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Chapter 411 - Chapter 420

510 Chapters

제411화

차주헌은 즉시 눈살을 찌푸렸고 숙취도 한순간에 많이 깬 것 같았다.그는 임서율에게 물었다.“내 삼촌이 누군지 알아?”“모르는데? 네가 알려주면 더 좋고.”임서율은 차주헌이 임규한을 도와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걸 그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비록 아직은 그 선택지가 어떤 후폭풍을 불러올지 모르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아주 작은 희망만 있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차주헌이 정확하게 말한 게 있는데 바로 임서율은 가족을 모른 체하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게다가 임규한은 이 세상에 남은 유일한 가족이므로 임서율은 온 힘을 다해 그를 지켜내야 한다.임서율은 차주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걸 캐치했고 마치 그녀가 아직 삼촌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이 수상한 점을 놓칠 리가 없었던 임서율은 차주헌을 응시하며 물었다.“표정이 이상하네? 설마 내가 아는 사람이야?”차주헌은 정색하며 임서율에게 경고했다.“우리 삼촌은 네가 생각하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야. 마음만 먹으면 너 같은 건 한입에 먹어 치운다고. 알아? 한번 얽히기 시작하면 평생 떨쳐낼 수 없어.”“넌 나랑 결혼했던 사이야.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삼촌은 절대 안 돼. 차씨 가문도 이 망신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거야. 이쯤에서 그만둬.”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안절부절못하는 차주헌의 모습에 임서율은 흥미가 생겼다.그녀는 열쇠고리를 돌리며 일부러 차주헌을 자극했다.“왜? 네가 강수진이 바람피우는 건 괜찮고 내가 솔로인 네 삼촌을 만나는 건 망신스러운 일이야?”임서율은 비로소 차주헌이란 사람에 대해 다시 보게 되었다.‘내가 진짜 눈이 멀었었네. 이런 더러운 인간이랑 7년이나 같이 산 거야?’차주헌은 입술을 꽉 깨물었고 초상집이라도 온 듯 표정이 어두웠다.“후회할 거야. 우리 집은 절대로 너랑 삼촌의 관계를 허락하지 않을 거야. 서율아, 차씨 가문에 시집온 시간이 몇 년인데 아직도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네가 무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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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가질 수 없으면 망쳐버리는 게 세상의 이치라고 생각했던 차주헌은 임서율이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순간 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에 사악함이 스쳤다.아파트는 나선 차주헌은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익숙한 차량을 보고선 눈살을 찌푸렸다.‘하도원 차 아니야?’하도원이 이 시간에 여기에 차를 주차했다는 건 임서율와 함께 왔다는 뜻이기도 했다.‘한밤중에 둘이 어딜 가려고?’차주원은 곧장 자신의 차에 올라탔고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재우가 그를 보며 물었다.“대표님, 지금 바로 출발할까요?”“잠깐만.”얼마 지나지 않아 임서율이 모습을 드러냈다. 옷까지 갈아입은 그녀는 곧장 하도원의 차에 올라탔고 이를 본 차주헌은 허둥지둥 이재우를 툭툭 치며 말했다.“따라가.”이재우는 그제야 임서율을 알아봤다. 사실 하도원의 차가 너무 눈에 띄어 알아본 것도 있다.운성에 단 한대뿐인 차인 만큼 매번 나갈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임서율 씨가 왜 하 대표님이랑 같이 있는 거죠?”문득 뭔가 떠오른 차주헌은 눈빛이 어두워졌다.“삼촌이 요즘 해외를 자주 들락날락하는 거 알지? 내가 알기론 해외 기업과 손잡을 생각이 없어서 국내 시장 개발에만 집중했거든? 그런데 임서율이 사라진 그 해부터 자주 해외를 다니기 시작했어.”이재우도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 말씀을 들으니 정말 그런 것 같네요. 하지만 저 두 사람은...”이재우는 둘의 관계에 대해 함부로 단정할 수 없었다.그건 차주헌도 마찬가지였으나 그는 하도원과 임서율의 관계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어쩌면 그동안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용기가 없어 부정했을지도 모른다. 임태규가 한때 잘나가는 집안의 딸들은 소개해 줬으나 전부 하도원의 눈에 들지 못했다.다들 매우 어울린다고 극찬하는 상황에서도 하도원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그나마 관심을 가졌던 게 먼 친척의 여동생이었다. 친척 관계 때문에 가끔 한두 마디 할 뿐 마음에 두지 않은 게 전부였다.