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의 모든 챕터: 챕터 681 - 챕터 690

841 챕터

제681화

그 말을 들은 뒤 민초연은 비로소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안다혜의 말이 맞다. 고양이는 굶주린 배를 안고 떠난 게 아니라 그녀의 손길을 누리고 간식까지 먹은 뒤 떠났다.민초연은 진지하게 사진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야옹아, 다음 생에도 다시 내게 와 줄래?’“다혜야, 퇴원하면 나랑 같이 보러 가자.”어린 안다혜는 당연히 곧장 승낙했다.“물론이지. 하지만 우선 네 몸부터 회복해야 해. 걱정 마, 난 약속한 건 꼭 지킬 테니까.”민초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세 악마를 떠올렸다.“다혜야,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됐어?”그 말에 어린 안다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안다혜도 옆에서 고개를 숙였다.그녀는 이런 무력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지금 어린 안다혜는 그녀와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아무런 방법이 없었고 배후의 인물조차 찾아내지 못했다.과거나 미래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그 생각에 안다혜는 좌절감이 밀려왔다.‘이런 내가 어떻게 초연이 친구야...’민초연은 늘 진심으로 도와줬는데 자신은 배후의 인물조차 찾지 못하는 쓸모없는 존재였다.지금 어린 안다혜와 어른 안다혜의 마음이 똑같았다.심지어 두 사람 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민초연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무슨 상황인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그녀는 어린 안다혜가 기운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냥 웃었다.살짝 몸을 일으킨 다음 손을 뻗어 어린 안다혜를 안은 뒤 부드럽게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어린 안다혜의 굳어 있던 몸이 자연스레 풀리며 온몸의 긴장도 누그러졌다.“초연아, 너...”민초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 다혜야. 나도 알아. 다 이해해. 넌 항상 나에게 잘해줬고 게다가 나랑 같은 또래인데 충분히 많은 걸 감당하고 있잖아.”민초연은 어린 안다혜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너무 큰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직 어리잖아. 게다가 우리에게 시간은 많아. 지금 당장 진실을 알아내지 못해도 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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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인 줄 알았다.그런데 안쪽에 있는 상대는 유명한 기업가 이성진이었다.이런 사람과 어울리는 여고생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안소현이 들어간 뒤 종업원들은 거리낌 없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봐, 어른들은 참 더럽게도 논다니까.”“그러게, 쟤는 아직 사회 경험도 없는데 벌써 이런 짓을 하네.”“말도 마. 저 애는 딱 봐도 앞날이 창창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누군가는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내가 볼 때는 너희들 부러워서 그러는 것 같은데? 우리한텐 저런 좋은 일이 생기지도 않잖아.”다른 사람들은 입을 삐죽거리며 겉으로는 경멸하는 듯했지만 속으로는 질투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뭐 어쩌라고, 누가 이성진이 저런 취향일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어?”4, 50대 성공한 기업가가 새파랗게 어린 여자를 좋아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게다가 교복 페티시까지 있다니...그래서 안소현을 부를 때마다 이 옷을 입도록 했다.처음엔 안소현도 불편했지만 횟수가 늘어나면서 점차 즐기는 게 우선이 되었고 다른 것엔 신경 쓰지 않았다.게다가 상대 남자가 정말로 능력이 있는 대단한 사람인데 뭘 그렇게 신경 쓰겠나.남자는 쓸모만 있으면 되는 법이다.그것 말고는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안소현이 룸 문을 열었을 때 이성진 혼자 룸 안에 앉아 있었고 이미 잔뜩 음식을 시켜 놓은 상태였다.이성진은 4, 50대였지만 관리를 잘해 대머리도 아니고 배가 툭 튀어나오지도 않았다.이 나이에 이런 상태를 유지하는 것부터 대단한 일인데 키도 180이 넘었다.방탕하게 놀아대는 것만 빼면 사실 안소현은 다 받아들일 수 있었다.“아저씨.”안소현이 나지막이 부르자 이성진은 그 소리를 듣고 눈가에서 웃음이 흘러넘칠 지경이었다.그는 안소현에게 손짓했다.“그래, 어서 들어와.”“네, 가요.”안소현은 망설이지 않았다. 매번 빨리 끝낼 생각만 했기에 눈치껏 이성진의 무릎 위에 앉았다.얌전히 구는 그녀의 모습에 이성진이 눈이 휘어지게 웃자 얼굴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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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집에 있는 늙은 아내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안소현도 기분 좋게 이성진에게 협조하며 소리를 냈고 두 사람은 배불리 먹고 마신 뒤 본격적으로 움직였다.