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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굿바이 쓰레기: Chapter 461 - Chapter 470

474 Chapters

제461화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서유라 씨,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안으로 들어와서 함께 보시죠.”서유라는 배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서준아, 나랑 같이 들어가 줄래?”배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서유라와 함께 진료실로 들어갔다.천기준도 묵묵히 뒤를 따랐고 그의 마음속에는 깊은 혐오와 허탈감이 뒤섞여 있었다.그는 알았다. 지금부터 또 하나의 치밀하게 짜인 연극이 펼쳐질 것이며 배서준은 그 연극의 관객이자 어쩌면 공범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진료실 안, 정신과 의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배 대표님, 서유라 씨, 검사 결과에 따르면 서유라 씨는 우울증이 재발한 상태고 그 정도도 꽤 심각합니다.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이 말을 들은 서유라는 곧바로 눈물을 쏟으며 흐느꼈다.“선생님, 저 정말 어떻게 해야 하죠? 저 정말 무너질 것 같아요...”배서준은 얼른 그녀를 안고 위로했다.“걱정하지 마, 유라야. 나랑 같이 치료받자. 항상 곁에 있을게.”정신과 의사는 안경을 고쳐 쓰며 눈빛에 잠깐 비치는 비웃음을 감췄다.또 한 명의 사랑에 눈먼 바보일 뿐이다.그는 병력 지에 빠르게 무언가를 써 내려갔다.“서유라 씨, 약을 처방해 드릴 테니 제시간에 복용하시고 정기적으로 내원해 주세요. 곧 괜찮아질 겁니다.”서유라는 흐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해요...”배서준도 의사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믿음직스럽습니다.”의사는 웃으며 말했다.“제 일일 뿐입니다. 환자분이 회복하시는 게 저에게 가장 큰 보람이지요.”천기준은 그 모든 위선적인 장면을 바라보며 속이 뒤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간신히 구토감을 참아내며 조용히 진료실을 빠져나왔다.배서준은 진단서 사본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해명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도 얻은 듯한 얼굴이었다.“봐, 유라야. 의사 선생님도 말했잖아. 너 우울증이 재발한 거야.”그의 목소리에는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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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서준아, 나 아직도 너무 피곤해.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유라는 마치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배서준은 즉시 손을 멈추고 그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어디가 안 좋아? 병원에 연락할까?”서유라는 고개를 저으며 살며시 배서준의 손을 잡았다.“아니야, 괜찮아. 그냥 마음이 허전해. 무언가 빠져 있는 기분이야.”그녀의 눈빛은 흐릿했고 그 안에는 알 수 없는 공허함과 연약함이 서려 있었다.배서준은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부드럽게 달랬다.“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항상 네 곁에 있을게.”서유라는 그의 품에서 고개를 끄덕였고 동시에 아무도 모르게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천기준의 마음은 복잡했다.그는 손에 쥐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배서준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배 대표님, 회사 쪽에 처리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유라 씨는 제가 잠시 돌볼 수 있으니 대표님은 먼저 업무를 봐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배서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천기준을 불쾌한 듯 바라봤다.“회사 일은 잠깐 미뤄도 돼. 지금은 유라의 몸이 더 중요해.”그의 말투에는 천기준이 상황 파악을 못 한다는 듯한 책망이 담겨 있었다.천기준은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도 다시 용기를 내어 말했다.“배 대표님, 저도 유라 씨 건강이 중요하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회사의 일도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다음 주 예정된 그 협력 건은 회사의 미래와도 관련된 중요한 건이라서...”“그만, 나도 알아.”배서준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을 끊었고 목소리는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회사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나가봐. 나랑 유라는 좀 쉬어야겠어.”천기준은 잠시 얼어붙었다. 