조수석에 앉은 임서율은 기운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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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별장 입구에 차를 멈춘 하도원은 임서율에게 몸을 살짝 기울였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와 담백한 담배 향기가 풍겨와 은은하게 몸을 달궜다.하도원의 무게가 있는 목소리가 잔잔한 바람을 타고 임서율의 귓가에 울렸다.“난 어때요?”임서율은 순간 청력에 문제가 생긴 건가 싶어 귀를 의심했다.그녀는 얼어붙은 표정으로 하도원을 바라봤고 한참이 지나서야 몇 마디를 내뱉었다.“그...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깜짝 놀란 임서율의 모습에 하도원은 방금 자신이 말실수했음을 깨달았다.그는 어색하게 시선을 거두고선 차창을 두드리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내려요.”하도원이 바로 앞까지 걸어왔는데도 차 안에 있는 임서율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노크 소리를 듣고서야 부랴부랴 안전 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려 넋 나간 채로 걸어갔다.물론 머릿속은 하도원이 한 말로 가득했다.‘어떠냐니? 대체 무슨 뜻이지?’이성적인 호감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그럴 용기도 없었다.하도원과 임서율은 현실적으로 다른 세상의 사람일뿐더러 이성으로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하도원의 능력으로는 어떤 여자든 만날 수 있다.‘하긴... 나같은 이혼녀가 마음에 들 리가 없지.’임서율은 고개를 흔들며 재빨리 이 생각을 떨쳐내려고 했다.율이를 놀리는 것처럼 당황한 반응이 재밌어 장난삼아 툭 던진 말이 틀림없을 거라고 단정했다.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임서율은 안심하고 별장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율이는 하도원을 봤을 땐 별 반응이 없더니 임서율을 보자마자 기쁨에 겨워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두 발로 그녀의 몸에 뛰어 올라탔다.말하지 못해도 임서율은 율이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사실 그녀는 율이 때문에 강아지를 키우게 된 케이스다. 문득 친구에게 맡긴 누렁이가 떠올라 이따가 전화로 안부를 묻기로 했다.임서율은 율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하도원에게 물었다.“언제 잘 거예요?”정장을 벗고 있던 하도원은 임서율의 말을 듣고 담담하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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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당분간은 돌아가기 힘들 것 같아요. 누렁이는 좀 더 부탁드려야겠네요.”“괜찮아요. 아참, 며칠 전에 누군가가 우리 기관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혹시 서율 씨의 뒤를 캐고 있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걱정돼서요.”구하윤의 말에 임서율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차주헌일까? 아니면 대표님? 둘 다 아니라면 누구지?’“죄송해요. 제가 실수로 흔적을 남긴 것 같네요.”유니버스랩은 완전히 폐쇄적인 곳이라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모두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엄격히 비밀로 유지되었다.심지어 가족에게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밀 유지가 철저했기에 임서율은 임규한에게도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언급하지 않았다.구하윤은 충고를 건넸다.“조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내서 하루라도 빨리 입 막는 게 좋을 거예요. 안 그러면 위에서 책임을 물을 게 분명해요. 그럼 서율 씨는 물론이고 저까지도 난처한 처지가 되거든요.”임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죄송해요. 이 일은 제가 꼭 마무리할게요.”통화를 마친 임서율은 소파에 앉아 율이를 쓰다듬으며 누가 조사하고 있는지 분석했다.‘차주헌? 아니면 대표님?’직접적으로 물으면 오히려 존재를 폭로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섣불리 행동하지 못했다.일단 차주헌과는 마주치는 것도 싫었다. 얼굴만 봐도 속이 메스꺼웠기에 차라리 백배 더 까다로운 하도원을 상대하는 게 훨씬 나았다.하지만 하도원 앞에서 말실수라도 하면 반드시 역추적을 당할 것이고 목적을 달성하기도 전에 모든 계획이 들킬지도 모른다.그러니 반드시 꼼꼼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만 한다.임서율은 거의 11시까지 아래층에 있다가 하도원의 문자를 받고 올라갔다.그는 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참이었고 가운만 걸치고 있음에도 임서율 앞에서 전혀 거리낌 없이 매우 편안해 보였다.