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Chapter 641 - Chapter 650

676 Chapters

제641화

두 사람이 옷을 갈아입고 소파에 나란히 앉자, 그제서야 선아가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오늘 재하 씨한테 들었는데, 요즘 인터넷에서 난리 난 서일 테크놀로지 핸드폰 폭발 사건... 그 뒤에 뭔가 숨겨진 게 있다고 하더라고.”예진은 그 말을 듣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서씨 가문에서 전자 제품을 만든 게 하루 이틀도 아니야. 그런데 그동안 아무 문제도 없다가, 작은아버지한테 사고가 나자마자 이런 일이 터졌다는 건... 누가 봐도 누군가 의도적으로 겨냥한 거야.”선아도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재하 씨 말로는, 작은아버지 사고가 났을 때, 민혁 씨가 바로 소문이 퍼지는 걸 막아서 인터넷에는 안 퍼진 거라고 했어.” “하지만 업계엔 이미 다 퍼져서,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는 거야. 누가 봐도 안에서 누군가 일부러 흘린 거야. 그것도 가까운 데 있는 사람이 말이야.”돈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 짓을 할 수 있는지... 전혀 이상할 것도 없었다.단지 예진의 걱정은 따로 있었다. ‘서씨 가문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노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텐데, 만약 민혁 씨가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혹시 위험한 일이라도 생기는 건 아닐까?’ 예진의 굳은 표정을 본 선아는 그녀가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곧바로 예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일단 너무 걱정하지 마. 네가 민혁 씨 걱정하는 건 알아. 하지만 우리가 J시에 간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건 없어. 재하 씨도 지금 J시에 있고, 둘이 호흡이 잘 맞으니까 괜찮을 거야.”예진은 씁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그냥... 나 자신이 좀 안타까웠어. 이런 중요한 때에 곁에 있어주지도 못하니까.”‘만약 예전에 결혼 때문에 내 꿈과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면...’‘지금쯤은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 있지 않았을까?’‘그랬다면, 이번 일에서도 민혁 씨 짐을 조금은 나눠 가질 수도 있었을 텐데...’저녁 6시쯤 인터넷 실검이 폭발하자, 민혁의 기자회견이 밤 아홉 시에 열렸다.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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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최근 온라인에는 서중국 회장이 큰 교통사고를 당해서, 더 이상 경영을 맡기 어렵다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가 그것 때문입니까?”기자들은 늘 빈틈을 노리기에, 민혁은 기자들이 이런 정보를 알고 있어도 전혀 놀랍지 않았다.‘내가 철저하게 함구령을 내렸지만, 재하는 ‘업계 사람들은 이미 대부분 알고 있다’고 말했어.’‘이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리고 있다는 뜻이야.’그렇게 생각한 민혁은 차분하게 기자들을 둘러보면서,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여러분이 서씨 가문의 경영권 문제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잊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기자회견의 핵심은 핸드폰 폭발로 인해 발생한 인명 피해에 대한 사과와 설명입니다.”민혁의 말 한마디에 회견장의 분위기는 곧바로 본론으로 되돌아갔고, 기자들은 조용히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우선 서일그룹을 대표해서 피해자의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과를 드립니다. 가족분들께서 조금이나마 마음을 추스르시기를 바라면서, 저희는 즉시 보상 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물론 이런 금전으로 가족분들의 상처를 다 위로해드릴 순 없겠지만, 저희의 작은 성의라도 전하고 싶었습니다.”“또한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품질 관리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점검할 것입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습니다.”민혁의 태도는 그동안 문제를 일으킨 수많은 전자회사 중에서 가장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기자들조차 그의 말에서 어떤 결함도 찾기 어려웠다.요즘 들어 핸드폰 폭발 사건이 흔해졌지만, 그 중 상당수는 사용자 과실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었다.예를 들면 충전하는 도중에 게임을 과하게 돌려서 과열을 일으킨 경우 등이다.