배서준에게 이런 식으로까지 불쾌한 말을 들은 건 처음이었다.그는 오랜 세월 배서준 곁에서 함께해 왔고 아무리 성격이 까칠해도 지금처럼 자신을 날카롭게 대하지 않았다.‘정말 배서준은 서유라에게 완전히 빠져버린 걸까? 이성적인 판단력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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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배서준이 계속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그건 그의 선택이고 누구도 바꿔줄 수 없을 것이다.천기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꺼내 또다시 남설아에게 문자를 보냈다.[남 대표님, 배서준은 이제 누구의 말도 듣지 않습니다. 지금 머릿속에는 서유라밖에 없어요. 정말... 가망이 없어 보입니다.]문자를 보내고 천기준은 핸드폰을 집어넣은 채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며 마음속에 가득 찬 허탈함과 무력감을 씹어 삼켰다.“누나, 들었지? 배서준 그 멍청한 놈, 완전히 누나한테 홀려버렸어.”서도현은 전화를 끊자마자 신이 난 얼굴로 서유라의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서유라는 거울 앞에서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초췌한 얼굴에 불쌍하고 아픈 이미지를 더하기 위해 세심하게 손을 보던 중이었다.서도현의 말에 그녀는 손에 쥔 립스틱을 내려놓고 천천히 돌아서며 입꼬리에 미묘한 웃음을 띠었다.“좀 조용히 해.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서유라는 다정하게 타이르는 듯 말했지만, 그 말투에는 자랑스러움이 스며 있었다.“무슨 상관이야. 지금 이 배 씨 저택에서 우리 남매한테 뭐라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서도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서유라 곁으로 다가갔다.“누나, 진짜 대단해. 말 몇 마디로 그 까다로운 배서준을 완전히 속여버리다니. 정신과 검사도 따라가겠다고 난리고 진짜 웃겨 죽겠어!”서유라는 동생의 칭찬에 속으로 흐뭇했지만, 겉으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직 들뜨긴 일러. 배서준 그 인간, 의심 많기로 유명하잖아. 이번에는 운 좋게 넘어갔지만, 다음은 장담 못 해.”“걱정 붙들어 매. 지금 그 인간은 누나 말이면 무조건 믿잖아. 배건 그룹 다 빼돌려도 눈 하나 깜짝 안 할걸?”서도현은 호탕하게 웃으며 마치 이미 모든 것을 손에 넣은 사람처럼 행동했다.서유라는 그런 서도현을 흘겨보며 경고하듯 말했다.“그러니까 더 조심하라고. 괜히 사고 치지 말고, 내 계획 망치지 마.”“알았어, 누나. 내가 누구야? 누나 동생이라니까. 그럼 다음 단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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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남설아는 은은하게 웃으며 커피를 들어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예상대로야. 배서준이라는 사람, 자만심에 찌들고 어리석어. 한 번 속는 건 실수일 수 있지만 두 번은 바보지. 그런데 같은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반복해서 속아 넘어간다? 그건 그냥 답이 없는 거야.”옆에서 듣고 있던 송우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진짜 답이 없다니까. 남설아, 배서준은 머리를 어디에 떼어놓고 다녀? 서유라 저 여자가 수상한 거야 누가 봐도 뻔한데 그걸 저렇게 철석같이 믿고 있으니.”남설아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창밖을 평온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마냥 바보처럼 어리석은 게 아니야. 그냥 또 속았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거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거야.”마치 예전에 그가 스스로가 나은이를 죽게 만든 걸 끝끝내 인정하지 않던 것처럼 말이다.강연찬은 조용히 남설아를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위로했다.“설아야, 화내지 마. 배서준이 지금 저 꼴이 된 건 자업자득이야. 그런 인간 때문에 속상해할 필요 없어.”남설아는 고개를 돌려 따뜻한 눈빛으로 강연찬을 바라보았다.“고마워, 연찬 오빠. 나도 알아.”그러고는 송우민 쪽을 바라보며 웃었다.“민아, 연찬 오빠가 움직이고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송우민은 입을 삐죽 내밀며 어깨를 으쓱였다.“알겠어, 알겠어. 뭐 너희가 다 계획했다니까 더 묻진 않을게. 근데 우리 다음은 뭐야? 그냥 서유라가 계속 설치는 꼴만 보고 있어야 해?”남설아의 눈빛이 차갑게 식어갔고, 입꼬리엔 싸늘한 웃음이 떠올랐다.“당연히 아니지. 진짜 쇼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야. 서유라가 그렇게 아픈 척하는 걸 좋아한다면 우린 그녀가 정말로 병들어가게 해줘야지.”화승 그룹 기술팀.강연찬은 컴퓨터 앞에 앉아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빠르게 두드리고 있었다.화면에는 수많은 코드가 마치 폭포수처럼 빠르게 쏟아지고 있었고 그의 기술팀은 정신과 병원의 시스템을 해킹해 삭제된 전자 차트와 약물 처방 기록을 복구하려 애쓰고 있었다.