넓은 가슴 근육이 고스란히 드러나자 임서율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쉬었다.하도원은 의자에 걸려 있던 수건을 들어 무심하게 젖은 머리를 닦았다.“그렇게 멀리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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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차주헌은 임서율의 옷차림이 비교적 단정한 걸 보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표정을 여전히 무거웠다.“여기서 뭐 해?”임서율은 차주헌이 이곳에 나타날 줄은 전혀 몰랐다. 5년 전에도 몇 번 차주헌이 하도원을 찾아온 걸 목격한 적이 있지만 그때는 차주헌 아내의 신분이라 그를 피해 숨어야만 했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싱글이기에 누구와 함께 있든, 누구의 집에 있든 차주헌과는 상관없는 일이다.임서율은 싸늘한 표정으로 차주헌을 바라봤다.“내가 여기서 뭘 하든 너랑 상관없어.”차주헌은 눈살을 찌푸리며 임서율이 손목을 잡았고 눈빛에는 거센 파도가 일렁였다.“임서율, 잊지 마. 우린 부부...”“이혼한 마당에 부부 같은 소리를 하네. 술을 많이 마시니까 머리가 잘못됐잖아. 자제 좀 해.”임서율은 차주헌과 이야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잡쳤다.“됐다.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돌아가. 너랑 말싸움할 시간 없어.”말을 마친 임서율은 문을 닫으려 했다.그러나 차주헌은 문이 닫히기 직전에 손을 뻗어 문틀을 붙잡았다.“널 찾으러 온 게 아니야. 하 대표님 뵈러 왔어.”차주헌은 임서율이 하도원의 진짜 정체에 대해 알고 있는지 긴가민가했다.하지만 만약 모른다면 굳이 폭로할 필요가 없으니 일단은 입을 다물기로 했다. 업무 능력이 뛰어난 임서율과 천하의 하도원이 뭉치게 된다면 다른 의미로 지옥이 열리는 거나 다름없으니까.그런 임서율을 굴복시킬 방법은 이 세상에 남은 유일한 혈육인 임규한을 이용하는 것뿐이다.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차주헌도 굳이 임규한을 노리지 않았을 것이다.임서율은 차주헌이 하도원을 찾으러 왔다는 말을 듣고는 더 이상 거절하기 어려웠다. 결국 이곳은 하도원의 집이니 몸을 피해 차주헌이 들어오도록 할 수밖에 없었다.차주헌이 입가에 승리의 미소를 띠며 별장 안으로 발을 들여놓으려는 순간 율이가 어디선가 나타나 맹수처럼 차주헌을 향해 돌진했다.어찌나 세게 달려들었는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한 차주헌은 즉시 바닥에 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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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차주헌은 임서율에게 다가갔다. 너무 가까이 붙지는 못했고 다소 거리를 유지한 채 단호한 어조로 물었다.“너 5년 전에도 여기에 왔었지?”율이에게 정신이 팔렸던 임서율은 차주헌이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꺼냈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뭐라고?”차주헌은 순간 머릿속이 번뜩였고 임서율에게 말하는 건지 혼잣말하는 건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홀로 횡설수설했다.“전에 강수진이 네가 여기 있다고 했을 때 난 믿지 않았어. 그리고 몇 번인가 이 별장에 여자가 있는 것 같다고 의심했는데 아무리 조사를 해도 찾을 수 없었어.”“왜냐하면 하 대표님의 주변에는 여자가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임서율은 눈살을 찌푸렸다. 차주헌이 오래된 일까지 기억할 줄은 몰랐지만 당연히 그녀도 인정할 생각이 없었다.“차주헌, 이제는 하다못해 너 스스로를 속이는 지경에 이른 거야? 죄책감 덮으려고 너랑 똑같은 사람 취급하지 마. 왜 나한테 그 더러운 걸 덮어씌워?”차주헌은 한 걸음 더 다가가 임서율을 압박했다.“그러는 넌 맹세할 수 있어? 너랑 하 대표님 아무 관계도 아니고, 단 한 번도 이 별장에 온 적이 없다고 맹세할 수 있냐고. 그렇게 자신 있으면 아버님을 걸든가.”임서율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임규한을 걸고 거짓말을 한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이런 미신을 잘 믿는 편이라 함부로 맹세할 수 없었다.차주헌은 주저하는 임서율을 보며 분명히 뭔가 숨겨진 게 있다는 걸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서율을 꽉 붙들었다.“아버님을 걸고 차마 거짓말은 못 하겠지? 넌 도대체 뭐가 그렇게 당당해서 나만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솔직히 너도 다를 바가 없잖아. 안 그래?”“차 대표님이 회사 일로 바쁜 줄 알았는데 한가하네요? 전 부인과 재회하고 싶은 건 전혀 문제없지만 내 집에서 이런 불쾌한 장면을 보고 싶진 않네요. 그럴 곳이 아니잖아요?”계단에서 울린 낮고 단호한 목소리는 순식간에 분위기를 압도했다.