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Chapter 681 - Chapter 690

706 Chapters

제681화

의심으로 가득했던 기자회견장의 분위기가 어느새 탄식과 감탄이 나오는 분위기로 변했다.“그래서 그런 거였군요. 서 대표님은 줄곧 진심이셨군요. 다행이에요, 고 변호사님이 끝까지 잘못된 길로 가지 않게 되셔서요.”“맞아요. 고생은 끝은 없지만, 깨닫기만 하면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하죠. 아직 늦지 않아서 다행이고, 지금도 서 대표님이 든든하게 버티고 계셔서 정말 다행이에요.”“왜 하늘은 늘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만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걸까요? 이제부터 두 분이 잘 된다면 좋겠어요.” “그 쓰레기 같은 전남편이 더 이상 수작을 부리지 않으면 좋겠어요.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거든요.”예진은 무대 아래에서 쏟아지는 사람들의 반응을 묵묵히 지켜볼 뿐이다.하지만 민혁의 시선은 오로지 예진을 향해 있었다.“미안해하지 말아요. 내가 예진 씨 상처를 일부러 들춰냈다고 생각하지 말아줘요. 예진 씨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던 게, 나한테는 그게 가장 후회하는 일이거든요. 지금의 나는... 예진 씨를 위해서 이 정도밖에 해 줄 수 없을 뿐이에요.”이 일이 벌어진 뒤, 예진은 줄곧 모든 건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결국 매듭을 지은 사람이 풀어야 하는 법이기에, 부씨 집안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씨 집안 사람들의 훼방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공정함을 되찾아 주기 위해서 누군가가 이렇게 기꺼이 나설 거라고 상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이 기자회견 생중계는 그동안 예진을 오해했던 사람들에게 진실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온라인 여론은 순식간에 완전히 뒤집혔다.영호는 병상에 누운 채 계속 생중계를 지켜보면서, 한편으로는 핸드폰으로 온라인 반응을 쉬지 않고 확인했다.[서 대표님이 고 변호사님을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했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네요! 이런 사람을 놔 두고, 누가 바람이나 피우는 쓰레기 같은 남자하고 같이 있겠어요?][바람이나 피운 쓰레기 주제에 이혼한 뒤에도 도덕적 압박까지 하다니, 정말 털
Read more

제682화

한편, 같은 시각의 다른 한쪽. 선재 일행은 숨을 죽인 채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었다.민혁이 등장하자 실내는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모두 조심스럽게 윤제의 반응만 살폈다.윤제의 표정이 점점 더 굳어지는 걸 본 태현은 재빨리 생중계 화면을 꺼 버렸다.선재가 가볍게 헛기침을 하면서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예전엔 나도 고예진 씨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어. 사랑 때문에 너무 많은 걸 양보하는 사람 같아서, 너무 약해 보였거든. 그런데 오늘... 이렇게 단호할 줄은 정말 몰랐어.”태현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그러게 말이야. 예진 씨는 진짜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했어. 예전보다 정신도 이전보다 훨씬 안정돼 보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하면서 빛나는 게 느껴졌어. 요즘은 꽤 잘 지내는 것 같네.”두 사람은 금세 말이 통했다. 선재는 아예 윤제의 시선을 외면하고 태현과 열띤 대화를 이어 갔다.“게다가 저 서민혁, 정말 괜찮은 남자네. J시에서 H시까지 쉬지도 않고 바로 달려와서 생중계 현장에 나타났잖아.” “재력에 진심까지 갖춘 데다가, 한 사람만 바라보는 타입이라니. 이런 남자를 누가 안 좋아하겠어? 내가 고예진 씨라도 분명히 서민혁을 선택했을 거야.”태현도 깊이 공감하면서 말을 이었다.“그러게 말이야. 나도 사실은...”말을 끝내기도 전에, 실내의 공기가 싸늘하게 변한 걸 느낀 두 사람은 그제서야 윤제를 돌아보았다.냉랭한 표정의 윤제가 술잔을 꽉 움켜 쥐고 있는 모습을 보자, 태현은 하려던 말을 그대로 삼켜야만 했다.선재도 뭔가 찔리는 듯이 고개를 숙인 채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분위기가 너무 어색해지자, 자리에서 일어난 건우가 윤제의 어깨를 가볍게 치면서 말했다.“말은 좀 거칠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야. 두 사람이 한 얘기도 전부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니니까.” “예진 씨가 너하고 있을 때 어떤 상태였는지, 지금은 또 어떤 상태인지... 다들 한눈에 알 수 있잖아. 정말로 아직 마음이 남아 있다면, 차라리
Read more