“강 대표님, 1차적으로 시스템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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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누나, 돈은?” 이명수의 전화를 끊자마자 서도현이 마치 재촉하듯 서유라 앞에 들이닥쳤다.목소리는 조급했고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10만 원도 아니고 10억이야. 어디 땅 파면 나오는 돈인 줄 알아?”서유라는 은행 이체 화면을 보며 속이 상한 듯 불쾌하게 말했다.10억, 말 그대로 순식간에 사라진 돈이었다.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누나, 지금 돈 아까워할 때야? 그 자식이 뒤집으면 우린 끝이야. 10억이 문제가 아니라 100억을 줘도 못 막아!”서도현은 안절부절못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그는 절대 감옥에 가고 싶지 않았고 모든 걸 잃는 것도 원치 않았다.“알았어, 알았다고! 그만 좀 닦달해!”서유라는 짜증 섞인 말투로 대꾸하면서도 손가락은 계속 화면을 조작하고 있었다.아깝긴 해도 상황은 이해하고 있었다.돈으로 재앙을 막는다, 지금은 그렇게 자신을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빠르게 송금 절차를 마친 서유라는 송금 완료 화면을 캡처해 이명수에게 전송했다.“이 정도면 됐지?”그녀는 휴대폰을 옆으로 툭 던지며 짜증스럽게 말했다.“진짜 이걸로 끝나야 할 텐데.”서도현은 여전히 찜찜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서유라의 휴대폰이 울렸다.이명수에게서 온 답장이었다.[서유라 씨, 안심하세요. 돈은 잘 받았습니다. 바로 자리를 정리하고 떠날 예정입니다. 절대 입 밖에 내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이 문자를 본 서유라는 비로소 긴장을 조금 풀었다. 오랫동안 조여 있던 신경이 겨우 느슨해졌다.“겨우 처리됐네.”그녀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피로를 느꼈다.“그 의사 놈, 진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네.”서도현은 여전히 투덜거렸고 그 불신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됐어, 이제 와서 뭐 어쩌겠어. 돈은 이미 보냈고 후회해도 소용없어.”서유라는 그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말했다.“이제 중요한 건 다음 수를 어떻게 둘지가 문제야.”한편, 카페 안.남설아는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이명수가 도망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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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남설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닐 거야. 그들이 이명수를 미리 옮길 능력이 있었으면 지금처럼 급하게 돈을 보내진 않았겠지.”“그럼 이명수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송우민은 점점 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계속 찾아. 내가 못 믿겠다는 건 그 사람이 그렇게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거야.”남설아의 눈빛은 단호했고 말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한편, 서도현 역시 남설아와 강연찬이 이명수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뭐? 걔네가 지금 이명수 같은 허접한 의사를 찾고 있다고?”부하의 보고를 들은 서도현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누나, 큰일이야! 남설아 쪽에서 이명수를 찾고 있는 것 같아!”서도현은 서유라에게 달려가며 다급하게 말했다.“뭐라고?”서유라는 화장 붓을 떨어뜨릴 뻔하며 얼굴이 굳어졌다.“걔네가 어떻게 이명수를 떠올릴 수 있었지?”서유라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섞여 있었다.“나도 몰라. 뭔가 눈치를 챘나 봐.”서도현은 초조하게 이리저리 움직이며 말했다.“누나, 지금 어떻게 해야 해? 이명수가 잡히면 우리 끝이야!”서유라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남설아가 이렇게 빠르게 정곡을 찔러올 줄은 몰랐다.“안 돼. 절대로 이명수를 그들 손에 넘겨선 안 돼.”서유라는 이를 악물며 차가운 눈빛을 드러냈다.“도현아, 빨리 변호사한테 연락해.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봐!”서도현은 즉시 휴대폰을 꺼내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변호사는 서도현의 설명을 듣고 잠시 침묵한 후 조심스레 조언했다.“서도현 씨, 지금 상황이 급박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명수를 최대한 빠르게 외국으로 내보내는 겁니다. 멀리, 아주 멀리 말입니다.”“외국으로 보낸다고요?”서도현은 잠시 멍해졌지만, 곧 물었다.“근데 그 사람이 말을 들을까요? 도망가긴 해도 자기 맘대로 할 수도 있잖아요.”“돈이면 해결됩니다.”변호사의 목소리는 침착했다.“이명수에게 말하세요. 해외로 나가 잠시 몸을 숨긴다면 더 많은 돈을 지급하겠다고. 