이 룸은 이성진이 안소현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곳으로 안에는 작은 방이 하나 더 있었고 청소 담당자가 따로 있었다.침대에 눕혀진 순간 안소현은 이성진의 가슴을 밀어내며 물었다.“아저씨, 경찰서 쪽은...”안소현의 눈빛이 유혹적인 빛을 띠자 이성진은 그녀가 뒷말하지 않아도 금방 알아차렸다.“알았어, 요물. 네가 뭘 원하는지 알고 이미 처리해 뒀어.”이성진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내게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 양아치들? 죽어도 네 존재를 들키진 않아.”이성진이 장담하자 안소현은 비로소 마음 놓고 편안히 앞으로 벌어질 일을 즐길 수 있었다.애초에 서로 원해서 하는 짓이었다.처음엔 왜 이성진이 자신을 선택했는지 의아했는데 이성진은 당시 거만하게 말했다.“나한테 선택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럴 복이 없지. 네가 운이 좋은 거야.”그때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중엔 안소현도 완전히 깨달았다.이성진처럼 쓸모 있는 남자가 또 있을까.일 처리도 빠르고 통도 커서 그녀가 걱정할 필요도 없이 늘 모든 걸 완벽하게 준비했다.가끔 오기 싫다고 해도 이성진은 화를 내지 않았다.안소현은 당시 그가 했던 말의 뜻을 이제야 알아차리고 순순히 시키는 대로 했다.그녀도 멍청하지 않았기에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봐가면서 그의 말에 따랐다.안씨 가문도 차고 넘치는 게 돈이었지만 김미진은 이성진만큼 큰 권력을 가지진 못했다.제 발로 찾아온 이 기회를 안소현이 놓칠 리가 있겠나.일을 마친 후 안소현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이성진의 가슴에 기대었다.“아저씨, 그래도 경찰서 쪽에 좀 더 신경 써 주세요.”이성진은 안소현을 안은 채 담배 연기를 뿜어대며 우습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 청장 따위는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놈 눈에는 돈밖에 없어서 돈만 주면 일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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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진지하게 대답했다.“네, 매니저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다 조심할게요.”순순히 말을 듣는 그들의 모습에 매니저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작 이럴 것이지. 일만 잘하면 월급은 섭섭하지 않게 줄 거야.”그 말을 듣고 다들 기뻐했다.이곳 식당에서 일하는 건 원래 이런 식이었다.승진할 기회만 생기면 그 이후로 월급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었다.“매니저님, 걱정 마세요. 저희 다 잘 알고 있어요. 앞으로 입단속 잘해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을게요.”“맞아요. 오늘은 단지 오해일 뿐이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예요.”그 말을 듣고 매니저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그녀는 이곳 일을 마무리한 뒤 다른 방으로 가서 직원들이 맡은 업무를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았다.매니저가 떠난 후 직원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다가 고개를 숙여 자기 할 일에 집중했다.매니저 말이 맞았다. 그들처럼 맨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위로 올라가는 건 불가능하니 현실을 직시하고 주어진 일부터 열심히 하는 게 최선이었다.이성진 같은 사람은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고 무엇보다 일이 우선이었다.게다가 학생을 만난다는 건 이성진의 취향이 특이하다는 뜻이니 그들은 감히 넘볼 수 없었고, 어린 아가씨의 피부가 하얗고 얼굴도 예쁘장해서 더더욱 비교가 안 되었다.매일 이곳에서 거친 일에 시달리는 데다 무례한 손님들에게 괴롭힘당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지치는데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어디 있겠나.무엇보다 그들처럼 제대로 외모를 가꾸지도 않는 사람이 어린 아가씨와 비교가 될 리 만무했다.‘열심히 일이나 하자.’그렇게 생각하며 다들 힘을 내서 일에 매진했다.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 않는 게 나았다.괜히 시끄러운 일이 벌어져 일자리까지 잃으면 큰일이었다.‘이런 작은 일로 괜히 일자리까지 잃을 수는 없지.’직원들은 조금 전 매니저의 경고에 바짝 정신을 차렸지만 여전히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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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이은비는 잔뜩 신이 나서 달려와 이성진의 팔짱을 끼며 웃는 얼굴로 물었다.“아빠, 어떻게 소현 언니랑 같이 있어요?”안소현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빠르게 반응했다.“은비야, 이분이 네 아버님이셔?”그녀는 금방 알게 된 듯 놀라움과 기쁨이 묻어나는 어투로 말했다.