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설아, 여긴 뭐하러 온 거야?”배서준의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 평소와 달리 그 말투에는 감추지 못한 당황이 실려 있었다.남설아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조용히 회의실 안을 한 바퀴 둘러보며 주주들의 얼굴에 드러난 표정을 하나하나 살폈다.의심, 불만, 그리고 은근한 기대.잠시 후, 그녀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뭐긴요? 예전엔 여러분과도 나름 친분이 있었죠. 지금처럼 회사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제가 한 번쯤 들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잖아요?”“게다가 저번에도 제가 몇 가지 개선안을 드리지 않았나요?”그 말이 떨어지자 배서준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설아 씨, 그 말은 이미 배 대표님에게도 들었습니다.”한 주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그런데 결과는 어땠습니까? 회사는 여전히 이 모양 아닙니까.”“그건 배 대표님의 개혁이 미흡했기 때문입니다.”남설아가 단호하게 받아쳤다.“저는 그보다 더 과감하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어요.”“그런 말, 무슨 근거로 하는 거지?”배서준이 참다못해 물었다.“이걸 보면 알게 될 거예요.”남설아는 그렇게 말하며 서류 한 뭉치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놨다.“여기엔 배건 그룹 내부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제품 품질 문제, 직원 처우 문제 등... 전부 다 주가 하락의 원인이죠.”“남설아,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배서준의 얼굴이 일순 새파래졌다.“너 지금 배건 그룹을 무너뜨리겠다는 거야?”“배건 그룹을 무너뜨린다고요?”남설아는 코웃음을 쳤다.“웃기지 마요. 배건 그룹을 여기까지 몰고 온 게 누구였는지 스스로는 모르겠어요? 나예요, 그저 진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에요.”“너...!”배서준은 분노에 치를 떨며 말을 잇지 못했다.“좋아요, 설아 씨. 이번 한 번 믿어보겠습니다.”조용히 듣고 있던 한 주주가 입을 열었다.“제발 우리를 실망시키지 말아주세요.”“그럴 일 없을 겁니다.”남설아는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고 배서준은 이를 악물며 남설아를 바라봤다.지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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