대부분 피해자의 사용 과실로 분류되었고, 다른 기업들은 어떤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하지만 민혁은 책임 소재와 관계없이 가장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을 했고,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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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서일 코스메틱, 성분 문제 때문에 소비자 ‘얼굴이 붓고 짓무르는’ 피해 발생.[서일 코스메틱 제품 사용한 여성, 얼굴 붓고 실신.][서일건설, 안전관리 소홀로 현장 근로자 부상.][서일자동차, 브레이크 결함으로 폭발... 대규모 인명피해 발생.][서일식품 신제품, 성분 문제로 아동 섭취 후 발암 논란.][...]관련 키워드는 끝도 없이 쏟아졌고, 실시간 검색어는 거의 전부 ‘서일그룹’으로 도배가 되었다.서나운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순식간에 팔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축 늘어졌다.“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한꺼번에 벌어질 수가 있지?”민혁은 급히 고모를 부축하면서 서해도를 향해 눈짓했다.“고모님을 먼저 아래로 모셔서 쉬도록 하세요.”원래 심장이 약했던 서나운은, 이런 충격적인 소식이 한꺼번에 터지자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그녀가 서해도의 부축을 받으면서 자리에서 내려가자, 아내의 상태를 보고 바로 달려온 원상문이 얼른 부축했다.기자들은 이미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질문을 한꺼번에 퍼부을 기세였다.장내의 분위기는 점점 혼란스러워졌다.“부회장님, 방금 서일그룹 계열사 여러 곳에서 동시에 중대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떤 입장이십니까?”“아까는 서일 테크놀로지 제품이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계열사 전반에서 품질 문제가 터졌습니다.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사고가 한두 개라면 우연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이렇게 많은 사고가 나는 게 우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피해자 가족들 앞에서 어떻게 해명하실 건가요?”질문이 끝없이 쏟아지면서, 기자들은 서로 먼저 묻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민혁은 주먹을 움켜쥔 채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서씨 가문에서 이렇게 많은 문제가 동시에 생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을, 민혁 자신이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알고 있었다.‘이건 명백히 누군가가 서씨 가문을 겨냥해 저지른 일이야.’‘그리고 상대가 더이상 숨길 생각도 없다는 뜻이지!’‘이 정도의 연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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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그 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당분간 답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본 사건과 관련한 향후 모든 정보는 경찰의 공식 발표를 기준으로 하겠습니다.” “또한 서일그룹은 더 이상 어떤 언론 인터뷰나 취재 요청도 받지 않을 것입니다.”“저희를 믿어주십시오. 반드시 명확한 결과로 답하겠습니다.”말을 마친 민혁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더 말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민혁이 나가려고 하자, 기자들이 일제히 앞으로 몰려들면서 더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그러나 스태프들이 신속하게 기자들을 막았고, 민혁은 곧바로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뒤편의 대기실에 도착했을 때, 서나운은 약을 먹고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민혁이 들어오자 벌떡 일어난 서나운이 상황을 묻으려고 했지만, 너무 급하게 일어난 탓에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휘청거렸다. 원상문이 재빨리 아내를 부축했다.“왜 그렇게 급하게 일어나. 민혁이도 이렇게 돌아왔잖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천천히 해. 몸이 먼저지.”그 말을 들은 서나운은 남편의 손을 꼭 잡고서 민혁에게 물었다.“바깥의 상황은 어때?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많은 일이 한꺼번에 터진 거야?”민혁은 서나운이 충격에 약한 사람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고모. 이렇게 많은 사건이 동시에 터질 리 없어요. 누군가 서씨 가문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움직인 겁니다.” “그래서 경찰에 바로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어요. 곧 명확한 결과가 나올 거예요.”