이성진도 처음에는 이곳에서 딸과 마주칠 줄 몰랐기에 당황해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 안소현이 재빨리 반응하는 모습을 보고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은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언니, 어떻게 두 사람이 같이 있어요?”안소현이 웃으며 말했다.“은비야, 네 아버지는 정말 대단한 분이야. 우리 학교 이사장님인데 난 대회에서 알게 되었어. 이사장님께서 많은 걸 도와주셔서 보답으로 나도 선물을 사드리려던 참이었지.”안소현도 아주 기쁜 표정으로 곧장 이은비의 팔을 휘감으며 말했다.“은비야,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지? 줄곧 나를 도와줬던 분이 네 아버지라니!”안소현은 반짝이는 눈으로 이성진을 바라보며 존경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성진은 그 모습을 보며 내심 어린 안소현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빈틈을 드러낼까 봐 걱정했는데 지금 보니 제법 눈치 빠르게 행동했다.심지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인 그보다 더 뛰어났다.이성진은 곧바로 안소현의 어깨를 감싸며 웃는 얼굴로 딸을 바라보았다.“은비야, 너도 소현이와 아는 사이였어?”“네, 초등학교 때 언니랑 같은 학교 다녔어요. 언니는 늘 공부를 잘했죠.”이은비는 부러운 표정으로 안소현을 돌아보며 눈동자엔 우러러보는 기색이 가득했다.그 모습을 본 안소현도 조금은 의기양양해서 슬쩍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역시, 예전에 이은비와 가깝게 지냈던 건 옳은 결정이었다.‘이런 식으로 돌고 돌아 나한테 득이 됐잖아.’이성진도 환하게 웃었다. 이제 다른 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이대로 셋이 함께 쇼핑하러 다녀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자, 가자. 오늘 내가 기분이 아주 좋으니까 둘 다 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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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하지만 너도 너무 자신에게 부담을 주지 마. 너도 아직 어리잖아. 자신을 잘 챙겨야 해.”어린 안다혜는 살짝 웃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그녀는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기술을 꼭 배워야겠다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만약 나중에 또 그 양아치들을 마주치게 된다면 제대로 대처할 것이다.그뿐만 아니라 자기방어도 배워야 했다.안다혜는 자신과 민초연을 지켜야 했다.이렇게 어리숙한 채로 있다가 나중에 누군가에게 괴롭힘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어린 안다혜는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민초연은 그때 안다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는 단지 자신이 정말 좋은 친구를 만났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을 뿐이었다.부모님은 일 때문에 늘 바쁘기는 했어도 물질적으로는 부족함 없이 키워주셨지만, 민초연의 마음 한편에는 늘 사랑에 목말랐다.오히려 그녀는 부모님이 그렇게 부자가 아니어도 좋으니 곁에 더 자주 있어 주길 바랐다.그랬다면 이렇게 외롭지는 않았을 것이다.민초연이 점점 예민하게 변해간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래야만 다른 사람들이 쉽게 상처를 주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런데도, 결국 그 양아치들은 민초연을 찾아왔다.집으로 돌아온 후, 두 사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각자의 부모님께 자기방어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예상대로 양쪽 부모님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그리고 아이들이 같은 생각을 한다는 걸 알고는 상의해서 두 아이를 함께 같은 곳에 보냈다.안다혜는 배움이 빨라 무엇이든 민초연보다 한발 앞섰다.게다가 민초연을 지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 덕분에 그녀의 성장 속도는 놀라울 정도였다.민초연이 아직 기초를 배우는 동안 안다혜는 이미 다른 과정까지 수강하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안다혜는 장정 몇 명쯤은 거뜬히 쓰러뜨릴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 코치들까지도 안다혜의 재능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성인 남성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실력이라고 했다.그런 칭찬을 들었을 때 안다혜는 자만하지 않았고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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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드물게 시간이 생긴 안다혜는 당장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몰라 민성에서 가장 큰 쇼핑몰로 향해 잠시 둘러보기로 했다.너무 오랜만이라 이곳에서 무엇을 파는지도 잘 모르지만, 그냥 오랜만에 와서 한번 구경이라도 해보고 싶었다.안다혜는 혼자서 이 가게 저 가게를 돌아다녔다.