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제 안 아파.”이안의 목소리를 듣자, 윤제는 비로소 안도하듯 긴 숨을 내쉬었다.아린이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이안이 담임 선생님한테 연락이 왔어. 시간대 보니까 오빠는 분명 일하는 중일 거고, 워낙 바쁘잖아. 그래서 굳이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어.”“마침 내가 시간이 돼서 바로 데리고 갔어. 걱정 마, 상태가 심각한 건 아니래. 내가 주기적으로 이안이 데리고 검진 다닐게.”그 말에 윤제의 가슴 언저리가 알 수 없는 온기로 가득했다.예전엔 예진이 늘 이안을 치과에 데리고 다니곤 했다. 그럴 때마다 윤제에게 전화해 같이 가달라고 졸라댔다.‘말도 안 되지. 내가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매일 열심히 일하는데...’‘이 사람이 일도 안 하면서 아이 하나도 제대로 못 챙겨?’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정말이지 예진이 마음을 쓰지 않았던 게 분명했다. 아린처럼 세심했다면 이안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것이다.생각이 그 지점에 닿자, 윤제는 오히려 묘한 죄책감이 밀려왔다.아린은 결혼 후부터 도순희 약 챙기는 일까지 도맡아 했고, 이안을 살뜰히 돌보는 건 물론, 자기 일까지 병행하고 있었다.‘이젠 나도 뭔가 보여줘야겠지.’결심한 듯 윤제는 비서를 불렀다.“하이엔드 주얼리로 주문 넣어. 예산은 60억 한도, 디자이너 단독 디자인으로.”비서가 곧장 메모하며 물었다.“대표님, 류아린 씨... 아, 아니, 사모님 드리실 건가요?”윤제는 고개를 끄덕였다.“결혼하고 지금까지 고생 많았잖아. 사모님께 주는 선물이라고 해.”비서는 고개를 숙이며 서둘러 나갔다....병원을 나온 뒤 진통제를 먹자, 이안의 치통은 금세 가라앉았다.그러자 이번엔 배가 꼬르륵 소리를 냈다.“엄마, 배고파.”아린이 부드럽게 물었다.“그럼 이안은 뭐 먹고 싶어?”망설임도 없이 튀어나온 대답.“치킨!”아린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별다른 생각 없이, 이안을 데리고 근처 치킨집으로 향했다.아이 세트 메뉴를 주문하고, 작은 손으로 큼지막한 닭다리를 들고 열심히 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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