낀 강나현이 입을 열려 했으나, 심은호의 눈빛과 마주치자 들끓던 화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첫 번째는 민이 엄마로서 때린 거야. 누가 뭐래도 내가 낳은 자식이고 고작 다섯 살밖에 안 된 애니까!”“두 번째는 네 친언니로서 주는 교훈이야.”강민아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그 안에는 거스를 수 없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강나현은 마치 천근만근의 돌덩이가 목을 짓누르는 듯 고개를 들기조차 힘들었다.그녀는 지금의 강민아가 끔찍하게 싫었다. 강씨 가문이 찾아 데려온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시골 촌년 주제에 쉽게 재벌가 생활에 눈 깜짝할 새 적응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제 머리 꼭대기에서 군림하려 드는 꼴이었으니 말이다.“우리 엄마도 나한테
폴리스라인 너머, 강민아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주변을 순식간에 정적 속으로 몰아넣었다.경찰은 잠시 당황한 듯 팀장을 바라보았고 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길을 터주라는 신호를 보냈다.강민아는 선을 넘어 강나현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갔다.심은호는 그 뒤를 쫓는 대신 밖에서 위태로우면서도 단호한 그녀의 뒷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밤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비친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가는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입술을 일자로 굳게 다문 채,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동생 강나현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고개를 든 강나현은 강민아를 마주한 순간 분노와 원망을 쏟아냈다.“강민아, 지금 나 비웃으려고 작정하고 온 거지!”강나현은 바닥을 짚은 손을 꽉 움켜쥐었다.이런 비참한 모습을 하필 강민아에게 들키다니.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강민아였으니 분명 자신이 민이를 구하러 온 걸 보고는 공을 가로채일까 봐 부리나케 달려온 게 틀림없었다.“민이는 어디 있어?”강민아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내가 어떻게 알아!”강나현이 불만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소리쳤다.“애를 납치해놓고 구하는 척 연기를 해? 그게 사람이 할 짓이야!”강민아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높아졌다.“납치 안 했어!”강나현이 격하게 반응하며 일어서려다 복부에 전해지는 통증에 신음하며 이를 악물었다.“누가 날 엿먹이려고 꾸민 일이야! 그 운전기사가 나를 모함한 거라고!”사람들의 시선이 쏠린 이곳에서, 특히 경찰과 강민아 앞에서 죄를 인정할 수는 없었다.“모함?”강민아가 냉소했다.“네가 직접 켠 라이브 방송이었어. 납치범의 자백도 다 들렸고. 계획도, 자금줄도 다 너였잖아. 증거가 명백한데 아직도 추잡하게 변명할 셈이야?”강나현은 강민아를 쏘아보며 악에 받친 듯 소리를 질렀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 너야말로 아들 하나 제대로 못 지켜서 애를 잃어버려 놓고! 네가 그러고도 엄마야?”강나현이 독기 서린 눈으로 고개를 치켜
라이브 방송 채팅창은 그 순간 완전히 폭발해 버렸다.강나현의 계정에는 실시간 시청자 수가 이미 1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애초에 그녀는 이번 용감하게 아이를 구출했다는 라이브로 백만 팔로워를 찍을 생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공개 재판장이 되어버렸다.[미친, 이거 자기가 짜고 친 거였어?][무슨 이런 어이없는 여자가 있어? 여신이라더니 그냥 납치범이었네.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강나현, 너 양심 있어? 반씨 가문 도련님은 고작 다섯 살이 된 아이야. 어떻게 그런 짓을 해.][애로 신분 상승해서 재벌가 들어가려던 거지 뭐. 반씨 가문의 주인이 전 형부라며? 그런데도 그 침대에 올라가려 하다니.][이미 신고함. 녹화도 다 했어. 이런 인간이 엄마라고?][영원히 제재해. 인터넷에 발도 못 붙이게 해야지.]댓글은 파도처럼 밀려들었다.속도가 너무 빨라 제대로 읽히지도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하나였다.분노와 경멸.방송 관리자들은 급히 댓글을 차단하려 했지만 이미 강나현 계정의 권한 자체가 플랫폼에 의해 긴급 정지된 상태였다.조금 전까지 몰려들었던 시청자 수만큼 지금은 똑같은 숫자의 신고가 쏟아지고 있었다....그 시각, 강민아는 심은호의 차 안에 앉아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그녀 역시 강나현의 라이브를 보고 있었다.처음부터 강나현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처음부터 강나현이 미친 게 아닌가 생각하긴 했지만, 납치범들에게 도리어 역공당해 조롱거리가 되는 모습을 보자 절망감이 해일처럼 밀려왔다.차라리 강나현이 정말로 만삭의 몸을 이끌고 아이를 구해내는 영웅이 되길 바랐다.지금처럼 아들 민이의 행방이 여전히 묘연한 것보다는, 그게 훨씬 나았으니까.끼익.심은호가 갓길에 차를 세우자마자 강민아가 문을 박차고 나갔다. 가슴 밑바닥에서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차 문을 꽉 움켜쥔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렸고 입술을 너무 세게 깨문 탓에 비릿한 피 냄새가 입안에 퍼졌다.고속도로 위에는 경찰차의 경광등이 번쩍이며 밤