자신이 뭘 찾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그 순간, 마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어차피 아무도 자신을 볼 수 없으니 어떻게 놀아도 다 괜찮았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다시 이런 여유를 가질 수 있겠는가.이제라도 마음껏 즐기지 않으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그렇게 생각하자 안다혜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다.안다혜는 바삐 오가는 사람들 사이의 그 북적거림이 좋았다. 아무도 자신을 볼 수 없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자유롭게 느껴졌다. 누구의 시선에도 구속되지 않고 이 시간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렇게 생각하니 안다혜의 마음은 한층 더 들떴다.안다혜는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지나간 시간 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었고 그 이상 더 바랄 게 없다고 느껴졌다.세상의 많은 것을 다시 보고 느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무엇보다 드디어 안소현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었으니 예전보다는 훨씬 나았다.어린 시절의 안다혜의 시선으로 보면 안소현은 비록 좋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나쁜 사람도 아니었다.설마 자기 친언니가 자신에게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할 줄은 몰랐다.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기에 안다혜는 지금도 믿기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었다.그녀가 속으로 안소현을 떠올리던 바로 그때 멀리서 안소현이 한 중년 남자의 팔과 한 어린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언뜻 보기엔 마치 한 가족처럼 보였다.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본 안다혜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저 남자는 지금 손을 어디에 두고 있는 거야?’안소현의 팔을 감싸고 있던 남자의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안다혜는 그 광경을 더욱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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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지금껏 무엇을 위해 그렇게 발버둥을 쳤었던 걸까?’그 생각에 안다혜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환하게 웃고 있는 안소현의 얼굴을 바라봤다.그 모습을 보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짜증이 밀려왔다.이 두 사람은 도대체 무슨 심보로 그때 그렇게 어린 자신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던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안다혜는 분명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한 번의 사건이 미래에 그녀를 여러 차례 망가지게 했다.‘그러니까 두 사람은 서로 아는 사이일 뿐만 아니라 아주 가까운 사이라는 건가?’그 생각이 스치자 안다혜는 마음이 아팠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막막했다.‘앞으로도 계속 안소현이 저렇게 뻔뻔하게 굴도록 놔둬야 한단 말인가?’처음엔 단순한 장난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민초연을 악독하게 괴롭히기까지 했다.아직 명확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안소현이 그 남자의 팔에 그렇게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을 보자 안다혜는 더 이상의 의심은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결국 권력과 지위를 가진 사람에게 기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선 넘는 짓을 해도 문제 될 것이 없었다.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할 뿐이다.게다가 조금 전 그 장면만으로도 안다혜는 안소현과 그 남자 사이가 어떤 관계인지 단번에 알아챘다.그래서 안다혜는 머릿속에서 빠르게 생각을 굴리기 시작했다.‘혹시 그 양아치들이 끝내 배후의 인물을 말하지 않은 이유가 이 남자 때문인 걸까? 결국 서로가 필요하므로 손잡은 관계였던 걸까?’안다혜는 ‘이성진’이라는 이 남자의 얼굴을 똑똑히 마음속에 새겼다.나중에 자신이 깨어난다면 이 사람을 자세하게 조사할 생각이었다.안소현이 저렇게 다정하게 구는 걸 보면 이 남자는 분명 꽤 높은 지위나 권력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안소현이 저렇게까지 굴 리가 없었다.안다혜는 이제 안소현이 어떤 사람인지 완전히 꿰뚫고 있었다.이익이 없다면 절대 저렇게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남자 옆에 붙어 있을 리가 없었다.이 나이에 벌써 이런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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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가끔은 이은비조차도 질투를 느낄 때가 있었다.