차주헌은 그 목소리만 들어도 머리가 저릿해져 주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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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임서율은 무의식적으로 하도원을 바라봤지만 그는 마치 이 일과 전혀 관계없는 듯 싸늘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이 일은 하도원 개인의 의사에 달려있기에 도와주지 않는다 한들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임서율은 차주헌을 바라보고선 그를 향해 걸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차주헌의 얼굴은 순식간에 기쁨으로 가득했고 임서율 성격상 절대 임규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어 자신만만했다.게다가 차주헌은 삼촌인 하도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성격이 괴팍할 뿐만 아니라 변덕이 너무 심해 곁에 있는 사람들조차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기에 임서율은 절대 하도원을 감당할 수 없다.차주헌은 활짝 웃는 얼굴로 손을 내밀어 임서율을 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그저 멍하니 자리에 서 있었다.곧이어 들려온 임서율의 말은 차주헌을 지옥으로 떨어뜨렸다.“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앞으로 평생 남자를 찾지 못하더라도 너 같은 사람은 절대 안 만나.”“너랑 강수진이 저지른 그 더러운 짓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 너무 역겨워서 견딜 수가 없어. 넌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나한테 매달리는 거야?”“너를 다시 만날 바엔 차라리 돈 주고 남자를 찾지. 돈만 주면 날 공주처럼 모시는데 넌 뭐야.”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차주헌이 돈 주고 찾은 남자보다 못하다는 뜻이다.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차주헌은 핏대를 세우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임서율. 지금 나 놀려?”임서율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놀리다니? 방금 내가 한 말 중에 도대체 어느 문장이 너랑 다시 만나겠다는 뜻이었어? 아니면 같이 가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 혼자 착각해 놓고 한심하게 왜 이래.”차주헌은 분노에 이성을 잃고 앞으로 나아가 임서율의 손목을 세게 붙잡았다.“네가 동의하든 안 하든 오늘은 무조건 나랑 같이 이 별장에서 나가야 해.”생각만으로도 화가 났다. 7년을 함께 한 여자가 자신의 삼촌과 한 침대에서 잔다는 게 너무 불쾌하고 찝찝하여 온몸에 개미가 걸어 다니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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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차주헌은 임서율을 향해 삿대질하더니 분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좋아. 내가 딱 기억해 뒀어. 넌 분명히 후회할 날이 올 거야.”임서율은 마지막까지 참지 못하고 쏘아붙였다.“걱정 마. 너랑 이혼한 것에 대해서는 평생 후회하지 않을 거니까.”차주헌은 그 말에 더 분노해 문을 쾅 닫아버렸고 이를 들은 율이는 불만스럽게 차주헌을 향해 으르렁거렸다.임서율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하도원을 바라보며 주저 없이 물었다.“그런 말은 왜 했어요? 오해하면 어쩌려고요. 차주헌은 지금 그냥 미친개라니까요? 언제든지 물어뜯을 수 있다고요.”하도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눈을 반쯤 감은 채 여유롭게 계단 난간에 기대어 있었다. 키가 커서인지 그림자도 조명에 길게 드리워졌다.“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차 대표가 순순히 떠날 것 같아요?”생각해 보니 그렇기도 했다. 단념하기 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차주헌이기에 어쩌면 반드시 임서율을 데려가려 했을 것이다.애초에 하도원이 이곳에 없었더라도 절대 따라갈 생각이 없었는데 어쩌면 차주헌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하도원 때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뭐가 됐든 상황이 마무리됐으니 다행이다.“이만 올라갈까요?”하도원은 고개를 숙이고 임서율에게 물었다.“차주헌이 이 일 때문에 서율 씨를 폭로하면 어쩌시려고요? 두렵지 않아요?”“두려울 게 뭐 있어요? 어차피 전 지금 싱글이에요. 누구와 함께하든 차주헌이 상관할 바가 아니거든요. 설령 내가 차주헌의 삼촌이랑 같이 있는다 해도 차주헌을 날 간섭할 자격이 없어요.”임서율은 흐뭇한 상상을 했다.“만약 제가 차주헌 삼촌의 여자 친구나 아내가 된다면, 차주헌은 절 숙모라고 불러야 하네요? 하하하.”임서율은 생각만으로도 너무 통쾌했다.만에 하나 그렇게 된다면 차주헌은 늘 깍듯이 임서율을 대해야만 했고 재결합하려는 생각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끝까지 매달리더라도 성추행이라고 주장하는 순간 직접 나서지 않아도 자연스레 처벌해 주는 사람이 생길 게 분명하다.