서나운은 여전히 얼굴을 찡그린 채 말했다.“우리 서씨 가문이 몇 대에 걸쳐서 사업을 하면서, 누구와 싸우지도 않았고 원한도 안 쌓았는데... 왜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긴 거지?”민혁은 고개를 저었다.“사업은 전쟁과 같아요. 이익이 걸려 있으면, 굳이 원한을 사지 않아도 공격할 수 있지요. 어쨌든 걱정하지 마시고, 고모는 회사가 흔들리지 않게 관리만 잘 해주시면 돼요.”“품질 관리만 철저히 하고, 우리만 떳떳하면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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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민혁은 씩 웃으며 말했다.“홍보팀에서는 당분간 모든 홍보 포인트를 그 립스틱 신제품에 집중하라고 하세요. 이번 신제품이 크게 주목받는 것처럼 보여야 하거든요.”순간 눈이 휘둥그레진 서해도가 말했다.“아... 일부러 신제품에 기대를 거는 척하면서, 상대가 또 훼방 놓게 만든 다음 정체를 드러내게 하려는 거군요!”길고 매끄러운 손가락으로 입가를 더듬으면서, 민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빛났다.“우리가 계속 끌려 다닐 순 없지요. 대체 누가 이렇게 대담한 짓을 한 건지...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요.”서해도가 곧바로 준비하러 나가자, 민혁은 창가로 다가가서 바깥을 바라보았다.J시의 겨울은 눈이 드문 편인데, 오늘은 보기 드물게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가 화려한 도시의 불빛과 뒤섞이고 있었다.문득 ‘기회가 되면 같이 첫눈을 보고 싶다’고 예진이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 순간 그리움이 밀려오자, 그는 핸드폰을 꺼내서 예진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하지만 전화를 걸기도 전에 예진이 먼저 전화를 먼저 걸었다. 실소를 머금고 전화를 받자, 곧바로 다급한 여자의 목소리가 전해졌다.[뉴스 봤어요. 기자회견 생중계도 봤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괜찮은 거 맞아요? 민혁 씨 혼자 감당할 수 있어요? 필요하면 내가 갈까요? 지금 상황을 다 혼자 컨트롤할 수 있는 거예요?”예진이 얼마나 걱정하는지, 목소리만 들어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순간 묘하게 민혁의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은근히 기쁜 느낌도 들었다.‘예진이 이렇게까지 나를 걱정해주는구나...’예진은 계속해서 궁금하고 걱정되는 질문을 쏟아냈고, 민혁은 조용히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한참 동안 민혁의 대답이 없자, 예진은 더 불안해졌다.[내 말 듣고 있어요? 왜 아무 말도 없어요? 상황이... 많이 안 좋아요?]그제야 민혁이 천천히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예진 씨... 눈이 와요.”너무나 뜬금없는 말에 예진은 순간 멈칫했다.[뭐라고 했어요...?]“눈이 오고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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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다음 날 아침, 서해도는 이미 피해자 가족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장소는 서일그룹 본사가 아니라, 서씨 가문의 본가였다.민혁은 2층 난간에 선 채 아래층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먼저 서해도를 통해서 보상금을 가족들에게 전달하게 한 뒤, 가족들의 감정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민혁이 비로소 계단을 따라 천천히 내려왔다.민혁을 보자마자 사람들의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오랫동안 변호사 생활을 해왔기에, 민혁은 사람의 감정과 표정의 미세한 변화까지 읽어내는 데 익숙했다.겉보기엔 긴장한 얼굴들이지만... 금세 눈치챌 수 있었다.‘저건 긴장한 게 아니라 오히려 들킨 사람의 표정인데?’ 민혁은 잔잔한 미소를 띤 채 사람들 앞에 섰다.“오늘 여러분을 모신 건, 약속한 보상금을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의 상처에 비하면 미약한 금액이겠지만... 저희의 진심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아무 대답도 없는 사람들을 보자, 그는 확신했다.보통 피해자 가족들이라면 보상을 받았다고 입을 닫진 않는다. 억울함, 분노, 요구... 다양한 감정이 터져 나와야 정상이다.‘그런데 이렇게 조용하다니... 역시 뭔가 있어.’ 민혁은 마음속으로 더욱 확신했다.하지만 그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앞에 있던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앞장서서 모두를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저 사람이 서일그룹 회장 대리라고? 이런 장사꾼들한테 좋은 마음이 어디 있겠어! 괜히 시간 끌다가는 무슨 꿍꿍이가 있을지 몰라요! 자, 다들 나갑시다. 얼른!”그 남자가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려고 하자, 민혁이 손뼉을 한 번 쳤다. 그러자 서해도와 몇 명의 장정들이 곧바로 출입구를 전부 막아버렸다.