운전기사가 소리쳤다.“당신이 돈을 주고 날 고용했잖아. 나한테 놀이공원에 가서 반씨 가문 도련님을 데려와 이 트럭에 숨긴 뒤 자기가 구하는 연출로 팔로워를 늘리겠다면서! 반씨 가문의 은인이 되어 순조롭게 뱃속 아이와 함께 반씨 가문에 들어갈 거라고!”진실이 노골적으로 폭로되자 강나현은 머리끝까지 솟구치는 기분이었다.‘내 돈을 받고 이런 식으로 나와?’“무슨 헛소리야!” 강나현은 날카롭게 남자의 말을 끊으며 무의식적으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꺼, 카메라 꺼! 이 사람은 헛소리하고 있어. 양심 없는 납치범 말은 한마디도 믿을 수 없어!”카메라맨은 멍하니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상대 남자는 강나현에게 반응할 틈도 주지 않았다.작업복 안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내 재생 버튼을 누르자 녹음기에서 선명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아이를 트럭에 숨겼다가 내가 사람을 데리고 찾아가면 조금 반항하는 척 나한테 넘겨. 걱정하지 마, 돈은 다 준비됐으니까. 1억 중에 4천만 원을 선불로 주고 일 끝나면 6천만 원 줄게.”강나현의 목소리였다.오만하고 경박하며 우월감에 취해 베푸는 듯한 어투였다.“내가 민이를 구하면 반씨 가문은 나에게 빚진 셈이 되겠지. 내 뱃속에는 반하준의 아이도 있어. 반씨 가문에 시집만 가면 난 서경에서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을 테니 당신이 감옥에 가도 내가 꺼내줄게!”목소리는 계속 흘러나오고 강나현의 얼굴은 종이처럼 하얗게 질렸다.홱 달려들어 녹음기를 빼앗으려고 손을 뻗는 동작이 너무 격렬해서 배가 흔들릴 정도였다.남자는 피하지 않고 강나현이 빼앗아 가도록 내버려두더니 심지어 조롱과 연민, 성공했다는 안도감이 담긴 미소까지 지었다.“빼앗아도 소용없어. 백업한 걸 이미 경찰에게 보냈으니까.”“감히 날 속여?”강나현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손가락이 심하게 떨리며 녹음기가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위로 두 번 튀어 오르다 길가의 풀숲으로 굴러갔다.뒤돌아 카메라를 바라보니 카메라맨이 여전히 찍고 있었다.친구들은
강민아는 민이의 이런 모습을 보고 전혀 동요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어떠한 선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그때 담임 선생님이 손뼉을 치며 모두의 주의를 끌었다.“친구들, 지금부터 ‘가장 예쁜 찹쌀떡'을 뽑을 거예요. 자, 여러분이 손에 들고 있는 꽃 스티커를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찹쌀떡 아래에 붙여 주세요.”어린이집의 부모 자녀 활동은 의미가 가장 중요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찹쌀떡을 많이 먹을 수 없었기에 찹쌀떡을 예쁘게 만드는 게임으로
거부하듯 머리를 저은 반석현은 반용화의 휠체어 팔걸이를 꽉 움켜쥐었다. 어찌나 세게 움켜쥐었는지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그러더니 도움을 청하듯 반용화를 바라보았지만 반용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깊은 눈빛으로 그를 응시할 뿐이었다. 아주 침착하게 재촉하는 기색 하나 없이 말이다.주변에 있던 어떤 아이들은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뜨렸다.“반석현은 상 받으러 갈 용기도 없나 봐.”“반석현은 괴짜야!”자리하고 있는 학부모들도 당연히 반석현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 한 학부모는 함부로 말하는 자기 아이의 입을 급히 막았
강민아는 정이를 데리고 쑥과 다채로운 조롱박으로 장식된 유치원 활동실로 들어섰다. 찹쌀의 은은한 향기가 코를 스치던 중 창가에 서 있는 반용화를 한눈에 알아보았다.그는 오늘 연한 베이지색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훤칠하고 반듯하게 서 있는 모습이 주변의 시끌벅적한 환경과 동떨어져 보였다. 옆에는 반석현이 조용히 서서 전자책 리더기를 손에서 놓지 않은 채 큰 눈망울로 주위를 경계하며 살피고 있었다.“작은할아버지, 석현아!”정이는 들뜬 새처럼 한걸음에 달려갔다.반용화는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시선이 정이를 지나쳐 강민아에게 향했다.
심은호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말없이 봄날에 만개한 꽃처럼 예쁜 눈망울로 강민아를 바라보았다.주변은 조용했고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강민아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던 중 요동치는 자기 심장 박동 소리를 들었다.“배웅해 줄게요.”강민아는 말을 돌려 이만 떠날 것을 권유했다.“그래요.”심은호는 불평 없이 소파에 걸어둔 코트를 집어 들었다.강민아는 현관 쪽으로 걸어가며 슬리퍼를 신고 문을 열었다.심은호가 다가오며 손에 들린 코트를 강민아의 어깨 위로 걸쳐 주었다.향수 냄새 대신 머스크와 달큰한 석류 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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