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임서율은 열여덟 살 때부터 차주헌을 좋아했다. 차주헌을 구하다 청력까지 잃었는데도 그를 향한 그녀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적으로 청력이 다시 돌아왔고 임서율은 제일 먼저 이 사실을 차주헌에게 알려주기 위해 단숨에 달려갔다. 그런데 그녀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했던 남자가 그녀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제일 기쁜 날이 제일 비참한 날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차주헌의 바람을 알게 된 임서율은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화를 내는 대신 그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져주기로 했다. 차주헌은 그녀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 뒤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서율이한테는 나밖에 없어. 두고 봐. 일주일... 아니, 일주일도 안 돼서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올 테니까.” 하지만 3개월이 지났는데도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차주헌은 그제야 미친 사람처럼 그녀의 행방을 뒤쫓기 시작했다.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그녀의 사진을 보며 애원하듯 외쳤다. “율아, 어디 있어. 재미없으니까 이만 돌아와.” 1년 후. “율아, 제발... 네가 원하는 거 다 해줄게. 그러니까... 빨리 내 곁으로 돌아와.” 2년 후. “내가 죽으면 돌아올 거야? 그러면 나 보러 올 거야...?” 그리고 5년 후, 차주헌은 다시 만난 임서율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그녀에게 따뜻한 차 한잔을 건넸다. “차 좀 드세요, 숙모...”
もっと見る장은수가 벌떡 일어나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서율 씨! 드디어 나왔네요. 우리는 서율 씨가 좀 더 늦게 나올 줄 알았어요!”동료들은 임서율을 위아래로 한번 훑어보더니 감탄을 자아냈다.“혼례 예복은... 우리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예쁘네요.”이서원이 웃으며 말했다.“하 대표님께서 먼저 우리한테 연락하셨어요. 지난달에 갑자기 단체 채팅방에 들어오셔서, 꼭 결혼식에 와 달라고 날짜까지 하나하나 맞춰 주셨어요. 서율 씨한테 깜짝 놀라게 할 선물을 준비해 주고 싶다고 했어요.”임서율은 하도원을 바라봤고 눈가에는 고마움이 가득했다.그러자 하도원이 임서율의 손을 살며시 감쌌다.“네가 옛 직장 동료들이 많이 보고 싶다고 했잖아. 그래서 내가 연락했어. 그러니 다들 흔쾌히 오겠다고 했어. 심지어 며칠 먼저 와서 제대로 축하해 주자고 하더라.”“고마워요. 도원 씨.”임서율은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임신한 뒤로 더 쉽게 눈물이 났다.곧, 계화 나무 향이 흐르는 가운데 결혼식이 시작됐다.주례로 선 차진만 회장은 단상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주름진 눈가가 살짝 젖었다.“도원이 녀석이 드디어 장가를 가게 됐구나. 연애하는 걸 통 보지를 못해서, 난 또 괜히 별생각을 다 했지.”차주헌은 차진만을 부축한 채, 하도원과 임서율이 혼례를 올리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마음 한구석이 쓰렸지만 바로 이 순간에야 비로소 임서율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 있었다.예전에 자신은 끝내 임서율에게 결혼식을 해 주지 못했지만 이제 그 자리를 대신해 줄 사람이 생겼다.힘찬 박수가 정원을 가득 채우고 임서율과 하도원이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었다.반지를 교환할 때, 하도원은 임서율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고 약지에 반지를 끼워 주었다.“앞으로 너와 우리 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만 줄게.”“믿어요.”임서율의 표정에는 웃음이 환히 번졌다.결혼식이 끝난 뒤 하도원은 임서율이 돌며 인사주를 권하지 않게 했다. 임신 중이라 요즘 컨디션이
임서율이 퇴원하던 날, 햇볕이 포근하게 비췄다. 하도원은 차 안에 임서율이 가장 좋아하는 하얀 장미를 놓아두었고, 조수석에는 두툼한 웨딩 플래너 자료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집에 가서 며칠 푹 쉬어. 결혼식 준비는 나랑 승윤이가 보고 있을게. 네가 바꾸고 싶은 게 있으면 천천히 같이 손보면 돼.”하도원은 안전벨트를 채워 주고, 임서율의 눈가를 살짝 어루만지며 웃었다.“의사 말대로 당분간은 화면을 오래 보지 말래.”임서율은 창밖에 스치는 풍경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속에서는 벌써 결혼식 날이 그려지기 시작했다.집에 도착하니 아주머니가 미리 끓여 둔 삼계탕이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고, 누렁이와 율이도 동물병원 검진을 마치고 돌아와 임서율 발치에서 빙글빙글 돌며 애교를 부렸다. 두 녀석의 포슬포슬한 머릿결이 스치자 임서율은 마음이 사르르 풀렸다.그 뒤로는 집안이 온통 결혼식 이야기로 들썩였다. 하도원은 고른 웨딩드레스 디자인과 답례품 상자 사진들을 출력해 거실 카펫 위에 쭉 펼쳐 놓고 임서율이 아예 누워서 편히 고르도록 했다. 차진만도 틈틈이 전화를 걸어 임산부가 먹을 수 있는 메뉴를 넉넉히 준비하라고 당부했고, 직접 혼서까지 써 주겠다며 의욕을 보였다.가끔은 예식장도 함께 보러 갔다. 한옥식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정원이었다. 하도원은 임서율의 취향에 맞춰 마당에 계화 나무를 가득 심고, 목재 아치에 붉은 비단을 둘러 세워 두었다.“결혼식 당일에 계화꽃이 필 거래. 네가 붉은 혼례 예복을 입고 여기로 걸어 들어오면 정말 예쁠 거야.”하도원이 뒤에서 임서율을 가만히 끌어안고 턱을 살포시 머리끝에 얹었다. 목소리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임서율은 품에 기대어 아랫배를 한 번 쓸었다.“예전 회사 동료들이 좀 생각나네요. 얼마 전까지도 꼭 결혼식에 오겠다고 했는데, 다들 바빠져서 그 뒤로 연락을 못 했어요.”임서율의 말끝에 작은 아쉬움이 묻어났다.예전에 디자인 회사에 다닐 때 임서율은 몇몇 동료들과 꽤 돈독한 사이였다. 다만 임서율이 귀국한 뒤로