놀란 사람들이 움찔하며 술렁대기 시작하자, 중년 남자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선동했다.그는 소파에 앉아 있는 민혁을 향해 소리쳤다.“이게 무슨 짓이야? 우리를 여기 가둬두겠다는 거야? 아무리 J시에서 서씨 가문이 하늘이라고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감히 어쩌겠다는 거지?”그 말에 다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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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민혁이 천천히 그쪽으로 다가가자, 사람들의 긴장된 시선이 일제히 따라붙었다. 민혁이 검은 천을 단숨에 걷어 올리는 순간!조금 전까지 검은 천으로 덮여 있던 직사각형 모양의 물건 더미에서, 수북하게 쌓여 있는 현금 다발이 그대로 모습을 드러냈다.사람들은 일제히 숨을 들이마셨다. 이렇게 많은 돈을 눈앞에서 본 적이 없는 듯, 모두의 시선은 현금 더미에 고정됐다.대충 봐도 수십억 원은 돼 보였다. 이런 큰 돈은 평생 구경조차 못 해본 사람들!특히 앞에서 가장 요란하게 떠들던 중년 남자의 눈빛에서는 탐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게다가 그런 욕심을 숨길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지폐 더미 위에 가볍게 걸터앉은 채, 민혁은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여러분을 부른 건 보상금을 드리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여기 계신 분들과... 거래를 하고 싶어서죠.”“정확히 100억 원입니다. 저와 거래하는 사람은 이 돈을 전부 가져갈 수 있습니다.”100억 원!정말 유혹적인 금액이었다. 일반인은 평생 죽어라 일해도 근처에도 가지 못할 엄청난 금액!그 숫자만으로도 사람들의 숨소리가 달라지면서, 방 안의 공기도 팽팽하게 긴장되었다.그 중년 남자가 가장 먼저 소리쳤다.“속으면 안 됩니다! 저 장사꾼은 저 돈으로 우릴 유혹하려는 거예요! 장사꾼들이 짝이 없는 인간들입니다! 돈으로 우리를 매수할 생각인 모양인데 모두 조심해야 합니다!”그 말에 민혁은 비웃음을 흘리면서 고개를 살짝 저었다.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그쪽이 나를 못 믿겠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지금 이 순간부터 당신은 이 거래에서 제외입니다. 원한다면 지금 바로 나가도 됩니다.”그 말을 들은 남자는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곧바로 허리에 손을 올리고는 당당하다는 듯이 눈을 부릅뜨고 노려봤다.“내가 바보야? 나 혼자 나갔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절대 흩어지지 않는다면, 당신이 우리한테 뭘 할 수 있다는 거야!”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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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역시나 그 말을 듣자마자,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면서 이쪽저쪽을 힐끔거렸다.각자의 얼굴에는 ‘계산’이란 단어가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이를 악문 중년 남자가 다시 앞장서서 외쳤다.“다들 잘 들어요! 우린 흔들리면 절대 안 돼요! 저놈은 우리를 돈으로 매수하려는 겁니다!”“우리가 진짜 넘어간다면, 그럼 피해를 입은 우리 가족들에게 죄를 짓는 겁니다!”그렇게 떠들어댔지만,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소위 ‘피해자 가족’이라는 자신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저 돈 수백만 원을 벌기 위해서 서일그룹에 덤터기를 씌웠다는 사실을!하지만 지금 눈앞에 놓인 100억 원 앞에서, 자신들이 받은 돈은 전부 하찮은 푼돈이 되어 버렸다.이렇게 생각하자, 사람들의 시선은 계속 흔들렸다.그 중에서도 제일 앞에 서 있던 젊은 남자의 눈빛이 가장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민혁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저 자식이 바로 이 무리에서 가장 약한 고리야.’민혁은 서해도에게 눈짓을 했다.그러자 서해도가 곧바로 움직이더니, 우선 중년 남자를 제압해서 밖으로 끌고 나갔다.중년 남자는 밖으로 끌려 나가면서도 끊임없이 고함을 질렀다.“놔! 놓으라고! 너희들 지금 뭐 하는 짓이야!”그 모습을 본 민혁은 오히려 의아해졌다.‘저런 놈이 제일 먼저 흔들려야 정상인데... 왜 저렇게까지 결사적으로 사람들을 붙잡아 두려는 거지?’‘저놈 뒤에 있는 자가... 대체 어떤 미끼를 던진 걸까?’누렇게 뜬 얼굴에 수척한 남자는 눈 밑의 다크서클이 입가까지 내려올 듯한 모습이었다.눈을 감으면 흰자위만 보일 정도로 건강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민혁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단순한 돈 문제 때문이 아니야. 뭔가 더 있어.’중년 남자가 사라지자, 실내는 확연하게 조용해졌다.민혁은 사람들의 표정을 하나씩 천천히 살폈다.“100억 원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안 올 수도 있겠죠. 