제683화

다른 사람들은 다 함께 뒤쪽의 휴게실로 이동했다.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서자마자, 예진은 평소의 차분한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주위의 시선도 전혀 의식하지 않고 곧바로 민혁의 품으로 파고들었다.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아와 은주는 장난스럽게 혀를 차며 웃음을 터뜨렸다.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민혁은 예진을 더욱 다정하게 끌어안았다.“다 내 잘못이에요. 요즘 집안 일에 매달려 있느라 예진 씨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어요. 이렇게까지 힘든 일을 겪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사람은 혼자서 억울함을 견뎌야 할 때는,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버텨 내기 마련이다.하지만 곁에서 민혁이 따뜻하게 위로해주자, 결국 예진의 눈에서는 눈물이 겉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아무리 예진이라고 해도, 이 순간만큼은 흐느낄 수밖에 없었다.“이 정도야 뭐 억울한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민혁 씨는요... J시 쪽 일은 다 정리된 거예요? 이렇게 갑자기 돌아와도 괜찮아요?”민혁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J시 쪽 일은 이미 다 정리해 놨어요. 미끼도 던져 놨으니까, 이제 물기만 기다리면 돼요.” “오히려 지금 시점에 내가 공개적으로 J시를 떠난 게 더 잘된 일일 거예요. 배후에서 움직이던 인간들도 경계심을 풀 테니까요.”민혁의 말을 듣고 난 뒤에야, 예진은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하지만 이 말을 듣고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린 은주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두 사람 곁으로 다가왔다.“그러니까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 거 맞지? ‘미끼를 던졌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J시 쪽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재하가 이미 신씨 가문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민혁의 계획도 차질 없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서중국의 상태도 다행히 꾸준하게 호전되고 있어서, 곧 퇴원할 수 있을 정도였다.은주에게 계속 숨기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한 민혁은, 이번에 돌아온 김에 모든 일을 솔직하게 털어 놓을 생각을 했다.모두
Read more

제684화

은주는 목적을 이루기 전에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 성격이다. 민혁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말을 하지 않으면, 여동생이 또 혼자서 온갖 상상을 해 버릴 게 분명하다는 걸!결국 더 숨길 수가 없게 되자, 민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재하가 그동안 쭉 조사했어. 지금은... 이 일이 신씨 가문이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커.”‘신씨 가문’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잠시 멍해졌던 은주의 표정이 곧바로 굳어졌다.“신세준, 그 개자식이야? 지난번에 영호 씨가 그 인간을 건드렸다고, 그 새끼가 앙심을 품고 우리 집안에 보복한 거야?”민혁의 표정은 무거웠다.“아직은 추정 단계야. 정말로 그 집안이 배후에서 움직였는지는 결정적인 단서가 있어야 해. 다만 한 가지는 거의 확실해. 이번에 영호가 다친 일도... 신세준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거야.”그 말을 들은 은주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섰다. 얼굴에는 분노가 그대로 드러낸 채.“그게 무슨 말이야? 신세준이 불법적인 일에 손을 댔다는 거야? 그래서 영호 씨가 갑자기 그 부서로 발령이 난 거였어? 전부 신세준이 짜 놓은 계획이었단 말이야?” “그럼 그 새끼가 이 기회에 영호 씨를 없애려던 거잖아!”은주의 감정이 지나치게 격해지자, 선아는 얼른 붙잡고 자리에 앉도록 했다.“일단 진정해. 신세준이 정말 그런 일에 손을 댔다면, 경찰이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 오래 버티지 못하고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될 테니까.”예진도 은주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을 보탰다.“맞아. 신세준이 한 짓은 스스로 무덤을 판 거나 다름없어. 반드시 그에 걸맞은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모두가 이렇게 위로했지만, 은주는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이 괴로워하는 모습이었다. 겨우 조금 진정이 되자, 은주의 마음속에 곧바로 깊은 죄책감이 밀려들었다.“영호 씨가 신세준 그 개자식을 건드린 것도 다 나 때문이었어... 마지막 순간에도 날 대신 막아 줘서 그렇게 다쳤어.”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나 때문이었어? 내가
Read more

