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는 생각했다. 살면서 이렇게 웃긴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그 말은 바로 자신이 바닥까지 떨어졌던 그때, 언젠가 아린이 돌아올 거라고 믿었던 그 시절이 있었다는 뜻이다.‘그땐 정말, 바보 같았지.’아린이 몰래 떠난 데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그녀가 힘들어서, 혹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그랬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아린은 해외에서 다른 남자의 품 안에 있었고, 심지어 딸까지 있었다.‘참 우습지. 세상에서 제일 웃긴 조롱거리는 나 자신이었어.’윤제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손에 쥔 서류를 바라봤다.비서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그 남자의 신원도 조사했습니다. 류아린 씨랑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은 제법 잘나가는 집안의 아들이었더군요.”“가문이 수출입 무역업을 했는데, 결혼하고 아이 낳은 지 얼마 안 돼서 집안이 망했습니다. 빚도 꽤 많이 졌고요.”그 뒤 이야기는 굳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그랬겠지. 아린은 별의별 이유를 다 붙여서 이혼했겠지.’‘아이도 두고 나왔을 거고.’그러다 윤제가 다친 게 나았다는 소식을 듣고, 부씨 집안이 금융위기를 버텨냈다는 걸 확인하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돌아왔다.아린은 또 그럴듯하게 말했다. 그때 자신이 떠난 건 어쩔 수 없었다고, 심지어 암에 걸렸다는 말까지 했다.하지만 병원 기록엔 그런 건 없었다.해외에서 치료받은 흔적도, 진단도 아무것도 없었다.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면서, 윤제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휘어졌다.그 비웃음은 남을 향한 게 아니었다.‘류아린의 거짓말은 처음부터 허술했는데...’‘내가 그걸 믿고 싶어서, 일부러 외면한 거야.’그때, 비서의 폰이 진동했다.“대표님,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류아린 씨의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비서는 즉시 파일을 열고, 결과를 윤제에게 전송했다.윤제는 핸드폰 화면을 내려다봤다.진단서에는 분명히 ‘암’이라고 적혀 있었다.“너, 어떻게 생각해.”비서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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