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서유라 씨,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안으로 들어와서 함께 보시죠.”서유라는 배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서준아, 나랑 같이 들어가 줄래?”배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서유라와 함께 진료실로 들어갔다.천기준도 묵묵히 뒤를 따랐고 그의 마음속에는 깊은 혐오와 허탈감이 뒤섞여 있었다.그는 알았다. 지금부터 또 하나의 치밀하게 짜인 연극이 펼쳐질 것이며 배서준은 그 연극의 관객이자 어쩌면 공범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진료실 안, 정신과 의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배 대표님, 서유라 씨, 검사 결과에 따르면 서유라 씨는 우울증이 재발한 상태고 그 정도도 꽤 심각합니다.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이 말을 들은 서유라는 곧바로 눈물을 쏟으며 흐느꼈다.“선생님, 저 정말 어떻게 해야 하죠? 저 정말 무너질 것 같아요...”배서준은 얼른 그녀를 안고 위로했다.“걱정하지 마, 유라야. 나랑 같이 치료받자. 항상 곁에 있을게.”정신과 의사는 안경을 고쳐 쓰며 눈빛에 잠깐 비치는 비웃음을 감췄다.또 한 명의 사랑에 눈먼 바보일 뿐이다.그는 병력 지에 빠르게 무언가를 써 내려갔다.“서유라 씨, 약을 처방해 드릴 테니 제시간에 복용하시고 정기적으로 내원해 주세요. 곧 괜찮아질 겁니다.”서유라는 흐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해요...”배서준도 의사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믿음직스럽습니다.”의사는 웃으며 말했다.“제 일일 뿐입니다. 환자분이 회복하시는 게 저에게 가장 큰 보람이지요.”천기준은 그 모든 위선적인 장면을 바라보며 속이 뒤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간신히 구토감을 참아내며 조용히 진료실을 빠져나왔다.배서준은 진단서 사본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해명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도 얻은 듯한 얼굴이었다.“봐, 유라야. 의사 선생님도 말했잖아. 너 우울증이 재발한 거야.”그의 목소리에는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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