제685화

[부회장님, 양혜숙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 남자가 예상대로 바로 연락을 했답니다.]민혁은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어떻게 됐어요? 그자를 잡았습니까?”서해도의 목소리에는 미안함이 묻어 있었다.[그자는 경계심이 너무 강했습니다. 양혜숙이 약속 장소에 나타나자,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고 도주했습니다. 제가 사람들을 데리고 몇 블록이나 쫓았지만 결국 놓쳤습니다.]그 말은 곧 경솔하게 움직였다가 잔뜩 경계만 하게 만들었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민혁도 순간 흠칫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서해도가 다시 말을 이었다.[다만, 도망치던 중에 옷의 단추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지금 그 단추를 가지고 의류 브랜드를 추적하는 중인데, 그걸로라도 단서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민혁이 이를 악물었다.“알겠습니다. 내일 바로 돌아갈 테니까 최대한 빨리 단서를 확보하도록 하세요.”전화를 끊자마자, 은주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민혁을 바라보았다.“오빠, 뭔가 단서가 나온 거야? 이게 신세준이랑 관련 있든 아니든, 제발 나한테 숨기지 마. 내가 직접적으로 도와줄 수는 없어도, 그래도 사정을 알아야 하잖아.”은주의 머릿속이 얼마나 복잡할지 잘 아는 민혁은 고개만 끄덕일 뿐, 더 이상의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감정을 어느 정도 달랜 뒤 선아가 은주를 병원으로 데려다 주었고, 예진은 민혁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며칠 동안 쉴 틈도 없이 바쁘게 움직였기에, 두 사람 다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칠 수밖에 없었다. 마침 민혁이 내일 J시로 돌아가기로 해서, 오늘만큼은 집에서 제대로 쉬기로 했다.차가 아파트 단지 입구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 단지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길가의 수풀 속에서 갑자기 누군가 튀어나오더니 무작정 차량 앞으로 뛰어들었다.민혁이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꽉 밟자, 관성 때문에 예진의 몸이 앞으로 확 쏠렸다.차가 완전히 멈추자, 민혁은 곧바로 예진의 상태부터 살폈다. 안전벨트 덕분에 다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 민혁이 분노를 억누르
Read more

제686화

윤제는 민혁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서씨 가문이 비록 지금 격렬한 싸움에 휘말린 상황이라 해도, 부씨 집안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힘이 빠진 듯 길가에 주저앉은 윤제가, 충혈된 눈으로 민혁을 올려다보았다.“도대체 내가 뭘 해야 예진이를 나한테 돌려줄 거야? 네가 예진이를 돌려주기만 한다면, 뭐든지 다 하겠어.”민혁은 어금니를 악물었다. 당장이라도 주먹을 휘두르고 싶었지만, 꾹 참고 말했다.“예진 씨는 물건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이야! 자신이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어. 예진 씨를 누구에게 ‘돌려줄’ 권리도 내겐 없어!” “네가 정말로 예진씨를 사랑한다면,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도록 해!”민혁의 뒤에 선 예진은, 이렇게 초라한 윤제를 보면서도 마음에는 어떤 동요도 없었다.윤제의 시선이 민혁을 지나 예진에게 향했다. 간절함만이 가득한 눈빛에는 한때 오만하고 거만하던 모습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예진아, 정말로 나한테 조금의 애정도 남아 있지 않은 거야? 내가 그렇게까지 너한테 상처를 입힌 거야? 마지막 기회조차 주지 않을 만큼?” “난 정말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어. 오늘 이런 상황이 된 건 내 본심이 아니었어. 널 다치게 할 생각은 단 한 번도 없었어. 난 그저...”윤제가 끝까지 다 말하기도 전에, 예진의 목소리가 말을 끊었다.“이제 그런 쓸모없는 말은 그만해. 넌 한 가지 일로만 나를 상처 준 게 아니야. 부윤제, 내가 몇 번을 말해야 이해하겠어.” “내 사랑은 오로지 한쪽으로만 달리는 기차야. 너하고는 이미 완전히 끝났어. 지금 네가 하는 행동은, 나한테 남아 있는 마지막 연민마저 없어지게 만들고 있어.”윤제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자, 민혁은 곧바로 예진을 자신의 뒤로 감싸면서 단 한 발자국도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았다.“과거의 내가 어리석었다는 건 알아. 다 내 업보야. 하지만 예진아, 나는...”그 말이 또다시 중간에서 끊어졌다. 민혁이 예진의 손을 잡아 올렸고, 두 사람의 약지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Read more

