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율은 당연히 이혜정에게 답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말했다가는 이혜정이 분명 차주헌에게 전할 것이었다.차주헌이 이미 자신을 의심하고 있는데 만약 또 덜미를 잡히면 무조건 들키고 말 것이다.임서율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어머니, 저 왔어요.”임서율은 차주헌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이혜정 또한 차주헌의 등장으로 임서율의 일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돌려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아들, 왜 이제야 돌아오니.”“어머니, 길이 좀 막혔어요.”“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주헌이 회사 직원인데, 저를 아실 거예요.”달콤하고 얌전한 목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임서율은 순간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듯한 느낌에 몸이 굳었다.잠시 후, 그녀는 뻣뻣하게 몸을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강수진이 차주헌 옆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차주헌이 강수진을 데리고 돌아온 것이었다.이혜정은 이 말을 듣고는 정말로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듯 강수진을 한참 동안 응시하다가 그제야 알아차렸다.“네가 수진이니?”강수진은 어린 양처럼 온순하게 말했다.“네, 아주머니께서 저를 아직 기억하실 줄은 몰랐어요.”이혜정은 다정하게 웃으며 강수진의 손을 잡았다. 임서율을 대하는 것과는 천지 차이였다.“그럼. 네가 주헌이랑 학교 동창인 걸 누가 모르겠니. 그런데 머리에는 왜 상처가 있니?”강수진은 그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머리의 상처를 만졌다.“아, 서율 씨랑 오늘 단합 대회 때 실수로 넘어졌어요. 크게 다친 건 아니에요. 주헌이가 이미 병원에 데려가 줬어요.”임서율 이야기가 나오자, 이혜정은 고개를 돌려 임서율에게 말했다.“서율아, 손님 왔는데 차 한잔 내오지 않고 멍하니 뭐 하니.”이혜정이 입을 열자마자 거실 분위기는 미묘하게 변했다.청소하던 도우미들도 모두 멈칫하며 놀란 눈으로 이혜정을 바라보았다.이것은 명백히 임서율에게 면박을 주는 행동이었다. 집에 도우미가 있는데 며느리가 직접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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