이은비는 살짝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아빠, 언제부터 소현 언니랑 그렇게 친해진 거예요? 딸인 저보다도 언니랑 더 사이가 좋은 거예요?”그 말을 들은 안소현과 이성진은 서로를 바라보았고 마음속이 철렁 내려앉았다.이은비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세 사람은 늘 사이가 꽤 좋았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그래서 이은비가 이런 질문을 던지자 두 사람 모두 깜짝 놀랐다.안소현도 뜻밖이었다. 어릴 적부터 자신과 이은비는 함께 겪은 일이 많았고 ‘시계 사건’도 그중 하나였다.그런데 지금 단지 이성진이 자신에게 몇 가지 선물을 사줬다는 이유만으로 이은비가 이렇게 속 좁게 굴고 있으니 안소현은 표정이 살짝 굳었다.그녀는 이은비가 과거의 일을 이렇게 쉽게 잊어버렸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늘 자신을 언니라고 부르며 무척 따랐던 아이였는데 지금 이렇게 돌변한 모습을 보니 안소현은 어이가 없고 우습기까지 했다.이때 이성진이 상황을 눈치채고는 웃으며 이은비의 어깨를 감쌌다.“우리 딸, 왜 그렇게 생각해? 아빠는 그저 소현 학생을 많이 아끼는 것뿐이야.”“정말 그게 다예요?”이은비는 눈을 가늘게 뜨며 안소현과 이성진 사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처음엔 별다른 생각이 없었지만 지금 보니 어쩐지 두 사람의 관계가 너무 친밀해 보였다. 왜 지금껏 이런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안소현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은비야, 우리는 어릴 때부터 쭉 알고 지냈잖아. 아저씨가 네 아버지라는 사실을 듣고 나도 정말 깜짝 놀랐어. 전혀 예상 못 한 일이어서 놀라긴 했지만, 너무 기뻤어.”안소현은 더 환하게 웃었다.“이건 정말 특별한 인연이잖아.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인연이야.”안소현이 그렇게 진심 어린 표정을 짓자 이은비는 오히려 자신이 괜한 의심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자신과 안소현은 가까운 사이였고 마침 안소현이 자신의 아빠랑 친분이 있다는 게 그렇게 기뻐할 만한 일일까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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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이성진이 이은비에게 새엄마를 찾아주려 할 때마다 이은비는 늘 반응이 격렬했고 절대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비슷한 또래의 여자를 데려오자 의외로 대화도 잘 통하고 공감대도 많았다.그렇다 보니 이성진은 정말로 안소현을 평생 곁에 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지금은 이은비가 안소현을 거부하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했다.그래서 이 일은 잠시 뒤로 미루자고 그는 생각했다.어차피 시간은 충분했다. 이성진에게 안소현이 아직 이용 가치가 있는 한 두 사람의 관계는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만약 안다혜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분명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게 상인의 본성이라며 비웃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이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좋은 마음으로 도와준다는 핑계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이 세계는 이익으로 얽혀 있었다.안소현이 이성진 곁에 있는 이유도 간단했다. 그가 줄 수 있는 것이 안씨 가문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다.바로 그 점 때문에 그녀는 기꺼이 이 남자의 곁을 선택했다.안다혜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안소현의 성격으로 봤을 때 얻을 게 없다면 절대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이런 남자 곁에 머물 리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안소현의 행동에는 항상 이유가 있었다. 주변 사람들도 모두 알고 있었고 이제는 다들 어른이 되었으니 굳이 감추거나 비난하지도 않았다.서로가 그저 속으로만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하지만 안다혜는 그게 너무나도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고작 고등학생이 친구의 아버지와 그런 관계를 맺다니, 이 남자는 도대체 어떤 힘을 가진 사람이기에 안소현이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안다혜는 지금까지 이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안소현은 대체 어떻게 이 사람을 알게 된 걸까?’이런 생각들이 이어지자 안다혜는 머리가 미친 듯이 아팠다.무슨 영문인지 안다혜는 알 수 없었고 마치 자신의 기억 중 일부가 사라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이곳에 머문 지도 오래됐고 수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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