“사모님, 지금 배고프지 않으세요? 사과라도 깎아 드릴까요?”임서율은 김정란이 몹시 미안해하는 걸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부탁해요.”누가 소식을 전했는지, 차진만도 곧장 달려왔다. 임서율의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하도원을 향해 호되게 혼냈다.“도원아,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지난번에 내가 몇 번을 당부했잖아. 서율이를 잘 지켜 달라고!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져? 칼 든 사람이 집까지 들이닥쳐 네 아내랑 애를 해치려 했는데, 너는 멀쩡히 서 있기만 했다는 거야?”하도원은 변명하지 않고 고개를 떨궜다.“제 잘못입니다. 제가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 서율이를 놀라게 했습니다.”“잘못했다고 그 한마디면 끝이야?”차진만은 눈을 부릅뜨고 하도원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서율이는 임신 중이야. 네가 내게 뭐라 약속했는지 기억해? 잘 지켜 주겠다고 했지. 그런데 집에 믿을 만한 사람 하나 남겨두지도 않고 위험을 혼자 감당하게 해? 오늘 누렁이랑 율이가 막아 주지 못했으면, 무슨 일이라도 났으면 네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어?”주변을 지나던 간호사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힐끔거렸지만 하도원은 개의치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이미 경호 인력을 늘렸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하겠습니다.”“다시? 오늘 일이 터졌다면 다음이 어디 있겠어?”차진만의 목소리는 더 무겁게 내려앉았다.“사람 몇 명 더 붙인다고 그게 보호가 되는 줄 알아? 네 마음을 서율한테 두라고! 회사가 아무리 바빠도 아내랑 아이보다 중요해? 내 생각에는 네가 온 신경을 일에만 쓰고, 서율이 안전은 뒷전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차진만은 한동안 말을 끊더니, 방금 본 임서율의 창백한 얼굴이 떠올랐는지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졌다. 그래도 엄숙한 표정은 여전했다.“또 다치게 하면, 내가 가장 먼저 너를 가만두지 않겠다!”하도원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집안의 보안 시스템을 전면 업그레이드했습니다. 24시간 경호 인력이 지킬 겁니다. 저도
“아이?”장결희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가득했고 눈에는 노골적인 혐오가 어렸다.“나도 지금 내 코가 석 자야. 무슨 아이를 챙겨? 당장 지워. 그러면 우리 서로 빚진 것도 없어. 바로 끝이라고...”“뭐라고?”여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지금 뱃속의 아이는 당신 아이야!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말을 해?”“잔인하다고? 먼저 내 모든 걸 망친 건 너잖아.”장결희는 아내의 손을 탁 뿌리치고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변호사한테 연락했어. 내일 이혼 서류를 줄 게. 동의 안 하면 바로 소송할 거야. 그땐 한 푼도 못 가져갈 뿐 아니라, 네 죄에 맞는 처벌도 받을 거야. 지금 아이는 너한테 짐만 될 뿐이야.”말을 끝내자 장결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갔다.철창 앞에 주저앉은 여자는 그의 등만 바라보며 더 크게 울부짖었다.“장결희!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얼만데, 네가 이렇게 나를 버려!”그녀는 장결희가 자신을 위해 이 사태를 막아 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이익 앞에서 자신과 뱃속의 아이는 전혀 소용이 없다는 현실만 남았다....한편 병원 안.하도원은 진승윤에게서 들은 소식을 임서율에게 전했다.임서율은 침상에 기대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낮게 말했다.“누구라도 화났을 거예요. 하물며 남자라면 더더욱...”“그래도 선택은 본인이 한 거지.”하도원은 임서율이 덮고 있는 이불을 다정히 여며 주면서 말했다.“이 일은 그만 생각하고 푹 쉬어.”임서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을 감았다.임서율을 지켜보는 하도원의 눈길에는 짙은 걱정이 어렸다. 하도원은 병실을 나서며 짧게 지시했다.“경호 인원 더 붙여. 그리고 아주머니는 어디 있어?”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정란이 허겁지겁 달려왔다.“대표님, 사모님이 사고를 당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장 보고 바로 뛰어왔습니다.”하도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아주머니, 나가기 전에 분명 집에서 서율이를 잘 돌보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제 잘
評価
レビューもっ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