하도원은 임서율의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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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임서율은 자신이 하도원에게 전혀 거부감이 없다는 걸 깨닫고선 놀란 듯했다. 솔직히 하도원은 성격이 변덕스럽다는 점만 빼면 인품부터 얼굴, 몸매까지 모두 흠잡을 데가 없다.그러니 하도원처럼 완벽한 사람이 자신을 좋아할 리가 없다며 단정했다.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율이는 차주헌이 다시 돌아온 줄 알고 즉시 하도원의 몸에서 뛰어내려 문 쪽으로 달려갔고 임서율도 이 틈을 타 재빨리 하도원을 밀치고 바닥에서 일어났다.임서율은 방금 하도원이 자신을 지켜주려고 손을 뒤통수에 받쳐준 걸 알고 있었다. 그 배려가 없었다면 진작에 뇌진탕이 와서 의식을 잃었을지도 모른다.하도원은 걸어가서 문을 열었고 율이는 사람을 보자마자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다.“율이야, 들어가.”하도원이 낮은 목소리로 윽박지르자 율이는 순순히 물러났다.그 모습을 본 임서율은 갑자기 어떠한 기시감을 느꼈다. 율이는 분명히 덩치 큰 대형견인데도 꼭 하도원 앞에서만 작은 애완견 같았다.그리고 율이는 유독 임서율이 있을 때 자유롭고 편안한 모습을 보였다.‘하긴... 아무리 개여도 대표님 앞에서는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겠지.’하도원은 배달원이 건네준 양꼬치를 받으며 감사 인사를 한 후 문을 닫았다.문이 닫히는 순간, 임서율은 은은하게 퍼지는 양꼬치의 향기를 맡고 배가 꼬르륵거리기 시작했다.이때 하도원이 물었다.“어디서 먹을까요?”임서율은 거실에 놓인 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서 먹어요.”지난 몇 년간 해외에서 줄곧 일만 하며 시간을 보낸 임서율은 특히나 차주헌 사건을 겪은 후로 남자를 믿으면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란 걸 깨달았다.남자를 믿는 순간 재산이고 인생이고 송두리째 남자의 손아귀에 놓이게 된다.차주헌은 기분이 좋을 때 선물이나 맛있는 걸 사주며 환심을 사는 타입이지만 마음이 다른 곳에 간 순간 가차 없이 상대를 내친다. 그러니 당사자 앞에서 대놓고 강수진과 꽁냥거리는 상황도 일어났던 것이다.인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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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이 맛은...’임서율은 양꼬치의 맛이 왠지 모르게 익숙하다고 느꼈다.순간 생각이 번뜩인 듯 눈빛이 갑자기 반짝였다.“대표님, 혹시 예전에 그 서진대 정문 앞의 양꼬치 집에서 주문한 건가요?”“맞아요.”임서율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거기 엄청 맛있어요. 대표님은 어떻게 그 집을 알게 된 거예요?”하도원은 어이없다는 듯 눈썹을 살짝 올렸다.“전혀 기억이 안 나요?”“네?”임서율은 어리둥절했다.‘양꼬치 집이 대표님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하도원은 몸을 살짝 돌렸다.“그럼 서율 씨는 그 양꼬치 집을 어떻게 좋아하게 된 거예요?”임서율은 잊고 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왜냐면 그때는 서진대 정문 앞에 꼬칫집이 없었거든요. 게다가 기숙사에 통금시간이 있어서 밤늦게 돌아다니는 건 불가했어요. 차주헌이 제가 꼬치 좋아하는 걸 알고는 먼 곳에 있던 한 꼬칫집을 거기로 옮겨온 거예요. 매달 보조금까지 챙겨줬어요.”“먹고 싶을 때면 차주헌이 담장을 넘어가서 사 왔어요. 나중에 양꼬치 집 사장님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고만 들었어요. 그 후로 아마 영업하지 않았을걸요?”“그동안 여러 꼬칫집을 먹어봤지만 그 집보다 맛있는 곳은 하나도 없었어요.”“이렇게 다시 먹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다 대표님 덕분이에요.”임서율은 먹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하도원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지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하도원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물었다.“차 대표가 그 꼬칫집을 옮겨왔다고 직접 말하던가요?”“네. 왜 그러세요?”생각보다 꽤 계산적인 차주헌이 가소로웠던 하도원은 차갑게 비웃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나중에 다 알게 될 거예요.”임서율은 오늘따라 하도원이 유독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꼬치를 다 먹으니 거의 새벽이었고 임서율은 정리를 마친 후 하도원에게 이야기를 해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하도원이 아닌 임서율이 먼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잠이 들어버렸다.하도원은 아직 잠이 들지도 않았는데 옆에서 새근새근 코 고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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