제687화

그 자리에 혼자 남은 윤제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 채 한동안 아무 반응도 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그래, 내가 저질렀던 일들을 돌이켜 보면,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예진이가 끝까지 나를 용서해 주길 바랄 수 있겠어.’민혁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현관을 지나 거실의 소파에 앉은 뒤에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민혁이 질투하는 거라고 생각한 예진은, 곧바로 다가가서 그를 안아 주면서 장난스럽게 말했다.“왜요? 변호사님, 혹시 질투하시는 거예요?”민혁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런 인간 때문에 질투할 정도는 아니에요. 다만, 그 인간이 저질러 놓은 일들 때문에 예진 씨가 이렇게 많이 상처를 입고 어려움을 겪었다는 걸 떠올리니까...” “그 인간을 한 대 제대로 때려 주지 않으면, 분이 안 풀릴 것 같아서 그래요.”예진은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민혁의 여러 모습을 봤지만, 이렇게까지 분을 참지 못하고 식식거리는 모습은 처음이었다.하지만 예진이 웃음을 참지 못할수록 민혁의 표정은 오히려 더 굳어졌다.결국 화를 참지 못한 민혁이 그녀를 소파에 앉게 한 뒤 몸을 기울이면서 말했다.“예진 씨, 아주 진지하게 물어야겠어요. 우리 둘은 도대체 어떤 관계인가요?”예진은 순간 멍해졌다. 민혁이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물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그걸 굳이 말해야 하나요? 반지까지 꼈는데, 혹시 이제 와서 발뺌하려는 거예요?”그 말을 듣자마자, 민혁은 거침없이 키스를 퍼부었다. 예상치 못한 강렬한 키스에 예진은 숨을 고를 틈조차 없었다.한참이 지난 뒤, 예진은 입술의 감각마저 마비될 정도였다. 비로소 입술을 떼고 그녀를 바라보는 민혁의 눈길에는 뜻밖에도 서운함이 어려 있었다.“왜, 왜 그래요?”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예진이 더듬거리며 물었다.“예진 씨한테 이런 큰 일이 터지자, 은주하고 선아 씨도 나한테 전화를 했어요. J시에 있는 재하도 연락을 했고, 한 변하고 임 변도 제일 먼저 알렸어요.”
Read more

제688화

“나는 단지 무슨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자신이 해결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제일 먼저 민혁 씨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결국 나는 민혁 씨에게 짐만 될 테니까요.”예진이 말을 마쳤을 때 민혁은 풀이 푹 죽어 있었다. 그의 기분도 점점 가라앉는 걸 느끼게 되자, 예진도 마음이 급해졌다.“혹시 아직도 화가 난 거예요? 난, 민혁 씨한테 의지하기 싫은 게 아니라 그냥...”예진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민혁이 끼어들었다.“알아요. 실패한 결혼을 겪었으니까, 예진 씨는 다시 감정에만 매달리고 싶지 않은 거잖아요. 자신의 힘으로 서고 싶다는 심정도 이해해요. 하지만 나는 정말로...”이번에는 예진이 민혁의 말을 끊었다.“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요?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난 당신에게 기대기 싫은 게 아니에요. 만약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면, 가장 먼저 도움을 청했을 사람이 바로 민혁 씨인 걸요.” “하지만 나는 좋은 관계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둘이 나란히 걸어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해하겠어요?”민혁은 고개를 들어 예진을 바라보았다. 애처로울 만큼 가련해 보이는 눈빛으로!예진은 남자의 손을 잡고서 차분하게 설명했다.“사람들이 우리 둘을 떠올릴 때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생각하고, 나도 당신만큼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좋겠고요.” “무슨 일만 생기면 당신부터 찾는 무능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요. 내 이름도 당신 이름 옆에 나란히 놓이길 바라는 거예요.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겠죠?”예진의 말은 자신의 속을 다 드러낸 진심이었다. 민혁은 예진의 뜻을 이해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쪽에는 왠지 씁쓸한 느낌이 남아 있었다.‘굳이 이렇게까지 강해지려고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야.’‘평생 지켜 주는 역할은 내가 얼마든지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어...’‘그게 더 달콤하기까지 하거든.’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자신이 예진을 사랑하게 된 이유도
Read more