지금 시세로 J시의 고급 아파트 3, 4 채는 그냥 일시불로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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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한 사람이 입을 열자, 다른 사람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이 말을 쏟아냈다.모두 그 100억 원을 차지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표정이었다.“맞아요, 우리 모두 그 사람의 지시를 받고 그랬어요. 하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는 우리도 몰라요. 만날 때마다 모자를 푹 눌러썼고, 마스크까지 했거든요.”“맞아요... 그리고 사실 서일그룹 제품 때문에 피해를 입은 게 아니에요. 다들 다른 이유로 사고가 난 건데, 제품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꾸민 거예요.”민혁은 방 한쪽의 천장에 설치된 CCTV를 힐끗 바라보면서 조용히 생각했다.‘됐어, 전부 녹화됐어.’사람들이 실토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젊은 남자가 서둘러 외쳤다.“제가 제일 먼저 말했어요! 당신이 약속한 대로 이 돈은 제 겁니다!”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초조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리도 다 인정했는데 왜 저 돈을 너한테만 줘야 해?”“헛소리하지 마! 내가 먼저 말을 안 했으면, 당신들이 감히 나설 수 있었겠어? 비겁한 것들!이제 와서 돈을 나누자고? 꿈 깨!”“너 이 새끼 말하는 꼬라지 좀 봐라! 예의라는 것도 안 배웠어?!”“하! 예의?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중에 천만 원 받겠다고 남의 인생 망가뜨리는 짓 안 한 인간 있어?”“인간성도 내다 팔아먹은 주제에 예의는 무슨 얼어 죽을 예의야!”“...”순식간에 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 몇몇 남자들은 금방이라도 젊은 남자에게 달려들 듯한 태세였다.미간을 찌푸린 민혁은 짜증을 감추지 못한 표정을 짓고서 곧바로 손뼉을 가볍게 한 번 쳤다.그 순간, 설명할 수 없는 압박감이 방 안을 짓눌렀다.일제히 입을 다문 사람들은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민혁을 바라볼 뿐.“내 수중의 돈을 가져가고 싶다면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여러분이 누군가에게 사주를 받았다는 사실은 알겠어요. 하지만 ‘모른다’는 말만 반복한다면, 그건 정보가 아니죠.”“내게 그런 건 가치가 없어요. 지시한 사람에 대한 ‘단서’를 알려주는 사람, 그 사람에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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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그런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민혁은, 탐욕에 눈이 뒤집힌 채 몸을 떨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리고 주머니 속에서 천천히 한 장의 수표를 꺼냈다.수표가 눈앞에 등장하자, 남자의 두 눈은 탐욕으로 가득했다.마치 뒤에 산처럼 쌓여 있는 지폐 따위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듯이!두 다리가 힘이 풀렸는지 앞으로 다가오지도 못한 채 그저 멍하니 서 있자, 민혁은 그 수표를 남자의 눈앞에서 천천히 흔들었다.수표에 적힌 ‘2백억 원’이라는 숫자를 보자, 남자는 이성을 잃은 듯이 손을 확 뻗었다.그러나 민혁은 재빨리 손을 빼면서 뒤로 물러났다.손이 허공을 허우적거리자 짜증스러운 표정이 잠시 드러났지만, 민혁을 보자 또다시 비굴하고 아부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회... 회장님, 이건 무슨 뜻입니까?”민혁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차갑고도 여유로운 미소.소파로 걸어가 앉으면서 그는 우아하게 다리를 꼬았다.“이런 선택을 한 걸 보니까... 당신 머리도 꽤 좋은 편이네.” “방금 그 100억 원은 이미 네 거야. 하지만 내 손에 있는 이 2백억 원, 이건 그렇게 쉽게 주지 않아.”2백억 원!평범한 사람은 평생 꿈꾸지도 못할 금액.그 말을 듣는 순간, 남아 있던 남자의 마지막 이성마저도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그리고 곧바로 민혁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손에 든 수표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탐욕만이 가득했다.“회장님... 저한테 뭐를 시키시든... 다 하겠습니다.”2백억 원!은행에 넣어두고 매달 이자만 받아도, 그의 자식과 손주, 그 밑의 후손들까지도 평생 풍족하게 살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다.‘자기 가족까지 이용해서 돈을 벌려고 했던 인간인데... 이런 유혹을 버틸 리 없지.’민혁은 남자의 심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이 돈을 갖고 싶다면 간단해. 기자회견을 열어서, 네가 돈을 받고 서일그룹을 일부러 모함했다는 사실을 공개해.”“그리고 네 가족이 실제로 어떤 이유로 피해를 입었는지 그 경위도 모두 말하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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