그리고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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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누나, 이명수가 출국하겠다고 했어. 절대 우리한테 폐를 끼치지 않는다고 했어!”서도현이 전화를 끊자마자 들뜬 목소리로 서유라에게 달려왔다.서유라는 그 말을 듣고서야 긴장했던 얼굴이 조금 풀어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됐어. 이명수만 나가면 우리도 안전한 거야.”그녀는 속삭이듯 중얼거렸지만, 마음 한구석의 불안감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았다.왠지 모든 일이 그렇게 순조롭게 끝날 리 없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한편, 남설아와 강연찬이 이명수의 진료소에 도착했을 때 철문은 차갑게 닫혀 있었고 문 앞에는 ‘양도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의원 안은 엉망진창이었다. 약장이 쓰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찢어진 문서들이 흩어져 있었으며 공기 중에는 희미한 소독약 냄새와 함께 급히 떠난 흔적이 남아 있었다.“완전히 도망간 거네?”송우민은 주위를 둘러보며 당황스러움과 불쾌감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우리가 한발 늦었어.”남설아는 약장 근처로 다가가 쪼그려 앉으며 바닥에 떨어진 종잇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이건 뭐야?”송우민도 다가와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들여다봤다.“오래된 문서 조각이야. 별로 쓸모도 없어 보여. 일부러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려고 버린 걸지도 몰라.”남설아는 종잇조각을 바닥에 다시 내려놓고 일어나 주변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살폈다.“이명수, 참 빠르기도 하네.”송우민은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완전 허탕 쳤네.”진료소는 완전히 뒤집혀 있었고 중요한 것들은 이명수가 이미 가지고 떠난 듯했다.그리고 일부러 흘린 듯한 오래된 문서 조각들은 그들의 수사를 교란하려는 눈속임에 가까웠다.“즉흥적인 게 아니라 미리 계획하고 도망친 것 같아.”남설아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계획적이라고?”송우민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그럼 애초부터 도망갈 생각이었다는 거야?”“그럴 가능성이 커.”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을 굳혔다.“그리고 누군가가 이명수에게 정보를 흘렸을지도 몰라.”“정보를?”송우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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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좋아, 민아. 우리 각자 움직이자.”남설아는 고마운 눈빛으로 송우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번엔 정말 고마워.”“무슨 고마워야. 우린 동맹이잖아!”송우민은 웃으며 남설아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게다가 나도 서유라 남매가 설치는 꼴 더는 못 보겠어. 꼭 잡아서 죗값 치르게 해야지!.”송우민과 강연찬이 자신을 위해 이리저리 발로 뛰는 모습을 보며 남설아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따뜻한 감정이 솟구쳤다.이런 순간에 진짜 친구가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지 절실히 느껴졌다.한편, 서도현은 서유라의 방에서 들뜬 표정으로 팔을 휘저으며 기세등등하게 떠들고 있었다.“누나, 내가 뭐랬어? 내 계획 완벽하다고 했지? 그 돌팔이 이명수, 진짜 제대로 튄 모양이야.”서도현은 얼굴까지 벌게지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남설아 쟤네 지금쯤 완전 허탕 치고 미쳐 날뛰고 있을걸? 하하하!”서유라는 화장대 앞에 앉아 손에 핸드크림을 바르면서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빛은 차갑고 매서웠다.“시끄러워. 뭐가 그렇게 좋아서 들떠?”서유라는 서도현을 힐끔 보며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무표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누나, 기분 안 좋아? 우리 이번에 완전 깔끔하게 문제 해결한 거잖아. 남설아 쟤네가 아무리 똑똑해도 이명수 못 찾는다고. 증인도 없는데 우리가 무슨 죄야?”서도현은 승리에 도취해 있었고 누나의 반응을 눈치채지 못했다.“그래? 너는 진짜 걔네가 이명수를 못 찾을 거라고 확신해?”서유라는 핸드크림을 내려놓고 돌아서더니 의미심장한 웃음을 띠었다.“당연하지!”서도현은 가슴을 쿵쿵 두드리며 자신 있게 말했다.“이명수는 이미 출국했어. 남설아가 하늘을 날아다녀도 절대 못 찾아.”“출국했다고?”서유라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묘한 어조로 물었다.“그거 확실해? 이명수가 정말 출국한 거 맞아?”서도현은 순간 움찔하며 말문이 막혔다.“변호사가 그렇게 말했어. 이명수도 직접 자기 입으로 피신하겠다고 했고...”“변호사 말이면 다 믿어? 