제689화

눈시울이 뜨거워진 윤제는 눈물을 꾹 참으면서, 다정하게 이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랬구나. 우리 이안이 이렇게 똑똑했네.”이안은 헤헤 웃으면서 고개를 들었다.“그럼 아빠는? 아빠는 왜 엄마한테 용서받고 싶은 거야?”“아빠도 이안하고 똑같이 너무 늦게 깨달았어. 나쁜 사람을 좋은 사람으로 착각하고, 정작 엄마의 진심은 다 나쁘게만 봤거든.” “그래서 엄마 마음을 완전히 아프게 했어. 엄마가 곁에 있을 때는, 이안도 늘 건강했잖아.”그 말을 듣자 이안은 얼른 윤제를 끌어안았다.“아빠, 그럼 우리 같이 엄마한테 돌아와 달라고 빌어. 응?”아들의 이 한마디에 윤제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아이를 꼭 끌어안은 윤제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등 위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느낀 이안이 몸을 조금 떼고, 고사리 손으로 아빠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아빠 울지 마. 엄마는 그렇게 착하잖아. 분명히 잠깐 화가 난 거야. 엄마가 우리를 버리지는 않겠지?”윤제는 아이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술기운까지 겹쳐서, 마치 둑이 터진 것처럼 아무리 억제하려 해도 눈물을 멈출 수가 없어다.‘이제서야 알겠어. 예전의 내가 얼마나 비열하고 잔인했는지.’‘지금 내가 겪는 이 고통조차, 예전에 예진이 견뎌야 했던 것에 비하면 만분의 일도 안 되겠지.’“이안... 미안해. 아빠가 무능했고, 아빠가 나빴어. 아빠가 엄마를 잃어버렸어. 엄마는... 정말로 우리를 떠난 거야.”윤제가 진지하게 말하자, 그 감정이 그대로 전해지면서 이안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왜... 엄마는 예전에 우리한테 그렇게 잘해 줬는데, 왜 우리를 안 원하게 된 거야? 아빠, 이안은 엄마가 보고 싶어. 이안이 진짜 잘못했어!”아이를 품에 안은 채, 소파 위에서 부자는 콧물과 눈물 범벅이 된 채 한참을 울었다.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던 도순희마저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겉옷을 걸치고 내려왔다.계단 구석에 숨어서 부자가 통곡하는 모습을 몰래 지켜보던
Read more

제690화

“왜 그렇게까지 화를 내니? 이안은 아직 어린애인데 뭘 알겠어. 예진이가 그렇게 매정하게 굴지 않았다면 애가 지금 이렇게까지 힘들겠니?” “정말 능력이 있다면, 예진이를 다시 데려와 봐!”도순희의 말이 머릿속을 뒤흔들자, 윤제는 머리가 터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방금 자신의 태도가 지나쳤다는 사실을 깨달은 윤제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그는 최대한 차분해지려고 애쓰면서, 도순희의 품에서 이안을 받아 안았다.“착하지, 이안. 울지 마. 다 아빠 잘못이야. 아빠가 엄마를 잃어버렸어.”가족은 그렇게 서로 끌어안은 채 눈물로 뒤엉켰다. 한때 번듯했던 부씨 집안이지만, 이미 예전의 찬란하던 모습은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그에 비해서, 예진이 있는 쪽은 훨씬 따뜻하고 안정된 분위기였다.이른 아침, 서해도로부터 연락이 왔다. 문제의 남자 신원이 확인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민혁은 곧바로 당일 아침 비행기 표를 끊고 J시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민혁이 직접 아침 식사를 준비했고, 두 사람이 함께 식사를 마친 뒤에는 예진이 직접 공항까지 배웅했다.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민혁은 숨 돌릴 틈도 없이 회사로 향했다. 서해도가 조사한 자료를 곧바로 그에게 건넸다.“이 사람 이름은 양태준입니다. 신씨 가문 사람은 아니지만, 사실상 신세준의 측근입니다. 생활 전반을 관리하는 생활비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죠.” “다만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엮이기 시작한 건 최근 1년 남짓 되었습니다. 아마도...”잠시 말을 망설이던 서해도가, 민혁의 눈짓에 다시 입을 열었다.“불법 거래에서 신세준의 실무를 도운 인물로 보입니다. 미얀마 국적이고요. 정황상, 그동안 배후에서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은 바로 신세준으로 거의 확정할 수 있습니다.”이 결과는 사실 전혀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민혁과 재하는 이미 오래전부터 신세준을 의심하고 있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을 뿐이었다. 사소한 원한도 반드시 갚는 성격에 원칙도 전혀 없는 인물이니, 이런 일을 벌였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Read more
PREV
1
...
666768697071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