이명수가 그렇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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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멍청한 놈!”서유라는 이를 악물며 서도현을 향해 쏘아붙였다.“10억이 뭐 대단한 줄 알아? 배씨 가문의 재산에 비하면 그깟 10억은 새 발의 피야. 이명수가 정말 우리를 뜯어먹을 생각이면 이건 시작일 뿐이야.”서도현은 서유라의 호통에 말문이 막혀 얼굴이 새하얘졌다.그제야 자신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그럼 이제 어떡하지?”서도현은 당황해 목소리마저 떨렸다.“누나, 우리 이제 어떡해? 이명수가 배신해서 우릴 밀고라도 하면...”“닥쳐!”서유라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 말을 끊었다.“지금 와서 허둥대서 뭐가 달라져? 아직 최악의 상황까지 간 건 아니야.”그녀는 마음속으로 계속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남설아가 그렇게 쉽게 포기할 리 없었다.하지만 요즘 배서준이 자신에게 점점 더 의지하고 더욱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을 느낄수록 서유라는 마음이 조금씩 놓이기도 했다.그 시각, 배서준은 사무실에서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남설아, 또 무슨 짓을 꾸미는 거야?”그는 보고서에 나온 내용을 확인하며 얼굴을 굳혔다.보고서에는 남설아, 강연찬, 그리고 송우민이 ‘이명수’라는 정신과 의사를 수소문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배서준은 물론 이명수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그리고 남설아가 그를 찾는 이유도 짐작하고 있었다.“자기 목적을 위해서라면 별짓을 다 하네.”배서준은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의사를 괴롭히고 헛소문까지 퍼뜨리고. 남설아, 넌 갈수록 역겨워진다.”점점 더 화가 치밀어 오르며 가슴까지 답답해져 왔다.그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서유라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곧바로 연결되었고 서유라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준아, 무슨 일이야?”“유라야, 지금 어디야?”배서준은 최대한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며 화가 났다는 것을 들키지 않도록 조심했다.“집이야. 왜 그래?”서유라의 목소리에는 살짝 의아함이 섞여 있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혹시 어디 아픈 건 아닌가 해서.”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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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서유라는 소파로 걸어가 앉더니 천천히 물 한 잔을 따라 마신 뒤에야 입을 열었다.“그 여자가 수작을 부리고 싶어도 그럴 능력이 있어야지. 이명수는 이미 떠났고 증거도 없어. 그 여자 혼자서 뭘 어쩌겠어?”“말은 맞는데 그래도 난 좀 불안해. 남설아 쪽을 계속 감시하는 게 어때? 요즘 무슨 수작 부리는지 지켜보자고.”서도현은 조심스럽게 제안했지만, 여전히 조심해야 한다는 태도였다.서유라는 물잔을 내려놓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저었다.“감시해서 뭐 해? 지금쯤이면 남설아는 이명수 찾느라 정신없을 거야. 감시해봤자 소득도 없고 인력 낭비야.”“그럼 어떡해? 아무 대책도 없이 남설아가 들이닥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라고?”서도현은 조급한 듯 목소리가 높아졌다.서유라는 고개를 들어 서도현을 한번 째려보더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왜 그렇게 흥분해? 나도 지금 생각하고 있잖아.”서도현은 그 눈빛에 움찔해 입을 닫았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서유라는 문득 입을 열었다.“도현아, 만약 우리가 남설아한테 더 큰 문제가 생긴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면? 그럼 걔가 이명수 쪽 신경 쓸 겨를이 없지 않을까?”“더 큰 문제?”서도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인지 금방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누나, 무슨 말이야?”서유라의 눈빛에 음산한 기운이 스쳤고 입가에는 묘한 미소가 떠올랐다.“그 여자가 이명수를 붙잡겠다고 저리도 애쓰는데 우리가 다른 문제를 하나 만들어주면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릴 수 있잖아.”“다른 문제라니? 누나, 빙빙 돌리지 말고 빨리 말해봐. 궁금해서 못 견디겠단 말이야.”서도현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재촉했다.서유라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서도현 앞에 섰고 목소리를 낮췄다.“도현아, 내가 만약 납치당하면 배서준은 어떻게 나올 것 같아?”“납, 납치?”서도현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제 귀를 의심했다.“누나, 미쳤어? 납치라니, 납치가 장난이야?”그러나 서유라는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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